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지체인을 위한 자립생활운동
본문
최근 들어 장애우복지분야에서 자립생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자립생활이라 하면 직업을 통해 경제적인 자립으로만 이해하기 쉬우나, 장애우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해 지역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자신의 존엄한 삶을 영위해 나가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러한 통합과 자기결정의 개념은 장애인재활을 위한 모든 분야에서 중요한 목표로 설정되고 있으며 정신지체장애인의 경우에도 예외는 아니다.
장애우 자신의 욕구와 관심이 최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자립생활은 1960년대 미국의 신체장애인들의 자립생활운동(Indipendent Living Movement)의 영향을 받아 발전된 것이나 90년대 초부터 서구는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정신지체인교육과 재활을 위한 중요한 행동(실천)개념으로 쓰이고 있다. 정신지체인을 위한 ILM은 대규모 시설에서의 후견과 감독에 반대하면서 시작되어 그동안 다른 많은 나라들에서 모든 장애인들의 자립을 위해 노력하였다.
그 내용은 정신지체장애인과 관련된 모든 교육 및 재활사업에는 장애인 자신의 욕구와 관심이 최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장애인들은 장애인 관련사업의 이용자(Client)이며 더 이상 구제대상이 아님이 강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전문인력의 역할도 도움을 주는 사람에서 동반자 혹은 보조자(Assistance)가 되어야 할 것이 요구되고 있다. 나아가 장애인 정책에도 그 대상자인 장애인을 의사결정에 참여시켜야 하며 장애인 시설 내에 자조조직을 두어 정책결정과 실행에 기본 우선권을 주어야 한다.
자신의 관심과 욕구를 스스로 대표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교육 절실
흔히 자립생활을 지체장애인에게만 국한시키는 일반의 인식과는 달리 정신지체인의 경우 우리 사회에서 그들의 존엄한 삶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통합과 자기결정의 원칙이 적용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보호체계와 전문인의 역할의 변화가 우선되어야 한다. 전문교육자들과 정신지체인간의 권력구조의 개선을 통해 "그들을 위한" 보호사업이라는 개념은 이미 지양되어야 하며 "그들과 함께"라는 표현마저도 거부되어 정신지체인들의 욕구와 희망이 방향제시점이 되어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따라서 교육내용은 자신의 관심과 욕구를 스스로 대표할 수 있도록 그들의 능력을 키워주는 것이어야 한다. 이때 중요한 것은 정신지체인들이 실수할 수 있는 위험을 감수하면서
- 선택의 가능성을 보장하고,
-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충분한 정보와 기회를 마련해 주며,
- 그들의 모든 요구를 진정으로 받아들이며,
- 그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스스로 생각하도록 맡겨주는 것이다.
공통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자조단체, ≪피플 퍼스트(People First)≫
정신지체인을 위한 자립생활운동은 모든 연령의 장애인에게 해당되나 무엇보다도 성인에게 있어서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그들은 모든 영역에서, 즉 직업, 성, 여가, 주거의 영역에서 성인으로서의 역할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어 자립생활에 필요한 능력을 키워주고 인정해주는 것은 모든 재활분야의 기본방침이 되어야 한다.
정신지체인을 위한 보다 적극적인 자립생활운동으로 세계적으로 알려진 것은 "피플 퍼스트 (People First)"라는 학습에 어려움을 갖는 사람들(장애이전에 사람이기를 원하는 정신지체인을 지칭)을 위한 자조단체이다. 자조단체란 공통점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모인 집단으로 그들의 공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로 협력하며 용기를 주어 더 나은 삶을 이룩하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 이 자조단체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여기서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해 모든 회원들이 처음부터 스스로 결정하여 공동으로 해결을 찾는 것이다. 첫 모임에서
- 누가, 그리고 왜 이 곳에 모였는지,
- 무엇에 관해서 얘기 할 것인지,
- 언제(어느 날, 몇 시에) 항상 모일 것인지,
- 얼마간의 간격을 두고 만날 것인지,
- 어디서 모일 것인지,
- 이 곳에 참석하는데 도움이 필요한 사람은 누구인지,
- 지원자는 누구로 정할 것인지,
- 또 누구를 초대할 것인지, 그리고
- 다음에 무엇에 대해 얘기할 것인지를 결정한다.
≪피플 퍼스트≫는 자신들과 이해관계가 없는 신뢰할 만한 비장애인을 선택하여 지원자의 역할을 맡기고 회원들이 도움을 요청하는 일만 지원할 뿐 리드하지 못하도록 한다 - 예를 들어 모임장소섭외 등. 또한 ≪피플 퍼스트≫모임 공고를 위해서는 가능한 큰 글씨, 쉬운 단어 사용, 그림 등을 활용하여 글을 읽지 못하거나 이해가 늦은 회원들을 고려하고 있다. ≪피플 퍼스트≫는 각 지역적으로 조직을 만들어 각자 혹은 연합으로 모임을 갖고 있으며 4-5년에 한 번씩 국제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1993년 캐나다 토론토에서 개최되었던 "제3차 ≪피플 퍼스트≫세계대회" 에서는 다음의 3가지 중요한 요구를 하였다.
첫째, 학습에 어려움을 갖고 있는 참여자들(정신지체인들)을 사람으로서 진정으로 받아들여 줄 것
둘째, 그들이 자신의 인생에 대해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을 들어줄 것
셋째, 그들이 스스로를 대변하고 자신의 권리를 찾는 것을 옳다고 믿어줄 것.
1994년 독일 듀이스부르크에서 열렸던 ≪피플 퍼스트≫대회에서는 "내가 하고자 하는 것을 내 스스로 잘 알고 있어요!"라는 부제를 달고 1000명의 정신지체인들과 그들의 친구들이 모여 동거(결혼), 여가클럽, 정치 그리고 직업에 대해 대화를 나누었다. 특히 듀이스부르크 성명서를 - 책임 스스로 지기, 스스로 결정하기, 직장에서 의사결정에 참여하기, 인권 등에 대한 - 발표하고 이러한 자기결정은 자립생활 운동의 중심으로, 실수할 수 있으나 이를 통해 배울 수 있으며, 또한 스스로 결정하는 데는 한계가 있음도 알아야 한다고 지적하였다.
가까운 일본도 1993년 토론토 세계대회에 참석한 후 2년 뒤 ≪피플 퍼스트 대화하는 사람들의 모임≫ 을 만들어 정신지체인이 "장애인이기 이전에 인간"임을 주장하였다. 2명의 정신지체인을 포함한 4명의 스텝이 자립생활프로그램과 동경도와의 간담회, 강연회의 등을 스스로 준비하고 있다(함께걸음 2002 8월호, 24-25p 참조).
우리 나라에서도 장애인을 위한 자립생활에 대한 인식과 이해는 현재 널리 인정되고 있다. 그러나 정신지체인을 위한 자립생활은 아직도 소원하여 성인이 되어도 가정에서 부모의 과보호나 무관심 속에서 살아가고 있거나 대규모 생활시설에의 입소를 당연히 여기며 그들의 사회통합과 독립생활을 보장하지 않고 있는 현실이다.
아직도 많은 부모와 전문가들은 정신지체인을 우리의 사고와 지식수준에 견주어 부족함을 보고자할 뿐 스스로 배우고 선택하면서 생활할 수 있도록 실수하거나 위험을 감수하기를 두려워하고 있다.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피플 퍼스트와 같은 적극적인 자립생활운동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정신지체인의, 그리고 정신지체인에 대한 인식에 변화가 있어야 할 것이다.
참고문헌
G bel, Susanne(1997) "Wir vertreten uns selbst!" Arbeitsbuch zum Aufbau von Selbsthilfegruppen f r Menschen mit Lernschwierigkeit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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