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녹색가게를 찾아서
본문
녹색소비의 바람이 불고 있다. 자원절약과 환경보존의 차원에서 물건을 재활용하는 사람들의 움직임이 하나, 둘 생겨나고 있다. 안 쓰는 물건을 내어놓고 필요한 사람들과 나누어 쓰는 녹색소비의 현장을 찾아가 보았다
![]() |
| ▲녹색가게 |
2002년, 우리의 모습을 보자. 새 것, 빠른 것, 잘 포장된 것만 좋아하는 우리들. 자기 꾀에 속아넘어가는 여우처럼 우리는 우리가 버린 쓰레기, 우리가 만들어낸 오염물질 속에서 허덕이고 있다. 고도로 발전한 자본주의 사회. 상품은 필요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자본주의의 유지를 위해서 만들어진다. 이제 아무도 더 이상 쓸 수 없어서 물건을 버리지는 않는다. 유행이 지나서, 마음에 안 들어서 새것을 찾는다. 우리가 버린 물건들은 대지 한 켠에 차곡차곡 쌓여 지구의 숨통을 막는다. 우리의 이기심에 지구는 죽어간다.
이러한 낭비의 문제를 막고 일상 속에서 자원절약을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는 곳이 있어 찾아보았다. 이름하여 녹색가게 ― 안 쓰는 물건을 내어놓고 중고 물품을 싸게 구입하는 자원재활용센터이다.
녹색가게는 환경운동을 삶 속에서 가장 가깝게 실천할 수 있는 장
현재 YMCA 녹색가게가 집계하고 있는 전국의 녹색가게의 수는 64개. 지역에서 알뜰 바자회라는 이름으로 간헐적으로 이루어지던 물물교환 장터가‘녹색가게’라는 이름을 달고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지난 1998년부터라고 YMCA의 박현숙 간사는 밝혔다.
“녹색가게 운동은 쓰레기 감량운동이자 곧 자원절약운동이죠. 사실 8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지구의 자원고갈에 대한 인류의 문제의식은 있었지만 폐기물 처리에 대한 문제의식이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1980년대가 지나 이른바 쓰레기전쟁이 시작되면서 폐기물문제가 심각한 문제로 대두됐구요. 이제는 자원 문제보다도 자원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문제가 더 심각합니다. 쓰레기가 지구의 한계에 부딪쳐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까지 이르게 된 거죠.”
이제는 물건을 생산할 때만큼이나 폐기할 때도 엄청난 비용이 든다. 단지 비용의 문제만이 아니라 폐기 과정에서 일어나는 엄청난 환경오염을 염두한다면 재활용, 재사용을 권장하는 녹색가게 운동은 우리의 생활 가장 가까운 곳에서 할 수 있는, 가장 큰 환경운동이 아닐 수 없다.
“쓰레기를 감량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곧 자원을 절약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자신에게는 더 이상 쓸모가 없는 물건일지라도 다른 누군가에게는 필요할 수 있죠. 그 자체로 소중한 자원을 낭비하지 않은 것이죠. 또, 누군가에게 필요하지 않은 물건이 내게는 쓸모 있는 것이 될 수도 있고요. 녹색가게를 통해서 할 수 있는 환경운동의 범위는 단순한 것 같지만 무궁무진하고, 작은 일인 것 같지만 가장 큰 일입니다.”
구로지역에 부는 녹색바람 ― 새터 녹색가게
새터 녹색가게가 문을 연 것은 올해 6월이지만, 그 활동기간은 그보다 훨씬 긴 역사를 가지고 있다. 새터교회에서 매주 토요일마다 상시적으로 교회 예배당 지하공간을 활용하여‘알뜰장터’를 열고 매해 봄과 가을 두 번씩‘바자회’를 통해 지역주민과 함께 녹색소비를 고민해 온 것이 벌써 10여 년 전부터이다. 장소의 협소함과 매번 물건을 꺼내고 집어넣어야 하는 불편, 상시적인 매장의 필요성이 계속해서 제기되면서 올 봄, 새터교회에서 멀지 않은 곳에 ‘새터 녹색가게’가 문을 열었다. 지역주민과 함께 하는 알뜰장터가 오래 지속된 덕분에 대부분의 근처 주민들은 ‘녹색가게’라고 하면 ‘아, 그 알뜰장터’라고 할 정도라고 하니 그 인지도가 대단하다. 특히 자원봉사자들 또한 대부분 지역주민들로 꾸려져 녹색가게가 사랑방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새터 녹색가게의 한 방문자는 “여기는 정말 없는 게 없는데요. 특히 아이들 옷이 많아서 좋아요. 요새는 아이들 옷이 어른 옷 보다 더 비싸잖아요. 아이들은 빨리 빨리 자라서 새 옷을 사주어도 금방 쓸모가 없어져 버리는데, 여기에서 깨끗하게 입고 내 놓은 옷을 사가고 또 우리 애들이 입던 옷을 내 놓고 하면 얼마나 좋아요. 여기 녹색가게에 사용하지 않는 물건을 내놓으면 판매가의 50%씩 적립을 해 주는데, 그걸 모아서 여기에 있는 물건을 살 수 있으니 정말 일석이조랍니다. 그래서 적립을 해 주는 녹색카드에 적립금액이 많으면 꼭 지갑에 돈이 두둑한 것처럼 마음이 뿌듯해요”라고 밝혔다. 이러한 녹색소비운동은 가장 직접적으로 다음 세대 우리 아이들의 소비문화를 바꾸게 될 것이라고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가까이서 녹색가게를 보고 어른들이 녹색가게를 통해 물건을 구입하는 것을 보고 자란 아이들이라면 자연스럽게 아껴 쓰고 바꾸어 쓰는 소비문화가 몸에 배게 될 것이고 그것을 통해 다음세대의 소비문화가 변하게 될 것임은 자명하다.
이러한 소비문화의 변화와 환경에 대한 지역주민들의 관심을 높이고자 새터 녹색가게는 지난 11월 <환경살림의 날>을 열었다. 상시적으로 운영하는 녹색가게에서 좀더 적극적으로 환경의 중요성을 알리고자 개최한 것으로 녹색가게가 지역사회 안에서 환경운동의 중심이 될 수 있는 예를 보여주고 있다. 새터 녹색가게의 <환경살림의 날> 에서는 ‘땅과 물을 살리기 위한 ― 천연세제와, 면 생리대 판매, 음식물 찌꺼지 퇴비화’와‘몸을 살리기 위한 ― 황토염색속옷, 생명밥상차림, 아이를 살리는 간식’등을 준비하여 지역주민들과 관심 있는 사람들로부터 많은 호응을 얻었다.
인간과 지구가 함께 살아가기 위하여
인간은 지구의 정복자가 아니다. 사실 어떻게 보면 지구입장에서는 인간에게 아쉬울 것이 하나도 없다. 지난 수십 억 년의 시간을 지구는 인간 없이 잘 살아왔으니 말이다. 인간이 지구에서 살게 된 그 짧은 시간동안 인간은 지구가 오랫동안 지켜온 자연의 균형과 법칙을 자꾸만 거스르고 있다. 이제는 정복자로서의 오만이 아니라 지구에 발붙이고 있는 생명체로서 환경문제를 생각해야 할 때, 한사람 한사람의 작지만 소중한 변화가 필요한 시기이다.
|
== Interview1 == YMCA 녹색가게에서 3년 넘게 자원봉사를 해오고 계신 이병숙 님(69)과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고령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활동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언제부터 이 일을 시작하셨나요? ― 1999년 5월에 시작하여 현재까지 계속 하고 있습니다. △이 일을 처음 시작하시게 된 계기는? ― 1999년에 장바구니 전시회 장소인 YMCA 친교실에 오게 되었습니다. 그때 녹색가게를 보고 이 활동을 같이 해 보면 좋겠다고 생각해 시작하게 되었지요. △주로 어떤 일을 하시나요? ― 일주일에 한번씩 나오는데요. 월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나와서 자원봉사를 합니다. 주로 하는 일은 녹색가게 상품을 접수하고 판매하고 정리하는 전반적인 일이죠. △자원봉사를 하면서 생활에 변화가 생긴 것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나요? ― 우선 자원봉사를 하기 전보다 재활용에 훨씬 더 관심을 가지게 되었구요. 우리가 우리의 한정된 자원을 절약하기 위해서 녹색소비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자원봉사를 하면서 가장 좋은 점은 어떤 점인가요? ― 자기가 가지고 있는 것 중에 안 쓰는 것을 가지고 오고, 또 그걸 필요한 사람들끼리 돌려쓰고 그 과정을 통해서 물자를 절약하게 되는 것이 좋고요. 제가 봉사하는 곳이 그러한 물자절약 실천의 장이 된다는 점이 매우 보람되게 느껴집니다. △녹색가게 자원봉사를 하면서 아쉬운 점이 있다면? ― 장소가 좀 더 넓어서 물건을 체계적으로 잘 진열해 놓을 수 있다면 하는 아쉬움이 들어요. 그렇게 된다면 더 많은 이용자들이 더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을텐데 하는 생각이 들거든요. △언제까지 자원봉사를 계속하실 생각이세요? ― 건강이 허락하는 한도 내에서 계속 하고 싶습니다.
== Interview2 == 구로구에 위치한 새터 녹색가게에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발길이 잦다. 필요한 물건은 많지만 새 것을 사기에는 부담이 되는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녹색가게는 편안한 상점이다. 새터 녹색가게를 자주 찾는 한 몽골인 노동자와의 이야기를 담아보았다. △녹색가게 어떻게 아셨어요? ― 집이 바로 옆 골목이라 지나다니면서 보았고, 아는 분이 애기 옷 본다고 해서 그때 처음으로 들어와서 구경했었어요. △일주일에 몇 번이나 오세요? ― 일이 늦게 끝나기 때문에 평일에는 못 오고, 9시까지 문여는 주말에만 들러요. △주로 구입하시는 물건은 어떤 것이에요? ― 몽고에 있는 가족들(엄마, 여동생들과 조카들)에게 보낼 옷을 주로 사게 되요. 마음의 선물로요. 그냥 새 옷을 사게되면 너무 비싸고, 헌옷이라도 깨끗이 세탁해서 입으면 좋아요. 특히 조카아이들 옷이 너무 예쁘고 좋아요. 지난번에는 엄마에게 옷을 보내 드렸는데 좋아하셨어요. △이용하면서 좋은 점은 어떤 것이 있나요? ― 우리 외국인들은 한 곳에 오래 머물지 않게 되는데(직장을 따라 자주 옮겨야 되므로) 그 때마다 이삿짐을 많이 두고 다니게 되죠. 그래서 옷이며 생활용품(그릇, 이불, 가스렌지 등) 을 싸게 살 수 있는 곳이 있으면 좋죠. 돈도 절약할 수 있고요.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면 해 주세요. 불편하신 것도 이야기 해 주시고요. ― 불편한 것은 없어요. 함께 일하는 한국 아주머니들도 들어와서 구경하고 싶어하는데, 창피해서 못 들어오겠다는 분들이 있어요. 헌 옷 입는다고 창피해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진짜 부자들은 아마 이런 곳이 있는 것을 알면 이 곳에서 사 입으면서 절약할 거라고 생각해요. 요즘은 옷이 떨어져 못 입는 것보다 유행이나 싫증이 나서 버리는 사람들이 많은데, 낭비하지 않고 이렇게 다른 사람이 싼 가격으로 사갈 수 있으면 좋다고 생각해요. (인터뷰 제공 : 새터 녹색가게)
|
글 / 사진 박채란 객원기자 (rhanair@korea.com)
Copyright by 함께걸음(http://news.cowalk.or.kr)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