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리포트] 일본의 치매 노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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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의 경우, 부모의 치매와 자식의 입시는 동시에 찾아오게 된다. 이 때가 되면 많은 사람들이 자식의 교육을 위해 부모를 시설에 입소시킨다. 일본의 치매노인의 경우, 시설에 입소하면 거의 가족간의 역할이 끝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럴 때일수록 시설에서 노력해 가족간의 끈이 계속 유지되도록 노력하는 것이 우리 나라와 다른점이라 하겠다.
나는 일본에 와서 처음 일년간 동경에서 아사히신문을 배달하며 공부를 했었다. 신문배달을 하면 수금도 하게 되는데, 할머니, 할아버지 집에 수금을 하러가게 되면, 한두시간 이상 이야기 상대가 되곤 했다. 한달에 한번씩 찾아가는 신문수금원이 유일한 말벗이기 때문이다.
일본에서는 신문스금원이 혼자 생활하는 노인들의 죽음을 발견했다는 기사는 그리 진귀한 뉴스가 아니다. 얼마전 신문에도 이미 죽어버린 할아버지를 한달동안이나 병간호를 지속한 할머니의 기사가 조그만하게 보도되었다. 할머니는 치매의 증상이 있어, 할아버지가 죽었다는 사실을 알지못했다고 한다. 한달동안 할머니는 일상적인 생활을 하며, 이웃에게 아무런 변화도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이웃들은 아무런 변화를 느낄 수 없었다고 한다. 그렇다고는 해도 어떻게 노부부만이 사는 집에 한달이나 아무도 찾아오지 않았는지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일본의 치매노인들은 어디로 가는가?
일본사람이 한국사람보다 효성이 지극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일본에서는 치매증상이 나타났다고 해서 바로 시설에 입소시키는 경우는 별로 없다. 밥을 주지않는다고 우기거나, 밤에 여기저기를 돌아다니거나,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밖에서 기다리고있다는 이야기를 하는 등의 치매증상자체가 시설입소의 이유가 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문제는 부모의 치매와 자식교육이 동시에 온다는 것이다. 40대의 경우, 부모의 치매와 자식의 입시는 동시에 찾아오게 된다. 이때가 되면 많은 사람들이 자식의 교육을 위해 부모를 시설에 입소시킨다. 참으로 어려운 선택의 순간일 것이다. 이럴 때 가장필요한 것이 시설에 입소한 후에도 가족간의 사랑이 지속되는 것일 것이다.
일본의 개호노인 복지시설
오늘은 개호보험하에서 운영되고 있는 한 시설의 이야기를 할까한다. 조그마한 소도시에 있는 이 시설의 정식명칭은 개호노인복지시설이다.
이 시설에는 100명의 노인이 생활하고 있으며, 그 중 50명이 치매노인이다. 시설원장은 의사이며, 간호사가 12명, 개호복지사가 31명, 상담원이 2명, 영양사가 1명있다. 개인적인 차이는 있지만 한달 이용료는 우리 돈으로 약300만원, 그중 50만원 정도를 개인이 부담한다. 이곳에는 식사, 목욕서비스, 의료서비스 등의 혜택이 있으며, 그 내용에 따라 비용이 달라진다.이정도의 금액이면 그냥 평범한 시설로, 그다지 눈에 띄는 시설은 아니다. 노인은 가족의 동반없이는 시설에서 나가는 것이 불가능하다. 모든출입구에는 열쇠가 채워져 있거나, 비밀번호장치가 되어있다.
또한, 경우에 따라서는 휠체어에 묶여 있기 때문에, 일어서는 것 조차도 불가능한 경우가 있다. (시설측에 의하면 안전을 위해서라고 하지만, 일본정부는 기본적으로 노인시설에서의 신체구속을 인정하고있지는 않다.)
이 시설에서는 입소노인과 가족간의 관계유지를 위해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만들어 냈다. 첫째, 시설료는 시설창구에서만 접수한다. 송금이나, 자동이체를 이용하면 시설입장에서도 편하기는 하지만, 굳이 창구 접수를 고집한다. 한달에 한번 창구에 돈을 지불하러 오게되면 한번은 만나게 되지 않느냐는 것이다.
두 번째는, 노인들의 빨래는 받드시 가족에게 맡긴다. 일주일에 한번씩 빨래감을 가지러 오게 되면, 적어도 한달에 네 번은 면회를 오게된다는 것이다.
세 번째, 외박에서 돌아온 노인에게는 본인과 가족 모두에게 꼼꼼하게 외박중에 있었던 일을 체크한다.
가족들이 어떤 점에서 힘들어 하는가, 노인의 어떤 문제를 해결하면 좀더 편안한 외박이 될 수 있는가, 집의 구조는 노인이 편안하게 생활할수 있는 설비가 되어있는가를 조사해 직원들이 정기적으로 회의를 한다. 그리고, 그 정보를 다음 외박에 활용해 조금씩 외박의 횟수를 늘려간다. 치매노인의 경우 ,시설에 입소하면 거의 가족간의 역할이 끝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럴때일수록 시설에서 노력해 가족간의 끈이 계속 유지될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치매노인은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시기로 돌아간다고 한다. 그리고 많은 노인들이 부모에게 어리광부리며 살던 어린시절로 돌아간다. 단지, 하나 틀린 것이 있다면 사랑스러운 눈으로 봐주는 부모가 곁에 없다는 것일 것이다.
글 이범석(일본 군마대학 의학부 보건학과 작업치료 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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