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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연재

정신지체여성의 성(性) 정체성에 대한 일고

[정신지체장애우이야기(9)]

본문

  최근 우리나라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많이 높아졌다. 교육과 다양한 분야에서의 사회적 진출은 물론, 높은 이혼율에까지 여성의 참여와 결정권이 커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호주문제, 여성정치가나 여성관리·경영자의 부족 등 가부장제에 따른 정치적, 경제적 현실은 많은 사회적 모순을 낳고 있어 여성이 자신의 성에 대한 안정적인 정체감을 갖는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편 장애를 가진 여성은 이러한 여성에 대한 사회적인 모순과 장애인으로서의 사회적 차별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음은 최근 자조적인 여성장애인단체들의 활동을 통해 사회문제로 제시되고 있다.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인식하고 표현하는데 제한을 갖고 있는 정신지체를 가진 여성의 문제는 성폭력상담소의 성폭력사실에만 관심을 가질 뿐 구체적인 원인분석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당사자 다음으로 문제제시의 핵심역할을 할 수 있는 부모 특히 어머니와 전문가의 투쟁은 아직도 소극적인 대응에 머물고 있다.

 "정신지체를 가진 여성이 우리 사회에서 어떤 의미가 있으며 어떠한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을까? 정신지체여성의 사회화 과정 속에서 여성이 되는 전환과정과 자신의 모습 사이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이러한 개인과 환경사이에서의 상호작용 속에서의 그들은 어떻게 자신의 정체성을 발전시키고 있는가? 어떻게 정신지체여성은 여성으로서의 사회적 요구를 받아들이고 경험하고 있을까?"

 위의 질문에 대해 모든 여성은 사회에 주어진 규범, 실제적인 생활조건, 그리고 자신의 욕구에 따라 개별적인 상황과 해결방법이 인정되고 있으나 정신지체여성에게는 정반대의 양극적인 상황과 모순 속으로 내몰리고 있다.

자료 : Friske, 1995

비장애 여성의 경우, 정신지체 여성의 경우의 순
직업능력보다는 가사에 가사보다는 직업능력
결혼의 기회제공 결혼의 기회박탈
강제적인 이성관계 강제적인 동성관계
출산강요 출산의 부정
불임시술을 원칙적으로 부정 불임시술을 권장
낙태를 원칙적으로 부정 낙태권장

이러한 비장애여성의 경우와 양극적인 정신지체여성의 현실에는 성문제, 자녀문제, 불임수술, 성폭행 등 많은 다루어져야 할 중요한 문제들이 있으나 여기서는 여성으로서의 중요한 역할과 모든 여성에게 적용되고 있는 전형적인 성역할을 중심으로 정신지체 여성의 성정체성 문제를 살펴보고자 한다.

 소녀에서 여성으로

정신지체를 가진 여성은 모순 속에서 살아가야 하는 그들의 현실을 일찍부터 경험하게 된다.

처음의 사회화의 과정은 가정에서 시작되는데 개인의 성정체성의 성립은 어머니가 딸에게 가르치는 가정교육 안에서 이루어진다. 즉 지배되고 있는 사회의 규범이 여성에게 기대하는 사회적인 요구를 소녀들은 배우면서 여성으로 키워지고 있다.

 그러나 정신지체를 가진 딸을 둔 어머니는 후에 여성이 될 수 없는 소녀를 키우는데 어려움을 겪게되며 그 결과 가정 밖에서의 사회화과정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사춘기를 전후하여 어머니로부터 결혼과 자녀출산을 위해 여성스러움을 배운 여성은 재생산이라는 여성의 과제와 함께 사회적 역할에 참여하게 된다. 그러나 여성이 될 수 없는 작은 정신지체소녀의 성정체감은 사춘기에 사라지게 된다. 그들이 성장하면 정신지체인으로 분류가 될 뿐이며 여성으로서의 능력과 가치를 우리 사회에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여성의 직업과 가사

Friske는 정신지체여성의 생활은 직업과 가사에 있어서 비장애여성과 다른 구조를 갖고 있다고 쓰고 있다.

 일반적으로 여성은 교육을 받고 잠깐 직업활동을 하다가 결혼하여 가사를 전담하는 것이 전형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정신지체여성에게는 가정, 가사, 육아보다는 직업활동이 더 강조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정신지체여성이 직업을 가질 수 있는 기회가 훨씬 적은 편이나 많은 직업재활시설에서 정신지체남성들과 마찬가지로 고된 직업훈련을 받고 있다.

 실제로 복지관 직업훈련생의 어머니들은 대학을 다니면서 여가와 함께 인생을 즐기고 있는 동갑내기나 형제들과 비교하면서 안타깝게 여기신다. 그러나 이러한 훈련과정을 놓치면 취업의 기회를 얻기 어렵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며 마음 아파하신다. 언니는 집에서 노는데 왜 나만 일해야 하느냐고 학교를 졸업하고 집에서 신부수업을 하고 있는 언니를 둔 훈련생이 볼맨소리하는 것을 심심치않게 듣는다.

 정신지체여성의 가사역할은 주가환경에 따라 차이가 있는데 가정에서는 직접적인 가사일을, 그룹홈과 같은 지역사회통합주거시설에서는 도움을 통해 스스로 하고있으나 시설에서는 요보호자로 전적인 보호를 받고 있다.

 아름다움

아름다움과 여성은 항상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그러나 정신지체여성은 이러한 아름다움의 전형을 따라가기 어렵다. 여성의 아름다움에 대한 관심과 이상은 어머니로부터 강하게 영향을 많이 받게 된다. 따라서 여성으로 인식하지 못하는, 혹은 성폭력의 위험을 염려하여 여성이기를 원하지 않는 어머니는 정신지체를 가진 딸의 아름다움에 커다란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특히 시설에 수용된 정신지체여성은 편하고 단순한 목적에 따라 의복을 착용하며 화장이나 복잡한 장식과 치장은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따라서 젊고, 날씬하며, 스포티하고 현대감각의 지배적인 아름다움의 이상은 정신지체여성에게는 실현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취업체의 고용주들은 정신지체여성에게도 비장애여성과 같은 외모의 중요성을 고용조건으로 들고있어 정신지체여성은 또 하나의 모순된 현실을 경험해야 한다.

 이성관계

이성관계, 파트너 관계, 결혼관계 등 이성과의 사회적 혹은 개인적 관계는 정신지체여성에게는 금기테마가 되고 있다. 그러나 모든 여성과 마찬가지로 정신지체여성에게도 남성과의 이성관계가 여성들과의 동성관계보다 더 중요하다는 것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정신지체인이란 여성과 남성을 모두 포함하는 것이다. 이제 특수교육이나 장애인복지에서도 여성중심의 특수교육, 장애인복지를 고려해야 한다. 여성중심이라 함은 여성의 개인성과 생활영역을 고려한 연대적인 활동을 의미한다. 이것은 통합에 기초를 두고 있는 것이며 단순히 정상으로 간주되는 사회의 규범에 적응할 것을 강요하지 않는다.

 여성중심의 특수교육과 장애인복지의 주제와 목적은 여성의 정체성과 개인성의 발전에 두고 있다. 이를 위해 부모는 물론, 전문가의 의식의 변화가 반드시 이루어져야한다. 가부장적인 운영과 교육방침은 정신지체여성의 정체감에 해가되므로 함께 이루는 협력과 협조의 관계형성이 기초되어야한다 

작성자유병주 (서울시립정신지체인복지관 연구원)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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