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2]꽃동네, 이대로 안된다.
본문
꽃동네를 운영하고 있는 오 신부와 천주교 청주교구 유지재단은 우선 꽃동네 시설을 소규모로 나누고, 회계 운영 전반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아울러 국가복지의 책임을 지고 있는 정부와 자치단체 역시 구태의연한 모습을 벗고 사회복지시설의 정비와 관리에 나서야 한다.
힘없는 이들의 마지막 버팀목이 됐던 꽃동네조차 의혹의 대상으로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는 지금, 꽃동네가 더 이상 무너지지 않기 위해서는 이와 같은 조치들이 가장 먼저 선행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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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동네 오웅진(57) 신부에 대한 의혹들
청주지검 충주지청(지청장 김규환)이 당시 오 신부에게 혐의점을 두고 있던 점은 두 가지. 우선은 10억원에 이르는 후원금과 국고보조금이 오 신부의 형제들에게 흘러 들어갔다는 혐의(횡령)다.
또 다른 하나는 오 신부가 자신과 형제 명의로 음성군과 청원군 일대 약 100만평의 토지를 사들였다는 내용(부동산투기)이었다. <오마이뉴스> 보도가 나간 직후 검찰은 공식 수사를 발표했으며, 검찰의 수사 착수는 한국 천주교계는 물론 80만에 이르는 꽃동네 후원자들 전체에 큰 충격을 줬다.
꽃동네와 오 신부측은 검찰의 이러한 주장에 즉각 반박하고 나섰다. 오 신부측은 10억원이 형제들에게 넘어간 것은 사실이지만, 그 돈은 지하수 관정개발 공사 대금(2억원)과 토지 매입 명목의 돈(8억원)이라고 해명했다. 또 토지 매입에 어려움이 있어 오 신부와 형제들 명의로 땅을 샀지만, 현재는 모두 천주교 청주교구 유지재단 앞으로 근저당이 설정돼 실질적 소유주는 청주교구라는 것이 꽃동네 측의 설명이었다.
그로부터 1개월이 지난 2월말 현재, 검찰 조사는 계속 진행되고 있다. 청주지검은 충주지청에 부부장 검사와 수사관들을 급파해 꽃동네의 혐의점을 본격적으로 파고들기 시작했고, 오 신부의 형제들과 꽃동네 수녀, 수사들이 차례로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오는 3월초, 검찰은 마지막으로 오 신부 본인을 소환,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당초 꽃동네와 오 신부에 집중된 검찰의 수사 초점은 횡령과 부동산 투기 혐의에 맞춰졌지만, 검찰 수사 착수 이후 1개월간 꽃동네를 둘러싼 수많은 문제들이 수면 위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지난해 치러진 지방선거 부정투표 의혹과 회계부정 문제, 무분별한 토지매입, 인권유린과 장기매매, 불법 묘지조성, 방음벽 설치, 금광개발 문제 등 꽃동네와 지역주민들, 혹은 사업자들간의 마찰은 지난 10여 년간 끊임이 없었다.
국내 최대 복지시설 꽃동네, 수용인원 2200명, 연 예산 200억원 상회
꽃동네는 지난 76년 오웅진 신부가 천주교 청주교구 무극성당 주임신부로 부임해 ‘사랑의 집’ 한 칸을 지으면서 시작했다. 이후 전두환 정권의 도움을 받아 맹동면 일대에 사회복지시설을 갖추고 작은 규모로 시작한 꽃동네는 2003년 현재, 4개의 사회복지시설과 사랑의 연수원, 정신요양시설 등을 갖춘 22만평의 거대 복합시설로 성장했다. 꽃동네가 국가로부터 받는 보조금만 해도 연 75억원. 80만 후원인이 자발적으로 납부하는 후원금은 연간 100억원 이상으로 꽃동네 전체 예산규모는 약 200억원이 넘어서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꽃동네에는 약 2200여명의 장애인, 노인, 아동, 부랑자 등이 수용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꽃동네가 비대해지면서, 크고 작은 문제들은 쉴새 없이 터져 나왔다. 꽃동네를 둘러싸고 가장 먼저 공론화된 것은 불투명한 회계문제다. 지난 98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충북도청 국정감사를 진행하면서 오 신부를 증인으로 불러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따졌다.
당시 복지위 소속 이성재 의원은 “지난 20여년간 꽃동네가 한 번도 제대로 된 회계감사를 받지 않았다”며 “꽃동네 후원금과 국고보조금을 모두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오 신부는 “지금도 그렇지만, 앞으로도 투명하게 공개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그로부터 5년 가까이 지난 지금까지도 보건복지부는 물론, 충청북도, 음성군청 조차 꽃동네의 정확한 회계 내역을 파악해 둔 곳은 없다.
충북 음성군을 비롯, 청원군 현도면 일대의 광범위한 토지매입과 가평꽃동네, 강화꽃동네의 설립 등 꽃동네의 무차별적인 확장 전략 역시 지역주민들로부터 집중적으로 비판받고 있는 대상이다. 현재로는 음성 꽃동네 소유의 토지만 해도 100만평 이상이 되고, 꽃동네가 설립한 청원군 현도사회복지대학 부지도 몇 만평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평 꽃동네 역시 국가로부터 50만평에 이르는 토지를 무상불하 받아 시작했으며, 설립을 준비중인 강화꽃동네의 농지 등은 총 16만평 규모로 짐작되고 있다. 이 같은 사실에 비추어볼 때, 사회복지시설 꽃동네는 국내에만 수백만 평의 토지를 가진 ‘토지 재벌’이 되는 셈이다. 국외에 있는 필리핀 마닐라 꽃동네, 미국 LA 꽃동네 등은 그 규모가 얼마인지, 어떤 사람들을 얼마만큼 수용하고 있는지 전혀 알려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꽃동네를 둘러싼 의혹 중 가장 중요한 문제는 인권유린 의혹이다. 종교단체가 운영하는 사회복지시설에서 인권유린이 실제 의혹처럼 행해졌다면, 심각한 도덕적 타격과 함께 꽃동네가 이뤄놓은 모든 것들이 일거에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꽃동네가 받고 있는 인권유린 의혹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가장 먼저는 관리소홀 등으로 인한 수용자들의 직접적인 사망 사건들이다.
관리소홀로 인한 장애인 사망, 누구도 책임지지 않아
지난 1993년, 음성 꽃동네의 심신장애자 요양원에서는 무려 10명의 장애인들이 한꺼번에 사망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목욕을 하기 위해 모인 18명의 장애우들이 80℃가 넘는 뜨거운 물세례를 받았고, 이 중 12명이 중화상을 입었던 것이다. 꽃동네 측은 이 사건을 내부적으로 덮고, 화상을 입은 장애우들을 자체 치료하려 했지만 결국 10명의 장애우들이 사망하는 참사로 커졌다.
당시 보건사회부 등 외부에서는 이러한 사실조차 모른채 지나갔다가 1년 뒤인 94년 2월 한 자원봉사자의 제보에 의해 비로소 사건 전말이 세상에 드러나게 됐다. 당시 이 제보자는 “화상 환자를 결핵 병동에서 치료해, 합병증으로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고 결국 사망하게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로 인해 무거운 처벌을 받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으며, 단순한 꽃동네 봉사자들의 ‘실수’로 사건은 마무리됐다. 사망한 장애우들은 꽃동네 측이 불법적으로 조성한 묘지에 매장됐을 뿐이었다.
또 지난 97년에는 가평 꽃동네에 수용 중이었던 부랑인 박 모씨가 정신과 진료를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던 보호실에서 화재가 발생해 사망한 사건도 있었다. 당시 이 사건은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채 ‘분신 자살’로 종결처리 됐다. 이 사건은 지난 98년 꽃동네에 대한 국정감사 당시 한 국회의원 보좌관이 작성한 꽃동네 보고서에도 나와 있다.
꽃동네와 태극광산의 갈등이 깊어지던 지난 2001년 5월에는 금광개발을 반대하는 시위에 동원된 두 명의 장애인이 교통사고를 당해 사망한 사건도 발생했다. 사망한 두 사람이 자발적으로 시위에 참여했는지, 아니면 몇몇 수사, 수녀들로부터 동원됐는지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이 두 사람의 죽음은 아무도 책임지지 않았다. 당시 차량을 운전했던 운전사만 불구속기소로 처벌을 받았을 뿐이었다.
사고를 조사했던 충북 음성경찰서 남모 계장은 “꽃동네 측에서 운전사의 처벌을 원하지 않아 가벼운 처벌만을 받은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이처럼 때로는 관리 소홀로, 때로는 타의성이 짙은 시위에 동원돼 가다 사망한 수용자들의 사망 사건에 대해
꽃동네 측 에서는 어느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았던 것이다.
두 번째는 광범위한 의미로서의 인권유린으로, 본인의 의사와 전혀 다른 행위를 하도록 강요한다는 의혹이다. 여기에는 지난해 치러진 지방선거의 부정투표 의혹과 장기매매 서약서 등이 포함된다.
지난해 6월 13일 치러진 지방선거에 음성군 도의원 후보로 나선 김소정씨는 꽃동네가 수용자들을 이용, 부정선거를 치러 상대편 후보를 간접적으로 지원했다는 의혹을 강하게 제기하고 있다. 김씨의 주장에 따르면, 당초 자신이 상대편 후보보다 500여표를 앞서 가고 있었는데, 꽃동네 부재자 투표함을 열자마자 결과가 뒤집혀 결국은 11표 차로 낙선하고 말았다는 것이다. 당시 꽃동네 내부의 부재자 투표자는 모두 950여명이었다.
이 사건은 지난해 음성군 지역사회를 크게 흔들었다. 꽃동네측이 정신지체 장애우 등 부재자 투표권자를 이용해 특정 후보를 지지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군민 주권찾기 집회’는 계속해서 열렸다. 꽃동네의 부정투표 의혹이 사실이라면, 이는 비단 음성군민의 주권을 유린한 것 뿐 아니라 내부 수용자들의 정당한 투표권 행사마저 가로막은 셈이 된다.
장기매매 서약자 중 70%∼80%가 자폐증 등 정신질환자
아울러 오래 전부터 본인 의사와 관계없는 장기매매 서약이 꽃동네 내부에 성행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왔다. 꽃동네의 인권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해 온 한 제보자는 “꽃동네 측에서 강요하는 장기 기증서에 도장을 찍는 사람들 중 70%∼80% 정도가 자폐증, 정신박약, 치매, 정신질환 환자”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 지난 98년 국회의원 보좌관의 ‘꽃동네 보고서’에는 “기증자들 대부분이 글을 쓸 능력이 되지 않고, 봉사자, 수도자가 서약서를 대신 써 오른손 엄지손가락을 잡아주면서 인장을 찍게 한다”는 등의 내용이 나와 있다.
마지막으로는 수용자들에게 가해지는 정신적, 육체적 폭력에 대한 의혹이다. ‘꽃동네 보고서’에 따르면, 꽃동네 측은 장애인생활시설을 방문객들의 동정심을 유발시키는 곳으로, 후원금을 얻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제보 내용이 나타나 있다.
꽃동네 측이 낮 시간 방문객들을 위해 장애인 생활시설의 문을 못 닫게 하고, 방문객들의 동정심을 얻으면서 정작 수용자들은 ‘낙인감’을 유발시킨다는 것이다. 또 누구든지 문을 닫자고 하면 담당 수녀가 “회원가입이 어려워지기 때문에 안 된다”고 대답한다는 것이다.
‘꽃동네 보고서’에는 육체적 폭력에 대한 사례도 몇 가지 나와 있다. 대표적인 것으로, 정신요양원의 환자 1명이 집단폭행을 견디다 옥상으로 피해 투신, 반신불수가 된 사례가 드러나 있다.
최근에는 꽃동네에 깊숙히 관여한 운영자들의 장애우 비하 발언에 대한 증언도 나왔다. 지난 91년과 92년 꽃동네 인근에서 주유소를 운영하려다 꽃동네 측의 반대로 사업이 무산된 명모씨는 주유소를 운영하겠다고 계속해서 버티자 꽃동네 관계자로부터 “주유소를 시작하면 병신들을 마당에 풀어놓겠다, 병신들을 풀어놓으면 당신 사업이 잘 될 줄 아느냐”는 으름장까지 들었다고 증언했다. 명씨는 지금이라도 필요하면 이에 대한 증언을 해줄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 외에도 꽃동네 측이 수용자들의 생활안정과 소음방지를 이유로 꽃동네 인근 국도 주변에 설치한 방음벽이 지역주민들의 민원 대상이 되고 있다. 지역주민들은 이 방음벽이 도로의 교통사고율을 높이고 있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그러나 화합을 통해 지역사회와 자리를 잡아야 할 꽃동네 측에서는 아직까지 이에 대한 아무런 대책을 세우지 않고 있는 현실이다. 불법묘지조성으로 인한 환경파괴 문제도 10여 년간 마찰을 겪고 있는 문제지만, 꽃동네 측에서는 “매장은 해야 하기 때문에 현행 법률상 불법이더라도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검찰 수사에 따라 오랫동안 묻혀 왔던 꽃동네 문제의 방향이 잡혀질 전망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꽃동네가 현실적이고 이상적인 사회복지시설로 거듭나는 것이다. 현대적 사회복지의 가장 이상적인 개념은‘그룹홈(Group Home)’이다. 10명 내외의 소규모 인원이 마치 가정에서 생활하듯 한 곳에 모여 편안한 삶을 누리는 것이 최상의 사회복지라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꽃동네는 음성과 가평지역 시설을 합쳐 모두 2200여명의 수용자들이 생활할 정도로 비대하게 운영되고 있다. 이처럼 많은 사람들이 한 곳에 생활하면서도, 서로에 대한 관심을 기울일 틈도 없이 꽉 짜여진 일상 속에서 생활하는 것은 사회복지와는 전혀 거리가 먼 것이다.
이번 사태로 가장 어려움을 겪게 될 사람들은 꽃동네에 수용돼 있는 노인들과 장애우들, 그리고 아동들이다. 후원자들이 실망을 느끼고 하나 둘 떠나면서 이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꽃동네의 운영 방향이 달라지겠지만, 사태 해결을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꽃동네 운영자들과 천주교의 자정 의지다.
꽃동네를 운영하고 있는 오 신부와 천주교 청주교구 유지재단은 우선 꽃동네 시설을 소규모로 나누고, 회계 운영 전반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아울러 국가복지의 책임을 지고 있는 정부와 자치단체 역시 구태의연한 모습을 벗고 사회복지시설의 정비와 관리에 나서야 한다.
힘없는 이들의 마지막 버팀목이 됐던 꽃동네조차 의혹의 대상으로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는 지금, 꽃동네가 더 이상 무너지지 않기 위해서는 이와 같은 조치들이 가장 먼저 선행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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