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1] ‘장애우 차별 도시’, 요지부동 제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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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10일 충북 제천에서는 작지만 뜻깊은 콘서트가 있었다.‘제천 시민과 함께 하는 나팔꽃 콘서트’가 바로 그것. 이 콘서트는 국가인권위원회 제 1호 사건인‘제천시장 장애우 차별에 대한 국가인권위원회의 차별결정’이 있은 1년을 되새김질하는 자리였다. 그런데, 그 1년 동안 제천시는 차별을 시정하려는 어떠한 조치도 하지 않았다. ‘제천시민과 함께하는 나팔꽃 콘서트’는‘차별’적인 이 사건이 아무런 시정조치 없이 방치되고 있음 알리고, 차별철폐를 위한 힘을 모으고자 하는 자리였다.
1년 동안 이 사건은 어디까지 왔을까. 함께걸음에서 그‘차별’을 들추어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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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애우차별도시-제천시 |
〈화장실 다녀오기 전과 후, 마음이 다르다더니〉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 제1호 사건인‘제천시 장애우 승진 차별’의 내용은 이렇다. 지난 2002년 4월, 제천시는 보건소장 임용과 관련해서 법률상 우선적인 임용 적격자가 장애우라는 이유로, 의사면허가 없는 충청북도 보건사무관을 제천시로 전입시켜 보건소장으로 임용했다.
지체장애 3급인 이희원씨는 당시 제천시 보건과장이었고 법적으로 유일한 임용대상자였다. 그러나 제천시는“승진소요연수에 해당되는 사람은 의무과장인 의사 하나 뿐이나, 장애우라고 해서 얘기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15만 제천시민의 보건 향상과 보건복지를 책임지기는 좀 어렵다”는 이유로 임용에서 제외시켰다.
이후 인권위에서는 이 사건에 대해 “권희필(전 제천시장)이 이희원(전 제천시 보건과장)을 제천시 보건소장 임용에서 배제한 행위는 신체조건(장애)를 이유로 평등권을 침해한 차별행위로 인정한다. 권희필은 제천시 행정과 관련하여 장애를 이유로 한 차별 즉 제도와 정책이 있는지를 조사하여 이를 시정하고, 신체적 장애를 이유로 한 차별행위를 하지 않을 것을 권고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지난 1년 동안 제천시가 보여준 꿋꿋한 요지부동은 인권위의 발표가 그야말로‘권고’에 그쳤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작년 6·13 지방 선거 때 제천시장에 출마한 후보들은 앞다투어‘차별을 시정하겠다’고 약속했다. 당시 후보였던 엄태영 현 제천 시장도‘장애우차별도시라는 오명을 씻겠다’며 장담했다. 그래서 제천시민들과 제천시장장애우차별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는 사건이 새로운 흐름을 타고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화장실 다녀오기 전과 후의 마음이 다르다더니. 현재까지 제천시는 여전히 아무런 시정조치를 하지 않고 있다. 엄태영 현 제천시장은 묵묵부답. 인터뷰에도 응하지 않고 있다.
〈‘차별’조차 인정하지 않고 있는 제천시〉
사건 이후 40여개 시민단체는 공대위를 꾸려 충정북도와 제천시에 질의서 발송하고 1인 시위를 하는 등 활동을 벌였다. 제천 시민도 작년 6·13 선거때 재출마한 권희필(전 제천시장)에게 책임을 물어 낙선시켰다. 또한 피해 당사자인 이희원씨도 손해배상 청구소송과 인사조치무효 행정소송을 통해 법적 투쟁을 하고 있다. 이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안선영 변호사는“제천시는 이희원씨가 대학원을 다녀서 업무를 게을리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대학원은 야간 대학원이었고, 보건복지부에서는 격무 중에 대학원 공부까지 한다고 표창까지 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가 영어 번역 아르바이트를 한다는 제천시의 주장에 대해서“보건소 직원들은 단순히 이희원씨가 영어를 잘해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줄 알았다고 했다. 그러나 사실을 확인한 직원은 아무도 없었다. 영어를 잘 한다는 것은 업무상 승진 요건이지, 차별의 이유가 될 수는 없다.”라고 덧붙였다. 제천시는 이희원씨가 산불예방 훈련 등의 동원훈련에 참여하지 않았고, 보건진료 특성상 해야하는 방문진료 등에 어려움이 있어 부적합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다리에 장애가 있는 사람에게, 고유업무와 상관없는, 훈련을 받으라고 하는 것 자체가 차별이다.
“3개월이나 이유 없이 보건소장을 임명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이냐”라는 점에 대해서 제천시는“이희원씨의 내부검증기간”이었다고 답했다. 그러나, 제천시가 현 보건소장을 임용하는데 걸린 기간은 총 15일. 수수께끼 같은 일이다.
인권위에서 시정권고했던‘차별’조차 인정하지 않고 있는 제천시.‘차별’을 인정하고 싶지 않다면, 그에 합당한 이유를 대야할 것이다.
〈전임 시장이 있을 때의 사건을 어쩌라는 것이냐〉
공대위는 콘서트를 당일, 제천시장과의 면담을 추진했으나 이광훈 현제천부시장을 만나는 것에 그치고 말았다. 이 부시장은 내용조차 잘 모른다면서“시장도 바뀌고 조직과 시스템이 개편된 상태다. 전임 시장이 있을 때 사건을 어쩌라는 것이냐.”고 했다. 이에 대해 공대위는“시장이 바뀌었다고 차별 받은 사실이 없었던 일로 되는 거냐. 이희원씨는 제천시라는 조직 내에서 장애를 이유로 차별을 받았다. 차별시정을 위해서는 전·후임자나 조직 개편과 상관없이 제천시가 책임을 지는 것이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그리고“현 시장이 장애우 차별도시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공약을 했는데, 그렇다면 이제 와서 약속을 지키지 않겠다는 것이냐”는 공대위의 질문에 부시장은“시장의 의지를 나한테 물으면 어떻게 하냐.”라고 답했다. 그리고 이 사건이‘차별’임을 인정하느냐라는 질문에는“답변할 수 없다. 다만, 앞으로 장애우가 맘놓고 사는 제천시를 만들겠다.”라며 허둥지둥 둘러댔다.
작년에 사건을 맡았던 인권위의 정강자위원은 인권위가 권고를 할 수 밖에 없는 한계를 안타까워하면서, 이 사건이 1호인만큼 앞으로 관심 있게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복직, 이루어질 수 없을 것인가〉
차별을 행한 사람은 쉽게 잊을 수 있지만, 차별을 받은 사람은 아무리 사소한 차별일지라도 그 상처를 잊는다는 것이 쉽지 않다. 하물며 자신이 10년 동안 모든 것을 바쳐 일했던 직장에서 받은 차별이라면 더 말할 필요도 없다.
제천시가 오히려 이참에 전임 시장의 차별적인 인사를 인정하고, 적극적으로 시정하는 모습을 보여 ‘장애우 차별 도시’라는 오명을 벗는 좋은 기회로 삼기를 바라는 것은 욕심일까.
‘제천시 장애우 승진차별’사건은 1년 전이나 지금이나 제천시의 굳은 아집으로 인해 제자리에 있다. 제천시가 차별에 대한 문제의식이 없다면, 제천시민이 일어서야 한다. 차별임을 인식하고 목소리는 내는 제천시민이 있다면 제천시도 ‘어쩔테냐’하고 내민 배를 들이밀 수밖에 없을 것이다.
“상처가 나으려면 새살이 돋아야 한다. 새살이 돋으려면 상처를 밖으로 끄집어내야 한다. 그리고 상처 안의 지저분한 것들을 모두 들어내야 한다. 그래야 상처가 아물 것이다.”
(나팔꽃 공연 중에서)
글·사진 최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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