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장차법을제정하자 (8)-「장애인차별금지법제정추진연대」깃발을 올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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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된 장애인차별금지법이 만들어진다면 지금 죽더라도 여한이 없습니다”「장애인차별금지법제정추진연대」(이하 장추련) 상임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열린네트워크 변경택사무처장의 말이다. 가슴 절절하다.
누군가는 이 이야기를 듣고 이런 사람과 함께 한다면 끝까지 해보겠단다. 비록 그 동안 장애계가 제살 깍아먹기식의 비판과 비난이 난무하고, 운동이라기 보다는 이익단체로써의 활동에 매몰된 측면이 없지 않기 때문에 연대함에 있어 걱정이 앞서기도 했다지만, 장추련에서 함께 하는 사람들의 마음가짐이 이렇다면 끝까지 함께 해볼만하지 않은가 하는 것이 그이의 말이다.
그렇다면 변경택대표가 말하는 제대로 된 차별금지법이란 무엇일까. 법 하나로 온전한 권리를 찾을 수야 없겠지만 가능하면 모든 장애 가진 사람들과 관계자들, 그리고 전국민이 합의하고 상식적인 사회를 이루는데 보탬이 되는 그런 법이 아닐까. 그 동안 소외와 편견, 차별의 늪에서 허우적대던 장애 가진 사람들이 이 땅의 주인으로 우뚝섬이 아닐까.
그는 장애인의 소외와 차별을 "그들"이라는 표현에서 찾고 있다. 우리가 우리 스스로에게 "그들"이라는 대명사를 만들어 사용하고 있음으로 해서 우리 스스로 장애인을 대상화하고 소외시키는 자기모순을 갖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는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운동은 잃었던 우리의 가슴을 되찾는 대장정의 운동”이라고 말한다. 법 제정 과정에서 장애우들이‘장애’와 ‘차별’이라는 것을 분명히 인식할 때라야만 법 제정이 의미 있다는 것이다.
그의 말처럼 이번 장추련의 출범이 단순한 ‘법 제정’이 아니라 법 제정 ‘운동’을 위함이라면‘법’이라는 결과가 중요한 것은 아닐 것이다. 함께 문제를 살펴보고 대안을 논의하면서 마음을 모으고 신뢰를 회복하는 것.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스스로의 권리가 무엇인지 인지하여 목소리를 높이는 것. 그런 과정을 갖는다면 장애계가 원하는 강력한 법은 필연이 될 수밖에 없지 않을까.
그런 열망과 기대를 모으는 「장애인차별금지법제정추진연대」가 지난 4월 15일 프레스센터에서 공식 출범식을 가졌다.
이 날 출범식은 법제정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는 유동철교수(동의대 사회복지학과)의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의 필요성’이란 주제의 기조강연으로 시작되었는데, 강연 내내 힘있고 흥분된 어조는 사회복지교수 신분의 전문가라기보다는 활동가, 투사라는 강한 이미지를 남기기도 했다.
그는 시혜가 아닌 권리에 입각한 장애인복지정책은 장애우를 ‘장애로 인한 사회적 배제(social exclusion)기제에 의해 불이익을 당하는 사람’으로 정의하고, 따라서 차별적 사회 기제를 없애는 것이 중요한 이슈가 된다며, 시혜에 입각한 보호정책이 적극적 보장정책, 권리확보 정책으로 전환됨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뒤이어 주신기대표는 “본질적이고 제도적인 뒷받침 없이는 모든 장애인이 인간다운 삶을 보장한다는 것이 어불성설임을 깨달았고, 입장의 차이를 넘어, 단체와 단체를 넘어 한목소리를 담아내자”며 장애우 운동에 있어 가장 역사적이고 소중한 날이라고 감회를 표했다.
또 여성장애우계의 대표인 이예자회장은 “이 땅에서 장애차별이 사라져야 한다는 우리 모두의 절박함이 장애계를 하나로 묶었다. 무엇보다 남성 중심적인 가부장제 문화 속에 성차별, 장애차별 등 몇 겹의 어려움 속에 살고 있는 여성장애인의 차별의 경험이 법제정 과정과 법률(안) 속에 당연한 권리로 보장되기를 바란다. 또한 이번 기회에 장애계내에서도 극심한 성차별의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성평등 의식이 장애계내에 체계화되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장추련에 거는 기대를 표시했다.
노들야학 교장 박경석대표는 “장애우는 장애를 가졌다는 ‘다름’의 이유로 구조적이고 일상적인 차별의 폭력 앞에 노출되어 왔다. 차별금지법 제정 운동은 당당한 인간의 권리를 쟁취하기 위한 또 하나의 투쟁을 의미한다.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는 것은 자본의 구조에서 가장 억압받고 차별받는 장애인들의 해방이 바로 소수자를 포함하는 노동자, 민중의 해방과 다르지 않다. 장애우계층의 집단적인 이익만을 위한 것이 분명히 아니다. 이제는 실천만이 남아 있을 뿐이다”고 굳은 결의를 표시했다.
이 밖에도 권영길 민주노동당 대표와 한국여성단체연합의 이강실대표는 연대사를 통해 이 땅의 차별 받는 계층들과 언제나 함께 할 것을 약속했다. 권영길대표는 “이 법을 지키지 않으면 가혹한 처벌을 내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내용이 중요하다. 끝까지 연대하겠다”고 밝혔으며, 이강실대표는 “장애우는 여성보다 더 많은 차별과 편견 속에 살아가고 있다. 과정에서 장애우가 당당한 주체로 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이를 통해 장애우의 억압과 차별에서 벗어나 우리 사회의 주체로 자리매김 해야 하는 계기로 거듭나야 함을 강조했다.
이 날 출범식 전체 분위기는 차분했다. 그러나 연설자들의 다부진 결의에 찬 어조와 연설내용은 비장함마저 들게 한다.
이제 깃발을 올렸다. 사회운동에서도 소외되었던 장애계가 오랜만에 한국 사회 차별금지법 제정운동의 선두자로서 발빠른 행보를 하고 있다. 450만 장애우와 양심적 시민들은 모두 모일 수 있는 깃발이 되길 기대한다.
한편 지난 4. 18 청와대 국민참여수석실은 4월 20일 장애인의 날을 맞아 420차별철폐기획단과 장추련 대표들과 면담을 가졌다. 청와대측의 선제안으로 이루어진 이번 간담회는 약 2시간 동안 진행되었는데, 국민참여수석실에서 하는 역할과 두 단체의 요구사항이 코드가 맞지 않아, 결론이 내려진 것은 별로 없었다는 것이 참여자들의 반응이다.
박주현수석은 장애인의 날을 맞아 의견수렴차원에서, 그리고 소통과 신뢰구축이 중요하다는 차원에서 자리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국민참여수석실에서는 장애인복지관련 제안을 분석한 결과 인수위 접수 사회복지관련 제안 740여건 중에서 장애인관련 제안이 전체의 29%를 차지하고 있으며, 장애인차별금지법과 연금법, 장애인 이동권 및 자립생활에 관한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음을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앞으로도 장애인단체의 의견을 듣고 관련 제도개선을 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이 간담회에는 4월 발족한 청와대의 ‘빈부격차완화및차별시정기획단’도 자리를 함께 했는데 청와대 차원에서도 전반적인 차별금지법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고 밝혔다.‘장애인차별금지법’처럼 개별 차별영역에 대한 별도의 법이 마련되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논의가 충분치 않아 입장이 정해지지 않았지만 장추련의 요구안을 잘 받아들이겠다며, 이후를 기약하기도 했다. 이 날 간담회는 청와대 내에 편의시설이 설치되어 있지 않아 국민고충처리위원회에서 진행됐다.
장애인차별금지법 범장애계 연대 추진경과(자료제공: 장추련)
2001. 2 장애인차별금지법에 대한 논의 및 골격마련(열린네트워크)
2001. 7 장애인차별금지법제정을 위한 국토순례(부산→서울)
2002. 4 국회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 청원(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2002. 6 장애인차별금지법제정추진위원회 구성 및 법안 마련(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2002. 7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국토순례(부산→서울)
2002. 10 장애차별금지법안 공청회(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2002. 11 장애인차별금지법제정을위한 공동대책위원회 결성 제안(한국장총)
2002. 11 장애인차별금지법추진협의회준비위원회 제1차 회의(35개 단체)
2002. 12 장애인차별금지법안 설명회(열린네트워크)
2003. 1 장애인차별금지법과 사회적차별금지법 공청회(부산장애인권리찾기연대)
2003. 1 장애인차별금지법추진협의회준비위원회 제2차 회의(47개 단체)
2003. 2 장애인차별금지법제정추진연대 제1차 회의
2003. 2 장애인차별금지법제정추진연대 제2차 회의
2003. 3 장애인차별금지법제정추진연대 제3차 회의
2003. 4 현재 58개 단체 연대 가입
2003. 4. 15 장애인차별금지법제정추진연대 출범식
2003. 4. 20 420대국민선전전 및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문화제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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