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장애우에게도 관람권을 달라!
본문
이번 『월드컵경기장 무장벽 조사활동』은 일본측의 일본청년포럼 준비위, DPI 일본 회의, 재일동포청년연합회, 그리고 한국측은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장애인편의시설촉진시민연대, 한국청년연합회, 각각 3단체가 참여해 진행하고 있다.
월드컵이 모두의 축제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장애를 가진 사람들의 접근과 관람이 보장되어야 하며, 경기나 운영의 중요성 못지 않게 이를 계기로 장애우의 생활환경이 한 단계 발전할 수 잇는 축이 되어야 한다는 공유에서 시작한 만큼 올 4월에 모든 조사를 마치게 되면, 경기장의 모든 문제점을 한 · 일이 공동으로 발표하고 우리 사회 barrier-free(무장벽)를 실현하기 위한 선언문을 발표할 예정이다.
현재 지난 2월 24일(일) 한일공동으로 진행한 인천 문학경기장을 끝으로 10개 경기장의장애우 무장벽조사를 모두 마친 상태다. 일본은 지난 2월 15일 고배경기장을 기점으로 6개의 경기장 조사를 마쳤으며 이제 2-3월 중에 요코하마 경기장 등 나머지 4개 경기장 조사를 남겨두고 있다.
그럼, 지금까지 진행된 월드컵경기장의 조사결과 나타난 전반적인 문제점들을 살펴보도록 하자.
한일 청년, 장애인단체의 아름다운 연대
2001년 3월부터 한 · 일 공동으로 진행된 "2002 한 · 일 월드컵경기장 장애인 무장벽조사"활동이 막바지에 접어들고 있다.
이 조사활동은 재일동포, 한국, 일본 3주체가 매년 양국을 방문하며 한 · 일 역사, 사회, 정치, 문화의 다양한 주제를 "포럼"이라는 형식을 빌어 교류하고 있는 『제6회 한, 일청년포럼』 주요사업으로 결정되면서 시작되었다.
화해와 공존, 평화의 21세기를 맞이하여 한 · 일 양국이 월드컵이라는 세계인의 축제를 공동으로 주최하게 됨에 따라 양국의 갈등의 역사를 청산하길 기원하는 양국 청년들의 바램에서 시작된 것이다.
더 나아가 양국의 청년들은 이 『월드컵경기장 무장벽 조사활동』을 통해 장애를 가진 사람이 축제의 주체로서 참여하고 세계적 행사를 계기로 그들의 삶이 한 단계 발전하고 사회적 권리를 제대로 실현할 수 있는지에 대한 가능성을 모색, 사회적 약자들과의 구체적 연대 실현을 희망했다.
![]() |
| ▲장애우에게도 관람권을.. |
월드컵은 이미 세계인의 축제로 자리매김 했지만 동시에 스포츠의 상품화, 자본주의화로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그러나 월드컵 경기 자체의 성공이 아니라 이를 계기로 주최국이 사회, 경제, 문화적으로 다양함을 펼쳐내고 도약의 계기가 되기 위한 준비와 마음가짐이라면 큰 의미를 지닐 수 있다.
88올림픽이 스포츠 자체로서가 아니라 세계 속의 한국, 한국의 현실을 다시 바라보는데 기여했다면, 오는 2002 한 · 일 월드컵대회도 분명 사회 전반적인 정책과 국민의 의식수준 등을 한 단계 발전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국제적 행사를 하는 서울 상암경기장 장애인이용가능 화장실 문이 임시 자바라?
서울 상암경기장은 약 4만여명 이상을 수용하고 휠체어 관람석도 약380석(보조좌석 포함)이나 되는 국제적인 경기장이다. 지난 해 11월 10일 상암경기장에서는 크루아티아와의 시범경기가 있었는데, 한국청년연합회, 장애인편이시설촉진시민연대,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그리고 장애체험을 통한 실태조사를 실시하기 위해 약 40여명의 자원활동가가 결합했고, 일본의 조사단도 결합해 실제 상황속에서 조사가 진행돼 대략적인 문제점을 파악할 수 있었다.
서울 경기장의 특징은 휠체어좌석과 함께 나란히 접이식 의자가 부착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는 매우 긍정적이고 바람직한 형태이다. 왜냐하면 비장애인 친구나 가족들과 함께 왔을 경우 각기 다른 좌석에서 관람하는 것이 아니라 나란히 앉은 위치에서 경기를 관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전체 10개 경기장 중 서울경기장만 갖고 있는 특색으로 많은 고민의 흔적이 보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다른 경기장의 경우 좌석 맨 뒤에 빈 공란을 휠체어 좌석으로 정하고 있어, 당당한 좌석 확보라는 의미보다는 복도, 통로에 어쩔 수 없이 임시로 설치한 듯한 느낌을 주었고, 비장애인 동행자를 고려해 좌석을 만들어 놓았지만 그것도 고정좌석이라 휠체어를 탄 친구끼리 왔을 경우는 또다시 떨어져서 관람할 수밖에 없는 문제점을 나타내고 있었다.
조사단은 서울 상암경기장을 전국 10개의 경기장 중 가장 장애인의 접근성을 확보한 경기장으로 잠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유는 지하철역에서부터 곧장 경기장으로의 접근이 가능하도록 되어 있어 접근성을 최대한 보장하기 위해 애썼기 때문인데, 이는 서울에 지하철이라는 대중교통수단이 있어 유효하게 작용한 것이라고 보여진다.(다른 도시는 지하철이 없으며, 부산이나 대구의 경우는 경기장이 워낙 도시 외곽에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문제점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시각장애인의 정보접근을 위한 점자안내판이나 표시, 점자팜플렛, 음성정보 시스템 등이 전혀 마련되어 있지 않았다. 이렇게 시각장애인의 접근권이 미비한 이유는 "시각장애인도 경기를 보러 옵니까?" 라는 경기장 관계자의 답변이 대신해 주고 있는 듯 하다. 게다가 장애인 이용가능 화장실은 일반 화장실에 함께 있었는데, 문이 임시 설치로 사용되어지는 자바라로 설치되어 있어 국제경기장에 걸맞지 않는 어색한 모양새를 띄고 있었다. 경기장 건설본부에서는 이에 대한 문제제기를 받아들여 본격적인 경기가 시작되기 전까지 모든 문을 자동문이나 미닫이로 설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점은 휠체어좌석과 바로 앞좌석과의 단 차이가 일반 단 차이와 거의 같아 경기장을 찾는 본질적인 이유, 즉 생동감 있고 활기찬 선수들의 경기모습을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치열한 경기가 될 것이 자명하고 이에 흥분한 관중들은 매 순간마다 일어나서 환호하고 응원할 텐데… 그렇게 되면 휠체어 좌석에 앉아 있는 사람들의 시야를 가려 중요한 순간을 매번 놓치거나 아예 경기를 관람할 수 없다는 것은 경기장을 찾는 근본 의미를 퇴색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것은 비단 서울 상암경기장의 문제만이 아니었다. 전체 10개 경기장 모두의 문제였다. 아니, 일본역시 고베경기장을 제외한 조사한 5개 경기장이 모두 마찬가지로 관람권이 심각히 침해되고 있었다. 일본의 경우 한 경기장에서는 문제를 지적하니 고정되어 있는 리프트를 동원해 휠체어 한 대를 약 1m 가량 높이는 것을 대안으로 내놓았는데, 그것도 고작 5대만이 준비되어 있고 추락의 위험과 타인의 시선집중을 이끌어내 구멍난 곳 땜질하는 듯한 임시방편은 결코 대안이 될 수 없음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 조사단은 이렇게 휠체어 관람석의 상황과 경기장 접근로, 교통, 엘리베이터 시설, 경사로, 이동수단, 자원활동가 교육, 장애인 이용가능 화장실, 안내표지판, 공중전화기, 매점 등 부대시설 이용 가능성, 손잡이설치 및 점자안내표시 등 실제 이용하게 되는 것들을 연계성을 고려해 조사했다. 물론 「장애인 · 노인 · 임산부등의편의증진보장에관한법률」에 의한 기준들을 기본적인 체크리스트로 활용하기도 했다. 하지만 조사가 진행되면 될수록 사실 법적 기준에 의한 조사는 별 의미를 갖지 못했다. 단순히 "몇 cm, 각도" 등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실제 이용이 가능한가" 아닌가가 주요했기 때문이다.
그럼 각 경기장의 몇 가지 특이한 사항을 짚어보도록 하자.
제주 서귀포 경기장- 화장실을 임시 컨테이너박스로 설치
제주경기장은 바다가 보이고 땅을 파서 건설했다고 해서 가장 아름다운 경기장으로 꼽히고 있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화장실은 임시로 사용하는 컨테이너박스로 설치되어 있었다.
경기장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월드컵 이후 비대칭으로 높게 설치된 좌석을 모두 철거할 것이기 때문에 화장실 공간이 나오지 않았고, 철거할 것이기 때문에 임시로 설치했다는 것이다. 아무리 철거계획이 있다할지라도 국제경기를 치루는 경기장에서 가장 깨끗하고 불편함이 없어야 하는 화장실이 임시로 설치되어 있고, 휠체어가 이용가능한 화장실도 비좁고 불편하게 설치되어 있다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었다.
부산경기장- 휠체어 관람석 바로 앞바퀴에 홈이 넓은 배수관
부산경기장의 경우 휠체어 관람석 안에 홈이 넓은 배수관이 설치되어 있다. 조사단은 그 상황을 지켜보며 안타까움과 불쾌함을 감출 수 없었다. 만일 그 사람의 입장에서 경기장을 설계했다면 그렇게 바퀴가 빠지거나 불편하게 휠체어를 이리 굴리고 저리 굴리며 걸리적 거리도록 배수관을 그곳에 설치하지는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아주 단순해 보이고 사소해 보이는 것도 장애를 가진 사람에게는 큰 장벽과 접근금지가 될 수 있는 "편의시설의 기본 개념"을 여실히 드러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전주경기장- 무거운 여닫이문으로 만들어진 화장실, 곳곳에 시각장애인의 위험한 장애물이 될 수 있는 외부 계단
전주경기장 장애인 이용가능 화장실은 별도의 공간으로 무거운 철제 여닫이문으로 설치되어 있고 손잡이도 둥근 것으로 되어 있었다. 편의시설은 가장 중한 장애를 갖고 있는 사람을 기준으로 설치되어져야 하기 때문에 레버식이나 미닫이, 혹은 자동문으로 설치되어야 하지만 그 원칙을 모두 무시하고 설치하는 데만 급급한 모습이다. 게다가 외부 통로 중간 중간에 층간 이동을 할 수 있는 계단이 설치되어 있어, 시각장애인이나 많은 사람들이 오가다가 잠시 한 눈을 팔게 되면 곧장 이마나 머리 등을 다칠 수 있게 되어 있다. 불편한 것은 참을 수 있어도 안전하지 못한 시설은 정말 이해하기 어렵다.
울산경기장- 자세하면서도 곳곳에 부착된 안내표지판이 많은 울산 경기장, 그러나 이용가능한 화장실은 매우 좁고.
각 경기장의 문제점 중에 공통된 것이 바로 안내표지판이 부재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울산경기장은 상세하면서도 곳곳에 안내판이 부착되어 있어 경기장 정보와 위치를 한 눈에 파악할 수 있어 좋았다. 그러나 마찬가지로 화장실이 매우 좁아 휠체어가 이용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대구경기장- 60여개의 장애인전용주차구역 따로 설치, 휠체어 관람석도 따로 설치
10개 경기장 중 유일하게 휠체어 좌석이 다로 설치되어 있는 곳이 바로 대구경기장이었다. 대구경기장은 장애인전용주차장에서 이동이 가장 가깝고 편리했는데, 주차를 한 후 바로 휠체어좌석으로 이동이 가능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다. 기본 원칙은 퉁합이기 때문이다. 설계시 통합을 원칙으로 했다면 곳곳에 설치하면서도 함께 관람한다는 느낌, 관람권 보장이 될 수 있지만 대구경기장에서는 장애인이라고 "특별히 취급한느낌"이 역력하기 때문이다.
경기장 관계자는 "이렇게 편리하게 접근하고 관람할 수 있도록 배려했는데 도대체 무엇이 문제냐?"며 오히려 자랑스럽게 이야기한다. 편의시설의 개념과 원칙에 대한 오해가 불러온 빗나간 장애인배려다.
한 · 일 공동으로 진행한 일본 고배경기장 조사
지난 2월 15일(토). 한국측에서 월드컵경기장조사 활동을 벌이고 있는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와 한국청년연합회, 장애인편의시설촉진시민연대는 일본측 조사단 (한일유스포럼 일본, 재일준비위, 일본 DPI)과 함께 일본의 고배경기장 장애인 무장벽조사를 실시하였다.
조사는 고배지역의 장애인단체 등 약 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직접 설계를 담당한 관계자의 설명을 들으며 경기장역과 경기장까지의 접근로, 주출입구, 관람석, 시 청각장애인에게 필요한 시설물 혹은 서비스 체계를 확인하며 약 5시간동안 진행되었다. 고배경기장은 완벽한 경기장의 모습은 갖추었으나 아직 공사가 덜 끝나 주출입구의 경사로는 설치중이었다.
휠체어 관람석까지 이동할 때 승강기를 이용할 수 있었으며, 좌석은 약 70여석으로 보호자좌석이 따로 설치되지 않은 빈공간이었으나, 경기가 있을 때에는 바로 뒤에 간이의자를 설치하여 보호자나 친구들과 함께 관람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한다. 장애인 이용가능한 화장실은 남녀 구분없이 각 구역에 3개씩 설치되어 있었다. 모두 넉넉한 공간을 확보하여 손잡이, 세면대 등을 다 갖추고 있었고 미닫이로 설치되어 큰 불편함은 없었다. 주출입구 또한 경사로로 설치되어 휠체어로 접근이 가능하게 설치되었다.
그러나 우리의 조사활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휠체어좌석에서 관람권이 보장되는가의 문제였다. 지금까지 조사한 경기장을 살펴보면 관중들이 열광적으로 응원을 하며 일어서서 손을 흔들 경우 휠체어를 탄 사람은 앞사람에 가려 전혀 경기를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월드컵경기는 매순간마다 열정적인 응원을 동반하기 때문에 가끔 관람권이 침해되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끝까지 온전한 관람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고배경기장은 달랐다. 바로 앞 좌석과의 단차가 약 108cm가량 되어 비록 서서 손을 들면 약간의 시야를 가리긴 해도 경기 관람은 가능한 것이다. 처음이었다. 설계자는 기준을 찾지 못했지만 앞사람이 일어설 것을 예상하여 그렇게 설계하였다고 말했다.
또한 휠체어 관람석이 통로에 방치(?)되었다는 느낌은 들지 않도록 일반관람석과 동일한 선상에 휠체어관람석을 배치했다는 것이다. 대개는 별도로 휠체어좌석만 맨 뒤에 공란으로 설치하고 있어 복도 한 편에 자리를 내 준 듯한 느낌이 들었지만 이곳 고배경기장은 고민하고 연구한 흔적이 보이는 유일한 경기장이었다.
물론 시각장애인을 위한 손잡이와 점자안내표시, 점자유도블록은 적절한 위치에 모두 설치되어 있었지만 점자안내팜플렛 등이 구비되어 있지 않아 정보접근을 보장하고 있지 않다는 것은 한국과 마찬가지의 상황이었다.
일본측조사단에 의하면 6경기장 중 휠체어관람석에서의 관람권이 보장되고, 역에서부터의 접근, 경기장 접근, 시설물 이용 등이 모두 불편함없이 대체적인 만족도를 보인 것은 고배경기장이 처음이라고 한다.
그러나 일본의 경기장을 처음 방문하고 한국과 너무나 다른 대조적 상황을 살펴본 우리 한국 조사단에게는 다시 한국의 불편하고 고려 없는 경기장이 그대로 비교되어 barrier-free를 실현하기 위해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 많은 과제를 던져준 조사활동이었다. 오는 24일에는 일본측 조사단이 한국을 방문해 인천경기장을 조사할 예정이다.
글 여준민(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인권센터 간사)/ 사진 한겨레 신문사 제공
Copyright by 함께걸음(http://news.cowalk.or.kr)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