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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연재

독일의 중증장애아동을 위한 교육제도

[정신지체장애우이야기(11)]

본문

2002년 6월 18일부터 30일 두 주간 7명의 연수팀과 함께 독일연수를 다녀왔다. 각 재활영역의 팀장들이 고루 구성된 작년 연수팀과는 달리 과반수이상이 조기교육, 아동주간보호를 맡고 있는 담당자들이 참여하여 아동시설들을 관심 있게 둘러보았다. 이번 연수지는 정신지체인부모회(Lebenshilfe)의 하나우(Hanau), 뷔르쯔부르크(W rzburg), 을름(Ulm) 지역연합회가 운영하는 아동 및 성인정신지체장애인시설들이다. 우리 연수팀이 둘러본 아동시설중 인상에 남았던 을름지역의 특수교육센터를 중심으로 독일의 중증아동에 대한 교육현실을 살펴보고자 한다.

을름의 특수교육센터

특수교육센터는 이 지역의 정신지체를 가지고 있는 아동들과 그들의 부모들을 위한 전문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 이 곳은 아동들이 가능한 한 독립적으로, 그리고 자기결정에 의한 삶을 영유해 나갈 수 있도록 능력을 키워주는 것이며 이를 위해 부모, 전문종사자, 그리고 아동이 함께 협력해 이루어 나가도록 하고 있다. 특수교육센터는 다음의 5개 시설들로 구성되어 있다.

- 조기교육시설 : PFF.
- 취학준비교육시설 (특수교육유치원) : SVE/HPK.
- 통합유치원 : IKG.
- 특수학교 (직업반단계 포함) : LHS.
- 특수주간보호시설 : HPT.

위의 5개 시설에서 받고 있는 교육내용을 살펴보면, 0세에서 3세까지의 정신지체나 정신지체로 의심되는 아동은 조기교육의 대상으로 방문치료교육을 받고 있다.

아동의 장애정도와 도움의 필요에 따라 언어, 물리, 작업치료와 부모상담을 지원해주고 있다. 우리나라의 조기교육 대상인 3세에서 6세 아동은 통합이나 특수 유치원에서 교육을 받는데 1998년 통합유치원을 의무로 하고 있으나 통합이 어려운 아동을 위해 특수유치원도 운영하고 있다. 통합 유치원과 특수유치원은 교육비, 아동의 수에 있어 차이가 있다.

즉, 통합유치원의 아동 수는 15명으로 비장애아동이 11명, 장애아동이 4명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장애, 비장애 아동 모두 교육비를 내고 있다. 특수유치원에서는 7-8명의 장애아동이 2-3명의 전문 및 보조인력에 의해 교육을 받으면서 교육비는 무료이다.

놀라운 것은 비장애아동의 부모들이 장애아동이 전혀 없는 일반유치원보다 장애아동과 함께 배우는 통합유치원을 더 선호하고 있어 대기자의 수가 많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다양하지만, 대체로 통합유치원의 아동수가 적어 교사가 아동을 개별적으로 지도해줄 수 있으며 아동들끼리는 서로 도와주면서 자연스럽게 함께 어울리는 동안 인성교육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러한 현상은 이 지역만이 아니라 우리가 방문했던 다른 지역에서도 공통되는 현상이었다.

6세 이후의 아동은 특수학교에서 교육을 받는다. 학교의 종류는 물론 부모와 이전에 교육을 담당했던 전문교사들이 함께 평가회의를 거쳐 정신지체인학교, 학습장애인학교, 지체장애인학교, 혹은 일반학교 입학이 결정된다.

각 학교들의 교육과정은 다소 차이가 있으나 정신지체인학교는 준비과정(1년), 저 · 중 · 고학년단계(각 3년으로 총 9년), 직업반단계 (3년), 그리고 정도에 따라 1년을 연장할 수 있어 준비과정을 제외한 정규교육과정은 12~13년간 무상교육을 받고 있다.

한 반의 학생수는 7-8명이며 교사의 수는 3명(특수교사, 보육사, 실습생)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곳의 특수교육정책은 일반학교의 특수학급은 진정한 통합이 아니라는 견해를 갖고 있다. 즉, 한 학교 울타리에서 배우지만 장애아동만을 위한 학급을 만드는 것은 통합의 의미는 물론, 오히려 아동에게 고통을 주는 것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그들의 통합교육정책으로 특수학교 아동이나 청소년이 일주일에 한두번 특수교사와 함께 일반학교에 가서 함께 수업을 받는다. 그들의 이상적인 통합교육의 형태는 완전한 통합교육으로 개별특수교사가 함께 하는 것인데 비용이 많이 들어 현실화시키기 어렵다고 한다.

중증장애아동들 교육받을 권리 보장 받고 있어

우리와 많은 차이가 있는 것은 주간보호제도이다. 아동주간보호와 조기교육제도가 분리되어 있어 중증아동은 주간보호시설에서 보호를 받고 있는 우리와는 달리 독일의 아동주간보호시설은 유치원과 학교와 연계되어 오전에 교육시설에서 교육이 끝난 아동을 오후에 주간보호시설에서 인계받아 취미교실과 방과 후 프로그램으로 부모가 데려갈 때까지 보호해준다. 즉 모든 아동은 장애의 종류나 정도에 관계없이 동등한 개별적인 교육을 받고 있으며 그 이후 시간을 보호해 줌으로써 가족, 특히 어머니의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 주간보호시설에서는 학교와 다른 건물에서 학과와 전혀 관계없는 여가프로그램을 운영해 아동들에게 재미있는 시간을 제공하고 있다. 우리와 같은 주간보호제도는 과거 동독지역에 있었다고 한다.

이상에서 살펴본 독일 정신지체아동의 교육정책을 통해 주목할 것은 그곳의 중증장애아동들은 교육을 받을 권리를 보장받고 있다는 것이다. 장애종류에 따라 특수학교의 종류는 구분하고 있으나 장애정도로 인해 교육권이 박탈되지 않는다.

이러한 교육정책은 성인이 되어 직업정책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학교(직업반)를 졸업한 청소년은 장애인작업장으로 바로 옮겨져 2년간의 평가과정을 거친 후 일반고용이 가능하면 취업을 나가고, 이것이 여의치 못하거나 본인이 원할 경우에는 그곳에 남아 보호고용을 받고 있다.

이 곳에서도 중증장애인이라 해서 제외되는 일은 없다. 모든 장애인은 작업장에서 일할 권리가 있어 원하면 언제든지 일 할 자리를 마련해주어야 하며 장애정도가 심하면 작업장내에 별도의 교육시설을 만들어 교육과 작업을 함께 받는다. 장애정도가 매우 심해 거동을 전혀 못하고 신변처리에도 집중적인 도움이 필요하여도 아침에 작업장에 출근하여 저녁에 집에 돌아가는 직장인의 생활리듬을 보장해 주고 있다. 그들은 조그만 물건을 바로 옆자리로 밀어놓는 능력도 작업능력으로 평가한다고 한다.

독일은 우리의 눈으로 볼 때, 분명 통합교육보다는 특수교육의, 일반고용보다는 보호고용의 성격이 더 강하다는 느낌을 갖게 한다. 우리가 배운 잣대를 기준으로 통합에 대해 토론했을 때 그들은 우리들에게 "누구를 위한 통합이냐? 종사자들을 위한 것이냐, 아니면 장애인 당사자들을 위한 것이냐?"며 반문하며,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고, 스스로 선택 · 결정하도록 도우며 지역사회에서는 그들을 선입견 없이 대하도록 하는데 힘쓰고 있다"고 대답하면서 "함께 사는 것이 통합"이라고 대답하였다.

우리가 을름의 특수교육센터에 도착하던 날 전교생이 라운지에 모여 발표회를 하고 있었다. 교장 선생님의 진행으로 각기 반 아동과 청소년들은 교사와 함께 연습한 장기들을 보이면서 어울려 웃고 놀고 있었다. 교장선생님은 특별히 자신의 권위를 낮추어 아이들이 자신을 부를 때 존칭어인 Sie(당신)을 쓰는 대신에 Du(너)라는 친근한 호칭을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고 한다. 아무리 사소한 질문에도 진지하게 대답해주는 그의 태도는 "내가 교장선생님으로부터 존중받고 있구나." 하는 신뢰를 주기에 충분해 보였다.

"우리 아이"를 생각하는 부모들을 만나보았다. 기관장으로부터 받은 저녁초대자리에 기관장은 "나의 상관"이라며 부모회 회장을 소개하였고 회장은 "저 분 없이는 나는 아무 것도 못한다" 라며 기관장을 치켜세웠다. 부모회소속 기관이라 회장과 기관장의 조직구조는 수직적으로 되어 있으나 역할은 완벽하게 구분되어 있어 부모들은 재정지원과 대외홍보를, 전문인력들은 직접서비스를 맡고 있다. 전 운영비의 10- 20%정도를 책임지고 있으며 전문인력들이 서비스를 잘 할 수 있도록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전문적인 협력관계는 우리의 첫 연수지인 하나우에서도 관찰할 수 있었다. 하나우 부모회회장과의 인터뷰에서 전문종사자인 우리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회장은 "부모는 내 아이를 위한 전문가이며, 종사자는 이 일(교육)에 대한 전문가이므로 두 전문가가 협력해야 한다"고 힘주어 대답했다. 하나우 부모회회장의 말은 현장에서 생기는 부모들과의 갈등문제의 해결점을 제공해주었다.

"자녀의 문제로 부모와 상담할 때 "그러니까 장애우지요" 하며 이해와 동정만을 요구하는 부모님의 소극적인 대답을 자주 듣는다. "내 아이"의 전문가라면 일(교육)에 대한 전문가인 교사와 문제해결을 위해 당당하게, 그리고 전문가다운 협력을 해야 할 것이다. 또한 "내 아이"의 전문가라면 "우리 아이"의 전문가이어야 한다. 내 아이에 대한 특혜만을 요구하는 것은 다른 아이에 대한 소홀을 요구하는 것이므로 한 아이에 대한 특혜는 우리 아이에 대한 소홀을 의미하는 것이라는 것을 잊지 않기를 부탁드린다."

독일과 우리나라는 제도, 역사, 사람 모든 면에서 차이가 있으나 공통점과 배울점은 분명히 있을 것이다.

끝으로 독일연방정신지체인부모회가 우리의 아이들을 위해 제시한 요구들을 적어보고자 한다.



당신이 장애인을 만났을 때

- 장애인은 동정 보다는 존중해주기를 원합니다.

- 당신이 장애인을 돕고자 할 때, 예를 들어 계단 앞에서, 먼저 도움이 필요한지를 물으십시오.

- 당신이 버스나 전철 안에서 장애인의 옆자리에 앉았을 때 그들을 쳐다보지 마십시오.

- 장애인이 언어적 혹은 비언어적으로 당신에게 말을 걸고자 할 때 피하지 마시고 멈추어 서주십시오.

- 당신이 휴가를 보내는 호텔에 장애인이 숙박하고 있다면 친절하게 대해주십시오.

- 장애아동을 당신의 자녀나 손주들과 함께 놀도록 해주십시오.

- 당신이 장애인에 대해 두렵거나 신체적인 접촉을 꺼려하신다면 장애인에게 조용히 솔직하게 얘기해 주십시오.

- 정신지체인은 당신에게 어느 정도까지 접근해야하는지를 잘 모를 때가 자주 있습니다. 당신이 원하는 접근의 한계를 주저하지 마시고 분명하게 알려주십시오.

『독일연방정신지체인부모회』

 

작성자유병주 (서울시 그룹홈지원센터 소장)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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