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유치원 안에서는, 우리 모두 자유로워요."
본문
인천 송월동에 자유유치원이 개원했다. 자유유치원은 영유아들의 통합교육을 주요목적으로 하여 지어진 전국 최초의 통합교육전문 유치원이다. 설립초기부터 통합교육을 목적으로 하였기 때문에 건물 안은 무장벽 공간이나 다름없다. 개원 한달 반, 장애아동과 비장애아동이 친구가 되어 서로서로 함께 살아가는 사회를 배우고 있는 뿌듯한 현장, 자유유치원을 찾아가 보았다.
한참을 두리번거렸다. 유치원이 있다고 이야기한 자리에 유치원이 없는 것이 아닌가. 유치원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크고 번듯한 건물이 있었다. 그 번듯한 건물 안의 노란 통학차량을 보고서야 기자는 그곳이 유치원이라는 것을 알았다. 입구 안으로 들어서니, 아이들 키에 맞춘 자그마한 수돗가가 보였다. 8개의 수도꼭지 가운데 4개의 수도꼭지 앞에 장애아동을 위한 것으로 보이는 손잡이가 설치되어 있었다. 작은 곳에까지 보이는 세심한 배려. 기자는 유치원 안이 더욱 궁금해졌다.
유치원안에서는 장애, 비장애 구분이 없어요.
교실 창문으로 빼꼼히 들여다본 아이들은 티없이 맑은 모습이다. 종이접기 시간인 듯 아이들은 색종이를 하나씩 들고 무언가를 열심히 접고 있다. 옆에 계신 선생님이 어떤 아이가 장애아동인지 알려준다. 이야기를 듣고서도 장애아동이 누구인지 한눈에 알아보지를 못했다. 주의 깊게 보지 않으면 알 수가 없었다. 한참을 보고서야 한 아이가 종이접기 순서마다 옆의 아이 것까지 꼼꼼하게 접어주는 장면이 눈에 들어왔다. 그제서야 비장애아동인 친구가 장애가 있는 친구의 종이접기를 도와주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 장애아동은 처음 유치원에 들어올 때 자폐2급으로 들어왔다고 한다. 처음에는 어색해 했지만 지금은 항상 함께 붙어 다니는 단짝친구도 생겼다. 활짝 웃는 모습이 여느 아이들과 다를 바가 없다. 불과 1달 반만의 일이다.
수업시간이 끝나고 장난감이 있는 방으로 가는 아이들 속에 다리가 불편한 아이 하나가 함께 있었다. 학교건물 전체가 아이들 키 높이에 맞춘 손잡이가 있기 때문에 아이는 혼자 이동할 수 있다. 하지만 주변의 친구들이 아이를 혼자 가도록 내버려두지 않는다. 손잡이를 잡고 갈 때도 꼭 다른 한 손은 다른 친구가 잡아주고 있고, 잠시후 한 친구가 더 오자 장애아동은 손잡이를 놓아버리고는 양쪽으로 친구들 손만을 잡는다. 양쪽으로 친구들 손은 잡고 그래도 누군가는 마음이 놓이지 않는지 장애아동 뒤를 졸졸 쫓아간다. 넘어지기라도 하면 같이 있던 아이들이 모두 도와 아이를 일으킨다.
윤견자 원장은 신기하게도 아이들은 쟤는 왜 저래요? 쟤는 왜 못 걸어요? 같은 질문들을 하지 않아요. 그냥 부족하면 서로 도와주고 친구가 될 뿐이죠 라고 말해 아동들이 어른들보다 편견이 적고 그래서 장애에 대한 인식개선의 효과를 빠르게 거둘 수 있는 쪽이 아동이라는 점을 시사했다.
장애우와 비장애우가 함께 살아가는 첫걸음
자유유치원에서는 만 3세에서 5세의 장애아동 36명과 비장애아동 96명이 함께 공부하고 있다. 장애아동 7개 반, 비장애아동 7개 반으로 나뉘지만 하루 3시간 수업 중 간식시간, 미술, 체육, 등 절반 이상을 함께 한다. 장애아동교실과 비장애아동 교실의 사잇문도 터 버렸기 때문에 사실상 한 반이나 다름없다. 장애아동과 비장애아동이 함께 수업을 받는 반에는 일반 유치원교사 1명 유아특수교사 1명씩이 배치되어 전문성을 더해주고 있다. 게다가 건물의 반은 교실로 나머지 반은 장애아동을 위한 각종 치료실 등으로 꾸며져 있어 장애아동의 치료에도 큰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이러한 통합교육전문 유치원은 장애아동의 치료효과 및 장애에 대한 인식개선에 매우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즉, 장애아동의 치료와 비장애아동의 인식개선을 동시에 이룰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될 것이다.
윤견자 원장은 장애아동들을 장애아동대로 따로 모아 교육받게 하면 각자의 장애특성이 더 분명하게 살아나게 됩니다. 하지만 이 아이들이 비장애아동과 함께 어울려 교육을 받게 되면 서로 구분할 수 없게 되죠. 장애아동들은 비장애아동들의 일반적인 행동특성을 학습하게 되고 비장애아동들은 장애아동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익히게 됩니다. 이 아이들이 커서 사회에 나갔을 때 장애우를 이상하게 보지 않고 함께 어울려 살아가게 될 것임은 자명합니다라고 말하여 통합교육이 장애아동과 비장애아동 모두에게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을 확인하게 했다.
바뀌는 학부모의 인식
처음에는 싫어하는 학부모님들도 많았죠. 장애아동과 함께 공부하면 우리아이들이 장애아동을 따라하게 되지 않느냐고 걱정하시는 분들도 있었고요. 근데 또 젊은 세대 부모들은 좀 다르더라고요. 더불어 사는 법을 익힌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보시는 분들도 많이 있었어요. 특히 아이들이 수업하는 모습을 보시고 나서는 마음이 많이 바뀌셨어요. 이제는 장애아동 부모님이나 비장애아동 부모님이나 유치원을 믿고 아이들을 맡기세요.
통합교육전문 유치원의 등장이 학부모들의 인식까지 바꾼 것이다. 유치원으로는 최초인 통합교육전문기관인 자유유치원의 모범사례로 전국 어디에서나 장애아동과 비장애아동이 함께 뛰노는 뿌듯한 광경을 목격할 수 있게 되길 빌어본다.
글 박채란 객원기자
Copyright by 함께걸음(http://news.cowalk.or.kr)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