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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연재

[초점(2)] 18억 2천만원의 한 편의 사기극

충격, 청각장애우 대상으로 금융사기 발생

본문

 

 청각장애우들을 상대로 한 금융 사기 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다. 금융 피라미드 조직에 청각장애우들이 피해를 입은 액수는 밝혀진 것만 해도 무려 18여억원, 피해자는 경찰 추산에 따르면 325명이다. 금융 피라미드 조직은 유령 투자자문 회사 간판을 내건 다음 청각장애우들만을 위한 투자자문 회사라며 피해자들을 끌어 모은 것으로 밝혀졌다. 그런데 이번 사건은 사주의 구속으로 막을 내린 게 아니다. 사건 전개여하에 따라서는 더 많은 청각장애우 피해자가 생길 가능성도 상존하고 있다. 그래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금융 피라미드 조직이 어떻게 청각장애우들을 울렸는지 사건의 내막을 추적해 보았다.

 

 

피해액 18억2천만원의 사기 사건

지난 8월 9일 서울 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청각장애우들을 울린 금융 피라미드 조직을 적발했다고 발표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 조직은 1년에 180% 고수익을 보장한다면서 청각장애우 325명을 상대로 18여억원을 불법 모집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이어 "유사수신행위규제에 관한 법률" 제 6조를 적용해 유니콘 투자자문 주식회사 사장, 김성호(가명, 37세)씨를 구속하고, 청각장애우인 유니콘 투자자문 서울지사장 이상철(가명, 37세, 농아복지회 이사)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발표했다.

경찰이 밝힌 이들의 범죄 사실 및 사건 개요는 다음과 같다.

이들은 금융감독위원회에 등록되지 않아 투자를 받을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유령투자자문회사 투자를 빌미로 지사장 소장, 팀장, 딜러, 투자자로 이루어지는 금융 피라미든 조직을 결성해서 325명의 청각장애우들로부터 18억2천3백만원을 불법 모집하여 임의적으로 소비해 버렸다는 것이다.

경찰은 보도자료에 기술한 이번 사건의 특징으로 청각장애우들이 농아인협회 이사(농아복지회에서는 이씨가 30여명의 명예직 이사 중 한 명이며 협회 임원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인 피의자 이상철씨를 믿고 미등록 유령 회사를 청각장애우들만을 위한 투자자문회사로 잘못 알고 투자했고, 피해자 중 구두닦이 김 모씨의 경우 구두닦이 점포를 처분한 돈 전부를 투자한 뒤 가정 불화와 정신이상 증세로 현재 정신병원에 입원중이라고 밝혔다.

 

6년 저금한 430만원 모두 날려

기자는 좀 더 자세한 사건의 내막을 알기 위해 이번 사건을 수사한 담당 형사를 만났다. 다음은 담당형사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 범죄 사실을 좀 더 자세하게 얘기해 달라.

"

"

 

- 피의자들은 투자자금을 모아서 선물 옵션에 투자한다고 했다는데 실제 투자가 이뤄졌나?

"아니다. 미국 나스닥에도 투자한다고 하고, 주가지수 선물에 투자한다고 했지만 투자할 수가 없었다. 이미 울산에서 사고가 한 번 난 전력이 있어서 이들이 투자금을 합법적으로 선물에 투자하려면 법인을 없애고 새로 법인을 내야 하는데 법인을 새로 내려면 돈이 많이 들어간다. 결국 투자할 곳이 없으면서 청각장애우들을 상대로 투자금을 받은 다음 사무실 운영비와 경비로 다 사용했다."

 

- 피의자 중 한 명인 청각장애우는 구속되지 않고 풀려났는데 이유가 있나?

"농아복지회 이사인 피의자는 청각장애우들이 수입이 없기 때문에 도와주기 위해서 투자자들을 모집했을 뿐 개인적으로 치부하지는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회사에서 받은 돈이 한 달에 1백만원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그리고 장애우여서 불구속시켰다."

 

- 구체적인 피해 사례를 말해달라.

"서울 노량진 수산시장 앞에서 찹쌀떡과 호떡 장사를 하는 한 청각장애우 여성이 있다. 이 여성이 하루 2, 3만원을 벌어 430만원을 저금하는데 꼬박 6년이 걸렸다. 이 돈을 이번에 모두 다 날렸다."

 

- 이번 사건은 사주 구속으로 끝난 것인가? 그리고 유사 사건을 방지할 수 있는 방안이 있다면?

"지금 청각장애우 피해자들이 사건을 경찰에 제보한 제보자를 찾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피해자의 70%가 피의자와 합의해 준 것으로 알고 있다. 피의자가 풀려나지 않으면 떼인 돈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합의서를 써준다고 하는데, 피의자가 풀려 나와도 피해액수를 돌려 받긴 어려울 것이다. 내가 돈을 벌려면 누군가 피해를 입어야 하는 게 금융 피라미드다. 그래서 금융 피라미드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 방지책이 있다면 그건 투자하기 전에 이렇게 좋은 사업을 왜 다른 사람들이 하지 않을까? 의심해 보라는 것이다. 그러면 금융 피라미드 조직에 쉽게 말려들지 않을 것이다."

 

울산에서 시작된 사기 사건

그런데 이번 사건의 내막을 알고 있는 관계자의 전언에 따르면 사건은 간단한 게 아니라 조금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다. 관련자의 전언을 바탕으로 사건의 처음과 끝을 재구성 해 보면 아래와 같다.

유니콘 투자자문의 전신인 주식회사 호박이라는 이름의 유사 금융회사가 울산에서 문을 연 것은 지난 2월 28일 이었다.

조직적으로 청각장애우들을 겨냥해서 채용했는지, 아니면 우연인지 몰라도 울산의 주 호박 직원 중에 수화를 하는 직원이 있었다. 처음에는 이 직원이 울산지역의 청각장애우들을 대상으로 투자를 권유했다. 그러다가 소문이 나면서 울산이 아닌 서울의 청각장애우도 이 회사에 관심을 갖게 됐다. 이때 서울에서 처음 투자자로 참여한 청각장애우가 불구속 기소 된 농아복지회 명예 이사 이상철 씨였다.

정황을 보면 이상철씨는 회사와 사주를 철썩 같이 믿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단순히 돈을 투자하는데 그치지 않고 직접 회사의 서울 지사를 맡겠다고 나섰다. 그렇게 해서 시작된 게 영등포지사였다. 이 씨는 영등포지사를 운영하면서 본격적으로 서울의 청각장애우들을 투자자로 끌어들였고, 서울의 청각장애우들이 주 호박에 대한 투자금으로 울산에 송금한 돈이 무려 13억원이었다.

문제는 청각장애우들 뿐만 아니라 투자자를 모집한 이상철 씨 자신도 회사가 투자금을 어떤 일에 투자해서 수익을 창출하는지 구체적으로 몰랐다는 것이다. 청각장애우들은 평소에 별다른 수입원을 찾기 어려운 상태에서, 회사 말만 믿고 돈을 투자해 보니까, 실제로 한 동안 회사에서 약속한 이자가 꼬박꼬박 통장으로 들어오자, 회사가 약속을 지키고 있다 라고 판단하고 더 많은 투자금을 울산으로 보냈던 것이다.

그러던 중 지난 4월 울산에서 사고가 발생했다. 서울의 장애우들이 신고한 게 아니라 울산 지역의 투자자들이 회사에서 약속한 이자가 나오지 않자 신고해서 사주가 덜컥 구속되고 회사는 문을 닫아버렸다. 그런데 구속된 사주는 재판에서 벌금 7백만원을 선고받고 곧 풀려나왔다. 이 과정에서 엉뚱하게도 불똥이 서울의 청각장애우들에게 튀었다.

서울의 청각장애우들이 그 동안 회사에 보낸 돈이 모두 13억원 이었는데 구속됐다가 풀려난 회사 사주는 그 동안 입금된 돈이 13억원이 아니라 9억 수천 만원 밖에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던 것이다. 3억원이 넘는 돈이 흔적도 없이 공중으로 사라져버린 셈이다.

앞에서 사건이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다고 했는데, 그 한 단면이 바로 이 부분이다. 서울의 청각장애우들은 어떤 이유에선지 투자금을 곧 바로 회사 통장으로 입금시키지 않았다. 대신 이번 사건에서 드러나지 않은 중개인을 통해 입급시키는 방식을 택했는데, 이 중계인은 금융 피라미드 구조의 상위를 차지하고 있는 인물로 추정된다. 어쨌든 결과적으로 서울의 청각장애우들이 투자금을 송금하는 과정에서 배달사고가 일어난 것이다.

이상철 씨를 비롯한 청각장애우들이 이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거세게 항의하자, 회사측에서는 서둘러 무마책을 내놨다. 그 무마책이란 것이 서울에 다시 본사를 설립할 예정인데, 중계인을 거치지 않고, 본사와 직접 거래하면 문제가 되고 있는 3억 수천 만원을 해결하도록 회사에서 노력을 하겠다는 것이었다.

청각장애우들은 회사에 물린 돈을 찾으려면 다른 방법이 없었다. 회사측의 무마책에 동의할 수 밖에 없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울산에 있던 회사가 서울에 와서 유니콘 투자자문 주식회사라는 간판을 달고 영업을 시작한 것이 지난 5월 8일이었다. 물론 이 회사도 금융감독위원회에 등록하지 않은 유령 유사금융 회사였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이 있다. 이번에 문제가 된 피해액 약 18억원은 모두 서울지역 장애우들이 입은 피해액이라는 것이다. 회사가 울산에서 처음 문을 열었고, 수화를 하는 직원이 울산지역 청각장애우들을 상대로 투자자들을 모집했던 것을 떠올려보면 울산지역의 청각장애우들이 입은 피해액도 상당할 것이라는 추측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울산 지역 청각장애우들 몇 명이 얼마를 사기 당했는지 전혀 밝혀지지 않고 있다. 이 점도 우려되는 부분이 아닐 수 없다.

 

장애우들의 열악한 현실이 문제의 근본

회사에서는 서울에 본사를 내면서 "금융감독위원회에 서류가 들어갔기 때문에 곧 승인이 난다. 금감원의 승인을 받으면 한 달이 아니라 1년에 몇 % 이자를 지급하는 것으로 하자. 일년에 몇 % 이자를 지급하는 것은 피라미드가 아니고 합법이니까 안심해도 된다" 라고 청각장애우들을 설득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런데 청각장애우들은 회사의 이 말을 믿었다기보다는 회사가 없어지면 투자한 13억원도 사라져버리기 때문에 울며겨자먹기식으로 회사에 목을 매달 수밖에 없었다. 마치 본전을 찾을 생각으로 노름을 계속 하는 것처럼 회사에서 발을 뺄 수 없었던 것이다.

그렇게 해서 지난 5월부터 사건이 적발된 8월 초까지 서울의 청각장애우들이 추가로 회사에 투자한 돈이 5억2천만원이었다. 정리하면 울산에 회사가 있던 시점에 13억원을 투자하고, 서울에 본사가 생기면서 추가로 5억2천만원을 투자해 모두 18억2천만원의 돈을 유령 투자금융 회사에 투자한 것이다.

문제가 더 심각한 것은 그 동안 모은 돈을 투자한 청각장애우도 있지만 많은 청각장애우들이 빚을 내서 투자금을 마련했다는 것이다. 카드빚을 내고 심지어는 사채를 얻어 투자한 장애우도 있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그래서 사건의 여파가 어디까지 번질지 우려를 금치 못하게 만들고 있다. 신용불량자가 생기는 것은 기본이고 더 나아가서는 가정파탄이 속출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는 것이다.

회사의 미끼는 1천만원을 투자하면 9번에 걸쳐 모두 3백 만원의 이자를 주고 원금을 보장하며, 투자자를 모아올 경우 별도의 수당을 더 준다는 것이었다. 만약 회사의 약속이 제대로 지켜지기만 했다면 이 보다 더 유리한 투자처는 아마 없을 것이다. 하지만 애초부터 금융 피라미드는 사건을 수사한 형사 말대로 내가 이익을 얻으려면 반드시 다른 사람이 피해를 당해야 하기 때문에 성공 가능성이 없다. 이런 사실을 왜 청각장애우들은 몰랐을까?

지금으로서는 청각장애우들이 처해 있는 열악한 현실이 이런 어처구니없는 사기 사건에 말려들게 한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얘기할 수밖에 없다. 말 그대로 사는 것이 힘들고, 다른 수입원을 찾기 힘든 현실에서 투자금에 고액의 이자를 지급한다고 하니까 솔깃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한편 사건이 발생하자 피해자인 청각장애우들은 검찰에 제출할 탄원서와 합의서를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어쨌든 물린 돈을 받으려면 사주가 풀려 나와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청각장애우들의 안타까운 심정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만약 사주가 풀려나올 경우 더 많은 피해자가 생길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지울 수 없게 하고 있다. 울산의 경우처럼 물린 돈을 빌미로 사주가 청각장애우들에게 새로운 투자자를 모집해올 것을 요구해올 경우 청각장애우들이 선택할 폭이 넓지 않은 것이다.

한 관계자는 우려가 현실화 될 가능성을 다음과 같이 언급하고 있다.
"

"

결국 지금으로서는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 한 청각장애우들은 이 유령 금융회사에 물린 돈을 사실상 돌려 받지 못한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한 편의 사기극이 막을 내렸다. 그리고 18억2천만원이란 돈은 결코 작은 돈이 아니다. 특히 청각장애우들에게는 전재산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재산을 날리고 마음 고생을 하고 있을 장애우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무너져 내릴 수밖에 없다.

어쨌든 나쁜 인간들은 청각장애우들에게 마수를 뻗친 유령 유사금융 회사 사주고 그 직원들이다. 이들은 법의 엄중한 심판을 받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언급하고 싶은 것은 나아지기는커녕 점점 더 어려워지기만 하는 장애우들의 열악한 현실이 문제의 근본이라는 것이다. 열악한 장애우 현실이 개선되지 않는 한 이번 사건 같은 어처구니없는 사기 사건이 재발할 가능성은 상존 하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탈출구가 없는 현실에서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장애우들의 간절한 심정을 누가 탓할 수 있을 것인가?

 

  

글 · 사진 이태곤 기자

 


작성자이태곤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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