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동네 이대로 안된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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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수사가 3개월째로 접어들면서, 오 신부는 꽃동네 회장직을 사임했다. 검찰도 수사의 고삐를 죄고 있다. 충주지청은 “꽃동네의 비협조로 수사가 늦어지고 있다”며 “압수수색도 고려할 것”이라는 강한 의지를 보였다. 수사가 늦어지면서 오 신부의 소환도 늦춰지고 있지만, 검찰의 의지로 비춰볼 때 다음달 중으로 꽃동네 오 신부의 수사가 종결될 수 있다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꽃동네 후원금과 재산 등에 관련된 새로운 의혹
충북 음성 꽃동네 설립자 오웅진 신부의 횡령 등 개인비리 혐의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막바지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꽃동네 후원금과 재산 등에 관련된 새로운 의혹들이 계속해서 불거지고 있다.
지난 3월 4일 밤 11시에 방영된 MBC <PD수첩> ‘꽃동네, 거지신부님의 진실’편에서는 오 신부의 조카가 꽃동네 소유의 땅을 상속받고, 이 땅을 담보로 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또 최근 인터넷신문 <오마이뉴스>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천주교 청주교구가 거액을 들여 청주시내 모 병원을 인수하면서 꽃동네 후원금을 유용했을 가능성도 큰 것으로 알려졌다.
MBC PD수첩팀이 확인 보도한 사실은 오 신부의 조카인 정모씨가 꽃동네 소유의 토지를 상속받아 담보 대출을 받고, 가압류도 당하는 등 사적으로 유용했다는 내용이다. 정씨는 지난 1989년 꽃동네 측이 아버지 정씨의 명의로 사들인 충북 청원군 일대 꽃동네 농장의 땅 일부를 상속받았고, 그 땅을 담보로 외환은행에서 2500만원을 대출 받았다.
그 후 정씨는 한때 자동차 대출금을 갚지 못해 이 땅을 ‘가압류’ 당한 경험도 있다. 오 신부의 매형인 정씨는 아들이 꽃동네 땅을 유용해 은행 대출을 받은 것에 대해 “아들이 한때 사업을 하다 잘못돼 잠깐 근저당을 설정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오 신부의 조카인 정씨도 “그 땅이 아버지의 자산이고, 아버지의 것으로 알고 있어서 그렇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 동안 꽃동네 측은 토지매입에 형제들 명의를 빌리기는 했지만 오 신부나 형제들이 사적으로 유용한 적은 없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MBC 취재팀에 의해 사적 상속과 대출금 담보 등의 사실이 밝혀지면서 오 신부의 가족들이 자신을 위해 꽃동네 재산을 사용했다는 의혹과 가능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 꽃동네 측은 오 신부의 조카인 정씨가 사적으로 유용한 땅은 꽃동네 땅 수만평 중 일부라고 해명하고 있다. 꽃동네 측의 자발적 변호사로 나선 손광운 변호사는 PD수첩 방영 뒤 <오마이뉴스>에 보낸 해명 글에서 “상속한 부동산을 조카가 근저당했던 부분은 수만 평의 땅 중에 극히 일부분”이라며 “조카가 등기권리증도 없는 상태에서 토지대장 등만을 갖고 사용했던 것이고, 재단의 재산목록에서도 누락된 바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꽃동네 측이 토지의 ‘사적 유용’ 가능성을 줄기차게 부인해 온 상황에서 밝혀진 이런 사례는 꽃동네의 해명을 의심스럽게 만들고 있다. 토지 상속에 대한 법적 해석도 명확하다. 법무법인 한강의 최재천 변호사는 MBC PD수첩팀과의 인터뷰에서 “토지가 상속되고 담보 대출까지 받았다면 사실상 개인재산화 됐다고 봐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꽃동네 후원자들이 내는 돈은 결코 천주교에 대한 ‘헌금’이 아니다.
꽃동네 후원금의 전용 문제는 개인 상속 문제보다 훨씬 더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월 19일 <오마이뉴스>가 새롭게 제기한 의혹은 천주교 청주교구가 약 100억원에 이르는 꽃동네 후원금을 병원 매입에 유용했다는 내용이다. 또 청주교구가 지난 2001년 충북재활원을 증여 받는 과정에서 발생한 채무를 꽃동네 후원금으로 변제했다는 의혹도 떠올랐다.
재단법인 청주교구천주교회유지재단(이하 유지재단)은 지난 97년 3월12일 경매에 들어간 청주 성모병원(전 리라병원)을 97여억원에 낙찰 받았다.
유지재단은 그간 꽃동네 후원금과 청주교구의 재산을 공동 관리해왔다. 꽃동네 후원금의 총 규모는 베일에 싸여 있지만, 회원 규모가 80만 명에 달하는 것을 감안하면 연간 수십 억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청주교구의 1년 예산은 40억원 정도. 대부분 청주지역 50여개 성당에서 보내온 교납금(각 성당에서의 헌금 등 수입의 일부를 받은 수입)이다. 이와 관련 한 신부는 “대부분의 교구는 인건비와 신축 성당 지원 경비 등으로 교납금을 지출하고 빠듯한 살림살이를 꾸려간다.”고 말했다. 결국 유지재단이 가용할 수 있는 돈은 대체로 후원금인 셈이다.
이와 관련 오웅진 신부의 한 측근인 윤시몬 수녀는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성모병원을 인수할 때 꽃동네 후원금을 준 적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그런 일이 없다.”면서 “청주교구와 꽃동네와는 전혀 상관이 없다.”고 부인했다.
하지만 <오마이뉴스>가 접촉한 관계자들은 “두 가지 자금이 혼용돼 관리해왔을 것”이라면서 “성모병원 낙찰대금도 후원금에서 빠져나갔을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성모병원 인수 당시 청주교구 주변에 있었던 한 관계자는 “성모병원이 97억에 낙찰됐는데, 이후 병원 등기부 등본을 떼보니 이미 값비싼 의료기계는 다 빼돌리고, 주차장도 타인명의(25억), 병원 입구 부지도 타인명의(10억)로 돼 있어 한마디로 ‘의료쓰레기’였다”면서 “낙찰금을 포함해 병원 인수 초기 자금인 150억원의 출처는 ‘미스터리’지만 아마 이 돈을 오웅진 신부가 댄 것이라는 얘기가 나왔다”고 전했다.
또 다른 신부도 “사제들이 대부분 성모병원 인수는 역부족이라고 반대했는데 교구장(정진석 대주교)의 힘으로 밀고 나간 것”이라면서 “청주교구가 무슨 돈이 있어서 그 돈을 댔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청주교구 천주교회 유지재단이 충북 청주시 흥덕구에 위치한 사회복지법인 ‘충북재활원’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채무를 변제하는 데 꽃동네 후원금을 유용했다는 의혹도 있다. 유지재단은 지난 2001년 4월 충북재활원을 증여 형식으로 인수했다.
유지재단은 당시 충북재활원이 보람은행(현 하나은행)과 ‘신충은 상호신용금고’ 등으로부터 담보 대출 받은 채무 10여억원을 떠 안았다. 유지재단은 그해 5월과 7월 두 차례에 걸쳐 이 채무를 모두 변제했지만 당시 유지재단이 10억여원이라는 거액의 채무 변제금을 어떻게 마련했는지는 의문에 싸여 있다. 성모병원 인수건과 충북재활원 사건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꽃동네 후원자들이 내는 돈이 결코 천주교에 대한 ‘헌금’이 아니라는 점이다.
청주교구와 꽃동네 측은 그 동안 후원금이 비록 유지재단 계좌로 들어오고 있지만, 청주교구 예산과 엄격히 분리해 관리한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청주교구의 병원인수에 막대한 금액의 꽃동네 후원금이 사용됐다는 의혹이 다시 제기됨에 따라 현재 검찰도 이 부분에 대한 수사를 강화하고 있다.
최근 청주지검 충주지청(지청장 김규헌)은 오웅진 신부의 후원금 횡령 혐의 등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위와 같은 두 가지 혐의점을 추가로 포착해 계좌추적 등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그간 오 신부의 개인 비리 혐의에 국한됐던 검찰의 수사가 청주교구의 꽃동네 후원금 유용 혐의 등으로 확대된 것을 의미하는 것이어서 그 결과가 주목되는 일이다.
한편 꽃동네 안팎의 변화도 크다. 검찰 수사가 3개월째로 접어들면서, 지난 3월 4일 오 신부는 꽃동네 회장직을 사임했다. 오 신부의 뒤를 이어서는 지난 2대 꽃동네 회장을 역임했던 신순근 신부가 회장직을 이어받았다.
검찰도 수사의 고삐를 죄고 있다. 충주지청은 지난 3월 14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꽃동네의 비협조로 수사가 늦어지고 있다”며 “압수수색도 고려할 것”이라는 강한 의지를 보였다. 수사가 늦어지면서 오 신부의 소환도 늦춰지고 있지만, 검찰의 의지로 비춰볼 때 다음달 중으로 꽃동네 오 신부의 수사가 종결될 수 있다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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