[기획3]폭력과 침략으로 세계평화 주장하는 미국의 허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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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절절한 우리 시대의 화두 ‘평화’〉
지난 5월 9일 영남대학교 인문과학연구소는 지금 이 시점에서 가장 시급히 논의하고 실천해야 할 시대적 화두는 다름 아닌 ‘평화’라는 문제의식을 갖고 「미국과 세계평화」라는 포럼을 개최했다.
김종철교수(영남대 영문학과, 녹색평론 발행인)의 사회로 진행된 이번 평화포럼은 일본의 저명한 작가이자 평화운동가인 오다 마코토씨와 우리 나라에도 번역 소개된 책 「경제성장이 안되면 우리는 풍요롭지 못할 것인가」(함께걸음 2003. 2 소개)의 저자이자 정치사상가이며 일본 오키나와에서 반전평화운동을 펼치고 있는 더글라스 러미스씨가 발표에 나서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았다. 2부에서는 염무웅교수(영남대 교수, 민족문학작가회의 이사장)와 정현백교수(성균관대 교수,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의 발표와 뒤이은 질의응답으로 약 5시간 30분 동안 진행되었다. 방청석은 멀리 서울에서 온 기자들과 반전평화운동가들, 그리고 영남대 학생 등으로 해서 문을 열고 들어서지도 못할 정도로 가득 찼다.
흔히 자유와 민주주의의 나라로 일컬어지지만 이번 이라크 전쟁에서도 보았듯이 미국은 노골적으로 힘과 자본의 논리를 내세우며, 심지어 자신들의 말과 행동 외에 ‘정의는 없다’고 까지 단언하기에 이르렀다.
미국의 본질은 무엇이며, 한반도 평화를 비롯해 세계평화와 미국은 어떤 관계인지, 힘이 약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이처럼 무기력하게 당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여있는 세계민중들은 무엇을 실천해야 하는지 모색하는 자리를 「함께걸음」이 찾아가 보았다.
〈전쟁이 있는 곳엔 언제나 미국이 있다.〉
전쟁은 정당화될 수 있을까. 어찌된 일인지 오늘날 전쟁이 있는 곳이면 언제나 미국이 있고, 미국은 ‘세계평화를 위해서’라며 전쟁을 정당화한다. 유엔의 결의도 무시했고 국제법도 위반했다. 그러나 미국은 ‘세계평화를 위해서’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한다. 독재자들의 폭력과 부당함에 노출된 수많은 민중들을 위해 전쟁은 불가피하단다. 일방적인 군사력으로 행해지는 전쟁은 다름 아닌 학살이며 살육이고 파괴적 행위다. 전쟁으로 피해 받는 사람들은 바로 여성과 아이들, 보통의 소시민들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미국은 자유와 민주주의라는 외피를 뒤짚어쓰고 있다.
〈감히‘힘이 곧 정의’라고 주창하는 미국과 동등한 관계 모색은 가능한가〉
이에 대해 오다 마코토는 지난 해 아프가니스탄 공격 때 미국의 한 고등학교 학생이 전쟁을 반대하는 글을 발표했다가 학교에서 퇴학당하는 사건이 있었음을 상기시키며, 개인의 의견조차 자유롭게 개진할 수 없는 국가가 바로 미국의 실체라며, 반전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미국에게 진정한 의미의 민주주의를 가르쳐 줘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한국과 미국은 아직까지도 평화조약이 아닌 군사조약을 체결하고 있다”며 “대등한 관계가 새롭게 조성되지 않으면 한반도는 군사적 긴장관계로 매우 위태롭게 될 것”이라며 제2, 제3의 여중생 사건이 발생되지 않도록 확고한 미국과의 관계 재정립이 시급히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모든 시민이 대표가 될 책임감을 갖게 하는 ‘제비뽑기’가 가장 민주주적이다” 라고 주장해온 더글라스 러미스는 상명하복(上命下服) 체계 자체가 근간이며, 폭력으로 자신의 의사를 따르게 하는 군대가 있는 한 진정한 민주주의 국가가 아니라고 말한다. 그는 미국을 제국주의라고 부르는 최근의 상황은 전혀 새로운 게 아니며, 오래 전부터 기획된 프로젝트에 부시행정부가 실천한 것뿐이라며, 문제는 미국에 어떠한 정부가 들어서느냐가 아니라 미국의 본질적 속성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파했다.
그는 이 프로젝트의 보고서에 의하면, 미군기지가 주둔하고 있는 지역, 즉 일본, 한국, 오키나와 등이‘미국의 영토’로서 이야기되고 있음에 주목해야 한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또 주한미군 주둔에 대한 입장에서도 미국은‘흡수통일’을 전제하고 있고, 북한의 안정화작업에 주한미군이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을 공식화하며, 이러한 미국의 시나리오 속에서 남한의 일명‘햇볕정책’이라고 하는 통일정책은 결국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단언한다. 이미 한반도의 문제는 미국으로 넘어갔으며, 한국의 정책이란 것은 없고 단지 미국이 선제 공격할 권리를 갖고 있다고 판단한다는 것이다. 결국 그는 어떤 상식과 법도 통하지 않는 미국의 패권주의에 저항하는 것은 부시정권에 대해 ‘NO!’ 라고 말할 수 있는 북아시아연대를 통해서만 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게다가 그는 “미국은 9.11과 같은 것을 북한에 기대하고 있다”라고 말해 참석한 이들에게 섬뜩한 긴장감을 심어주기도 했다.
〈평화에 대한 진정성을 향하여〉
염무웅교수는 “현재의 조건에서 반미 없는 반전은 무의미한 말장난에 불과”하다며 미제의 몰락을 예견하는 학자도 있지만 오히려 현재 미국은 과거보다 더욱 강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음에 당혹스러움을 금치 못한다며 이제 미국에게 남은 것은 ‘북한’밖에 없는데, 과연 이 악몽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되지 못하도록 하는 길이 무엇인지, 그 가능성은 있는 것인지를 반문한다. 그러면서 그는 “간절한 소원이 담긴 꿈은 발설하는 순간 사람들에게 감화력을 가지며 마치 박토에 날려와 떨어진 민들레 씨앗처럼 현실 속에 뿌리내리기 시작한다. 우리는 그것을 믿을 수밖에 없지 않는가”라는 말로 우리가 할 수 있는 역할을 암묵적으로 시사했다.
마지막 발표자로 나선 정현백교수는 여성과 평화를 이야기하며, 노르웨이의 국회의원을 조사해 보니, 여성국회의원이 사회복지나 보건, 교육 환경, 국제협력 등의 정책에 훨씬 적극적이었고, 스웨덴에서도 국방비감축 등에 여성의원이 적극적이었다는 연구결과를 예로 들며, 여성이 평화에 훨씬 친화적이라는 것을 강조했다. 비판의 여지는 있지만 여성이‘돌봄’과 ‘보살핌’의 성향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전쟁과 평화를 이분법적 구도 속에서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 평화, 즉 일상에서 실천적 평화의 모습을 갖자고 제안한다. 일례로 여성단체연합의 회원단체인 한 여성장애인단체가 사무실을 구하려고 하는데, 모두들 장애우가 싫다며 전세를 거부했다는 것이다. 돈을 두 배로 주겠다는 제안도 거부했단다. 그는 바로 이것이 ‘총성없는 전쟁’이라며, 이런 차별과 구조적이고 잠재적인 폭력을 지양하는 적극적인 평화로 나아가야 함을 강조했다.
〈내가 키우는 평화〉
이 날 진행을 맡았던 김종철교수는 아무리 머리 좋고 탁월한 사람들이 모여도 결론 내기 어려웠던 이번 주제에 대해, 어느 인디언의 이야기로 정리한다
할아버지가 어린 손자에게 말합니다.
“두 마리의 늑대가 내 마음속에 있는데, 두 마리가 늘 싸우고 있다. 한 늑대는 사랑과 친절과 평화의 늑대이다. 또 한 늑대는 탐욕과 이기심과 두려움의 늑대이다.”
어린 손자가 물었습니다.
“어느 늑대가 이길까요?”
할아버지가 대답했습니다.
“내가 이야기를 나누고 키우는 늑대가 이길 것이다.”
글 여준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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