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 이유 보건소장 승진차별"사건, 실질적인 구제 조치 필요하다. > 기획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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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 이유 보건소장 승진차별"사건, 실질적인 구제 조치 필요하다.

"장애인 차별 공동대책위원회" 기자회견 열어 인권위에 실질적 구제조치 촉구

본문

장애를 이유로 보건소장 승진에서 차별을 당한 이희원 씨 사건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가 최종 결과를 발표했으나, 실효성 있는 구제조치가 없는 결정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40개 사회단체들로 구성된 제천시장 장애우 차별 공동대책위원회는 4월 16일 오전 11시 서울 안국동 느티나무 까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권위의 이번 결정과 관련해 인권위가 제천시 보건소장 인사를 장애우 차별로 인정한 것은 물론 환영할 일이지만, 국가인권위가 이런 저런 이유를 들어 실질적 구제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은 스스로 권한을 축소하거나 소극적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볼 수 밖에 없다며 인권위는 약자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적극적인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장애를 이유로 한 차별행위" 인정할 뿐 법적인 구제조치는 빠져 있어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4월 14일 장애를 이유로 보건소장 승진에서 탈락한 제천 보건소 전 의무과장 이희원씨 사건에 대해 신체조건을 이유로 피해자의 평등권을 침해한 차별행위라고 결정하고, 이와 더불어 권희필 제천시장에게 앞으로 제천시 행정과 관련해 신체적 장애를 이유로 한 차별행위를 하지 말라고 권고했다.

 

구체적인 결정문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이희원씨 사건 기자회견

1. 피진정인이 피해자를 제천시 보건소장의 임용에서 배제한 행위는 신체조건 장애를 이유로 피해자의 평등권을 침해한 차별행위로 인정한다.


2. 피진정인은 제천시 행정과 관련하여 장애를 이유로 한 차별적 제도와 정책이 있는지를 조사하여 이를 시정하고, 신체적 약자를 이유로 한 차별행위를 하지 않을 것을 권고한다.

 

이번 결정은 지난 해 11월 26일 인권위 출범과 동시에, 김용익 교수가 이희원 씨를 대리해 이 사건을 인권위에 진정 접수한 지 근 5개월만의 일이다.

 

이번 결정에서는 당초 이희원 씨 측이 진정을 접수하면서 권 시장에게 요구한 인사조치의 철회와 원상회복, 사과광고 게재,△제천시장직 사퇴와 차기 시장선거 불출마 선언 등에 대해서는 각각 다른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인권위는 우선 원상회복을 권고하지 않은 것과 관련해서, 제천시장이 이 씨에 대해 차별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제3자의 보건소장 임용처분을 취소하게 할 수는 없다고 그 이유를 밝혔다. 사과광고 게재 역시 당사자의 자발적인 윤리적 판단과 감정 및 의사에 기초하지 않은 내용의 의사 표시를 공표하도록 강요하는 것은 양심의 자유를 훼손할 소지가 있고 헌법재판소의 판례에도 어긋난다고 밝혔다.

 

결국 이 씨는 차별행위를 당했다는 것만 인정받았을 뿐, 인권위로부터 아무런 실질적 구제조치를 받지 못하게 된 것이다.

 

이에 대해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여준민 간사는 인권위가 이 사건에 대해 차별을 인정한 것은 환영하지만 그럼에도 차별 이전 단계로 피해자의 상태를 원상 회복시킬 수 없다는 것은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사건의 당사자인 이희원 씨를 대신해 인권위에 진정을 접수했던 김용익 서울의대 교수는 이번 사건에 대한 결정을 지켜보면서 인권위원들은 자신들의 역할을 인권차별이 있는지 없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정도라고 생각하는게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인권위는 재판부가 아닌 인권을 옹호하려는 기구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마인드를 갖춘 행정적인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 앞으로는 국가인권위가 사법부나 다른 구제기관과는 달리 따뜻한 마음과 차별당한 당사자의 입장에서 보다 적극적이고 실질적인 구제조치를 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장애관련단체들과 장애 당사자들은 인권위가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장애우 차별금집, 인권위원회법 등을 개정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대위, 기자회견 열어 실질적인 구제조치 마련 촉구

지난 4월 14일 열린 기자회견 자리에서 공대위는 인권위 결정문에 대한 해석과 법률적 검토, 장애인권단체의 입장과 요구 사항 등을 밝혔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김정렬 소장은 인권위가 이 사건을 조사하는데 약 5개월이라는 긴 시간을 끌어왔지만 제천시장이 차별행위를 자행했음을 밝힌 것에 그치고 말았다. 이번 인권위의 결정을 지켜보면서 개인적으로 공정한 중재자 역할을 해야할 인권위원들의 인권지수와 인권에 대한 감수성에 의문이 들었다. 인권위는 자신들의 조사기간중에서는 법적으로 조치를 취할 수 있는 부분들을 막아두고 있는 실정이기 때문에 다른 방식으로 대응할 수가 없었다면서 인권위가 원상회복에 대한 권한을 적극적으로 해석하고 권고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법적 권한도 실행하지 못해 구제조치 범위의 미흡했음을 지적했다.

또한 제천시장이 조사 과정에서 허위자료를 제출했음이 드러났고 이로 인해 피해자의 인격권이 침해됐는데도 인권위가 이에 대해 과태료 부과 등의 어떠한 제재조치도 취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의 박준명 간사는 인권위라면 차별에 따른 개인구제는 물론, 차별의 원인에 대한 분석과 법, 제도의 문제점 등을 조사과정에서 언급하고 관계부처에 시정 권고할 수 있어야 한다며 하지만 이번 결정은 이같은 인권위의 설립 취지 역시 충분히 살리지 못했다고 말했다.

 

안선영 변호사는 인사조치 철회와 원상회복, 사과광고문 게재, 손해배상 등은 현행 국가인권위 법률 하에서 가능한 조치라며 인권위가 한계적이나마 갖고 있는 법률적 권한조차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는 것은 국민의 기대를 저버리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안변호사는 인권위의 결정문에 대해 이미 차별로 인정된 이상 제천시장은 피해자에게 재산 및 정신적 배상하여야 할 것이다. 현행법상 적법성의 요건 및 무효판단과 관련하여 어려운 문제가 있지만 이희원 씨의 원상회복을 위해 무효확인소송을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공대위는 이번 인권위의 결정과 관련하여 실질적 구제조치를 위한 즉각적 재조사 착수, 장애우 차별인사 방지를 위한 차별금지법 등 법적 제도적 장치 마련, 충북도지사의 사과와 차별인사를 위한 인사교류 원상회복, 제천시장의 사과와 이희원 씨를 보건소장으로 임명할 것 등을 촉구했다.

 

이번 이희원 씨 사건은 단순히 장애우 차별사건이기에 앞서 국가인권위원회라는 공식적인 국가의 인권 구제기구에 접수된 최초의 사건이었기 때문에 그 판결이 가지는 상징성이 매우 크다. 그러나 이번 사건이 지금의 인권위 결정문처럼 아무 알맹이 없는 구제조치 권고에 그친다면 인권위에 접수된 다른 장애관련 진정사안들에서도 이런 결과가 반복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따라서 인권위는 많은 사람들과 여론의 초점을 받으며 귀추가 주목되고 있는 이번 사건에 대해 적극적으로 인권구제조치에 나서는 일이 가장 시급하다고 생각된다.

 

 

 

 

글 사진 이나라 기자

작성자이나라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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