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가평 시메온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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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성큼 문 앞까지 다가왔다. 얼마 후면 아이들도 방학을 시작하고, 가족들은 피서계획에 분주할 것이다. 이처럼 모두에게 즐거운 여름 휴가철이지만 장애아동을 둔 부모에게는 그렇지만도 않다. 방학을 해서 집에 있는 아이를 돌보느라 아무 것도 못하게 되는 것은 물론이고, 아이들 데리고 마땅히 갈 곳도 없다. 아이들이 방학을 한 동안에 급하게 다녀와야 할 곳이라도 생기면 또 큰 문제이다. 이러한 학부모들의 걱정을 덜어주고 휴식의 공간을 마련해 주는 곳이 있다고 해서 찾아보았다.
장애아동을 위한 또 하나의 대안 - 그룹홈
그룹홈은 대규모 수용시설을 중심으로 실시되었던 기존의 장애우 거주프로그램에 대한 비판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지역사회 내에서 일반가정과 비슷한 형태와 규모로 이루어지는 그룹홈은 장애우의 가치회복과 사회통합의 측면에서 좋은 효과를 가진다. 즉, 그룹홈은 가족을 떠나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한 장애우들에게 또 하나의 가족을 만들어줌으로서 심리적인 안정감과 소속감을 느끼게 해주고 이를 통해 사회통합에 한 걸음 다가가게 하는 것이다.
진짜 가족 같은 사람들 - 시메온의 집
남한강의 아름다운 풍광을 따라 간 곳, 가평에서 차로 20분 여를 들어가 여느 가정집과 별로 다를 것 없어 보이는 시원스런 집 한 채를 만났다. 대문 앞에는 커다란 시골개 한 마리가 집을 지키고 서 있고 여러 번 손질한 듯한 앞뜰에서는 여름기운이 물씬 풍겨왔다. 무슨 무슨 그룹홈이라는 문패도 없다. 그저 한적한 시골마을의 작은 별장 같은 그 곳은 박프란체스카 수녀가 정신지체장애우들과 함께 살고 있는 시메온의 집이다.
집 안으로 들어서자 앞산을 다 품고도 남을 만큼 넉넉한 유리창이 한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그 곳에서 살고 있는 정신지체장애여성 두 분이 기자에게 인사를 건네 왔다. 박수녀와 정신지체장애우가 함께 있는 모습이 너무도 자연스러워서 모르는 사람이 보면 그저 가족 같아 보일 법했다.
그룹홈을 피서철 쉼터로 개방할 터
현재 시메온의 집에 머무는 장애우는 두명, 살고있는 장애우는 두명이지만, 잠깐씩 와서 쉬어간 장애우의 수는 이보다 더 많다. 사실 장애아동이 있는 가정의 경우 그 아동들을 돌보는 부모에게 병이 없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박수녀는 말한다. 이런 부모들에게 잠깐씩이나마 아이를 맡기고 쉴 수 있는 기회가 절실하다. 이를 위해서 박 수녀가 생각해 낸 것이 바로 단기보호. 급한 사정이 있거나 부모가 쉼이 필요할 때, 단기간 동안 아이를 맡아주는 것이다.
"사실 이 집을 마련할 때 여러 사람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그래서 이 집은 저 혼자만의 집이 아니라 원한다면 누구라도 쉬어갈 수 있는 그런 집으로 만들고 싶구요. 특히 휴가철이 다가오는데, 장애아동을 둔 부모들이 제대로 쉴 수가 없잖아요. 아이와 함께 이곳에 와서 도시에서의 삶을 좀 내려놓고 쉬다 갈 수도 있구요. 또 뭐 급한 일이 있다면, 아이만을 단기간 맡길 수도 있구요."
집밖으로 나서자 집 앞으로는 푸르른 산이 여름을 뽐내고 있고 집 앞으로는 발만 담가도 온몸이 서늘해지는 계곡 물이 흐르고 있다. 누구라도 지친 일상을 접어놓고 쉬어가기에 충분한 조건이었다.
작은 그룹홈들의 형셩이 장애우 삶의 질을 높일 터
박수녀는 "크고 대규모의 수용이 이루어지는 시설은 장애우의 삶의 질을 보장하기가 어렵습니다. 사실 장애우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가정이거든요. 물론 큰 시설도 그 나름대로의 의미가 있겠지만 이제는 그보다는 이러한 작은 그룹홈들이 곳곳에 생겨서 그곳에서 진짜 가정생활을 해 볼 수 있는 것이 중요하죠.
특히 도시에는 이런 그룹홈이 여러 군데 있지만 이런 시골에는 많이 없는 편인데요. 도시에서 살 수 있는 장애우가 있는가 하면 또 도시에서 살기에는 좀 어려운 그런 장애우도 있죠. 우리 아이들 같은 경우는 장애가 심해서 일반적인 도시의 그룹홈의 아이들처럼 일을 나간다거나 할 수 없으니까요. 그래서 우리는 가평시내에 작은 옷가게를 하고있습니다.
우리아이들과 함께 무언가 일을 하긴 해야 하는데 장애가 심한 우리 아이들의 경우 취업을 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니까요. 작지만 우리 가게에서 같이 일을 하기 때문에 누구 눈치를 보거나 할 일은 없습니다. 이런 장애우들을 위해서 시골의 그룹홈도 필요하고요." 라고 밝혔다.
이제는 장애우의 삶도 단순한 의식주 차원의 복지를 넘어서 삶의 질을 생각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그룹홈은 장애우의 삶을 한 단계 높일 수 있는 긍정적인 대안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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