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장애가 걸림돌 되지않게 하는 게 우리의 공동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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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정신지체장애우부모회는 1960년 직업촉진법 그리고 1975년 중증장애인법 제정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으며 1990년대에는 장애우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해 서명운동을 벌이는 등 정신지체인 복지를 위해 애쓰고 있다.
자신들을 ‘희망없는 영원한 투쟁자”라고 자처하면서 장애우 차별과 싸우고 있는 독일 정신지체장애우부모회 하나우 지역 회장 도리스 페터 씨를 서면으로 인터뷰했다.
정신지체장애 자녀의 인권보호를 위해 부모회 만들어
― 우선 독일 정신지체장애우의 전반적인 현실에 대해서 말씀해주십시오.
“독일 장애우에 대한 법적 보호로는 연방사회복지법 (BSHG), 사회법전 9편 (SGB IX) 9부, 간병보험, 장애연금을 들 수 있으며, 연방노동조합 (BAG), 주(州) 노동조합(LAG)도 장애우의 권익을 위해서 노력하고 있습니다.
독일 공영 TV 방송사 주최로 실시되는 복권, 게임, 바자 프로그램을 주최하는 ZDF장애우협의회 (Aktion-Mensch e.V.) 또한 장애우이익단체로서 일익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그 밖에 정신지체장애우부모회 연방협회와 주(州) 협의회 등의 장애우이익단체가 있으며 독일평등복지연합 (DPWV)은 정치적 차원에서 연방과 주의 정책관련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이 연합은 또한 장애우에 대한, 그리고 그들이 함께 출연하는 TV 드라마와 장애우의 생활과 직업에 대한 신문보도와 같은 방송 매체를 통해 계몽활동도 담당하고 있습니다.”
― 독일의 정신지체장애우부모회는 언제, 어떤 계기로 설립되었는지 궁금합니다.
“1958년 마부르크 (Marburg)에서 독일 최초의 정신지체장애우부모회가 설립되었으며, 하나우(Hanau)에서는 1961년에 설립되었습니다. 정신지체장애우 부모들은 그들의 자녀들이 올바른 교육과 보호를 받기 원하기를 원했기 때문에 이 부모회가 설립된 것입니다. 과거 나치의 정치체제하에서 장애우들이 ‘살 가치가 없는 사람들’로서 죽음을 당했던 일과 같은 사건이 미래에는 발생하지 말아야 한다는 취지에서 부모들이 장애우들과 함께 공공단체를 만들었던 것입니다. ”
― 독일의 정신지체장애우부모회에서 현재 정신지체인들의 복지현실 개선을 위해서 정부에 요구하고 계신 것이 있다면 들려주십시오.
“장애우의 복지를 위하여 개선된 법의 적용, 사회법전 9편 (SGB IX) 9부 지역사회생활에 참여, 평등법과 기초보장법 적용 - 장애우에 대한 개별예산 적용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독일의 부모들 역시 자녀의 장애를 인정하는 일 힘들어 해
― 한국의 경우, 정신지체장애우 부모들은 자녀가 정신지체인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을 매우 힘들어합니다, 또한 정신지체인 자녀를 둔 부모가 생업을 위한 일을 하는데 사회적 지원이 전혀 없기 때문에, 가족과 함께 생활하기보다는 시설에 보내려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독일의 경우는 어떤가요?
“독일 역시 자신의 자녀가 장애우라는 사실을 부모들이 쉽게 받아들이지 않으려고 합니다. 각 가정마다 이 문제를 나름대로의 다른 방법으로 극복을 하는 것 같습니다. 의식이 있는 부모들과 정신지체장애우부모회는 사회 전역에서 광범위한 계몽운동을 전개하여 이 사회가 장애우를 쉽게 받아들이도록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장애우들도 ‘스스로 결정하는 삶’을 추구할 권리를 강력히 요구해 왔으며 지금도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우리 정신지체장애우부모회도 적극 참여하며 이들을 돕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일 사회도 여전히 장애우를 거부하고 장애우와 함께 하는 것을 부담스러워 하는 실정입니다. 장애우 부모들은 과감히 나서서 자녀들의 권리를 위한 대변인 역할을 해야 합니다.”
― 한국의 경우 정신지체인 자녀를 둔 부모들은 자신들이 죽고 난 후 자녀가 어떻게 생활해 나갈 수 있을 지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합니다. 독일의 경우 부모 사후 문제에 대해 정부차원의 대책이나 부모 나름대로의 대안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정신지체장애우부모회는 지역사회통합장애우 주거시설을 만드는데 주력해 왔고, 입법기관이 이에 대한 관련법을 제정하도록 투쟁해왔습니다. 그 결과, 독일에는 현재 다양한 주거형태가 생기게 되었습니다. 규모에 있어서 크고 작은 주거시설(소규모 주거시설은 우리의 그룹홈에 속함), 보호공동가정(그룹홈), 혹은 순회보호되는 단독주거형태 등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성인장애우들이 여전히 부모들과 원가정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부분적인 이유는 한국에서의 경우에서처럼 부모들이 장애 자녀들을 기꺼이 ‘놓아주려’ 하지 않기 때문이거나 능력상 그렇게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들의 부모가 사망한 이후에는 해당 지역의 기존 주거시설이 이 장애우들을 받아들입니다.”
― 한국에서도 최근부터 정신지체우들을 위한 그룹홈이 늘어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그룹홈이 턱없이 부족해 정신지체장애우는 가정에 방치되거나 시설에 입소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독일의 경우 그룹홈이 매우 활성화되어 있고 주간보호시설도 확대되어 부모와 가족의 부담을 줄여주는 것은 물론 정신지체장애우들이 지역사회 생활을 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떤 방법으로 운영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독일에서도 주거 시설이 충분하지 않습니다. 이곳 하나우만하더라도 약 50명이 대기 상태에 있는 실정입니다. 비용을 지불해야만 하는 기관에서는 소위 ‘그룹홈’에 장애우들을 살게 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이러한 주거형태가 비교적 보호시간이 적어 재정적인 부담이 적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하루종일’ 보호가 필요한 장애우의 숫자는 비교적 독립해서 살 수 있는 장애우들 보다 많습니다. 독일의 주간보호센터들 (Tagesst-tten)은 직업이 없거나, 이젠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해서 세워진 것입니다. 제가 알기로는 독일에는 충분한 수의 주간보호센터가 있습니다. 주간보호센터의 일부는 장애우를 위한 작업장(WfBMs)안에 통합되었습니다.”
정신지체장애우들이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정부에서 생계 보조와 주택촉진 정책 펼쳐
― 독일의 정신지체인들이 성인이 되었을 경우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시책이나 지원이 있습니까?
“정신지체장애우부모회는 주거시설을 만들고, 장애우들을 이곳에 받아들입니다. 법적 근거는 연방사회복지법(BSHG)과 현재 사회법전 9편(SGB IX)에 통합된 중중장애인법으로 이들의 법적 문제를 지원합니다. 장애우들이 자신의 집에서 사는 경우에는 간병보험 지원, 생계수단 보조, 사회법전 9편 (SGB IX)에서 보장되는 장애우를 위한 주택 촉진정책들이 있습니다.”
― 정신지체인의 복지실태가 조금씩 나아지고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권리와 역할을 행사하는데 있어서 많은 인권침해를 받는 것이 사실입니다. 특히 정신지체인들은 그런 것들이 대부분 무시되고 지시나 명령을 받는 경우가 많은데 독일의 경우는 어떤지요?
“독일에서는 오래 전부터 ‘자신의 장애 때문에 불이익을 당해서는 안 된다’라는 법령이 뿌리를 내렸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이념들이 한국에서처럼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우들이 많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 스스로의 권리를 지키기 위한 강한 장애우 운동이 생겨났습니다.
정신지체장애우부모회(Lebenshilfe)는 이러한 운동을 적극 후원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스스로 결정하며 책임을 지고 살 수 있도록 이 부모회는 이들 장애우 편에 서 있는 것입니다. ‘보호자에서 동반자’로 우리는 같은 길을 걷고 있습니다.
작업장에는 작업장자치회가 있고, 주거시설에는 주거시설자치회가 있어서 장애우들의 생활 환경과 작업 환경을 함께 이끌어가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법적 근거로 ‘협력법(공동참여법)’이 만들어져 있습니다.”
―독일 정신지체인의 취업률은 얼마나 되나요?
1999년 연방노동청의 통계에 의하면 독일 중증장애우의 일반노동시장-1, 2차 노동시장- 점유율은 의무고용률인 6%에 미치지 못하는 3.7%에 불과한 776,863명이 경제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장애우작업장에서 근무하고 있는 중증장애우의 수는 155,000명이며 장애우작업장에서 일하는 장애우의 80% 이상은 정신지체장애우들 입니다. 독일의 정신지체장애우의 수는 대략 400,000명으로 추정하고 있으므로 정신지체장애우의 1/3정도가 장애우작업장에서 일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 한국에서도 간혹 정신지체인 부모들이 중심이 되어 자녀들의 일할 곳을 마련하기 위해 작업장운동을 벌이는 사례가 있습니다. 그러나 정부의 지원없이 자발적으로 작업장을 운영하는 대부분의 경우 정신지체인들만 모여 일하게 되는 데다가 운영의 어려움이 있어 급여조차 제대로 주지 못하는 곳도 많습니다.
독일의 경우도 부모회를 중심으로 직업을 위한 작업장 움직임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이런 경우 위에서 말씀드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이곳 독일에서도 처음에는 그러한 길을 걸어왔습니다. 부모들과 정신지체장애우부모회가 연방사회복지법(BSHG)과 사회법전 9편(SGB IX)으로 통합된 중중장애인법과 같은 법적 근거마련을 위하여 투쟁을 해왔습니다.
독일 장애우작업장의 임금은 낮은 편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임금으로는 장애우들의 생계를 감당하기가 힘듭니다. 자신의 집에 머무는 장애우들의 경우 부모들이 책임을 지고 돌본다거나 생활보조금으로 생활해 나가고 있습니다. 부모들은 이러한 상황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요구 사항을 내걸고 있습니다.
· 장애를 가진 딸, 아들에 대하여 국가는 부모에게 아동수당과 인정된 간병인이 필요한 경우 간병보험으로부터 양육비(child benefit) 지불할 것 (간병보험법).
· 부모가 자신의 자녀를 위하여 간병인이 된 경우, 비용충당금을 지불할 것. (보호법)
경제력이 있는 장애우나 경제력이 있는 장애우 부모는 재산정도에 따라 작업장/주거시설에 재정적 후원을 해야 합니다. 작업장 책임자는 또한 장애우들이 정상적 노동시장에 투입될 수 있도록 이들을 교육, 훈련시키는 과업을 맡고 있습니다.
이것은 어려운 과업이므로, 소위 ‘통합기업’이 설립되어서 자유노동시장과 같은 노동조건을 제공합니다. 여기서는 비교적 대규모의 보호가 보장되어 있습니다. 마인-킨찌히구역 장애우작업장에는 장애우들을 위하여 금속가공, 서류폐기처리작업, 목공소, 세탁소, 그리고 슈퍼마켓과 같은 일자리가 보장되어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정상적 임금체결에 의한 임금이나 보다 나은 임금이 지급됩니다.”
― 독일의 경우 정신지체인이 직업훈련이나 직업을 가질 수 있는 권리가 법적으로 어떻게 보장되어 있습니까?
“이러한 권리는 법을 근거로 한 요구와 다음과 같은 합법적인 법 집행을 통해 보장되고 있습니다: 헌법(GG). 연방사회복지법(BSHG), 그리고 사회법전 9편 (SGB IX), 통합된 중중장애인법이 있습니다.”
― 정신지체인의 경우 성년의 나이로 자라나도 유아취급을 받는 경우가 많아 사회적으로 자립하기 어려운 것이 한국 사회의 전반적인 분위기입니다. 이런 이유로 정신지체인에게 적절한 성교육이 체계적으로 실시되지 못해 많은 어려움과 고민을 안고 있습니다.
독일의 경우 정신지체인들의 성과 결혼문제를 어떻게 풀어가고 있습니까?
“독일에서도 역시 이 문제가 심각합니다. 정신지체장애우의 성에 대한 권리가 부정되는 것이 현실입니다. 2세의 원치 않는 장애에 대한 불안 때문에 부모들은 자주 장애우자녀들이 짝으로 맺어지는 것을 원치 않습니다.
장애우들이 아이들을 돌볼 수 없고, 특히 아이들을 교육시키기에는 더욱 힘든 일이며, 아이를 갖는다 해도 다른 사람들이 즉 이들의 부모들이 이 아이들을 맡아야 하기 때문에 이러한 현상은 이해가 갑니다. 그러나, 장애우에게도 배우자를 가질 권리를 인정해야 합니다. 배우자와의 생활은 역시 주거시설에서도 허락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이 경우 실연, 피임, 부부싸움 중재, 질투 등의 문제 때문에 가끔 개입이 필요합니다. 최근에는 몇몇의 정신지체인 부부들도 생겨났습니다.”
― 정신지체인 자녀를 둔 부모들의 진정한 역할이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시는지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제 때에 자녀들의 장애 문제에 지대한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아이들과 함께 공공에 나서서 의견을 나누어야 합니다. 타인에게 다가서야 합니다. 우리 장애우부모그룹이, 정신지체장애우 부모회가 그랬던 것처럼 부모간에 상호지원을 아끼지 않거나 토론회를 만드는 것이 아주 중요합니다.
잔치가 있으면 다른 부모들과 함께 즐기고, 소풍이나, 식당 방문도 함께 하는 것입니다. 그룹을 지어서 다른 그룹을 방문해야 합니다. 모이면 강해지는 법이지요. 같은 운명을 가진 부모들이 함께 할 때 스스로를 강하게 만듭니다. 그런 가운데 서로간의 경험도 나누는 것이죠. 혼자서는 이루기가 어렵지만 많은 이들이 정부로부터, 사회로부터 무엇인가를 요구할 때는 지나쳐 듣지 않고 업신여겨 보지 않습니다. 장애우와 상관없는 사람, 언론을 초청하여 장애우와 그들이 가진 문제와 희망을 주제로 다루시기 바랍니다.
앞으로도 독일의 정신지체인들의 살아가는 이야기나 싸워나가야 할 문제들에 대해서 함께 고민할 수 있기를 기대하겠습니다.”
― 긴 질문에 응답해 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우리 역시 앞으로도 지속적이고 활발한 정보 교환이 있기를 고대합니다. 장애우들이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아서 그들의 장애가 살아가는데 걸림돌이 되지 않게 하는 것이 우리의 공동 목표입니다. 어느 독일 대통령이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습니다. ‘다르다는 것은 정상이다!’ 이 말은 우리가 (장애우들을 위한) 업무를 행할 때 늘 간직해야 하는 중요하고 의미깊은 문장입니다. 이 문장이 당신들의 슬로건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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