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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천국으로 가는 비상구… 리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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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19일 서울 지하철 5호선 발산역에서 싸늘한 시체 한 구가 발견됐다. 1급 지체장애우인 61세 윤재봉씨가 역사에 설치된 휠체어 리프트를 이용하던 중 전동휠체어와 함께 계단으로 굴러 떨어져 숨지는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그 전인 작년 1월 지하철 4호선 오이도역에서는 수직형 휠체어 리프트가 추락해 한 장애우가 숨지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장애우들의 이동 편의를 위해 설치한 리프트가 거꾸로 장애우들의 목숨을 앗아가는 기막힌 현실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제 휠체어 리프트는 장애우들을 천국으로 데려가는 이동수단이라는 원망을 사고 있다. 휠체어 리프트 무엇이 문제인지 그 내막을 추적해 봤다.

 

▲지하철리프트이용

경사형 리프트가 문제

5월 19일 발산역 사고가 일어난 후 서울 지하철과 도시철도공사측은 긴급조치를 취했다. 휠체어 리프트에 꽂혀 있던 작동 열쇠를 제거하고 장애우 이용 시 인터폰으로 역무원을 호출하면 열쇠를 가져오겠다는 안내판을 내붙인 것이다.

그러나 이런 조치에 대해 장애우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우선 역마다 역무원의 숫자가 절대 부족한 실정이기 때문에 장애우들이 호출한다고 역무원이 바로바로 달려오지 않을뿐더러 공익근무요원이 근무하지 않는 역은 호출하면 역무원이 없어서 못 나가니 지나가는 승객에게 도움을 요청하라고 발뺌하는 사례도 있다는 것이다.

결국 사고 이후 지하철공사와 도시철도공사측은 사고를 근본적으로 방지할 수 있는 개선 방법을 강구해서 시행하지는 않고 장애우들의 리프트 이용을 제한하는 행정 편의식 발상으로 대응하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장애우들이 리프트를 이용하다가 일어난 사고는 단지 사망사고에 그치지 않는다. 리프트를 이용하다가 리프트에서 굴러 떨어져서 부상당하는 사고가 보고된 것만도 그 동안 네 번이나 일어났다. 따라서 어떤 이유를 대며 변명해도 현재 지하철에 설치되어 있는 휠체어 리프트는 안전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 입증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왜 리프트는 안전사고가 빈발하는 걸까? 그 이유를 알아보기 전에 먼저 리프트의 역사와 정체를 언급해 보자.

우리 나라에 장애우들의 이동수단으로 리프트가 처음 도입된 것은 지난 1988년이다. 당시 장애인 올림픽을 앞두고 잠실 종합운동장역과 을지로역에 시범용으로 휠체어 리프트가 네 대 설치됐다. 시공회사는 엘지산전이었는데 캐나다 가라바타사 제품을 수입해 설치했고, 네 대 다 계단을 타고 오르는 경사형 리프트였다.

그 이후 당시 시공을 담당했던 엘지산전에서 근무했던 직원들이 회사를 나와 따로 리프트 설치 전문 회사를 차렸다. 이 회사가 바로 국내 최초의 리프트 설치회사 신우프론티어다.

리프트 설치를 전문적으로 하는 회사가 생기고, 장애우들의 이동권 보장 요구가 거세지는 한편 편의증진법까지 제정되면서 리프트 설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한 때 리프트 설치 전문회가 여덟 개 사가 있었을 정도로 시장이 급속도로 커진 것이다. 리프트 가격도 지금은 국산이 개발돼서 대당 2천5백에서 3천만원 정도로 가격이 인하 됐지만 초기에는 대당 8천만원인 리프트가 존재하기도 했다. 리프트 가격 얘기가 나온 김에 좀 더 부연하자면 경사형 리프트는 길이와 곡선에 따라 가격이 다르다. 직선은 길이가 길더라도 가격이 저렴하고, 곡선은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싸다.

이런 휠체어 리프트가 현재 전국적으로 1천8백여대가 설치돼 있다. 현재 설치돼 있는 리프트를 분류하면 계단을 타고 오르는 경사형 리프트가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고 3-4년 전에 도입된 수직형 리프트는 약 50여대가 설치돼 있다.

리프트가 설치돼 있는 장소를 살펴보면 철도청이 389대, 서울지하철과 도시철도가 480여대, 대구 지하철이 114대, 인천지하철이 71대, 부산지하철이 254대 등으로 대부분 대중교통수단, 그 중에서도 지하철에 집중적으로 설치돼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작년 오이도역 사고를 제외하고 리프트 안전사고는 대부분 경사형 리프트에서 일어나고 있다. 결국 경사형 리프트가 문제인 것이다.

 

안전판 제어 역할 못해

경사형 휠체어 리프트는 현재 무게를 견딜 수 있는 하중이 205킬로그램과 225킬로그램 짜리 두 가지가 설치돼 있다. 리프트 크기는 폭 76 길이 105 센티미터가 거의 95%를 차지하고 있다. 쉽게 얘기해서 리프트 길이가 약 1미터를 넘는다고 이해하면 되겠다. 최근에 와서 폭 80에 길이 110센티미터 짜리 리프트가 보급되고 있지만 그래봤자 기존 리프트 보다 약 5센티미터 늘어난 정도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현재 설치되어 있는 경사형 리프트는 모두 수동휠체어 전용이라는 것이다. 즉 전동 휠체어가 아닌 수동 휠체어를 탄 장애우만 이용할 수 있게끔 설계됐고 설치된 리프트라는 것이다.

그래서 서울시와 지하철공사 측은 수동휠체어만 이용 가능한데 전동휠체어를 탄 장애우가 리프트를 이용하면서 사고가 빈발한다며 전동휠체어를 탄 장애우는 경사형 리프트를 이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서울시와 지하철공사 측의 이런 입장은 수동휠체어보다는 전동휠체어를 탄 장애우들이 지하철을 이용하는 빈도가 높은 최근 현실을 무시한 처사라는 비난을 사고 있다.

한 관계자의 말을 들어보자.

"불과 4-5년 전만 해도 전동휠체어는 수입에 의존하다보니 가격이 비쌌다. 그래서 5년 전만 해도 9대 1 정도로 수동휠체어가 많았다. 하지만 이런 현실이 최근 2년 새에 바뀌었다. 수동대 전동이 7대 3이나 6대 4 정도가 됐고, 점차 전동 휠체어가 늘어나는 추세다. 전동휠체어가 늘어나고 있는 것은 국산 개발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전동 휠체어 가격이 5년 전보다 3분의 1 가격대로 떨어졌다. 여기에다 1백만원 짜리 전동 스쿠터도 생산되다 보니 장애우들이 수동휠체어보다는 전동휠체어와 스쿠터를 선호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즉 장애우들은 타인의 힘을 빌리지 않고 자신이 가고 싶은 곳을 마음대로 갈 수 있는 전동휠체어나 스쿠터를 선호하고, 그래서 전동휠체어가 늘어나고 있는데 현재 있는 리프트는 근시안적인 정책으로 장애우들의 선호도를 고려하지 않은 수동휠체어 전용으로 설치돼 있어 안전사고가 빈발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자세히 살펴보면 현재 설치돼 있는 수동 휠체어 전용 리프트도 무게만 놓고 보면 전동 휠체어를 탄 장애우가 이용해도 큰 무리가 없다는 결론을 도출해 낼 수 있다. 무게를 견딜 수 있는 하중이 205킬로그램과 225킬로그램이기 때문이다.

전동 휠체어 무게가 80킬로그램에서 1백30 킬로그램 사이이고 휠체어에 장애우가 타고 있다고 해도 현재 설치돼 있는 리프트의 하중을 넘지 않는다. 그런데도 안전사고가 일어나는 것은 첫 번째는 리프트의 실제 하중이 205킬로그램과 225킬로그램이 아닐 수 있는 개연성이 있다. 그리고 두 번째 이유는 전동 휠체어나 스쿠터가 가진 특징을 꼽을 수 있다.

한 관계자는 안전 사고 빈발 원인을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현재 안전 사고는 대부분 전동 휠체어를 탄 장애우가 리프트에 탈 때나 내릴 때 일어나고 있다. 전동 휠체어나 스쿠터는 추진력이 강해서 약간만 작동해도 바로 치고 나간다. 치고 나가면서 리프트에 설치돼 있는 안전판을 타고 넘어가 버리면서 추락사고가 일어나는 것이다.

지금 시중에 나와 있는 전동휠체어는 제동이 잘 안 되는 단점이 있다. 정지할 때 레바를 놓는 순간 바로 정지하지 않고 최소 5센티미터에서 30센티미터까지 밀려가서 선다. 바로 정지하는 전동 휠체어나 스쿠터는 거의 없다. 그래서 전동 휠체어나 스쿠터가 리프트에 설치돼 있는 안전판을 넘어갈 소지가 많은 것이다."

부연하자면 현재 설치돼 있는 리프트 바닥에는 앞뒤로 안전판이 설치돼 있다. 그런데 안전판의 원래 역할은 리프트가 정지해도 바닥에서 약간 떠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그 턱을 메꾸는 램프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래서 높이가 매우 낮다. 물론 말 그대로 안전판 역할을 하기도 하지만 쉽게 얘기해서 높이가 낮기 때문에 전동 휠체어나 스쿠터가 밀어버리면 제어 역할을 전혀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사후 관리에서도 찬밥 신세

다른 관계자는 리프트의 안전 사고 빈발 근본 원인을 처음 설치 때 공업적인 기준을 적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다.

경사형 리프트를 처음 설치할 때 공업적인 기준을 적용하지 않고 건축적인 기준만 적용해 결국 사고의 씨앗을 키웠다는 것이다.

"건축적인 기준이란 것은 리프트 설치를 어떻게 해야 한다. 즉 폭은 어느 정도 길이는 어느 정도 되어야 한다고 규정했을 뿐 공업적인 기준을 만들어 제품인 리프트에 대한 상세한 기준을 만들지 않았다. 편의증진법을 만들 때 공업적인 기준도 같이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래서 법으로 명시한 기준 없이 업자들 마음대로 리프트를 설치했고, 결국 오늘날 사고가 빈발하는 원인이 됐다."

실제로 작년 오이도역 사고를 계기로 휠체어 리프트를 승강기에 포함시키는 정부의 조치가 취해지기 전 리프트 운행은 설치 발주 부서 감독관이 시운전을 해서 이상이 없으면 준공허가를 내주는 방식으로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졌던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운행 방식은 리프트가 엘리베이터와 별다른 차이가 없는데 리프트가 승강기에 포함이 안됐다는 이유로 엘리베이터와는 달리 구체적인 검사 기준이 없었던 것이다. 검사를 받을 의무도 없고 기준도 없다보니 리프트는 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 그 어떤 장치도 마련되지 않은 채 운행될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 작년 1월 오이도역 사고가 발생했고, 이 사고를 계기로 휠체어 리프트도 승강기에 포함시켜 정부가 관리해야 한다는 장애우 단체들의 요구가 거세자, 산업자원부는 마지못해 작년 4월 승강기 제조와 관리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휠체어 리프트를 승강기 범주에 포함시켰다. 그리고 작년 10월 리프트에 관한 공업적인 기준인 검사 기준도 마련했다.

이런 조치에 따라 올해 10월 19일부터 1년간의 유예 기간을 거쳐 검사 기준이 강제 조항으로 시행되는데, 시행을 앞두고 지금 리프트를 둘러싸고 혼란이 가중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 내막을 알아보기에 앞서 여기서 리프트에 대해 궁금한 것 하나만 더 짚고 넘어가자.

리프트 안전 사고가 일어나는 것은 거칠게 말해서 대개 다음 세 가지 이유 중 하나 때문일 것이다.

첫 번 째 기계 자체의 결함 때문일 수 있고, 두 번째는 관리 소홀 때문에 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 그리고 세 번 째 이유는 리프트를 이용하는 장애우들의 부주의가 사고가 일어나는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 중에서 두 번째 이유로 작용할 수 있는 리프트 관리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알아봤다.

리프트 설치 업체에 따르면 발주처인 지하철공사 등에서 책정한 리프트 1대당 관리비는 월 6만5천원 선이다. 이런 액수는 엘리베이터 관리 용역비의 3분의 1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액수다. 그래서 관리 인원이 부족해서 고장에 즉각 대처하지 못한다는 게 설치 업체의 하소연이다. 리프트가 고장난 채 방치돼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물론 업체와 발주처가 체결한 관리 계약서에는 한 달에 한 번 정기점검과 수시 점검 그리고 고장 발생시 즉각 점검해야 한다는 조항이 명시돼 있다.

하지만 이런 조항은 계약서에 나와 있는 조항일 뿐 실제로는 관리 용역비가 워낙 작기 때문에 업체들이 리프트 고장에 신속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결국 리프트는 설치 후 관리에서도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검사기준 시행 앞두고 혼란 가중

이렇게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리프트가 지금 중요한 변화를 앞두고 있다.

앞에서 잠시 언급했지만 올해 10월 19일부터 엘리베이터와 같은 검사기준이 마련돼서 시행되는 것이다. 이 리프트 검사기준은 지키지 않을 경우 1년 이하의 징역과 1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는 벌칙 조항이 있다. 그래서 초미의 관심사로 대두되고 있다.

그러면 검사기준의 내용은 뭘까? 검사기준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휠체어 리프트에 관한 IS(국제 표준규격으로 번역됨)규정을 도입해서 시행한다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현재 선진국에서 시행하고 있는 리프트에 대한 검사 기준을 그대로 들여와서 우리 나라 리프트에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검사 기준이 무척 까다로울 수밖에 없다.

검사기준은 앞으로 설치될 리프트뿐만이 아니라 현재 설치돼 있는 리프트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때문에 현재 설치돼 있는 리프트도 검사기준을 충족하려면 거의 다 손을 봐야 한다. 그 동안 주먹구구식으로 설치된 리프트를 국제표준규격 기준에 맞게 고치지 않으면 운행 허가가 나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눈 여겨 볼 것은 시행 시기가 채 3달도 남지 않았는데 현재 설치돼 있는 리프트를 검사기준에 맞게 고치려는 움직임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도대체 이유가 뭘까?

한 관계자의 말을 들어보자.

"현재 리프트 설치업체들이 산업자원부에 검사기준 개정안을 제출해 놓은 상태다. 이유는 필요 이상으로 리프트 검사기준을 엘리베이터 보다 까다롭게 만들어 놓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예를 하나 들면 시행이 예정된 검사기준에는 리프트 비상정지 시에 갑자기 멈춰서는 것이 아니라 점진적으로 운행되다가 멈춰 서게 돼있다. 그런데 현재 설치돼 있는 리프트는 모두 다 순간 멈춤식으로 설계돼 있다. 업체 측에서는 리프트 속도가 분당 9미터 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순간 멈춤식으로 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런 식으로 업체 측과 수요처인 지하철공사 등은 까다로운 리프트 검사 기준을 바꿀 생각만 하고 있지 현재 국제표준규격에 맞게 리프트를 고칠 생각은 하지 않고 있다."

말이 나온 김에 검사기준에 대한 업체 측의 불만을 더 들어보자.

"오이도역 사고 이후 검사기준을 만들게 되면서 검사기준 심의위원회가 구성됐다. 대학교수와 업계 대표 그리고 전문가가 모여 심의위원회를 구성한 다음 6개월간 리프트를 점검했다. 그런데 사고 기종인 수직형 리프트는 추락실험을 실시하는 등 엄청나게 공을 들였지만 리프트의 대다수를 차지고 있는 경사형 리프트는 어떤 실험도 실시하지 않았다. 그래놓고 검사기준은 국제표준규격을 거의 그대로 번역해 놓고 이걸 그대로 지키라고 들이밀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주의 깊게 지켜보아야 할 점은 이렇게 까다로운 검사기준도 내막을 살펴보면 수동휠체어 이용을 전제로 한 검사기준이지 전동휠체어나 스쿠터의 이용이 가능한 리프트를 전제로 한 검사기준이 아니라는 것이다. 즉 10월 19일 검사기준이 시행돼서 리프트 안전기준이 강화된다 해도 여전히 전동휠체어나 스쿠터는 리프트를 이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내막이 이렇다면 결론은 자연스럽게 도출된다. 리프트 검사기준이 강화돼서 시행된다고 해도 리프트는 전동 휠체어나 스쿠터를 사용하는 장애우에게는 접근이 불가능한 그림의 떡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전동 휠체어를 탄 장애우들이 주로 지하철의 리프트를 이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다면 말 그대로 장애우도 이용할 수 있는 지하철이 되려면 전동 휠체어를 탄 장애우들의 이용할 수 있는 새로운 이동수단을 개발해서 기존의 경사형 리프트를 대체하든지 아니면 모든 역에 수직형 리프트나 엘리베이터를 설치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다.

그런데 현재 이 두 가지 대안 모두 난관에 부딪쳐 있다.

먼저 차선책으로 수동형 휠체어만 이용이 가능한 경사형 리프트를 전동 휠체어도 이용이 가능하게 크기를 키운 경사형 리프트로 대체해서 설치하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겠다.

하지만 이 방안은 지금 검토조차 되지 않고 있다. 한 관계자는 그 실상을 다음과 같이 전하고 있다.

"현재 지하철 등 대중교통 수단에 리프트의 80%가 설치돼 있다. 그런데 수요처인 지하철공사 등은 뒷짐 지고 수수방관하고 있는 실정이다. 왜냐하면 전동휠체어 이용이 가능한 리프트를 만들려면 우선 개발 의뢰를 해야하는데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그리고 기존에 설치되어 있는 리프트를 바꾸는데 또 비용이 드니까 서로 눈치만 보고 있다. 또 하나 이유는 10월에 시행되는 검사기준은 승강기 크기가 최소 폭 70에서 길이 95센티미터, 최대 80에서 125센티미터면 된다고 규정해 놓고 있다. 그러다 보니 지하철공사 측 등 수요처는 기존에 설치돼 있는 리프트가 이 기준 안에 들어간다며 검사기준에 저촉이 안 되는 이상 리프트를 교체할 필요가 없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면 모든 역에 수직형 리프트나 엘리베이터를 설치하는 대안은 또 무엇이 난관으로 작용하고 있는가,

"수직형 리프트나 엘리베이터는 지하에서 지상으로 뚫고 나와야 하기 때문에 지상의 공간을 필요로 한다. 그래서 지하철역 위에 공원이 있던가 다른 부지가 있으면 엘리베이터 설치가 가능하지만 현실적으로 지상의 부지가 없어서 엘리베이터 설치가 불가능한 곳이 많다."라고 장애우 편의시설 설치를 담당하고 있는 서울지하철 건설본부는 말하고 있다. 서울의 경우 이대입구 역 등을 비롯해 몇 몇 역은 도저히 엘리베이터를 설치할 수 있는 구조가 안 된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이어 "지하철 편의시설 5개년 확충계획에 따라 환승역은 모두 엘리베이터를 설치하고 가능한 한 역에 한 대라도 엘리베이터를 설치하도록 노력하겠다 그렇지만 어쩔 수 없는 역은 경사형 리프트를 설치할 수밖에 없다."라고 말하면서 앞으로 1백 여대의 경사형 리프트를 더 설치할 것을 예고하고 있다.

 

대안은 모색되고 있지만 구체화되지는 않아

그렇다면 애써 새로운 대안을 찾는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

편의시설 전문가들이 얘기하는 방안은 다음의 몇 가지가 있다.

우선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리프트 전원을 내려버리는 것이다. 그런 다음 일본처럼 이용 예약제를 도입하는 것이다. 일본의 경우 장애우가 전화로 사전에 역에 이용 예약을 하면 역무원이 약속한 시간에 나와 장애우를 열차에 태워주고 장애우가 도착할 역에도 미리 연락해 도착역에서도 역무원의 서비스를 받게 해 주는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 역무원 등 안내자가 없으면 리프트를 이용하지 못하도록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이 방안은 안전사고는 예방할 수 있겠지만 어쨌든 장애우들의 불편을 초래하는 방안이고, 역무원이 부족한 우리 나라 실정에서 도입이 가능한 서비스인지도 점검해볼 필요가 있겠다. 물론 강제적으로 공익근무요원을 도우미로 배치하면 어느 정도 실효성을 담보할 수 있는 방안이라는 게 전문가들 얘기다.

두 번째 방안은 경사형 리프트를 전동휠체어도 이용이 가능한 리프트로 바꾸는 방안이다. 이 방안의 전제는 현재 있는 리프트처럼 난간에 매달려서 운행되는 리프트가 아니라 계단에 기차처럼 레일을 깔아서 운행하는 리프트를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다 안전장치가 확실한 박스형 리프트를 도입해서 운행하면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다.

그런데 레일형 리프트는 지금 있는 리프트보다 훨씬 많은 공간을 차지한다는 단점이 있다. 물론 장애우의 이동 편의를 위해 계단 한 곳을 포기하면 문제가 없지만 그렇게 되려면 지하철공사 등의 결단이 필요한 방안이다.

이런 방안들이 논의되고 있지만 어디까지나 이런 방안은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등 장애우 단체에서만 논의되고 있는 방안들이라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서울시와 지하철공사 등은 사고위험이 있으니까 장애우들이 전동휠체어를 타고 리프트를 이용하지 말도록 단체에서 홍보해 달라는 얘기만 앵무새처럼 되풀이 할 뿐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한국장총의 한 관계자는 "행정당국이 리프트 문제의 대안을 마련하려는 의지가 있고, 연구와 실험을 하고 있다면 장애우들이 불편을 감수할 수 있다. 그런데 아무 생각도 노력도 없이 아쉬우면 장애우 단체에서 대안을 마련해 오라는 태도만 고수하게 있는 게 문제다."라고 말하고 있다.

이처럼 현재 지하철역에 설치돼 있는 경사형 리프트는 장애우들이 다른 이동 수단이 없으니까 마지못해 이용하고 있지만 빈발하는 안전사고의 예에서 보듯 목숨을 담보로 이용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비단 안전사고뿐만이 아니라 리프트는 이용 장애우들에게 심리적으로도 큰 불안감을 안겨주고 있는 실정이다.

리프트 각도가 45도 이상이기 때문에 장애우들은 공중에 떠 있는 상태에서 추락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시달리기 일쑤다. 또 사람들의 시선 때문에 마치 동물원 원숭이가 된 기분이라며 모욕감을 호소하는 장애우들도 많다.

실정이 이러한데 리프트 문제의 구체적인 대안은 아직 모색되지 않고 있다. 편의증진법을 개정해서 공공시설에는 리프트가 아닌 엘리베이터 설치를 의무화하는 방안이 제시되고 있지만 논의 수준에 그치고 있을 뿐이다.

누가 뭐라 해도 또 아무리 변명해도, 장애우 본인의 부주의 여부를 떠나서, 사소한 실수 하나 때문에 장애우들의 목숨이 위협받는 장비를 대중교통시설인 지하철역에 설치해 놓았다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리고 사고가 났다고 장애우들의 이용을 제한하는 것 또한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행정편의식 발상이 아닐 수 없다.

바람직한 것은 이용이 가능한 장애우 모두 전동 휠체어를 타고 가고 싶은 곳을 마음대로 가는 것이다. 누구도 장애우들의 이동을 제한할 수 없다. 그렇게 되도록 리프트 문제는 하루속히 대안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 도움말 주신 분: 박을종(한국복지산업연구소 소장) / 배용호(편의시설촉진시민연대 연구실장) / 박종태(장애우 지킴이) / 남세현(한국장총 팀장) 

  글 이태곤 기자 / 사진 이나라 기자

작성자이태곤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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