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권연대, 국가인권위 점거 단식농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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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산역 리프트 장애우 추락 사망 사고와 관련해 서울시의 진상조사와 공개사과를 요구해 오 던 장애우들의 분노가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지난 8월 12일 장애인 이동권 쟁취를 위한 연대회의(공동대표 박경석, 이하 이동권연대) 소속 회원 13명이 발산역 장애우 추락참사에 대한 서울시의 공개사과를 요구하며 국가인권위원회를 점거하고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이동권 연대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지금까지 인내하며 서울시에 이번 사고의 원인 규명과 공개사과를 요구했으나 시는 철저하게 외면하고 책임을 회피했다"며 "사고 책임을 인정하고 공개사과를 할 때까지 무기한 단식농성에 들어 갈 것"이라고 밝혔다.
기자회견 자리에서 이동권연대 박경석 공동대표는 "장애인의 이동권 문제는 인권 문제이고 따라서 국가인권위원회에 해결을 요구하는 것이다. 차별받는 사람들이 찾아갈 곳이 여기 아니냐. 국가인권위원회가 장애인들의 삶과 고통을 이해하고 사태 해결에 적극 나서주길 바라며 인권위를 점거했다"고 말문을 연 뒤 "이명박 시장은 임기 동안 장애인의 이동권 보장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약속을 이제 실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생존권요구에 돌아온 건 동료들의 참사뿐, 이제 서울시가 장애우 인권 대답할 때
이동권연대는 지난해 2월 오이도역 장애우 추락 참사 이후 장애우이동권 확보를 위해 1년6개 월이 넘도록 고된 싸움을 벌여왔다. 저상버스 도입과 지하철 역사의 엘리베이터 설치를 요구해왔지만 보건복지부와 건설교통부는 서로 책임을 회피해왔다. 게가다 "장애우에게 있어 이동권은 생존권"이라는 그들의 부르짖음에 돌아온 것은 경찰의 곤봉질과 지하철역 리프트에서 계속해서 발생되는 동료들의 참사뿐이었다.
이렇게 지하철리프트사고는 끊임없이 이어졌고 지난 5월 19일 지하철 5호선 발산역에서 1급 중증장애인 윤재봉(63) 씨가 리프트를 이용하다 추락, 사망한 사고가 일어났다. 이동권연대는 이에 대한 서울시의 공개사과와 향후 대책 마련을 요구해 왔으나 지난 7월 말 서울시로부터 "공개사과 불가" 입장만을 확인한 바 있다.
단식농성단은 "지난 5월 19일 발산역에서 장애인용 지하철 리프트가 추락해 장애인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으나 경찰과 서울시 그리고 관련 기관은 개인의 부주의로 인한 단순추락 사고로 규정하고 어떠한 후속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실제로 서울시는 지하철 역무원 교육 강화 등 뻔한 대책만 내놓고 있어, 또 다른 희생자가 언제 어디서 발생할 지 모르는 상황인 것이다.
이동권연대 박경석 대표는 "기자회견, 집회, 시청 식당 농성 등 해 볼 것은 다 해봤습니다. 그러나 서울시는 책임없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습니다. 예전처럼 흐지부지 넘어가서는 안된다는 생각에, 정말 이제 마지막이라는 마음으로 단식을 결의했습니다."라며 이번 단식농성의 절박한 심정을 토로했다.
해결의 실마리를 쥔 정부 당국은 책임 떠넘기기에만 급급했다. 저상버스 도입을 요구하기 위해 보건복지부를 찾아가면 건설교통부로 가라하고 건교부에 가면 다시 복지부에 문의하라며 애를 태웠다.
서울시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유족들에 대한 피해보상과 공개사과, 지하철역에 엘리베이 터 설치 등을 촉구했지만 면피용 궤변만 늘어 놓는다며 박 대표는 분통을 터뜨렸다.
"백번 양보해서 사고 원인이 기계 오작동이라고 합시다. 그렇다면 오작동으로 인해 사람 이 죽을만큼이나 그 위험성이 큰 게 현실인데 두고만 본다는 겁니까?"
물론 서울시도 휠체어 리프트의 추락방지용 안전벨트와 안전고리를 8월말까지 설치하고 리프트 이용안내문을 각 역사 곳곳에 부착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또한 장애우, 노약자 전용 셔틀버스를 도입하는 등 장애인 이동권 확대를 위한 시책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고 응수한다. 하지만 박 대표는 서울시의 이같은 발상이 오히려 기만적이라고 꼬집는다.
"대다수 휠체어 리프트 사고는 리프트를 타고 내릴 때 발생하기 때문에 안전벨트와 안전고리를 착용하는 것은 사고를 방지하는 대책이 될 수 없습니다. 이렇게 실효성 없고 전시적인 대책이 발표될 수 있었던 것은 기존의 리프트 사고에 대한 철저한 원인규명과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지 않은 것에서 기인하는 것입니다. 비장애인이 30분이면 갈 거리를 장애인은 4시간이나 걸려 힘들게 이동하는 모습을 보면 눈물이 납니다. 이곳에서 죽어서 나갈 다짐으로 단식을 시작했습니다. 이젠 서울시 뿐만 아 니라 대한민국 정부가 장애인 인권에 대해 대답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라고 서울시의 공개사과를 촉구했다.
휠체어 중증장애인 8명이 포함된 이들 단식 농성단은 ▲일간지 광고를 통한 서울시장의 공개사과 ▲지하철 역사 내에 장애인을 위한 안전시설과 엘리베이트 설치 ▲장애인의 안전한 버스 이용을 위해 (가칭)저상버스도입을 위한 추진본부 설치 ▲장애인 이동권 확보를 위한 (가칭)장애인이동권정책위원회 설치 등을 요구하고 있다.
단식농성 장소, 위원장실에서 11층 배움터로 이동해
단식 6일째인 8월 17일 저녁, 이동권연대는 단식농성장을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실에서 11층 배움터로 이동했다. 인권위에서 농성장을 현재 위원장실에서 11층 배움터로 옮겨줄 것을 요구해왔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박경석 공동대표는 "우리는 싸움을 장기적으로 가져갈 안정적인 장소가 필요하다"며 이 문제로 서울시가 아닌 국가인권위와의 싸움으로 비쳐져서는 안된다는 생각에 장소를 이동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와 이동권연대와의 투쟁으로 보여질 경우 오히려 서울시는 이동권연대와 국가인권위원회의 중재조차도 무시하면서 그대로 유유히 지켜만보게 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 이동권 연대측의 입장이다.
다는 것이 이동권 연대측의 입장이다.
한편 이동권연대의 단식점거농성을 지지하는 인권실천시민연대, 천주교 인권위 등 13개 인권단체들은 지난 8월 20일 공동기자회견을 열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는 서울시의 태도를 비난하고 국가인권위의 미온적 태도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기자회견에서 인권단체 대표자들은 "서울시가 농성 중에는 누구와도 대화하지 않겠다는 한편 책임질일 없기 때문에 사과할 일도 없다는 고자세를 유지하고 있다"며 다시 한번 서울시의 공개사과와 장애우 이동권보장을 위한 대책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인권단체들은 국가인권위를 향한 유감도 가감 없이 표출했다.
"국가위원회는 지난 1월 장애인 이동권 문제에 대한 진정을 제기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인권 주무기관으로서 어떠한 역할도 수행한 바 없다" 라며, "법적 권한이 없다는 말만하지 말고 당연히 할 수 있는 역할을 찾아 하라"라고 질타했다.
인권단체들은 공동기자회견문을 통해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실에 대한 점거농성이 시작되자, 국가인권위원회는 법적 권한이 없어서 아무것도 도와 줄 것이 없다. 농성장에서 나가달라는 말만 되풀이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지난 18일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실에서 배움터로 옮기게 된 과정에서 보여준 국가인권위원회 직원들의 관료적인 태도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해외에서 휴가를 보내는 위원장이 업무에 복귀하기 전에 장애인들이 마치 무슨 걸림돌이라도 되는 듯이, 농성장에서의 퇴거를 요구한 것은 국가인권위원회의 역할에서 한참이나 벗어나는 매우 관료적인 형태"라고 비판하고, 공동기자회견문을 통해 "이제라도 국가인권위원회는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소극적인 책임회피에서 벗어나, 보다 적극적으로 서울시에 대한 의견 표명, 이동권 보장을 위한 공청회 개최, 서울시에 대한 방문 등 법적 권한과 무관하게 할 수 있는 일은 얼마든지 있으므로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 할 수 있는 역할을 찾아해야한다"고 촉구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후 인권단체 대표단과 장애인 농성자들은 서울시청으로 향했다. 전경들이 가로막은 입구에서 한동안 실랑이를 벌인 끝에, 5명의 대표단이 건물 안으로 들어가 항의서한을 전달했다.
서울시의 장애우 전용 콜택시 도입은 이동권 문제를 해결하는 대안 될 수 없어
인권단체들의 공동기자회견이 열린 지난 8월 20일 서울시에서는 장애우 이동권 문제를 해결을 위해 장애우 전용 콜택시를 연내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서울시의 발표에 따르면 올해 안에 25억 원을 들여 휠체어가 장착된 장애인 전용 콜택시 100대를 구입하고 장애인이 이 택시를 이용할 때 일반택시 요금의 40% 수준에서 요금을 받을 계획이라는 것이다. 이는 지난 서울시장 선거 때 이명박 시장이 제시한 공약 중 하나다.
하지만 이동권연대측은 서울시의 장애인 전용 콜택시 도입은 장애인의 이동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우선 장애인 전용 콜택시 100대 도입은 장애인 이동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7월 현재 서울 시내에 거주하는 1~2급 중증장애인이 6만 4천 여명이다. 이중 휠체어 장애인은 약 7천 여명이다. 이들은 하루 평균 1회 이상의 교통 수단을 이용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는데, 장애인 전용 콜택시 100대가 운영될 경우, 70명에 한 명 꼴로 이것을 이용해야 하는 셈이 된다는 주장이다.
뿐만 아니라, 택시 요금을 기존의 요금과 비교해서 60%까지 싼 가격으로 책정해 장애인들이 보다 부담없이 이용할 수 있다고 하지만, 택시 요금을 40% 수준으로 낮춰도 장애인들의 경제적 수준과 근접한 요금 체계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동권연대측은 "장애인 전용 콜택시는 마치 장애인을 위하는 것처럼 보여질 수 있으나, 교통수단마저 "장애인 전용"이라는 딱지를 붙여 또다시 장애인을 사회로부터 분리시켜 버리는 수단으로 전락할 수 있다."며 "우리는 장애인 전용의 딱지가 붙은 교통수단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일반적으로 누구나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대중교통 수단을 원한다."고 서울시의 태도를 비난했다.
사태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극단으로 치닫는 가운데 국가인권위(위원장 김창국)는 8월 26일 지난 5월 지하철 5호선 발산역에서 발생한 윤모씨의 장애인리프트 추락 사고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국가인권위원회는 발산역 이외에도 최근 리프트 사고가 발생한 2호선 영등포구청역, 4호선 혜화역 · 오이도역, 5호선 군자역, 7호선 고속터미널역 등의 휠체어리프트에 대해서도 조사할 것임을 밝혔다.
인권위 유시춘 상임위원은 8월 22일 평화방송과의 대담에서 "지난 5월 리프트 추락사고에 대해 서울시가 신속하게 책임있는 조치를 현재까지 내놓지 않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농성 중인 상태에서의 조사는 피진정인으로부터 편파조사라는 오해를 받을 수도 있지만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가 곧바로 조사에 착수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권위원회가 발산역 리프트 사고의 정확한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인권위원회 조사관을 비롯, 서울시청 및 발산역 관계자, 장애인단체와 리프트시설 전문가 등이 참여한 가운데 현장검증을 실시하는 것은 매우 반가운 일이라 할 수 있지만 만약 이번 조사가 객관성과 실효성을 담보해내지 못할 경우 장애우들의 분노는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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