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윤락가의 두 장애여성, 이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나? > 기획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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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윤락가의 두 장애여성, 이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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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우 인권 유린의 끝은 과연 어디쯤인가? 장애우에 대한 폭력과 인권 유린이 상상을 초월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 1월말 세상에 알려진 성남장애여성성매매 사건은 그 동안 소문으로만 무성하던 여성장애우 성매매 실상이 사실로 확인되었다는 점에서도 충격을 줬지만, 그와 함께 우리 사회 밑바닥에서 행해지고 있는 장애우 인권 유린의 실상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아연실색하게 만들고 있다. 오갈 곳이 없이 사회 밑바닥 윤락가에 버려져 매춘여성으로 전락해야 했던 최 양과 신 양, 이 두 여성장애우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현실에서는 도저히 가능하지 않다고 생각되어지는 장애우 인권 유린이 사실로 드러난, 성남장애여성 성매매 사건의 전모를 추적했다.

▲장애우인권유린현장-윤락가

 
<장애여성 감금된 채 윤락행위 강요당해>
지난 1월 25일 성남 남부 경찰서는 성남시 중동에 있는 모 유흥주점 업주 이모(29세)씨와 마담 박모(29세)씨를 붙잡아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과 「윤락행위방지법」위반 등의 혐의로 법정 구속했다.
사실 윤락가 업주들이 「윤락행위방지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되는 것은 흔히 있는 일이어서 사람들의 큰 관심을 끌만한 사건은 아니었다. 그런데 이번 사건은 달랐다. 이 사건은 곧바로 언론에 보도됐고, 특히 장애계에 큰 충격을 줬다.
무슨 까닭일까? 그 이유는 업주가 구속된 혐의가 단순 성매매 사건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업주는 비장애여성이 아니라 장애여성을 성매매 대상으로 삼은 것으로 드러났다. 그 동안 막연하게 추측만 하던 장애여성도 성매매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기우가 아닌 사실로 밝혀진 것이다.
이렇게 이번 사건은 표면적으로는 장애여성이 성매매 대상이 됐다는, 하나의 작은 충격으로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런데 그것뿐이었으면, 장애여성도 성매매 대상이 될 수 있으니까 조심해야 한다라는 경각심을 일깨우고 이번 사건은 잊혀졌을 것이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사건을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다르겠지만 경찰 조사결과에 따르면 이번 사건은 장애여성이 성매매 대상이 됐다는 것은 부차적이고 오히려 장애여성에게 가해진 가혹행위와 인권 유린이 사건의 핵심이라고 해도 크게 틀린 말이 아니었다. 즉 피해 여성인 장애여성들이 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로 윤락가에서 심한 학대와 가혹행위를 당한 것이 성매매 사실보다 더 큰 충격을 주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도대체 성남시 중동 윤락가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지금부터 내막을 추적해 보자.
지난 1월 22일 성남시 중동 윤락가에서 한 비장애우 여성이 탈출했다. 김모(19세)양 이라고 불리는 이 여성은 손님의 핸드폰을 이용해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어 구조요청을 했고, 아버지가 청소년보호위원회와 경찰에 연락해 이 여성은 바로 성남 남부 경찰서에 인계됐다. 그런데 경찰 조사 과정에서 김 양은 경찰에게 뜻밖의 부탁을 했다. “일 하던 업소에 장애여성 두 명이 감금돼 있다. 이들도 구해달라”는 부탁이었다.
1월 23일 경찰의 연락을 받은 성남여성장애인성폭력상담소 상담부장 유재순 씨가 이 사건에 결합하게 된다. 유 씨는 경찰과 함께 김 양이 일하던 업소를 찾아가 한 눈에 보기에도 장애를 가진 것이 확인되는 최정민(가명)양을 구해냈다. 하지만 김 양의 말과는 달리 업소에는 또 한 명의 장애여성이 없었다.
1월 24일 성폭력상담소에서 보호를 받던 김 양이 업소에서 가져온 짐을 정리하다가 사진 한 장을 꺼내들고 유 씨에게 말했다. “이 애가 내가 말한 장애우예요.” 유재순 씨는 곧바로 경찰에 연락했고 경찰을 대동하고 다시 업소를 찾아가 어제는 보이지 않았던 정신지체 장애여성 신혜수(가명) 양을 구해냈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두 명의 장애여성은 모두 미성년자를 갓 넘긴 만 19세의 어린 나이인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면 두 장애여성은 어떤 연유로 성매매 대상이 됐던 것일까,
두 장애여성을 상담한 성폭력상담소 유재순 부장에 따르면 정신지체인인 신 양의 경우는  아버지가 재혼했는데 배다른 언니의 심한 학대를 견디지 못해 가출해서 파주 윤락가 용주골을 거쳐 성남으로 팔려왔고, 편마비 장애를 가지고 있는 최 양은 부모의 비장애우 형제와 자신을 비교한 차별, 그리고 병신이라고 놀리며 왕따시키는 교내폭력을 못 이겨 다니던 고등학교를 그만두고 역시 가출해서 티켓다방을 전전하다가 안면도 유흥가를 거쳐 성남으로 팔려왔다고 한다.
경찰 조서에 따르면 그 동안 두 장애여성은 성남 윤락업소에 사실상 감금된 채 최정민 양은 150일 동안 300백회, 신혜수 양은 80일 동안에 80회의 윤락행위를 강요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상상을 초월한 가혹행위>
발견 당시 두 장애여성 복부에는 라이터로 지진 화상 흔적이 각각 네 군데 있었고, 정민 양 등에는 불에 달군 쇠젓가락에 의한 화상도 있었다는 게 유재순 상담부장의 증언이다.  유 씨에 따르면 특히 최정민 양의 경우, 말을 못 알아듣는다며 아예 왕따 시켰던 혜수 씨에 비해 더 잔혹한 학대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고 한다. 단적인 예로 정민 씨는 성병에 걸려  질내에 고름덩어리가 생겼는데, 업소 마담이 병원에 데려가지 않고 업소에서 쪽가위로 고름덩어리를 잘라내 정민 씨가 많은 피를 흘려야 했다는 게 유 씨 말이다.
또한 최 양이 장애 때문에 행동이 느리다는 것을 이유로 지속적인 구타가 가해졌고 사람 분뇨까지 강제로 먹이는 등 최 양에게 가해진 가혹행위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심했다는 게 유 씨 얘기다.
또 다른 장애여성 신혜수 양에 대해 유재순 상담부장은 “혜수는 경찰 조서 작성시 구타라는 말의 뜻을 이해하지 못할 정도로 심한 장애를 가지고 있었다. 정신지체 2급의 장애를 가진 것으로 추정되는데 집 주소나 주민등록번호도 외우지 못하고 있었다. 장애우 등록증은 물론 업소에서 의무적으로 작성하게 되어 있는 보건명부에도 이름이 없었다. 탈출한 김 양의 증언에 따르면 경찰에서 단속을 나올 경우 업주가 혜수 양을 골방에 감췄다고 한다. 그런데 혜수 양은 확인해본 결과 빚이 260만원밖에 되지 않는다. 이런 경우 윤락업소에 팔려오는 경우가 드물어 업주에게 물어봤더니 업주는 혜수 양을 용주골에서 싼 맛에 데려왔다고 했다. 그런 다음 혜수 양과 정민 양에게 만취 상태인 남성들만을 대상으로 성매매를 강요했다.” 라고 말했다. 유 씨는 이어 “이번에 적발된 성매매 여성 7명 가운데 2명이 장애여성인 것을 감안하면, 전국적으로 성매매를 강요당하는 여성장애우의 수는 짐작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런데 이런 유재순 상담부장의 말과는 달리 경찰은 이번 사건을 다소 안이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기자가 경찰서에 찾아가 만난 한 형사는 “그 여성들을 장애우라고 볼 수 없다. 장애우등록증도 없고, 장애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경미한 장애를 가지고 있다. 왜 장애우 단체에서 벌떼처럼 이러는지 모르겠다. 최 양은 다리를 조금 저는 정도이며, 신 양은 착한 저능아일 뿐이다.”라고 말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기자가 열람한 경찰 조서에는 두 장애여성이 장애우라는 이유로 당한 가혹행위가 다음과 같이 생생하게 적혀 있었다.
최정민과 신혜수는 우측복부 등에 2주 치료를 요하는 화상 상처 있고, 마담이 최정민에게 행동이 느리고 대든다는 이유로 화장실 오줌 먹을래 벌설래 양자택일을 강요하자 최정민이 오줌을 먹는다고 해서 변기통 내에서 변을 떠오도록 강요. 겁에 질린 최정민이 먹음, 마담이 최정민에게 30센치미터 오뎅꽂이 막대기로 엉덩이 가격, 2주 치료 요망, 양쪽 둔부 대퇴부 상해 등 등
피해자인 두 장애여성은 지금 여성장애우 쉼터에 들어가 있다. 또 한 가지 안타까운 점은혜수 양과 정민 양 모두 경찰에서 수소문해서 가족을 찾았지만 가족이 데려가기를 거부하고 있다는 것이다. 유재순 부장은 “정민 양의 경우 집에다 연락했는데 법적 보호자가 가정불화를 이유로 데려가는 것을 거부했고, 혜수 양도 경찰에서 지문 조회로 집을 찾아서 연락했지만 데리러 온다던 보호자가 나타나지 않았다.”라고 말하고 있다. 결국 두 장애여성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대책이 없는 상태에 놓여 있다고 볼 수 있다.
두 장애여성이 쉼터에 들어가 있어서 기자는 이들을 면담할 수 없었다. 대신 수소문해서 어렵게 이번 사건을 세상에 알린 문제의 김 모양을 만날 수 있었다. 다음은 김 양이 육성으로 전하는 두 장애여성이 겪은 인권유린 내용이다. 이런 게 지옥 풍경이 아니면 과연 어떤 게 지옥 풍경일까?
“혜수의 경우는 저 보다 3일 정도 먼저 와 있었고, 정민이는 제가 업소에 들어갔을 때 이 미 3개월 정도 됐다는 말을 들었어요. 혜수와 정민이에 대한 가혹행위는 마담이 업소에 없었을 때는 일어나지 않았어요. 제가 들어온 지 한달 쯤 뒤에 마담이 왔는데, 그러니까 정민이가 업소에 팔려온 지 4개월쯤 되었을 때 마담이 온 거죠. 처음에는 마담이 잘해줬어요. 정민이 머리도 빗겨주고 그랬는데, 그렇게 잘해주더니 조금씩 심하게 다루더라고요. 어느 날부터는 뭐가 날아다니기 시작하더니, 그 다음부터는 심하게 마담이 혜수와 정민이를 때리고, 나중에는 홀에 손님이 있어도 때렸어요.
처음에는 일이 끝나고 때렸는데, 나중에는 강도가 심해지면서 홀에서도 막 때렸어요. 일을 끝내고 2층에 올라가서도 잠도 못 자게 하고 때리고, 업소에 저와 같은 나이(19세)의 애들이 네 명 있었는데 애들이 정민이를 때리게 하려고 일부러 한 두시간 늦게 끝내주는 거예요. 마담이 정민이 때문에 늦게 끝나는 거니까 올라가서 정민이를 때리던지 죽이던지 마음대로하라고 말했어요. 사실 1층에서는 우리가 서로 경쟁관계이기는 하지만, 2층에서는 아니에요. 1층에서는 마담 때문에 서로 욕도 하고 때리기도 하고 그러지만, 2층에 가서는 아까 미안하다고 서로 사과하고 그러거든요. 그런데 마담이 2층까지 올라와서 정민이를 때리라고 한 거예요.
솔직히 우리는 하루 네 다섯 시간 정도밖에 못 자요. 아침 6시에 영업이 끝나는데, 8시나 10시까지 영업시간을 연장하면서 업주와 마담이 우리한테 미안하니까 자신들에게 풀지 말고 정민이에게 풀어라 이런 식인 거예요. 정민이 때문에 늦게 끝나는 거라고 하면서 말이죠. 마담은 평소에 정민이에게 너 잘못하면, 네가 갈 곳은 섬밖에 없다고 협박했어요. 섬으로 팔아버리면 네가 나올 수 있겠냐고 협박한 거죠. 정민이가 몸매 사이즈가 66보다 넘었거든요.(윤락가에서는 44, 55, 66 사이즈로 여성들을 분류하고 있다고 함) 44는 업소에서 무조건 다 받아요. 그런데 66은 그렇지 않아요. 66은 사회에서 통통하다고 그러지만, 업소에서는 뚱뚱한 거예요. 마담이 정민이 너는 66도 넘으니까 누가 널 데리고 가겠냐고 그러면서 여기에서 받아주는 것만 해도 감사한 줄 알라고 말했어요. 그러니까 너는 맞아도 할말이 없는 거다라고.
제가 평소에 정민이한테 그랬어요. 경찰이 단속 나오면 붙잡고 나가고 싶다고 매달려라 말하면 너는 나갈 수 있다라고요. 언제까지 돼지같이 이렇게 지낼 거냐고, 정민이는 진짜 심하게 구박받았어요. 밥도 오줌 물 부어서 준 적도 있어요. 그러면 안 먹을 수가 없어요. 왜냐하면 안 먹으면 맞으니까, 학대도 그런 학대 없을 거예요. 제가 먹지 말라고 그랬더니 마담이 그러면 네가 대신 먹으라고 그러는 거예요. 그래서 마담하고 머리끄댕이 붙잡고 싸운 적도 있었어요.
저는 그래서 어쩌면 상대적으로 편하게 있었던 건지도 몰라요. 저는 가만히 안 있었으니까요. 저는 여기에서 죽으나 감옥에서 죽으나 마찬가지다라고 악을 쓰면서 대들었어요. 친구들 당하는 거 보니까 무서운 게 없어지더라고요. 죽어도 말은 하고 살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정민이나 혜수는 반란을 못하잖아요. 그래서 제가 대신 대든 거죠.
마담이 정말 술 많이 먹어서 감당하기 힘든 손님들은 다 정민이와 혜수한테 떠미는 거예요. 저희가 한 타임이 15분이거든요. 그런데 술 잔뜩 먹은 남자들이 빨리 끝내나요. 그렇지 못해요. 술을 하도 먹어서. 그런데 술 취해서 연애도 못하는 남자들을 밀어 넣고 15분이 넘으면 문을 두드리는 거예요. 또 정민이나 혜수 같은 경우는 감시가 필요하다고 하면서 연애할 때 문을 열어놓고 지켜보는 거예요. 섹스하나 안 하나. 그래서 홀에도 소리가 다 울렸어요. 우리가 몸을 팔지만, 타인이 몸을 파는 장면을 지켜보면 여자로서 얼마나 자존심이 상해요. 그 수치심, 연애하는데 문열고 쳐다볼 수 있는 건가요? 아무리 몸파는 거지만, 그런 일이 계속되면서 저는 악을 품을 수밖에 없었어요.”

<성폭력뿐만 아니라 성매매 예방교육도 실시해야>
“어느 날인가, 아마 쉬는 날이었을 거예요. 마담이 작전을 짰어요. 물론 개인활동은 못했어요. 절대로 못했어요. 감금 상태에 놓여 있었으니까요. 그래도 쉬는 날인데, 애들이 하도 밖에 나가자고 하니까 정민이를 이용해서 밖에 못나가게 하려고 업주와 마담이 짠 거예요. 마담이 정민이 너 손님이랑 연애 안 했지? 내가 손님에게 물어보니까 안 했다고 그랬다면서 어거지를 쓰기 시작했어요. 분명히 그 손님이 연애해서 좋았다고 말하고 나가는 것을 내가 들었는데. 그런 거짓말을 하는 거였어요. 솔직히 말해서 그 상황에서 제가 묵인을 하면은 나쁜 년이 될 것 같았어요. 그래서 제가 마담언니 손님이 나갈 때 했다고, 돈 있으면 시간도 끊어주고 싶었다고 했잖아요. 라고 조금 더 보태서 한마디했죠. 정말 어이가 없어서. 손님이 나한테 그랬다고 말했어요.
순간 마담이 저 때문에 열이 받아서, 저한테는 화풀이를 못하니까, 정민이한테 화풀이를 하는 거예요. 제가 얘기 한 것이 사실인지, 아니면 네 편을 들어주려고 한 거짓말이든지 간에, 정민이 너는 너 죄를 알 거다 라고 그랬어요. 그러면서 네가 무죄를 입증하려면 잠자지 말라고 하더라고요. 네가 정말 연애한 게 사실이라면 잠을 안자는 것으로 입증하라는 거죠. 정말 억울하지만, 잠을 자면 지게 되는 상황이 되어버린 거예요. 영업 끝나고 나면, 정말 안 자고는 못살아요. 남자들이 술을 얼마나 먹이는지 맥주 몇 박스 마시는 거는 마시는 것도 아니에요. 아가씨가 못 이겨요. 매일 매일 그렇게 먹여대니까, 그런데 자지 말라고 하다니, 그래서 제가 같이 안자줬어요. 억울하지만, 그런 상황이 되어버린 거예요.
어쨌든 마담이 자지 말라고 했는데, 정민이와 제가 어깨를 기대고 앉아 있다가 깜박 잠이 든 거예요. 16시간 넘게 일하고, 4시간도 채 못 자는데 어떻게 자지 않고 버틸 수 있어요. 잠든지도 몰랐는데, 갑자기 찬물이 팍 날아오는 거예요. 방에 이불도 다 있는데. 뭔가 하고 눈을 떠보니까 마담이 그랬더라고요. 그리고 마담이 식칼을 들고 와서 방바닥을 두드리면서 위협했어요. 네가 그러니까 병신 소리를 듣는 거라고, 병신이 따로 병신이냐 라고, 열 받아서 내가 자자고 했다고 대들었어요. 우리를 차라리 다른 데로 보내달라고 막 소리 질렀어요. 그 날 정민이는 밥도 주지 않아서 못 먹었어요.
밥 얘기가 나와서 하는 얘긴데 어느 날인가는 마담이 정민이에게 밥을 한 솥 주더라고요. 너 다른데 가서, 섬에 가서도 밥 못 먹었다는 말 할까봐 준다고 그러면서, 그런데 밥이 꿀꿀이 죽 있잖아요. 그런 걸 줬어요. 모래 같은 것도 뿌려서, 그걸 다 먹으라고, 너 일 안 시킬 테니까 다 먹으라고 그런 적도 있어요.
어쨌든 그 날, 저는 밑에서 업주한테 혼나고 있었어요. 그런데 2층에서 막 소리지르고 난리가 난 거예요. 그래서 올라가 봤더니 정민이 머리가 다 잘려 있는 거였어요. 하도 억울해서 정민이에게 우리 다른 데로 가자고, 같은 여자로서 도저히 못 참겠다고 말했어요. 업주한테 진 빚은 우리가 쓴 것도 아니잖냐고, 사실 정민이는 세 달 동안 10만원밖에 안 썼어요. 저는 20만원밖에 안 썼어요. 신발도 한 켤레 제대로 사 신은 적 없어요. 그걸 왜 우리가 갚아야 하냐고, 왜 우리가 이렇게 맞고 살아야 되냐고, 울면서 말했어요.
정민이 머리 잘렸던 사건이 있었던 그 날. 정민이가 마담의 연애 안 했다는 주장에 대해서 시인을 안 하니까 마담이 정민이에게 벌을 서라고 했어요. 너 똥물 얼큰하게 여덟 잔 먹고 끝낼래, 아니면 계속 무릎 꿇고 맞을래 라고 선택을 강요했어요. 정민이는 다리에 마비가 있어서 무릎을 꿇을 수가 없잖아요. 정민이가 차라리 똥물 먹겠다고 그러는 거예요. 처음에는 저보고 똥물을 떠오라고 시켰어요. 그래서 제가 보리차 물을 떠왔어요. 색깔이 비슷하잖아요. 사실 저는 마담이 정말 똥물을 떠오라는 소린 줄은 몰랐어요. 설마 그걸 진짜 가져오라는 얘기는 아니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제가 떠온 물이 가짜인 것을 알고 마담이 이년이 누구 말을 사람 말도 아닌 것처럼 여긴다고 소리치는 거였어요. 그러더니 옆에 있던 아가씨들을 향해 누가 똥 좀 싸오라고 하더라고요. 마담 서슬에 놀란 한 아가씨가 화장실에 가서 똥물을 떠왔어요. 그리고 정민이가 그 물을 마셨어요. 그러다 토하니까 걸레로 토한 것을 닦더니 걸레를 짜서 그 물을 컵에 담아서 정민이에게 먹게 했어요. 이거 네가 토한 거니까 더럽다는 생각 안 하지 그러니까 마셔 하는 거였어요. 결과적으로 정민이는 그 날 똥물 여덟 컵, 오줌 물 여덟 컵을 마셔야 했어요.
혜수도 많이 맞았죠. 영업이 아직 안 끝난 어느 날이었어요. 갑자기 2층에서 한 시간 넘게 소리소리 지르고 난리가 났어요. 제가 올라가려고 그러니까 마담이 못 가게 막았어요. 그래서 영업시간이 끝나고 올라가 봤더니 혜수와 정민이 배에 라이터로 지진 자국이랑 쇠젓가락에 데인 자국이 선명하게 부풀어 있는 거였어요.
경찰서에서 정민이를 만났는데, 저는 정민이를 잘 알거든요. 정민이가 나한테 막 욕을 하는 거였어요. 정민이는 업소에서 절대 욕을 안 하는 아이였는데 저한테 막 욕을 하면서 안 간 다고 그러는 거였어요. 제가 기회는 이번뿐이라고 그랬어요. 우리 같이 나가서 포장마차도 가고, 네가 원하던 문방구 주인도 될 수 있다고, 내게 욕을 해도 좋으니까 같이 나가자고 그랬는데 정민이는 마담이 무서우니까 윤락도 없었고 맞지도 않았다고 부인했어요. 그렇지만 정민이가 내게 보낸 눈빛은 그렇지 않았어요. 정민이는 경찰이 자기를 다시 업소에 돌려 보낼까봐 그게 두려웠던 거예요. 상담소측에서 업소에서 짐을 찾아다 주니까 그제서야 안심을 하고 가혹행위를 당한 사실을 털어놨죠. 정말 지옥에서 빠져 나온 기분이었어요.”
이번 사건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정리해보면 이렇다. 먼저 장애여성들이 가정불화나 속칭 왕따 등의 이유로 가출했을 경우 상담할 곳이나 머물 곳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될 수 있겠다.
전문가들은 가출여성들이 가장 절박해 하는 게 숙식문제라고 한다. 사정이 그렇다보니 가출여성들은 생활정보지에 난 숙식제공 월 200만원 수입 선불 가능이라는 광고를 보고 손쉽게 윤락업소를 찾아가게 된다고 하는데 장애여성이라고 예외는 아닐 것이다.
또 경찰의 형식적인 단속도 문제점으로 지적할 수 있다. 경찰은 윤락업소에서 종업원 수만 확인하지 본인 대조를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 그래서 정신지체인인 신 양의 경우 경찰에서 단속을 나올 경우 업주 측에서 골방에 숨기는 방식으로 단속을 피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결국 장애여성이 집을 벗어났을 경우 갈 곳이 없는 현실, 그리고 만연한 황금만능주의와 도덕성 타락이 이번 사건을 가능하게 한 이유라고 볼 수 있겠다.
굳이 대안을 찾는다면 전문가들은 이제는 장애여성들을 상대로 성폭력 예방교육 뿐 아니라 성매매 예방교육도 실시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장애여성도 검은 손길에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장애여성들에 대한 안전보호망이 필요한데, 쉼터나 장기적으로 머물 수 있는 시설이 시급히 마련되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 의견이다.
기자는 이번 사건을 취재하면서 최 양과 신 양 모두 장애우이면서도 실제적으로는 장애우 등록도 되지 않아 아무런 보호를 못 받고 있다는 것이 무엇보다 가슴 아팠다. 이렇게 우리 사회에는 아직 등록도 하지 않은 채 방치된 장애우들이 많은 것이다. 특히 더 약자인 장애여성들이 성매매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는 현실은 어떤 이유라도 용납되어선 안 될 것이다.

글/ 사진 최희정 이태곤 기자

▶ 전문가 의견
제목 : 성매매 실태 제대로 파악해서 대안 마련해야
                              유재순(경원사회복지회 부설 여성장애우성폭력상담소 상담부장)

우리 사회는 성을 사고 파는 윤락행위 혹은 성매매 행위는 법적(「성매매알선등행위의처벌및방지에관한법률안」)으로 전면 금지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처벌받는 자가 드물어 “필요악”이라는 미명 하에 지극히 보편적인 사회 현상으로 여겨지고 있다.
매춘산업의 규모가 24조원이나 되어 농어업의 총생산과 맞먹고, 종사하는 여성만도 50만명에 달한다고 하는 보고서가 얼마 전에 발표되었다. 비록 우리사회의 성매매가 일본으로 인해 산업화되었다고 하지만 인간본성의 문제로 포장을 하면서 덮혀 있는 접대문화라는 구조적인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지난해 군산 대명동 화재사건 직후 우리는 우리나라의 성매매 실태와 매춘여성에 대한 인권유린의 실태를 적나라하게 알 수 있었다. 또한 그것을 부추긴 것은 전적으로 업주와 비정상적인 공권력의 책임이라는 것도 드러났다. 윤락 관련한 채권은 무효로써 성매매 여성들이 부당하게 포주에게 착취당하지 않도록 않게 보호하는 규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찰은 40년이 넘도록 이 규정의 적용을 윤락여성을 위해 행사한 적이 거의 없는 것을 보면서, 우리는 더욱 분노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보다 더욱 경악스런 사건이 발생하였다. 이는 2~3년 전부터 현장활동가들의 예측 속에서 있던 여성장애우의 성매매에 대한 사건이었다.
지체장애라서 행동이 느리고 더디다는 이유로 맨살을 지지고, 말을 못 알아들어 남들에게 이용당할까봐 미리 훈련시킨다는 이유로 분뇨까지 먹이는 가혹행위를 일삼은 일이 현실로 드러나고 말았다. 머리카락을 잘리는 것은 물론 성병이 있음을 알고도 병원에 데리고 가는 것이 창피하다며 소독조차 안된 가위로 감염부위를 잘라내는 인권유린의 현장이 알려지게 되어 우리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어쩌면, 어떻게 하면 저럴 수가, 그가(포주, 마담) 과연 인간인가?”하는 분노와 그래도 처음엔 장애가 있는 줄은 몰랐을 것이라는 기대를 완전히 묵살시키는 “장애가 있는 줄 알았지만 싼 맛에 데리고 왔어요”라고 말하는 그를 내려치지 못한 것이 원망스러웠다.
같은 공간에서 생활하던 여성들조차도 정신지체 장애여성을 그냥 착한 애, 너무 착해서 마담이 시키는 대로만 하는 애 정도로만 이해하고 있는 현실은 우리 사회에서 장애우에 대한 몰이해가 얼마나 심각한 가를 여실히 보여주는 한 예이다.
인지수준이 6∼7세 아동의 인지능력이므로 처벌기준도 아동성폭력수준의 강력한 처벌이 있어야 하지만, 경찰은 「성매매알선등행위의처벌및방지에관한법률안」만을 적용하고 있다. 장애로 불편하여 자신의 의지로 뛰쳐나오지 못하고, 윤락이 무엇인지에 대한 이해조차 되지 않는 여성장애우의 특수한 인권부분은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는 처사이다. 이는 전체 등록 장애우 144만 9500명의 40%인 56만명으로 추정되는 여성장애우가 ‘장애’와 ‘여성’이라는 이중의 굴레 속에서 있으며, 장애우 권리를 위한 법 제도화 과정에서도 소외되어 있다는 단면을 여실히 보여준다.
여성장애우들이 성매매에 유입되어 성상품으로 등장한 것에 대한 것이 확인된만큼 여성장애우의 성매매 실태를 파악하여 대안을 수립하는 것이 급선무로 대두되었다. 이에 우리 사회에서 여성장애우의 성매매 피해를 줄이기 위해 다음과 같은 대책을 제안한다.

첫째, 공교육과정의 장애우에 관한 이해 및 지원프로그램의 실시(초등학교부터)
둘째, 장애우가 있는 가정에 대한 가족상담지원서비스의 제공
셋째, 범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대중매체를 이용한 성매매 예방캠페인
넷째, 검   경찰이 여성 장애우를 이해할 수 있는 프로그램 수립 및 아웃리치 상담공조

 

작성자여준민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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