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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훈련 대신 농성 택한 장애우국가대표선수들

열악한 환경에서 운동하느니 차라리 태극기를 반납하겠다

본문

이번 10월 26일 부산에서 열리게 될 아·태장애우경기대회를 불과 한달 앞두고 장애우국가대표 선수들이 훈련환경 및 처우개선, 선수 직업안정, 장애우 스포츠 활성화 등을 내걸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훈련 중이던 장애우육상국가대표팀 선수 30여명이 지난 8월 8일부터 처우 개선 등을 요구하며 숙소를 나와 서울 광진구 구의동 정립회관 한국장애인스포츠협의회 사무실에서 농성을 벌인데 이어 9월 26일에는 장애우국가대표선수들이 부산 범일동에 위치한 아·태 장애우경기대회 조직위원회 앞에서 ‘장애우스포츠 발전을 위한 대정부 결의대회’를 가졌다.

장애우국가대표선수들은 한국장애인스포츠협의회(회장 봉덕환, 이하 스포츠협의회)를 중심으로 모여 이미 지난 8월 장애우스포츠의 현실을 알리고 이에 대한 대책을 촉구하는 ‘2002년 제8회 부산 아·태장애우경기대회를 맞이하는 우리의 입장’이라는 제목의 의견서를 청와대, 국무총리. 복지부장관, 노동부장관, 문광부장관 앞으로 보내기도 했으나 해결책에 대한 구체적인 답변을 받지 못한 상태다.

▲장애우국가대표선수들

9월 26일 이들이 최종적으로 제시한 의견서는 대부분 지난 2000년 시드니 장애우올림픽 참가 당시 정부 관계자들이 검토를 약속했던 것으로 ▲장애우 체육예산 확충, ▲장애우 생활체육의 활성, ▲체육시설 개방 및 전용 체육시설 건립, ▲종목별 국제시합 참가활성, ▲장애우선수 직업안정, ▲장애우 실업팀 육성, ▲장애우 체육지도자 육성방안 마련, ▲일반 선수와 동등한 연금제도 확립, ▲장애우 체육의 주무부처 이관(보건복지부→문화관광부), ▲장애우 체육의 제도화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훈련대신 농성을 택한 장애우국가대표선수들의 훈련환경개선 및 처우개선, 장애우선수의 직업안정에 대한 목소리를 들어봤다.

 

변변한 훈련장 없이 떠돌이 생활, 여인숙에서 합숙하기도 해

이번 부산 아·태 장애우경기대회는 42개국 2,500여 명의 선수가 참가하고 우리 선수단의 규모는 17개 종목에 300여 명인 국제대회다. 그러나 장애우국가대표선수단이 열악한 운동환경과 불평등한 처우가 개선되지 않는 한 개막식과 경기 참여를 거부하겠다고 나서 보건복지부와 정부 관계부처의 답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정부의 무관심으로 합숙훈련 숙소마저 구하지 못해 여인숙을 전전해야 하는 ‘말뿐인 국가대표’ 처지에 장애우국가대표선수들이 분통을 터뜨린 것이다. 문제가 불거진 것은 육상대표선수들이 열악한 훈련장과 숙소 문제제기와 함께 8월 8일 정립회관에 있는 장애우스포츠협의회에서 농성을 시작하면서부터다.

부산 아·태 장애우경기대회을 3개월 앞둔 7월말 무렵 시점에서 정부는 가장 유망한 메달리스트 휠체어육상선수들의 합숙훈련을 위해 연천 종합운동장에 위치한 선수촌을 개장했다. 하지만 입촌한 선수들은 숙소에 들어서는 순간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일반국가대표선수들은 이번 부산 아시아게임을 앞두고 태능선수촌에서 체계적인 훈련을 할 수 있는데 반해 장애우국가대표선수들은 변변한 종합훈련장 하나 없이 전종목 선수들이 전국 각지에 흩어져 떠돌리 생활을 하는 것도 서러운 상황에서 선수촌이라는 이름이 붙은 숙소의 상황은 차라리 눈을 감아버리고 싶을 정도로 참담했던 것이다.

말이 선수촌이지 PC방을 개조해 만든 임시 숙소같은 곳에는 체육기자재 등 잡동사니와 함께 한쪽 구석에 평상과 매트리스를 펼쳐놓은 것이 전부였고, 화장실은 턱이 높고 문이 좁아 휠체어 장애우들이 이용하기에는 어려움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뿐만 아니라 척추 장애우 선수들은 화장실을 이용을 위해 먼 곳까지 이동해야했고 편히 누워 잠을 잘 수 없는 등 문제가 한 두가지가 아니었다.

열악한 숙소문제에 대해 선수들의 항의가 빗발치자 며칠 후 여관으로 숙소를 옮겨주었지만 그곳 역시 방과 화장실의 문턱이 높아 선수들은 기어서 이동하면서 생활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이런 사실이 신문에 보도되고 방송으로 알려지면서 복지부는 그제서야 부랴부랴 숙소를 모텔로 옮겨 주었지만 그곳은 어이없게도 선수들이 훈련하는 운동장에서 10km나 떨어진 곳이었다. 더욱 기가 막힌 일은 선수들에게 이동 중에 발생할 수도 있는 문제에 대해서는 어떤 책임도 지지 않는다는 각서를 요구했다는 사실이다. 

 

열악한 상황을 호소하는 것은 육상팀 뿐이 아니다. 88장애우올림픽 당시 경기장으로 이용됐던 대표적 장애우체육시설인 서울 광진구 정립회관에서 훈련중인 역도선수단도 일반인이 이곳을 이용할 경우 자리를 비켜주기로 약속하고 간신히 훈련을 하고 있다.

한 역도 대표선수는 “태릉선수촌에는 장애우 편의시설이 없어 들어갈 꿈조차 꿀 수 없고 그나마 전국에 산재해 있는 장애우체육시설은 일반인에게 우선 이용권을 주고 있어 장애우들은 눈치를 봐가며 이용하는 형편”이라고 목청을 높였다.

 

시드니올림픽 당시 장애우국가대표전용선수촌 건립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나온 바 없어

이런 열악한 운동환경과 처우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는 이미 2000년 시드니장애우올림픽 출국 전 선수들이 공항에서 보이콧을 불사하면서 농성을 할 때 제기된 바 있다. 당시 정부는 선수들의 연금인상과 함께 장애우 국가대표선수들이 운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예산을 확보해 전용선수촌을 짓겠다고 발표했었다.

그러나 장애우스포츠협의회 김임연 대변인(장애우 국가대표 사격선수)의 말에 따르면 장애우종합체육시설을 건립할 목적으로 올해 50억원의 예산이 편성되었으나 아직까지 부지선정도 제대로 못하고 있는 형편이라고 한다.

“2000년 시드니 장애우올림픽경기대회 때 출발 전 공항에서 장애우선수들의 처우개선, 장애우체육의 전반적인 검토와 환경개선 등을 요구하며 출전거부운동을 펼쳐 정부로부터 연금인상과 선수촌건립 등의 확답을 받았어요. 전용선수촌 건립에 대해서는 보건복지부에서 50억 예산을 확보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아직 부지확보도 되지 않은 상태라고 알고 있습니다. 보건복지부와 장애우 체육을 실무 집행하는 장애우복지진흥회쪽에서는 체육, 문예, 미술등 모든 장애우 분야를 어우르는 장애우종합연수원을 건립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시드니올림픽 당시 올림픽 출전을 보이콧 해면서 얻어낸 기금으로 종합연수원을 짓는다는 것은 말이 안됩니다.”라며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장애우체육주관부처를 보건복지부에서 문화관광부로 이관해야한다고 주장했다.

86년부터 장애우펜싱팀 국가대표선수로 10년간 활동하다가 현재 장애우국가대표 펜싱팀을 지도하는 최일주 감독은 주무부처 이관에는 동의하지만 장애우국가대표 전용선수촌 건립에 대해서는 다소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대회가 임박해서도 운동장소가 없어 전국 각지에 장소를 구걸하러 다니는 형편이니 선수들에게는 당장 맘편하게 운동할 수 있는 시설이 필요하겠죠. 하지만 장애우전용체육시설을 새로 짓는 일에 대해 저는 명백히 반대합니다. 복지부에서 예산을 확보해서 장애우 전용선수촌을 지을 땅을 보러다닌다고 하던데 그건 또 하나의 분리예요. 전용이라는 말 자체가 분리의 또다른 표현인데, 그것을 못하게 하고 통합으로 가야할 복지부라는 곳에서 다시 분리를 한다는 게 이해가 안됩니다.

현재가 너무 아쉽고 불편하고 어렵지만 또 전용시설이 건립된다는 건 싫다구요. 차라리 함께 해줄테니 기다리라고 하면  기다리겠습니다. 복지진흥회나 복지부에 장애우 국가대표팀선수들이 태능선수촌을 이용하자고 하면 항상 대답은 편의시설이 없어서 안된다는 겁니다. 태능선수촌은 공공시설 아닙니까? 공공시설에 편의시설을 해야하는 것은 의무입니다. 그런데도 편의시설을 안하고 있다는 거예요. 그렇다면 차라리 그 돈을 노후화된 태능선수촌을 넓히자구요. 그 예산이면 개보수는 물론이고 확장까지도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장애선수와 비장애선수가 함께 해야지요."

최감독은 장애우종합체육시설이 갖춰진다고 해도 운영비나 관리비용 예산이 엄청나 감당하는 것이 어려울 뿐더러 지역여론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일반인들에게 일정정도 공간을 배려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 장애우선수들이 맘놓고 운동할 수는 없을 것이고, 더 큰 문제는 이것은 장애우선수들을 분리하는 또 하나의 차별이라는 점을 생각할 때 전용선수촌 문제는 좀 더 신중히 생각해 결정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생계문제 때문에 국가대표 선발돼도 포기하는 경우가 다반사

장애우 대표선수들은 시합에 참가할 때는 생계수단을 포기해야 한다. 각 직장들이 출전을 위한 훈련 때부터 경기까지 2, 3개월의 기간을 허락하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도 장애우 선수들에 대한 장기적인 직업안정 대책을 세우지 않고 시합이 있을 때만 활용하고 그후엔 해산시키는 실정이다.

직장을 그만두고 대회 출전할 경우 경기 후에 재취업을 해야하는데 다시 취업을 한다는 게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인데다가 직장을 포기하고 올림픽에 나가서 메달을 획득할 경우에는 작지만 연금도 받을 수 있고 자기만족감도느낄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다시 재취업을 해야하는 어려운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에 경제적인 여건이 어려운 선수들은 더욱이 국가대표를 반납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장애우선수들의 경우 국가대표로 선발되어도 생계문제로 포기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상황이 이렇고보니 선수 선발이 실력순으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 공공연한 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스포츠협의회 홈페이지에도 이번 부산 아·태장애인경기대회에 국가대표로 선발되었지만 생계문제로 포기한 선수가 자신의 참담한 심정을 ‘태극기를 반납합니다’라는 글로 올려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안타깝게 했다.

그렇다면 선수들은 국제대회에서 메달을 따낸 후 연금을 받아 경제적 문제를 해결해나갈 수밖에 없다는 것인데 이도 만만한 일이 아니다. 우선 장애우 선수들은 반드시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내야만 연금이 지급되는데다가 일반 선수들의 2/3 수준밖에 되지 않는 연금을 받기 때문이다.

세계대회를 석권했을 때 지급되는 연금도 일반 선수와 차이가 크다. 장애우올림픽 사상 최초로 4연패를 한 역도선수 37세 정금종 씨가 받는 연금은 월 80만원에 불과하다. 일반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한번 따면 월 1백만을, 4연패하면 1억원을 웃도는 금액을 일시불로 받는 것과 큰 차이가 난다.

장애인스포츠협의회 김임연 대변인은 “장애선수의 연금은 올림픽 금메달이 60만원, 여러개를 딸 경우 상한선이 80만원입니다. 그것도 2000년 시드니장애우올림픽 당시 보이콧을 불사하면서 얻어낸 성과예요. 이전에는 금메달 연금이 273000원, 상한선이 43만원으로 받았으니까요. 비장애우의 경우 금메달을 따면 100만원의 연금을 받고, 여러개의 메달을 획득한 경우 상한선이 190만원까지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너무 많은 차이가 나죠.”라며 이런 국가적·사회적 냉대 때문에 후배들에게 운동을 권유하기가 겁난다고 했다.

펜싱팀 최일주 감독은 연금문제의 경우 기회의 형평성마저 주지 않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말한다.

“물론 지금 장애우 국가대표선수들이 일반선수와 동등한 연금제도 확립을 요구하는 것이 지나친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제 나름대로는 일반선수와 금액이 차이나는 것은 어느정도 인정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쉽게 말하면 일반올림픽에서 육상경기에서 백미터달리기를 하면 남자 하나, 여자 하나 메달이 두개 나온다구요. 하지만 장애우 올림픽에서는 100미터 달리기만해도 시각, 청각, 지체 등등 장애 유형이 다양하기 때문에 일반올림픽의 5배정도인 수십개가 나옵니다.

우리 펜싱팀에도 그런 경우가 있었는데 두달 연습을 해서 대회 나갔더니 참가국이 3개국밖에 안와서 무조건 메달을 땄어요. 이런 경우 평생 연금을 주는 것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봐요. 따라서 액수가 차등되는 것은 어느 정도 인정하겠는데 기회까지 차등을 하고 막아버리는 것은 분명히 불평등이라는 겁니다. 현재 장애우선수들은 올림픽에서 3위안에 들어야만 연금혜택을 받아요. 그렇다면 4년에 딱 한번밖에 기회가 없다는 겁니다. 하지만 일반선수들은 선수권대회든 어느 대회든 점수가 모여지는대로 연금혜택을 받는다구요.”

최감독은 장애로 차별받아서도 안되지만 그렇다고 장애가 특권도 아니라면서, 너무 요구자의 입장만 내세우다보면 현실성 없는 요구가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연금문제의 경우는 객관적인 자료를 수집해서 구체적으로 제시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선수들의 직업안정을 통한 엘리트 체육 육성 절실

이번에 장애우국가대표선수들의 움직임을 둘러싸고 많은 언론들이 이 문제를 집중보도했다. 언론에서는 가장 가시적인 문제인 훈련여건 개선과 수당 연금 인상 등을 둘러싼 처우개선에 대해서만 목소리를 높혀 왔다. 하지만 이번 취재 과정에서 만난 선수들과 감독진들의 말을 들어보면 가장 시급한 문제는 바로 장애우 체육을 스포츠가 아닌 재활로 평가한다는 것이며, 이에 따라 선수들의 직업안정 문제가 해결되어야한다는 것이다.

오죽하면 장애우선수 사이에서는 “우리 나라에서 장애우선수는 딱 1명”이라는 말이  농담처럼 퍼져있겠는가. 실제로 실업팀에서 활동하고 있는 선수는 장애우사격을 하고 있는 국민은행 소속 김임연 선수뿐이다. 이 말은 평상시에 마음놓고 운동을 할 수 있는 장애우선수가 1명밖에는 없다는 말이기도 하다.

장애우올림픽에 출전하려면 개인랭킹과 국가별 쿼터를 평소에 많이 따놔야 하는데 우리 나라 장애우선수들은 평상시에 훈련을 할 수 없는 처지이기 때문에 장애우스포츠의 하락세는 불을 보듯 뻔하다.

펜싱팀 최일주 감독은 장애우스포츠가 그동안 질적 양적으로는 성장하고 팽창했는데 주위환경이 변하지 않은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선수들의 기량은 세계적으로 발전해 엘리트스포츠 수준에 이르렀으나 정부에서는 여전히 장애우체육을 재활차원에서 바라본다는 것이다.

“선수들의 의식구조의 발달이나 기술력, 경기력, 선수들의 요구사항은 굉장히 팽창했어요. 엘리트 수준을 넘죠. 그런데 그것을 받쳐주어야하는 주위환경이 그대로인 것이 문제입니다. 장애우체육은 더 이상 단순한 여가선용이나 재활의 의미가 아나 하나의 독립된 스포츠분야입니다.  우선 현재 상황에서 현실적인 대안은 실업팀 창단이예요. 선수들의 직업안정이 가장 시급한데 운동과 직업 이 두가지를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실업팀을 만드는 것이기때문이죠. 일반스포츠팀같은 경우에는 시예산을 가지고 운영되는 스포츠팀이 많이 있잖아요. 그것의 10분의 1만 들여도 장애우스포츠는 운영할 수 있다는 겁니다. 이것은 예산의 문제가 아니라 의지의 문제라고 봐요.”라며 장애우실업팀 창단은 선수들의 직업안정은 물론 장애우체육을 엘리트스포츠로 이끌고 가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포츠협의회 김임연 대변인 역시 장애인스포츠의 발전을 위해서는 실업팀을 꾸리는 일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장애우 체육 주무부처, 복지부에서 문화관광부로 이관해야

장애우 국가대표선수들과 관계자들은 이번문제를 풀어가는 가장 큰 실마리를 주무부처이관으로 꼽는다. 장애우체육을 담당하고 있는 부서를 보건복지부에서 문화관광부로 이관해야한다는 주장이다. 장애우체육을 보건복지부에서 관할한다는 것은 장애우 체육을 스포츠가 아닌 재활의 시각으로 바라보는 잘못된 생각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것이다.

펜싱팀 최일주 감독은 “장애우체육을 보는 관점의 차이가 이번 문제를 반목과 대립으로 몰고 가는 것 같습니다. 장애당사자들은 스포츠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대안을 마련해야하는 정부나 제도적으로 발전시켜야하는 행정당사자들은 이것을 스포츠로 보지 않고 재활로 생각하기때문에 대립할 수밖에 없는 겁니다.

스포츠로 인정된다면 당연히 주무부처가 문화광광부로 이관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현재와 같은 지원이 아니라 그야말로 장애인스포츠 육성으로 나아가게 되겠지요. 이게 스포츠가 아니면 무엇으로 보고 있는지 정부 담당자에게 직접 질의를 한 적이 있는데 그 분 말이 이건 행사라는 거예요.

요리올림픽, 양복올림픽 같은 거라는 거죠. 그런 논리라면, 재활체육의 행사정도로 참여를 하기 위해 두달 넘게 합숙을 하고 자기 직장을 포기한다는 말이 되잖아요? 올림픽에 나가기 위해서 네 개 이상의 국제시합에 나가서 렝킹을 따내야하는데 이걸 재활체육행사로 봐야할까요? 우리나라의 제도는 장애우 체육이 장애우복지법상에 있어요. 장애우복지법 내에 장애우복지진흥회가 있고 진흥회쪽에서 전반적인 관리를 하기 때문에 구조적으로 현행법상의 제도로는 재활체육이 될 수밖에 없어요.”라며 구조적인 문제를 지적했다.

체육과학연구원 정책개발연구실 이용식 책임연구원 역시 보건복지부에서 장애우체육업무를 담당하는 것은 맞지않는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여성의 체육활동이나 경기대회 참가는 여성부에서 담당해야 하는가? 청소년의 경우에도 학교체육수업 시간을 제외한 방과 후 체육활동도 교육부가 책임져야 하는가? 초점이 경기대회나 체육활동이기 때문에 그 대상이 여성이든 장애우이든 청소년이든 체육부처에서 담당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즉, "엘리트체육은 대한체육회에서 담당하고 생활체육은 생활체육협의회에서 담당해야한다”고 말하고 있다.

 

당근 몇 개로 구조적인 문제 막을 순 없어

한편 정부에서는 선수들의 반발이 사회적으로 확대될 움직임을 보이자 서둘러 일부 사안에 대한 대책을 내놓았다. 복지부는 지난 8월 12일 아·태경기에  출전하는 선수들의 처우개선을 위해 급식비 인상(5천원/1식→6천원/1식), 훈련수당 신규지급(1만원∼1만5천원/1일), 감독 및 코치 수당 인상(3만원/1일→5만원/1일) 등의 계획을 발표했다.

또 복지부는 “17개 경기종목이 국립재활원 등 14개소에 분산해 훈련하는 실정에 따라 이미 추진하고 있는 장애우종합체육시설을 조속히 착공해 2004년 그리스 장애우올림픽에 참가하는 대표선수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외에도 복지부는 선수들이 훈련기간동안 훈련에 전념할 수 있도록 고용안정 등 생계보장대책도 마련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보건복지부는 지난 8월 27일 공문을 통해 “문화관광부와 같은 수준의 선수대우가 불가능한 사유는 장애우체육에 대한 국민적 관심의 부족, 장애우체육행사의 수익성 저조, 정부지원 예산의 부족 등 여러 가지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문제의  논점을 예산부족에만 초점을 맞추어가고 있다.

부처이관에 대해 보건복지부 관계자들은 “장애선수들은 일반인과 달리 다양한 장애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문화관광부에 이관되는 것은 어렵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고, 문광부 관계자는 “장애우대표선수에 대한 어떠한 정책이나 이관에 대하여 언급된 바가 없다”라고 밝혀 부처 이관의 의지가 전혀 없음을 내비추었다.

장애우체육사업의 실무를 맡고 있는 장애인복지진흥회측 역시“정부가 장애우선수들의 처우개선에 대해 여러방면으로 대안을 마련하고 있다”면서 “선수들은 개선이 전혀 없었다고 주장하지만 연금 부분은 미약하지만 상향조정됐다. 선수들이 마음놓고 훈련할 수 잇는 종합훈련장도 건립하고 있는 상태다. 정부의 예산과 기금이 부족한 상태라서 모든 부분의 의견을 수렴하기는 보건복지부에서 선수들의 직업안정을 위해 지방자치단체에 실업팀창단 협조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관계부처의 입장을 정리해보자면, 선수들에게 훈련수당을 지급하고 2004년까지 장애우종합체육시설을 착공하겠다는 것이 주요골자인데 이것은 당근 몇 개로 구조적인 문제를 입막음하겟다는 처사로 보인다. 시드니올림픽 때 역시 연금인상과 전용선수촌건립 약속으로 사태를 부랴부랴 막은 것과 무엇이 다른단 말인가.

장애우국가대표선수들은 이런 정부의 성의없는 답변에 분노하면서 “10월 25일까지 복지부 등 정부관계부처의 답변이 없을 경우 개막식과 경기참여를 거부하겠다”고 밝히고 있어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처음으로 주최국의 대표선수가 불참하게되는 불명예를 안게될지도 모를 일이다.

당장 선수들의 반발을 막자고 다시 실효성 없는 약속을 하는 관계부처의 조삼모사식 행정보다는 진심으로 문제 해결의지를 가지고 선수들과 진심으로 마주앉아 대안을 고민하는 진지한 모습을 기대해본다.


  

 

글 · 사진 이나라 기자(n2906@hanmail.net)

작성자이나라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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