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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연재

[르포] 경기 용인시 느티나무 어린이 도서관

"아이들의 꿈과 어른들의 희망이 함께 자라는 곳"

본문

 우리는 책에서 희망과 미래를 만난다. 우리가 책에서 희망을 보는 것은 책이 가지고 있는 정보와 지혜 때문만이 아닐 것이다. 모든 것이 자본화 되어버린 이 세상에서, 책이 희망인 이유는 책은 아직도 그 공공성을 나름대로 유지하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누구라도 그 지혜에 가까이 갈 수 있다는 점 때문일 것이다. 가장 싼값으로 가장 많은 것을 변화시킬 수 있는 책. 그래서 아이들에게는 더더욱 이러한 책의 역할이 중요할 것이다. 돈이 없어 비록 과외는 못 받아도, 좋은 학원에 못 다녀도, 가까이에 좋은 책만 많이 있다면 그 아이는 멋진 어른이 되지 위한 지혜를 가득 배울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아이들에게 좋은 책이 필요하다는 것은 절감하고, 어린이 도서관을 운영하고 있는 곳이 있어 찾아보았다. 용인시 수지지구 아파트 숲 한 가운데 위치한 그곳의 이름은 느티나무. 아이들에게 넉넉한 그들이 되어주는 그 곳으로 가 보자.

 

 

▲어린이도서관

우리나라에 공립 어린이 도서관이 몇 개나 있을까? 도마다 하나는 있을 테니 10개는 될 꺼라고? 적어도 5개는 있지 않겠느냐고? 틀렸다. 우리나라에 어린이 도서관은, 단 한 곳에 있다. 사직 공원 내에 위치한 ‘공립어린이도서관’이 바로 그곳이다. 아동과 유아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가고 있지만 아직 국가적인 차원에서 아이들을 위한 도서관을 충분히 마련해 주고 있지 못한 실정이다. 특히 도서관이라는 곳이 집 가까이 있어 이웃처럼 자주들러 책을 읽어야 할 곳이라는 점을 생각해 보면 한 곳이라는 어린이 도서관의 숫자에 망연자실한 기분이 든다.

이러한 수적 한계를 극복하고 지역에서 가깝게 어린이들을 만나기 위한 작은 도서관들이 하나 둘 씩 생겨나도 있어 주목할만하다. 책이 가진 공공성에 비추어보자면 당연히 국가가 해야 할 일이지만 국가가 그 일을 하지 않으니 개인이 그 일을 대신하고 있는 실정인 것이다. 그 중 한 곳이 용인시 수지지구에 자리하고 있는 느티나무 어린이 도서관이다.

 

서울에서 좌석버스를 타고 한참을 달리니 아파트 숲 가득한 용인시로 들어선다. 시원하게 뚤린 길에 잘 정비된 도로, 여느 신도시들이 그러하듯, 용인 또한 깔끔하고 정갈하지만 왠지 인간의 온기가 없는 듯 느껴졌다. 한참을 달려 내린 곳에 늘 그렇듯 평범한 아파트 단지 내 상가가 눈에 들어온다. 단지 내 상가 지하. 그곳이 느티나무 어린이 도서관이 위치한 곳이라고 했다. 한참을 두리번거리고는 느티나무로 들어가는 계단을 발견했다. 한 걸음 씩 걸어 내려가니 마치 동화 속 나라에 온 것만 같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아이들과 동화책이 가득한 세상이다. 저기 땅 위의 세상의 딱딱함과는 상관없다는 듯이, 결코 아파트 숲 안에 있을 것 같지 않은 커다란 느티나무는 숨어서 아이들을 지키고 있었다.

 

 

책이 있고, 이웃이 있고, 희망이 있는 곳

느티나무 어린이 도서관의 박영숙 관장이 느티나무 어린이 도서관을 개관한 것은 2000년 2월. 개관을 한 것은 그 때이지만 개관 준비만 해도 6개월이 넘게 걸렸다고 한다. 개관을 위해 3000권의 도서 목록을 만드는데 만도 꼬박 3개월이 걸렸고, 책상하나 책장하나도 아이들이 다치지 않도록 모서리를 둥글게 처리하는 등 세심하게 신경을 쓴 흔적이 여기저기서 눈에 띄였다. 
“원래 아이들을 좋아했는데요. 저도 아이들 낳고 기르면서 더욱 더 절실하게 아이들을 위한 공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어떤 곳이 좋을까 고민하다가 누구라고 와서 편안하게 책을 볼 수 있는 곳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구상을 한 거죠. 원래 구상은 뜰이 있고 햇볕이 잘 다는 곳에 도서관을 만든다는 것이었는데, 아파트로 가득한 이 곳에서 그런 공간을 마련한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너무 어려웠구요. 여기가 지하이긴 하지만 쉽게 찾아 올 수 있고 지역 내에 있으니까 그런 장점을 활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부족하지만 여기서 출발을 했습니다.”
지하이긴 했지만 환한 조명과 따듯한 분위기 탓인지 지하라는 느낌은 별로 들지 않았다. 아무데고 앉아 열심히 책을 읽는 아이들의 초롱초롱한 눈빛도 도서관을 환하게 하는데 한 몫하고 있는 것 같았다. 엄마와 아이들이 생각보다 많아서 오늘이 유난히 사람이 많으냐고 묻지 박관장은 오히려 오늘은 적은 날이라고 한다.
“그래도 오늘은 적은 날이에요. 수요일은 동화책 읽어주는 어머니들이 슬라이드로 아이들에게 동화책을 보여주는 날인데, 그 날은 정말 발 디딜 틈이 없어요. 하루 평균 200분 정도 찾아 오시고, 수요일이나 다른 행사가 있는 날이면 더 많고 그래요”
지금 현재 느티나무 어린이 도서관에 회원 카드를 만들고 책을 대여하는 가구 수는 1780가구, 1가구에 4인 가족으로만 잡아도 그 수가 엄청나다. 박관장의 제외하고는 상근 직원이 없다보니 도서관 내의 모든 일은 모두 지역의 자원봉사자 들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고 하니 그 또한 대단하다. 
“가까운 여기 단지 내에서도 오시구요. 성남에서도 오시고 어떤 분은 서울에서도 오셔요. 저는 그저 여기 터를 잡고 장소를 준비한 것 뿐인데 많은 이웃들이 오셔서 이곳을 따듯하게 만들어 주신 것 같아 너무 감사하죠. 물론 부족한 점도 많고 어려운 점도 많지만, 이곳을 찾고 이용해 주시는 분들을 통해 저는 이웃을 느낍니다. 저는 이 곳이 책이 있고, 이웃이 있고, 그래서 희망이 있는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민간에서 공공에게 제시하는 대안

많은 분들이 그렇다면 느티나무 어린이 도서관이 어떻게 운영되는지, 어떤 재원으로 운영되는지 궁금할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야기하자면 느티나무 어린이 도서관은 약간의 개인 후원금과, 회원 가입비 그리고, 박영숙 관장의 사비로 운영되고 있다. 느티나무가 알려지면서 약간의 후원이 들어오기 시작했고 도서대여를 위해 도서관에 입회를 할 때 가족당 평생회비로 1만원을 받고 있긴 하지만 그 액수로는 도사관을 운영할 수 없다는 것이 박관장의 설명이다. 그러다 보니 상당부분의 비용을 박관장이 책임지고 잇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박관장은 기증 받는 책에 의존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고 한다. 꽂혀 있는 책만으로도 충분히 좋은 책의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곳이 되기 위해서 직접 책을 고르고 필요한 책을 도서관에서 구입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 박관장의 설명이다. 그러다 보니 더더욱 만만치 않은 비용이 들어간다고 한다.
“사실 아이들이 보는 책은 소모품이나 다름없어요. 그런 책들을 계속 유지, 보수 해야 하고, 또 계속 좋은 책들이 나오고 있으니 계속 새책을 사는 것도 비용이 만만치 않아요. 저는 도서관이라는 형태 자체가 수익성보다는 공공성을 더욱 많이 가지고 있기 때문에 수익구조를 만드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 그러니까 당연히 공공성을 가진 기관에서 해야 할 일이고요. 하지만 꼭 필요한 일인데도, 정부가 하지 않으니 저 같은 개인이 나서서 하게 되는 거구요. 저는 이 도서관을 통해서 공공에게 대안을 제시하고 싶어요. 이렇게 할수 있다. 라는걸 보여주는 거죠.”
아무리 좋은 일이라고 할지라도 사비를 털어가면서 하는일이 쉽지만은 않을 듯 했다. 이렇게 계속 적자가 나서 어쩌냐는 질문에 박관장의 대답은 간단했다.
“적자라뇨. 아이들의 미래에 투자하는 일인걸요. 이렇게 큰 흑자가 어디있겠어요. 이보다 더 전망 좋은 사업이 어디 있겠어요. 또 한편으로는 다들 아이들 사교육비 때문에 막대한 돈을 쓰는데, 우리 집은 사교육비로 좀 더 많은 돈을 쓴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요”
현재 느티나무 도서관은 느티나무의 모든 자료와 도사관리 프로그램들을 느티나무 홈페이지( www.neutinamu.org )를 통해 공개하고 있다. 목록을 만들고 분류법을 정하는 데만 해도 오랜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을 터인데도 정보를 공개한 이유를 물었다.
“사실 저도 전공자가 아니었기 때문에 이일을 하는데 그야말로 맨땅에 헤딩이었어요. 하지만 이후에 같은 일을 하시는 분들까지 그런 고생을 하시게 할 수는 없죠. 저는 더 많은 어린이 도서관이 생겨서 아이들이 어디에서나 좋은 책을 많이 접하길 바라니까요.”

누구에게나 평등한 곳 - 도서관

물론 어린이 도서관, 어린이 도서가 이처럼 큰 호응을 얻는 데에는 논술, 조기 교육등 때문임을 부정할 수는 없다. 느티나무 어린이 도서관에도 이러한 바람을 타고 독서지도요구가 쇄도 했다고 한다. 하지만 박관장은 절대로 아이들에게 독서지도를 하지 않는다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책을 고르고, 읽고, 읽은 책을 제자리에 꼽고, 자신이 읽고 싶은 책은 누군가 읽고 있으면 기다릴 줄도 알고, 이 모든 행위는 지극히 능동적으로 자율적인 것입니다. 이 곳은 그러한 아이들의 능동성과 자율성을 존중하고 길러주기 위한 장이 되기 위해 존재 하는 곳이죠. 그런데 독서조차도 타율적인 사교육의 일환이 된다면 그건 너무 슬픈 일이죠. 이곳에서 만큼은 그저 아이들이 마음껏 책을 읽고 뛰놀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이처럼 도서관에서 책을 읽는 행위가 능동적이고 자율적인 것이기 때문에 박관장은 타율성이 지배하는 이 사회, 도서관에 희망이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한다.
“이 사회는 지식이 자본에 의해 독점되는 사회입니다. 돈이 많아야 양질의 정보를 제공받죠. 돈이 있어야 과외를 받고 학원에 다닐 수 있죠. 하지만 책은, 누구에게나 평등합니다. 도서관에 오면 누구라도 책을 읽을 수 있고, 그걸 통해 같은 지식을 제공 받을 수 있죠. 과외나 학원에서 받는 지식이 수동적이고 타율적인 것이라면 도서관에서 얻는 것은 자율적이고 능동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더욱 가치 있는 것입니다. 이것이 제가 느티나무를 운영하는 이유이며 우리가 도서관에 더욱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할 이유이죠. ”

 

 

아이들이 느티나무를 우리마을,

우리동네로 떠올리기를 바라며.

“여기 느티나무에 다니는 아이들이 자라서 우리마을, 하면 어떤 이미지를 떠올릴까 하고 생각하면 여기 도서관을 떠올릴 것 같아요. 여기서 친구들과 놀았던 기억 엄마가 책을 읽어 주었던 기억, 뭐 이런걸 떠올릴 생각을 하면 힘이 나고,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죠. 앞으로는 청소년들을 위한 도서관을 만들었으면 하는 희망을 가지고 있구요, 계속해서 마을 도서관운동을 해 나갈 생각입니다.  ”


인터뷰 중간 중간에도 아이들과 학부모 한명 한명에게 손수 책을 골라주는 박관장의 모습이 마치 마을의 느티나무 그늘처럼 따스하게 느껴졌다. 느티나무 어린이 도서관이 말 그대로 지역의 커다란 느티나무가, 언제 다시 돌아와도 맞아 줄 것 만 같은 따듯한 그늘이 되어줄 것을 믿어본다.  

 

 

 

 

글·사진/박채란 객원기자 (rhanair@korea.com)

 
 
작성자박채란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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