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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아시아 연대, 그리고 장애우 인권

제 7회 한·일국제장애우교류대회 참가기

본문

 지난 7월 4일부터 8일까지 일본 동경도 다찌가와시에서 제 7회 한 · 일 국제 장애우 교류대회가 열렸다. 한국의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와 일본의 "장애우 차별과 싸우는 공동체 전국연합"이 공동 주최한 이번 교류대회는 한 · 일 양국의 장애우와 관계자 약 300여명이 참석한 규모가 큰 국제교류대회로 열렸다. 특히 이번 대회에는 필리핀 장애우 대표가 옵서버로 참석했고, 아시아 연대 인권이라는 대회 주제가 말해주듯 장애우 문제에 대한 관심을 한 · 일 양국 뿐만 아니라 아시아 대륙으로 넓혀 해결을 모색하는 교류대회였다.

제 7회 한 · 일 국제 장애우 교류대회에서 무슨 말이 오갔는지, 또 어떤 장애우 문제가 쟁점이 됐는지, 교류대회 참가기를 싣는다.

 

▲한일국제장애우교류대회

아시아 대륙, 장애 문제가 당면한 현실

이번 국제 교류대회의 큰 주제는 아시아 연대 인권이었고, 작은 주제는 접근 이동권, 인권, 자립생활, 노동이었다.

즉 크게는 아시아 대륙 장애우들이 어떤 현실에 처해 있는지를 살펴보고 연대 가능성을 모색하며, 작게는 한 일 장애우들이 맞닥뜨리고 있는 현실 속에서 현안과 과제가 무엇인지를 짚어내 집중적으로 토론하는 방식으로 이번 교류대회가 진행됐다.

그런데 대회를 여는 일본측의 기조강연은 아사카 유호라는 여성장애우가 "자립생활 지원, 동료상담활동"이라는 제목으로 했다.

나중에 더 설명하겠지만 지금 일본 장애우계에는 자립생활 태풍이 불고 있다. 일본 전역에 자립생활 센터가 속속 생겨나고 있다. 일본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자립생활에 대한 지원도 강화되는 추세이다. 그래서인지 일본 장애우들의 화제는 온통 자립생활 얘기뿐이었다.

그런데 지금과 같이 일본 장애우들의 자립생활이 활성화 될 수 있었던 데에는 일본 장애우 들의 치열한 자립생활 운동이 있었다. 그리고 그 동안 진행되었던 일본 자립생활 운동에서 아사카 유호는 상징적인 인물로 꼽히고 있다. 그이는 최초로 일본에 자립생활센터가 생기는데 관여했고 자립생활 운동에 있어서 동료상담 기법을 소개한 인물이다. 그래서 기조강연을 골격형성부전증 중증장애를 가진 이 여인이 했다. 다음은 기조강연에서 아사카 유호가 한 말의 요약이다.

"어쩔 수 없는 환경에 의해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3년 동안 장애우 수용시설에서 생활한 적이 있다. 그 때 처음으로 어른들의 틀린 부분에 대해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말 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곳에서는 나를 혼자 방에 가두기도 했는데 그것은 학대였다. 나는 점점 따지지 않는 아이로 변해갔고, 3년 간의 시설생활은 나를 보통의 일반적인 아이로 변질시켰다. 그 시기 내가 여성장애우이기 때문에 결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을 처음 했다. 그 전까지는 좋아하는 사람이 있으면 표현하고 옆에 가서 앉기도 하고 그랬는데, 시설에서 생활하게 되면서 내가 보통의 장애우처럼 살아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더 이상 이렇게 살다가는 내가 원하는 대로 살아갈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용기를 내서 시설에서 나와 지역으로 돌아갔다.

그런데 중학교에 입학하기 위해 교장선생님을 찾아갔을 때 처음으로 입학을 거부당했다. 중학교에서 처음 차별이 시작되었던 것이다. 차별을 받으면 원래 갖고 있던 힘을 빼앗긴다. 점점 자신감이 없어지고, 무기력해진다. 그 상태로 스무살까지 살다가 자신이 없었지만 이렇게 살아갈 수 없다는 판단이 들어서 용기를 내서 자립생활 운동을 시작하게 되었다. 8년간 장애우 동료들이 집에서 밖으로 나와야 한다는 운동을 했다.

중증장애우의 가정을 방문해서 장애 운동에 같이 나서자고 설득하기도 했다. 또 개호인을 파견하지 않는 지방자치단체를 찾아가 항의하고 장애우들이 특수학교에 가야한다는 의무화된 교육 정책에 반대하는 운동을 했다. 그렇게 살다가 스물여덟살에 미국으로 건너갔다. 그곳에서 여성, 인권, 환경운동을 하는 많은 비장애우를 만났고, 그 안에서 많은 힘을 얻고 내가 변화되었다. 우선 자기 삶을 설계해 가는 것은 바로 나 자신이라는 것을 확인하였다는 게 큰 수확이었다. 나는 항상 주변사람들을 실망시키지 말고 참아야 한다는 것을 미덕으로 알고 살았는데, 미국에서 동성애자 친구로부터 한 번 뿐인 인생이기 때문에 내가 정말 무엇을 원하는가를 곰곰이 생각하고 결론이 나면 바로 실천해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

나는 지금 17세 연하의 남편과 살고 있다. 딸도 하나 있다. 결혼이라는 표현은 쓰고 싶지 않다. 남편을 좋은 파트너라고 생각하고 살고 있다. 내가 지금 하는 일 중 중심적인 일은 장애우들의 자립생활을 지원하는 일 이다. 그리고 또 하나는 인간답게 살기 위해 남성들의 인식을 변화시키는 일 이다. 남성도 함께 가사일 등을 해야 한다는 것. 이것은 남성을 위한 자립생활지원이라고 할 수 있다. 남성들이 아침 7시에 나가서 저녁 11시에 돌아온다고 하는 것은 가정에서 가족들과 집안 일 등을 하지 못한다는 것을 말한다. 이러면 특히 중증장애를 가진 여성들은 남성과 결혼하기 어렵다. 그래서 사회변화 운동차원에서 기회가 있을 때마다 노동 시간을 줄이자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아사카 유호의 강연에 이어 한국측 주최자인 연구소 김정열 소장이 "아시아 장애우의 인권과 연대"를 주제로 기조강연을 했다. 대회 큰 주제에 걸맞는 실질적인 강연인셈이다.

김 소장은 "전 세계 인구 100명 중 60명이 아시아 대륙에서 살고 있고, 전 세계에 살고 있는 사람 중 하루에 1달러 미만으로 살아가는 사람은 100명 중 25명인데 이중 18명이 아시아 대륙에서 살고 있다."라고 전제한 후 "아시아 각 국은 샘플 조사를 통해 발표한 장애 출현율에서 인구의 1-5%대를 장애우로 보고 있다. 서구의 장애 출현율이 10-20%에 이르는 상황에 비해서 아시아 각 국의 장애우 숫자가 상당히 낮은 이유는 장애 범주를 협소하게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은 아시아에 속한 나라마다 차이가 있겠으나 대개 정부가 장애문제를 소홀히 다루고 있거나 아니면 종교나 문화에 영향을 받아 장애를 숨기려는 경향성이 강한 결과로 보여진다." 라고 말했다.

김 소장은 이어 "현재 아시아의 각 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크고 작은 전쟁들로 인해 수많은 사람들이 장애를 갖게 되고, 수많은 어린이들이 영양실조나 위생문제 그리고 최근에는 에이즈로 인해 장애우가 되고 있어 장애 문제가 당면한 현실"이라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6억의 아시아인 중 9억명이 하루 1달러 이하로 생활하고 있다. 그리고 12억명은 상수도 시설이 없는 환경에서 생활하고 있다. 성인의 50%는 글자를 모른 채 살고 있고 아직도 약 1억 5천명이 학령기에 학교에 다니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상태에서 살고 있는 아시아 장애우들의 경우 상당히 어려운 상태에 놓여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법 제도적인 보장이 되어 있지 않은 국가가 많아 상당수의 장애우들은 사회에서도 방치되어 있지 않나 라는 의심을 하게 된다."며 "아시아 장애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선 아시아 지역 장애우들과 소규모 교류를 통해 인적 교류를 확대하는 등의 방법으로 연대를 모색하자."라고 김 소장은 제안했다.

 

일본 지하철의 편의시설은 역 직원

노동 분과는 현장 방문을 위주로 교류대회가 진행됐다. 먼저 방문한 현장은 다찌가와시에 있는 정신지체장애우 수산시설(국가보조금으로 운영되는 보호작업장) 스킷뿌(skip)였다. 이 작업장은 평균 연령 30세정도의 정신지체 장애우들이 일하고 있는 작업장이었는데 작업 내용은 세탁과 인쇄였고, 인상적인 것은 지역사회의 양로원, 공공기관 등에서 전체 일감의 80%를 대주고 있다는 것이었다.

두 번째 방문한 현장은 정신지체 장애우들이 운영하고 있는 다마에시에 있는 재활용품 매장이었다. 참가자들은 2곳의 리사이클 센터를 방문했는데 한 곳은 시 번화가에 있는 대형 슈퍼마켓 바로 옆에 매장이 있었다. 이 매장은 주말에는 주차할 곳이 없을 정도로 장사가 잘된다고 했다.

또 한 곳의 매장은 다마에시가 직접 운영하고 있는 쇼핑센터내에 자리잡고 있었다. 이 매장은 재활용품을 파는데 그치지 않고 매장 옆에 작은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었다. 이 레스토랑에는 정신지체장애우와 정신장애우가 함께 직원으로 근무하고 있었다.

다른 것은 제쳐두고 정신지체 장애우들이 운영하는 재활용 매장이 시내 번화가에, 그것도 대형슈퍼나 쇼핑센터 안에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 한국측 참가자들의 부러움을 샀다. 매장이 활성화되고 있는 것을 눈으로 확인했기 때문이다. 이렇듯 지역사회에서 장애우들을 적극적으로 끌어안는 모습이 우리와는 다른 일본의 노동 현장이었다.

접근 이동권 분과도 현장을 방문해서 일본의 편의시설 실태를 살펴보았다. 전철을 타고 도쿄의 중심가인 신주쿠역에 내려 도쿄도청을 중심으로 편의시설을 살펴보았는데, 눈에 띄는 몇 가지를 구술하면 다음과 같다.

우선 일본 민간회사에서 운영하는 전철은 장애우에게 이용 요금의 50% 할인 혜택을 주고 있었다. 대신 동경도에서 직접 운영하는 전철은 무임승차 혜택을 주고 있다.

그리고 일본의 전철이나 지하철역에는 휠체어 리프트를 찾아볼 수 없다는 게 특징이었다. 일본 지하철의 장애우 편의시설은 거칠게 말하면 역직원이었다. 장애우가 전철이나 지하철을 탈 경우 역 직원이 나와 승하차를 도와준다. 그래서 안전사고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관계자의 설명에 따르면 일본 베리어프리, 즉 편의시설법에는 역 직원들을 대상으로 장애우 이동 편의를 도와주는 방법을 반드시 교육시켜야 한다는 조항이 들어가 있다고 한다.

도쿄 시내 지상에서는 장애우 마크를 붙인 저상 버스를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관계자의 설명에 따르면 도쿄시에서 운행중인 시내 버스의 약 50%는 휠체어를 탄 장애우가 탑승이 가능한 저상버스라고 한다.

또 하나 참가자들은 이색 교통수단을 체험했는데 일본에서 무공해 무장벽 교통수단으로 다시 각광받는다는 노면전차였다. 노면전차란 쉽게 말하면 일제시대 서울 거리에 있던 전차를 떠올리면 된다. 도쿄시내 변두리에서 겨우 명맥을 이어가며 운행되고 있는 이 전차는 지하가 아니라 지상에서 운행된다는 점 한 가지만으로도 장애우 이동수단으로 각광받을만 했다.

그리고 도쿄도청은 일본에서 편의시설이 잘 갖춰진 대표적인 공공기관이다. 그렇지만 유도불럭 노면이 고르지 않는 등 여러 가지 문제점을 가지고 있어서 동행한 일본 장애우들의 비판을 샀다. 이방인의 눈에 비친 도쿄도청 편의시설 중 눈길을 끈 것은 점자로 된 안내책자와 각 층마다 있는, 휠체어를 탄 장애우도 이용이 가능한 자동판매기였다. 쉽게 간과할 수 있는 편의시설이었지만 장애우에 대한 세심한 배려가 돋보이는 편의시설이었다.

인권분과는 현장이 없었다. 대신 치열한 토론이 있었다. 그리고 토론의 주제는 양 국 장애우계에서 쟁점이 되고 있는 장애우 차별금지법이었다. 현재 일본도 우리 나라와 마찬가지로 차별금지법이 없다. 그래서 차별금지법을 준비하고 있고, 양국의 차별금지법 내용을 어떻게 만들지가 주 관심사로 제기됐다. 한국 측에서는 국립한국재활복지대학 학장인 김형식 교수가 발제를 했고, 일본 측에서는 이케하라 여씨카즈 변호사가 발제를 했다.

먼저 "장애우 인권의 세계적 추세"를 주제로 발제에 나선 김 학장은 "1966년에 국제인권규약이 채택되어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와 경제 사회적 문화적 권리를 구체화하였지만 인권침해가 생활화되어 있는 장애우에게는 큰 변화가 일어난 것 같지 않다. 특히 경제적 사회적 및 문화적 권리에 관한 규약 제 11조 1항에 의하면 이 규약의 당사국은 모든 사람이 적당한 식량, 의복 및 주택을 포함하여 자기 자신과 가정을 위한 적당한 생활수준을 누릴 권리와 생활조건을 개선할 권리를 가지는 것을 인정한다 라고 되어 있으며 이러한 규약이 엄연히 존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장애우들은 이러한 권리의 실현과정에서 즉 생활 환경권, 주거 생활권, 의료 수급권, 가족생활권, 문화 체육 생활권 등의 영역에서 침해를 당함으로써 기본적인 생존권을 위협 당하고 있다." 라고 말했다.

김 학장은 이어 "우리 주변에서 가장 두드러진 인권 침해의 대상으로 장애우를 지목할 수 있을 것 같다. 한국에서 시행한 장애우의 인권 침해 유형 조사에 의하면 조사 대상의 83.2%가 사람으로 살아가며 거쳐야 하는 여러 과정에서 인권의 침해를 당했던 경험이 있었다고 한다. 이러한 자료는 이미 장애우가 한국 사회의 마이너리티로서 자리 매김을 당했으며 시민으로서의 권리를 박탈당하고 온갖 불이익과 부당한 처우, 그리고 가히 폭력적이라고 밖에 표현할 수 없는 상황 속에서 사회의 저변으로 밀려나 있다는 말이다."라고 지적한 후 "우리는 지금 다른 어느 시대보다도 열악한 인권 환경에 살고 있기 때문에 인권은 모든 사람의 관심사가 되어야 한다. 그 이유는 팽배한 물질주의적 사고에 의해 경시 받는 정신적 가치 규범과 인간 경시 풍조, 개인주의적이고 자기 중심적 사고 지나친 경쟁의식 자만심의 추구가 바로 인권 침해의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의 소수인 특수층을 제외한다면 어느 누구도 인권침해로부터 자유스러울 수가 없으므로 인권침해는 우리 모두의 관심사가 되어야 한다." 라고 인권 문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일본 측 발제자인 이케하라 변호사는 "지금 일본에서는 장애우 차별금지법을 만들자는 운동이 일고 있는데 장애우 차별금지를 요구하는 운동의 배경은 현재 일본 정책이 장애우의 의사를 무시하고 있는 데서 야기되고 있다. 즉 헌법에 의한 장애우의 생존권은 권리성이 없고, 장애우의 자기결정에 대한 보장이 없으며, 보장수준이 너무 낮은 수준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문제다." 라고 먼저 지적했다.

"그래서 2000년 이후 일본의 각 당에서 장애우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한 움직임이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그 배경에는 2년전 미국 워싱톤에서 세계차별금지법에 대한 회의가 있었는데 그때 이제껏 장애우는 혼자서는 할 수 없다는 생각에 대응하여 새로운 인권모델이 나타났다. 이 새로운 인권모델은 이제껏 장애우가 사회에서 생활할 수 없는 것이 장애우들의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사회환경이 갖추어지지 않았으므로 생활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장애를 가진 사람이 생활을 하는데 불편을 느끼는 것은 사회에 장애물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장애우들을 고려한 상품이 만들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새로운 인권모델은 장애우도 "계단을 제거해달라고 요구할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생각이 장애우의 인권 개념을 바꾸어 놓았다. 일본은 이러한 인권 개념을 바탕으로 차별을 없애는 법을 만들지 않고는 장애우 차별금지가 이루어지길 기대할 수 없다." 라고 강조했다.

이케하라 변호사는 결론에서 "차별금지법을 준비하면서 한 가지 걱정은 장애우의 생존권과 자기결정권에 대한 생각의 혼란이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고용의 경우 미국의 ADA가 그다지 큰 효과를 나타내고 있지 않다. 1990년대 ADA가 만들어졌을 때 일본에 충격으로 다가왔으나 ADA조차 능력을 가진 장애우를 대상으로 하고 있지 이의 대상이 되지 않는 장애우는 해당이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장애우 차별금지법이 입법되더라도 모든 장애우가 똑같이 혜택을 볼 수 있을지 걱정이 된다."라고 말했다.

 

현장에 장애우가 없다는 건 차별

마지막으로 자립생활에 대해 언급해 보자. 미국에서 시작된 독립생활 모델이 일본에서 꽃을 피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지금 일본의 장애우계는 온통 자립생활 열풍에 휩싸여 있다. 일본 전역에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지원하는 자립생활지원센터가 속속 생겨나고 있는데, 그 숫자가 1천개에 육박하고 있다는 게 일본 측 관계자 말이다.

일본의 자립생활센터는 이미 국내에 충분히 소개됐기 때문에 더 이상 언급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대신 이번 교류대회에서 목격한 흥미로운 현상 하나를 소개하고자 한다. 다른 게 아니라 자립생활을 둘러싸고 일본의 장애우계에서 치열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자립생활에 대한 비판적인 입장은 "일하고 있는 장애우들에게는 자립생활에 있어서 꼭 필요한 서비스인 개호 개조 서비스의 확대는 아무런 의미를 갖지 못한다."는 말로 요약된다.

장애우의 노동 권리가 우선이라고 주장하는 그룹은 "장애우 자립을 위해서 가장 빠른 방법은 노동권을 획득하는 것이다. 일본에서 장애우들이 많은 곳에서 일을 하고 있다고 하지만 그렇지 않다. 공동작업소와 복지시설 등 제한된 공간에서 일하고 있는 게 일본 장애우들의 노동 현실이다. 그런 곳에서 일 하고 있는 장애우들은 임금을 못 받는 경우도 있고 비장애우의 관리를 받고 있기 때문에 진정한 노동이라고 할 수 없다. 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든 어쨌든 현장에 장애우가 없다는 건 차별이다. 그런데 자립생활 내부에서는 장애우가 일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을 하는 장애우들이 많다. 이건 심각한 문제다."라고 자립생활 운동을 비판하고 있다.

한 마디로 정부와 지자체의 재정 지원에 기대 확산되고 있는 자립생활 운동보다는 장애우가 일을 할 수 있는 권리를 먼저 확보하는 게 진정한 자립으로 가는 지름길이라는 게 이 그룹의 주장인 셈이다.

이런 비판에 대해 자립생활 운동 그룹은 "모든 장애우가 노동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은 잘못된 관점"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일을 할 수 없는 중증장애우가 있고, 중증장애우 문제는 결국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논쟁의 배경에는 일본의 장애우 정책이 자리잡고 있다. 일본 장애우 정책에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은 일본 정부는 연금 지급과 자립생활에 대한 지원으로 장애우들을 노동할 권리에서 소외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이 점은 장애우의 사회통합과 연결해 봤을 때 치명적인 약점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자립생활이 목표점이 아니라 출발이 되어야 하고, 장애우가 자립생활을 하면서 자신에게 맞는 일을 찾아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일본 측 관계자의 말은 울림이 컸다.

일본을 모델로 이제 막 자립생활 운동을 도입한 우리 나라 현실에서 진정한 장애우의 자립생활모델은 어떤 것이 되어야 하는지, 맹목적인 따라하기보다는 진지한 논의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글 이태곤 기자

 

 

교류대회 공동성명


일본과 한국의 장애우들은 2002년 7월 4일부터 8일까지 일본 동경도 다찌가와시에서 아시아 연대와 인권을 주제로 제 7회 한일장애우국제교류대회를 진행했다.

이번 교류대회에서는 특히 지난 교류대회 성과를 바탕으로 한일장애우들의 관심을 우리가 속한 아시아장애우으로 넓히기 위해 필리핀 장애우대표를 초청하는 등 아시아장애우의 연대의 기초를 마련했다.우리 한일양국의 장애우들이 처한 상황이 우리가 속한 대륙인 아시아 장애우들의 인권보장과 사회참여를 위해 관심을 가지고 노력할 것을 다짐하며 다음과 같이 우리의 입장을 밝힌다.


1. 우리는 현재 한일양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장애우차별금지법 제정 움직임에 주목하며

   차별금지법이 장애우의 입장에서 실효성 있는 법으로 제정될 것을 한일양국 정부에

   촉구한다.

2. 우리는 한일양국의 장애우들의 노동할 권리가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

  주목하며 충분한 급여를 보장받으며 일하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노동환경을 보장

   해 줄 것을 촉구한다.

3. 우리는 한일양국의 장애우간의 연대를 확대하여 아시아전체 장애우과의 교류와 연대

   를 위해 노력할 것을 결위하며 아시아 장애우의 연대와 인권보장을 위해 향후 지속

   적으로 교류할 것이며 나아가 실현 가능한 공동연대사업을 마련해서 추진할 것을

   결의한다.

4. 현재 많은 아시아 장애우들이 매우 열악한 상황에 놓여있다. 우리 아시아 장애우가

   최소한의 인간다움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사회적 환경을 개선 할 것을 각국 정부에

   촉구한다.

 

작성자이태곤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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