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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정신]“내 삶의 기준은‘양심’에 따라 사는 것”

600원 사건 노래 만든 윤민석 씨

본문

 

▲윤민석씨

누구나 한번쯤 노래를 부르면서 눈물을 흘려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노래 가락에 취했건 가사에 나를 담아 되뇌이며 감정에 빠졌건 말이다. 그 눈물은 어느새 가슴으로 스며들고 내 머리와 온 몸을 감싼다. 그리고 내가 노래와 똑같다 라거나 노래처럼 살겠다고 다짐도 한다. 노래는 그런 것이다. 자연스럽게 생각의 폭을 넓히게 하기도 하고 나를 뒤돌아보게 하기도 한다.
그 노래의 힘과 감동을 믿고 계속 노래를 통해‘시대정신’을 이야기하는 투사가 되겠다는 사람이 있다. 윤민석. 그이는 전대협 진군가, 애국의 길, 편지2, 서울에서 평양까지, 새세대청춘송가 등 알만한 민중가요를 작사, 작곡한 사람이다. 근래는 민중가요의 체계적 정리와 무료보급을 위해 송앤라이프(http://songnlife.com)라는 인터넷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 해, 이회창 전 총재를 빗댄‘누구라고 말하지는 않겠어’와 동계올림픽에서 자행된 안톤 오노의 방자함과 미국의 오만을 노래한‘Fucking U.S.A’로 더 잘 알려진 민중가요 보급자이기도 하다. 송앤라이프닷컴은 2002. 12월 이런 공로가 인정돼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에서 수여하는 민족예술상 단체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소제목‘외연의 확장’을 실천하는 사람
기자가 그이를 만난 것은 일명, 부산의 600원 사건 때문이다.(본지 2002. 12월호 참조) 자신의 의사를 제대로 표현할 수 없는 정신장애를 장애우가 강압적 수사에 못이겨 진술한 내용을 장애의 특수성을 전혀 고려치 않은 채 너무나 엄격하게 법을 적용한 나머지 600원을 훔쳤다는 이유로 300만원의 벌금을 받아야 하는 현실이 너무나 어이없고 가슴아파, 그이는 그 즉시‘어느 장애인 장발장의 노래-법대로 처리된 육백원 절도범을 위하여-’를 만들었다고 한다.
보통 학생운동, 사회운동을 했다는 사람도 장애문제에 접근할 때에는 단순히‘좋은 일’로 밖에 치부하지 않는 한계가 있음을 종종 보아온 기자로서는, 그가 이 사건을 노래로 만든 이유가 무척 궁금했다. 아니 단순한 궁금증보다는 그의 입을 통해, 바른 생각을 갖고 건강하게 살고자 하는 사람들이 장애문제를 바라볼 때 어떠해야 하는지, 어떻게‘외연의 확장’을 실천하고 있는지 알리고 싶었다.

▷소제목 : 양심의 명령에 따라 사는 것이 참된 삶
“신문을 보는 순간 어이가 없고 기가 막혀서 ‘헉헉’소리밖에는 나오지 않았어요. 전두환, 노태우. 지금 추징금 한 푼도 안내고도 잘 살고 있죠, 이명박 서울시장은 턱없이 낮은 의료보험료를 내면서도 정당하다고 하죠. 그런데 자기 목소리 낼 수 없는 사람들은 꼭 당해요. 천민자본주의 사회를 살고 있는 서민들에게 법은 최소한의 배려도 없는 거예요. 이게 잘난 이들이 말하는‘법대로’라면 끝까지 별 10개 달더라도 법 여기며 살겠습니다”
그이가 이렇게 말하는 이유는, 현재 그이도 소송에 걸려있기 때문이다. 지난 해 4월‘누구라고 말하지는 않겠어"라는 노래에 대해 한나라당은 이회창 후보를 비방한 노래라며 지난 4월 명예훼손으로 소송을 걸어 현재까지 소송이 진행 중이다.
그이는 어느 장애인 장발장의 눈물’을 말하면서 이렇게 이야기했다.
“노래를 만드는 동안 혹 정00씨와 가족 분들께 누가 되지 않을까, 제 뜻과 달리 값싼 동정으로 비치지 않을까 내내 고민했습니다. 그렇지만 어떻게든 위로가 되어드리고 싶은 조급함에 못하는 노래실력임에도 직접 노래를 해서 올리기로 했습니다. 저는 이 노래를 통해 사람들이 힘없고 소외 받는 이들을 조금도 배려할 줄 모르는 이 천박한 세상에 대해 화를 내고 욕하고 슬퍼했으면 좋겠습니다. 저와 함께 부끄러워하고 함께 속죄하며 조금씩이라도 바꾸어 나갔으면 정말 좋겠다는 바람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신문 한 모퉁이를 장식하고 있는 장애 가진 사람의 기사를 보고 이렇게 속상해하며 반성하고 노래까지 만들 생각은 하지 못한다. 그럼, 그와 장애는 어떤 인연이 있는 것일까?
“송앤라이프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최근의 노래 경향만을 보고 엽기적이고 튀어보려는 곳으로 오해를 해요. 하지만 결의수준만 높이며 싸우자라고 외치는 것뿐만 아니라 가능하면 사회 전반적인 문제에 대한 고민과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어요. 작은 신문, 지역신문의 작은 사건이라도 우리네 소시민들이 살아가는 다양한 모습과 부당함에 관심을 갖는 것, 그게 송앤라이프와 노래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그이의 말에 따르면 그 동안 통일, 반미 등 사회, 정치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목소리를 내왔다고 생각하지만 상대적으로 여성, 장애우 등 소수자 문제에 대해서는 총론이나 담론의 부분에서는 동의하지만 구체적 연대는 부족했다는 것이다.
그이는“일종의 빚을 지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그러니까 장애 가진 사람을 불쌍하다고 생각해서가 아니라 열심히 싸우는 사람들에 대해서 말이죠. 연대가 필요한데, 쉽게 접근하기 위해 저 같은 딴따라에게는 노래가 유일한 수단이죠."라고 말했다.
기자는 그 자리에서 “일종의 부채의식인가요?”라고 물었는데, 돌아오면서 곰곰히 생각해보니 그건 예의를 지키고 살고픈 인간의 본성, 그러니까‘낮은 곳으로의 연대’를 끊임없이 고민하고 실천하는, 인간 ‘윤민석’의 자연스런 모습이었다.

▷소제목 : 장애와 윤민석
그이와 이야기를 하다보니, 그이가 장애문제에 관심을 갖고 또 장애계 사람들과 관계를 맺은 것이 참 오래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김호철이라는 형 때문이죠. 형과 저는 노선은 다르다고 하지만 인간적으로 참 신뢰하는 관계예요. 호철이 형이 장애운동을 하는 사람들과 저를 연결시켜 주었지요. 지난 해 죽은 정태수가 씨가 실은 죽기 일주일전에도 우리 작업실에 와서 계단 내려오기 힘들다고 툴툴 거렸는데, 그래서 죽었다는 것이 실감나지 않는데,(정태수열사 추모곡: 김호철씨가 작사작곡한 ‘태수야’라는 노래는 송앤라이프에 올려져 있다) 얼마 전 이동권연대투쟁의 현장에 가보고 박경석 교장선생님을 만나고 나니, 돌아오는 길에 계단과 턱 밖에 보이지 않는 거예요. 아마 어스름한 저녁이었으니까 평소 같으면 야경에 빠져 멋지다는 소리밖에 못할 저에게, 그 날은 평소에 무심했지만 사람들의 권리를 침해하는 여러 가지 것들이 보이더라고요. 아는 만큼 느끼고 보는 거죠”
‘장애’라는 차이를 인정하고 장애를 가진‘사람’의 중요성을 이야기하고 싶다는 그는 대뜸 요즘의 광고카피 하나를 이야기한다.
“‘차이는 인정한다. 차별엔 도전한다’참 좋은 말이죠. 말은 쉬운 듯 한데, 삶 속에 들어오게 하는데 있어서 고통과 땀 없이는 내 진실로 다가오지 않습니다.”
맞는 말이다. 말이 실천의 모습으로 드러나는 것은 참으로 힘겨운 일이다. 하지만 그이는 실천하려 애쓰고 있다. 그에게 세상의 모든 일은 나와 관계된‘우리’의 일이었다.
 


글 여준민 기자 사진


 

작성자여준민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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