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1)]밀실행정, 언제까지 계속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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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시가 지난 8월 9일 개최된 『안산시 장애인 복지시설 위탁운영체 선정심사위원회』에서 사회복지법인 밀알복지재단을 안산시장애인종합복지관(이하 장애인복지관) 위탁운영법인으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안산시의 발표로 2002년 3월 말 수탁을 둘러싼 잡음드이 일단락되는 듯했다.
그러나 한국지체장애인협회 안산시지회(이하 지장협 안산지회)는 심사위원의 선정이 편파적이었다고 이의를 제기하면서, 안산복지관 위탁운영법인 선정 결정을 철회할 것을 강하게 주장했다. 또 지장협 안산지회는 안산시 사회복지과장과 체결한 양해각서를 증거로 제시하며 안산시청 관계자들이 말바꾸기를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장애우단체를 수탁자로 선정되도록 추진하는 각서 체결
지장협 안산지회의 주장에 따르면, 안산시 사회복지과장과 지장협 안산지회장 사이에 각서가 교환된 시기는 안산시가 3월말로 위탁기간이 만료되는 장애인복지관 재수탁과 관련한 평가위원회를 구성하고 위탁기간을 4월말로 연장하기로 결정한 무렵인 지난 3월 20일이었다.
안산시 복지환경국장, 사회복지과장과 지장협 안산지회장, 지장협 안산지회 사무국장이 배석한 가운데 체결된 각서에서, 안산시는 "장애인복지관 수탁과 관련하여 안산시 장애우단체에게 공개모집 및 조례개정을 통해 2002년 5월 31일까지 수탁자로 선정되도록 적극 추진한다"고 밝혔다. 또한 지장협 안산지회는 "장애인복지관을 운영할 경우 밀알복지관에서 운영하는 수준으로 운영하고 시에서 지원하는 금액 외에 추가로 예산지원을 요구하지 아니한다"는 내용의 각서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각서를 교환한 후 "장애인복지관의 위탁 운영자 선정에 있어서 장애인단체에게 우선권을 준다"는 내용으로 3월 26일 입법예고된 「안산시장애인복지시설설치 및 운영조례개정안」이 각계의 반대로 4월 11일 폐기되고, 6.13 지방선거 등 다른 일정과 겹치면서, 장애인복지관 위탁운영법인 선정은 계속 연기된다.
지장협 안산지회, 위탁운영법인 선정결과 받아들일 수 없다
8월 7일, 안산시는 "8월 9일 오전 안산시청 제1회의실에서 법인대표자가 참여하는 『안산시장애인복지시설 위탁운영체 선정심사위원회』를 개최한다"는 공문을 장애인 복지관 위탁운영법인 심사를 신청한 한국짗장애인협회와 기독교대한성결교회유지재단, 밀알복지재단과 장애인보호작업장을 신청한 지장협 안산지회에 발송했다.
그러나 8월 8일 지장협 안산지회는 장애인복지시설 위탁심사에 따른 심사위원이 편파적으로 선정되었다며, 안산시에 "중립성있는 심사위원(전원 사회복지학과 교수)으로 교체해 심사해 줄 것"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냈다.
또 지장협 안산지회는 "한국지체장애인협회와 지장협 안산지회는 심사위원이 교체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선정심사에는 불참할 것이며, 그 결과를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히고, 8월 8일 오후부터 심사장소인 안산시청 제1회의실을 점거했다.
8월 9일 열린 장애인복지관 위탁체 선정심사는 지장협 안산지회 회원들의 심사장 점거로 보건소로 자리를 옮겨 진행되었다. 한국지체장애인협회가 불참한 선정심사에서 현 위탁체인 밀알복지재단이 위탈운영법인으로 결정되었다.
지장협 안산지회는 자신들에게 심사장소를 알려주지도 진행된 심사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고 반발하며, 3월에 체결한 각서를 공개하고 각서내용을 이행할 것을 주장했다. 또한 8월 21일 안산시청 앞에서 지장협 회원 3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장애인종합복지관 사수 및 장애인탄압저지를 위한 규탄대회"를 열어 심사결과에 승복할 수 없다며 재심사를 할 것을 요구했다. 규탄대회가 진행되는 가운데 시청에서 열린 시장과의 면담 도중 일부 회원들은 시장에게 장애인복지관 위탁결정을 철회하고 재심사를 할 것을 요구하며 집기를 부수는 등 소란을 피웠다.
안산시와 지장협의 힘겨루기로 휴관한 장애인복지관
장애인복지관 위탁체 선정을 둘러싼 갈등을 보면서 몇가지 납득하기 어려운 점을 발견할 수 있다.
첫째는 심사에 참여한 신청법인이 어떤 사라들로 심사위원이 구성되었는지 어떻게 알았는가 하는 점이다. 심사위원 선정은 공정한 심사를 위해 비밀에 부쳐지며, 심사가 끝난 후 정보공개청구를 통해서 심사위원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심사가 이루어지기 전에 신청법인이 심사위원의 구성을 알 수 없다. 그러나 지장협 안산지회 관계자는 자신들이 심사위원으로 추천한 인물이 아닌 다른 사람들이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다며, 이들이 밀알복지재단과 관련 가능성이 있다는 의문을 제기했다.
그리고 위탁운영체 선정을 관장하는 안산시의 태도이다. 시의 사회복지행정을 관할하는 공무원이 이해당사자와 각서를 체결하는 것은 어떤 이유에서든 합리화될 수 없다. 각서를 작성한 안산시 사회복지과장과는 연락이 닿지 않은 상황이지만, 관계자는 "위탁운영법인 선정 결과에 대한 번복은 있을 수 없다"고 밝혔다.
또한 정작 심사에는 불참한 채 선정결과가 나오자 각서를 공개하고 각서를 이행할 것을 촉구하는 지장협 안산지회의 태도도 수긍할 수 없다. 장애인복지관 위탁체 심사에 참여한 한국지체장애인협회 관계자도 "아직 선정 결과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 표명은 하지 않았으며, 시청과 지장협 안산지회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협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혀 비공식적인 경로로 대화가 진행되고 있음을 내비쳤다. 어떤 문제가 발생하면 실무적인 절차와 방법을 무시한 채, 비공식적인 경로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밀실 행정의 모습을 언제까지 보아야 하는가?
장애인복지관은 지지부진하게 원칙 없는 태도로 일관하는 안산시와 절차를 무시하고 세를 과시해 일을 해결하려는 지장협 안산지회의 힘 겨루기 때문에 몇 달째 파행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지장협 안산지회 회원들의 계속되는 소란행위로 여름방학 중 장애아동들의 이용 프로그램은 진행되지 못했으며, 복지관 종사자들의 사기도 날로 저하되고 있다.
규탄대회가 열린 8월 21일 이후에도 지장협 안산지회 회원들은 장애인복지관에서 유리병을 깨고 문과 벽에 페인트칠을 하는 등 계속 소란을 피웠으며, 그 결과 장애인 복지관의 이용이 불가능해지자 8월 28일 휴관하기에 이르렀다. 명분 없는 힘 겨루기의 피해자는 바로 장애인복지관을 이용하는 장애당사자이다.
글 · 사진/이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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