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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장애개념, 사회적 합의로 만들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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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0월호부터 본지는 「장애차별금지법」제정 필요성과 당위성, 국제적 추세, 그리고 ‘장애차별금지법제정을위한공청회’현장 취재를 통해, 최근 장애계의 가장 큰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장애차별금지법」에 대한 내용을 담아냈다.
「장애차별금지법」은 법 제정 자체로도 의미를 지니지만, 장애우정책에 대한 패러다임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측면에서도 큰 의의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본지에서는 장애차별금지법이 제정될 때까지 장애, 차별에 대한 개념과 국가기구의 설립, 실효성 확보를 위한 권리구제수단 등 법 제정과 관련한 다양한 논의의 흐름을 놓치지 않고 정리하고자 한다.
이번 12월호에서는 2001년 WHO에서 규정한 ICF 모델과 외국의 장애 정의를 바탕으로 한 ‘장애’개념의 변화를 정리하면서 한국 사회의 수준을 점검하고, 우리가 되새기고 논의해야 할 ‘장애 개념’의 논지를 제시하고자 한다.
 

편한 대로 그어지는 불합리한 기준

어릴 적 나는 사소한 일에도 분노를 잘하는 아이였다.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할머니 집으로 가는 배를 탈 때마다 화가 나곤 했다. 분명히 배 삯을 낼 때는 어른이라고 해놓고, 돌아서서는 ‘이봐, 꼬마야∼!’라고 부르곤 했기 때문이다. 때론 아이만도 못한 어른들이 자기들 편한 대로 나를 ‘아이’취급하는데 화가 났던 것이다.
이런 일들은 누구나 어른이라고 인정해주던 대학교 3학년이 되도록 일어났다. 7살에 학교에 들어간 죄(?)로 술집에 단속이 뜨는 날이면 후배들도 앉아있는 술집에서 만 20세 미만의 청소년으로 분류되어 속칭 ‘뺀치’를 먹어야 했기 때문이었다. 그즈음 법은 바뀌고 음주연령(?)은 이보다 낮아졌지만, 만 18세라는 연령은 어떤 합리적인 기준으로 정해진 것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도대체 누가 어떤 기준으로 ‘나이’라는 모호한 개념에 선을 긋고 나를 ‘분류’하는 건지, 이와 비슷한 일을 겪을 때마다 분노하며 생각하곤 했다. 이런 경험들을 통해서, 세상에 이렇게 모호한 기준들이 얼마나 많은가를 깨닫는 건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이번에 장애차별금지법에 대해 고민하는 가운데에도 나를 분노케 한 것은 기준의 불합리함이었다. 근로능력이 있다는 이유로 장애수당의 지급대상에서 제외되는 3∼6급 장애우들을 자활사업에서는 근로능력이 없다고 참여시키지 않는다든지, 누가 봐도 “신체적·정신적 장애로 인하여 장기간에 걸쳐 일상생활 또는 사회생활에 상당한 제약을 받는 자”임에도 불구하고, 장애판정을 받으러 가면 몇 가지 의학적 기준을 대며 여기에 맞지 않는다고 ‘비장애우’로 분류하는 등 이런 경우를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얼마 전 법이 바뀌고 장애범주가 확대되었다지만, 왜 만성백혈병환우처럼 신체적·정신적 장애로 인하여 장기간에 걸쳐 일상생활 또는 사회생활에 상당한 제약을 받는 희귀난치성질환자들은 장애판정을 받을 수 없는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 도대체 어떤 기준으로 ‘장애’라는 모호한 개념에 선을 긋고 ‘분류’하는 것인지, 이와 비슷한 일을 들을 때마다 분노하며 생각하곤 했다. 때로는 ‘심안장애(心眼障碍)’를 가진 것이 아닌지 의심되는 사람들이 자신들 편한 대로 ‘장애우’로 분류하고 취급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장애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사용되는 법적 장애정의는 장애인관련정책 수립의 기반이 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 결코 위에서 말한 것처럼 모순되게, 편한 대로 분류되어서는 안 된다. 이런 까닭으로 장애차별금지법에 관해 생각하기 전에 그 법에서 사용될 장애정의를 분명히 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간단히 결론부터 말하자면 장애개념은 그 정의를 사용하는 목적에 따라 일반적인 서비스 제공을 위한 정의, 장애지원서비스나 소득지원을 위한 정의, 인구통계학적 조사나 차별금지를 위한 정의 등으로 달라진다. 그 중에서도 차별금지를 위한 정의는 가장 폭넓게 설정된다는 것이 우리보다 앞서 장애차별금지법을 고민했던 호주의 결론이었다.

그럼 이제 차근차근 우리가 고민하는 장애정의에 관해 이야기해보겠다.

 장애정의는 결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합의되는 것
사회적으로 결정되는 어른과 아이의 기준이 시대와 국가에 따라 다른 것처럼, 장애우와 비장애우의 기준 또한 사회적으로 결정되기 때문에 시대와 국가마다 다르다. 흔히 생각하듯이 그 기준이 결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합의되는 것이라는 뜻이다.
미성년자를 구분짓는 18세라는 ‘나이’가 합리적인 이유에 의한 것이라기 보다 사회적 편의를 위해 합의된 기준인 것처럼, 장애를 판단하는데 흔히 사용되는 ‘의학적인 기준’도 합리적인 기준이라기보다는 사회적 편의를 위해 합의된 기준인 것이다. 이렇게 합의된 기준은 변화되기 마련이고 현재 그 변화는 많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의학적인 기준의 장애 개념에서 사회적인 의미의 장애개념으로 변화가 진행되고 있고, 이에 맞추어 장애를 판단하는 기준이 변화되고 있다.

 의학적인 기준의 장애개념에서 사회적인 의미의 장애개념으로
장애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전쟁으로 인해 많은 장애인이 발생하면서 서구 사회에서 싹트기 시작했다. 2차 세계대전 이전에는 장애인을 노동가치를 상실한 무가치한 존재로만 보아왔었다. 그러나 전쟁 후 보호차원의 배려로서 장애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인정하면서, 일정한 수준 이상의 치료와 보호를 받으면서 살아가야 하는 존재로 인식하게되었다.
이후 장애인의 기능훈련을 통한 능력향상의 잠재력을 인정하기 시작하면서 훈련과 교육에 중점을 두는 방향으로 변화되었다가, 장애인의 기능회복과 교육훈련의 성과는 일정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면서 다음 단계로 넘어가게 된다. 즉, 장애우의 기능회복과 교육훈련의 성과에 부여된 한계의 근본적인 원인이 사회적인 장애요소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고, 따라서 사회에 내재해 있는 물리적·심리적 장애요소들을 제거하고 동시에 지역사회에서 독립적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하는 재정적·전문적 서비스들을 강조하는 단계에 이르게 된 것이다. 이러한 인식변화는 전세계적으로 장애에 대한 법적·사회적 정의(definition)에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구체적으로 세계보건기구(WHO)가 장애에 대한 개념과 정의를 계속적으로 수정해 가고 있다는 사실과 그 수정된 내용에서 확인 가능하다.

 상황요인까지 고려하는 국제적인 장애정의

WHO는 1980년 ICIDH(International Classification of Impairment. Disability and Handicap)를 통해 장애를 손상, 기능제약, 사회적 불이익의 세 축에서 설명함으로써 손상이나 기능제약의 측면보다는 사회적 불이익을 받는 상황을 강조했고, 이를 통해 장애의 범주가 보다 확장될 가능성을 열어두었다. 이후 1997년 ICIDH-2를 통해 순수하게 생물학적이고 의학적인 현상인 ‘손상’과 이를 넘어서서 일상생활에서의 이동, 원조 등을 포함하는 ‘활동’, 사회적 반응까지 포함하는 ‘참여’의 측면에서 장애의 개념을 설명하여 개인적 비극보다 사회적인 문제의 측면을 더욱 강조하였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5년 동안 현장검증과 국제회의를 거쳐 2001년 ICIDH-2의 대부분의 내용을 계승하면서 분류체계와 언어사용을 보다 긍정적이며, 환경지향적인 맥락에서 수정한 ICF(International Classification of Functioning)가 사회적으로 통용될 수 있도록 승인하였다.
ICF는 두 가지 영역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제 1영역인 ‘기능과 장애영역’에서 신체기능 및 구조와 활동 및 참여라는 두 가지 구성요소를 포함하고, 제 2영역인 ‘상황요인’에서 환경적 요소와 개인적 요소들을 포함하고 있다. 이는 장애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의 건강에 관련된 요소들을 설명해 줄 수 있는, 보편적으로 적용 가능한 틀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국제적인 합의에 기초하여 각국의 장애개념이 어느 수준에 도달해 있는지 비교가 가능하다. 그럼 실제로 이러한 지식을 바탕으로 각국의 장애정의를 구경해 보자.

 

<WHO의 장애정의 변화>


ICIDH(1980)

                                         

ICF(2001)



WHO의 장애정의를 가장 잘 수용하고 있는 나라, 호주

국제적으로 WHO의 장애정의를 가장 잘 수용하고 있는 나라는 호주이다. 1986년 제정된 「장애인서비스법(Disability Service Act)」에서는 “지능, 정신감각, 신체적 손상 등으로 의사소통, 학습, 이동 등에 지장이 있는 자”라고 정의되어 있으며, 1992년 통과된 「장애차별금지법(Disability Discrimination Act)」에는 장애정의를 가능한 한 광범위하게 규정하여 “신체적, 지적, 심리적, 정신적, 감각적, 신경적 장애와 추형, 기형 및 질병을 야기하는 유기체의 존재(예:HIV바이러스) 등을 모두 포함하며, 현재 뿐 아니라 과거에 존재한 사실이 있거나 혹은 미래에 존재할 가능성이 있거나 가진 것으로 인지되는 장애도 포함”하였다. 단순한 ‘의학적 기능’이라는 판단기준을 들이대지 않고, “추형, 기형 및 질병을 야기하는 유기체의 존재”는 물론 “현재 뿐 아니라 과거에 존재한 사실이 있거나 혹은 미래에 존재할 가능성이 있거나 가진 것으로 인지되는 장애”까지 포함하는 호주의 장애정의는 WHO의 손상(impairment), 장애(disabilities), 불리(handicaps) 등에 대한 정의와 분류를 반영한 광범위한 정의이다. 그리고 호주에서 일반적으로 장애정의나 범주를 결정할 때는 「장애차별금지법」의 범주를 채택한다는 점에서 호주의 일반적인 장애인식과 수준이 국제적인 합의수준에 도달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의사소통에 곤란을 겪고 있는 외국 이민자도 장애로 인정되는 나라, 스웨덴
장애우와 비장애우를 구분하지 않는 정책으로 유명한 스웨덴이 장애정책을 세우는 초기단계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긴 것은 장애우와 비장애우가 동등하다는 의식을 갖도록 하는 것이었다. 스웨덴은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장애를 “신체적 결손, 정신적 결손, 사회적 장애(알코올중독, 약물중독, 의사소통에 곤란을 겪고 있는 외국 이민자)로 인하여 취업이나 직장유지가 곤란한 자”라고 정의하고 있다. 장애를 부상이나 질병으로 인한 개인적 특성이 아니라 개인과 환경간의 관계로 간주하고 있는 것이다. 이미 발견하고 놀랐겠지만, “의사소통에 곤란을 겪고 있는 외국인 이민자”도 장애우에 속한다는 사실은 스웨덴이 장애우와 비장애우를 얼마나 동등한 입장에서 바라보며, 장애가 사회적으로 발생되는 것으로 인식하는가를 잘 보여 주고 있다.

 미국, 고용인의 태도까지 고려
우리 나라에서 학자들이 제일 언급을 잘하는 미국의 경우도, 법적 정의에 장애의 사회적 개념을 포함하고 있다. 우리 나라와 일본의 경우는 장애 범주를 의학적 기준에 의하여 판정된 자로 한정시키는데 반해 미국의 경우는 사회활동능력 즉, 노동능력이 감퇴된 자 또는 일상생활활동에 제한을 받는 자를 장애로 간주한다.
1935년 통과된 「사회보장법」은 장애우를 “의학적으로 판정하여 적어도 1년간 지속될 것으로 판정되는, 또는 사망에 이를 것으로 판정되는 신체적, 정신적 손상으로 인하여 실질적인 소득활동에 참여하지 못하는 자”라고 명기함으로서 소득활동여부를 장애 판정하는 기준으로 삼고 있으며, 1973년 「재활법」으로 개정된 「직업재활법」에서도 장애우를 “일상적 활동분야 중 한 가지 이상의 활동을 현저히 제한받는 신체적 혹은 정신적 손상을 가진 자, 그러한 손상의 이력이 있는 사람, 그러한 손상을 가진 것으로 간주되는 사람, 이러한 사람으로 그 상태가 12개월 혹은 그 이상 지속될 가능성이 있는 경우”라고 명시하였다. 이후 1990년 통과된 「미국장애인법(American Disability Act, ADA)」에서는 이보다 더 폭넓게 “개인의 일상생활 활동 중 1가지 이상을 현저히 제한하는 신체적 또는 정신적 기능장애를 지닌 자, 이러한 기능장애의 기록이 있는 자, 이러한 기능장애를 가진 것으로 간주되는 자 등”으로서, ‘간주된다’라는 의미를 ‘주요 일상활동을 현저히 제한하지는 않으나 고용인에 의해 그러한 제약을 가졌다고 취급되는 정신적 또는 신체적 기능장애를 가진 것, 오직 기능장애에 대한 고용인의 태도의 결과로서 주요 활동을 제한하는 기능장애를 가진 것, 어떠한 기능장애도 갖지 않았으나 고용인에 의하여 그러한 장애를 가진 것으로 취급되는 것 등’으로 정의하여 장애정의에 사회적인 장애개념이 반영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영국, 의료적 모델에 의한 장애정의로 내부 비판 일어

영국의 경우 장애의 정의 및 기준이 사회적 모델에 의한 개념정의 단계까지 이르지 못하고 의료적인 모델을 이용하여 정의를 내리고 있으며, 손상과 기능적 제한 정도에 대한 종합적인 평가에 의해서 정의하고 있다. 「장애차별금지법」에서도 이러한 정의를 사용함으로써 장애의 원인을 개인에게 두는 ‘재활’의 개념으로는 사회적 차별을 절대로 극복할 수 없다는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1992년 통과된 「장애차별금지법(Disability Discrimination Act, DDA)」은 장애를 “정상적인 일상생활을 하기 위한 개인의 능력에 지속적이고 장기적으로 불리한 영향을 주는 신체적 또는 정신적 손상”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손상’은 ‘단지 정상적으로 일상생활을 하기 위한 개인의 능력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간주되는 것으로 이동력, 손의 기능, 신체 협응력, 지속력(들 수 있는 능력, 일상의 사물을 이동하는 능력), 말하고, 듣고, 보는 능력, 기억력 또는 집중력, 학습 또는 이해력, 신체적 위험에 대한 지각력과 같은 사항들 중의 하나에 영향을 주는 손상을 말한다’고 정의하였다.

 아직도 장애의 사회적 인식이 반영되지 않은 한국

여기쯤 살펴보면 우리 나라의 장애개념이 어떠한지 궁금할 것이다. 우리 나라에서 장애의 개념을 정의하고 있는 법으로는 크게 「장애인복지법」, 「장애인고용촉진및직업재활법」, 「산업재해보상보험법」 등이 있으며, 장애와 관련된 약 14개의 현행법에서 각 법의 목적에 따라 장애대상자의 범위 및 등급을 다르게 규정하고 있다.
장애를 정의하는 역사가 가장 오래된 「산업재해보상보험법(1963년 제정, 1999년 개정)」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시행규칙> 제2조 4항에서 “장해”를 “부상 또는 질병이 치유되었으나 신체에 남은 영구적인 정신적 또는 육체적 훼손(이하 ‘폐질’이라 한다)으로 인하여 노동능력이 손실 또는 감소된 상태”로 정의하고, 법 제42조에서 “부상을 당하거나 질병에 걸려 치유 후 신체 등에 장해가 있는 경우... [신설 99·12·31 법6100]”, “대통령령이 정하는 노동력을 완전히 상실한 장해등급의 근로자... [개정 99·12·31 법6100]”등으로 명시하고 있다.
현재 장애정의로 가장 널리 사용되고 있는 것은 1981년 제정되어 1999년에 개정된 「장애인복지법」의 정의이다. 이 법의 제2조에서는 장애인을 “신체적·정신적 장애로 인하여 장기간에 걸쳐 일상생활 또는 사회생활에 상당한 제약을 받는 자”라고 정의하고, 구체적으로 신체적 장애는 “주요외부신체기능의 장애, 내부기관의 장애 등”으로 정신적 장애는 “정신지체 또는 정신적 질환으로 발생하는 장애”로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1990년에 제정되어 2000년에 개정된 「장애인고용촉진및직업재활법」 제2조에서도 장애인을 “신체 또는 정신상의 장애로 인하여 장기간에 걸쳐 직업생활에 상당한 제약을 받는 자”라고 장애인복지법과 비슷하게 정의하고 있으며, 다만 직업과 관련되어 직업생활을 중심으로 판단하고, 중증장애우를 ‘장애인 중 근로능력이 현저하게 상실된 자’라고 따로 정의한다는 점에서 다소 차이가 있다.
이러한 법에서는 분명히 “일상생활 또는 사회생활에 상당한 제약을 받는 자” 혹은 “직업생활에 상당한 제약을 받는 자”라고 명시함으로써 손상 자체만의 의미에서는 다소간 벗어나 있다. 그러나 구체적인 분류에서는 환경의 조건이 전혀 포함하지 않고 있어 아직도 장애에 대한 사회적 인식 수준이 다소 떨어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장애우의 진정한 평등을 위한 장애정의
이렇게 휘 둘러보면 우리 나라의 장애개념이 국제적인 수준에서 어떤 위치에 있는지 알 수 있었을 것이다. "의사소통에 곤란을 겪고 있는 외국 이민자" 혹은 "현재 뿐 아니라 과거에 존재한 사실이 있거나 혹은 미래에 존재할 가능성이 있거나 가진 것으로 인지되는 장애"까지 고려하는 사회와 의학적 판단기준에서 손상 자체만으로 판정하는 사회의 격차는 매우 크다. 그렇다면 장애인의 사회적인 인식을 개선하고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동등하게 대우받는 사회를 목적으로 하는 「장애차별금지법」에서 어떤 장애정의를 사용해야 하는가는 너무나도 명백하다고 생각한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장애정의는 그 정의를 사용하는 목적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서비스 제공을 목적으로 하는 장애정의와 차별금지를 위한 장애정의는 분명 다른 수준에서 정의되어야 한다. 그리고 장애차별금지를 목적으로 사용되는 장애정의는 상당히 폭넓게 설정되어야 한다.

 차별금지의 대상은 장애인이 아닌 장애!!
그리고 한 가지 더! 여기서 꼭 짚고 넘어가고 싶은 것은 우리가 논의하는 장애차별금지의 대상은 ‘장애우’가 아니라 ‘장애’라는 사실이다. 이러한 까닭으로 장애차별금지 대상은 ‘관련자’를 포함한다. 장애를 이유로 차별받는 것은 장애를 가진 본인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장애를 가진 친구와 함께 영화 볼 권리를 박탈당한 사람들, 장애를 가진 가족과 함께 산다는 이유로 원하는 곳에 살 수 없는 사람들, 사회가 계획단계부터 나에게 소중한 사람,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배제하고 설계되었기 때문에 그에게 이동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해주고자 자신의 삶 일부를 포기해야 하는 사람들, 이 모두가 ‘장애’를 이유로 사회로부터 차별적인 대우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글/조은영(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장애차별금지법제정위원회 협동간사/

서울대학교 사회복지대학과 대학원 석사과정)

 덧말. 나에게 장애인복지론을 가르쳐주신 김용득 선생님과 얼굴 한번 본 적은 없지만 저 멀리 호주에 사는 Jonas라는 사람에게 감사를 표한다. 이분들의 의견이 글을 쓰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잡지에서는 인용을 어떻게 표시해야 하는지 모르겠기에 마지막에 감사를 드리는 것으로 대신한다. 꾸벅!!

작성자조은영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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