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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세차 단골 고객 생겼어요                                

 

주유소에 취업한 정신지체장애우 박태용 씨와 조계식 씨

 

서울시 마포구 대흥동 대흥주유소. 자동세차기에서 승용차 한 대가 물기를 머금은 채 빠져 나오자 박태용 씨와 조계식 씨가 마른걸레를 가지고 물기를 깨끗하게 닦아낸다. 박태용 씨와 조계식 씨는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 2교대로 자동세차 후 차의 물기를 닦는 일을 하고 시간당 2,500원의 임금을 받고 있다.

지난 해 10월부터 일을 시작한 조계식 씨가 능숙하게 승용차의 물기를 닦고 나서 아침부터 사용한 걸레를 가지고 세탁실로 향한다. 다음에 일할 사람을 위해 걸레를 정리해 세탁기에 넣고 퇴근을 준비하는 것이다.

조계식 씨가 부지런히 퇴근을 준비할 무렵, 화곡동 집을 나와 지하철을 타고 주유소에 도착한 박태용 씨가 일을 시작한다.

"고무장갑만 끼고 차를 닦느라 겨울에는 손이 시려웠어요. 그래도 이번 설에 부모님께 내의와 장갑을 선물해 드렸어요."

주유소를 나선 조계식 씨에게 일이 어떠냐고 묻자, 재미있다고 수줍게 웃으며 이렇게 대답했다.

▲박태용&조계석씨

이들의 취업은 늘푸른복지관(강서구 가양동)의 지원고용 프로그램에 참여해 1년 여 동안 면접준비와 현장적응훈련을 거쳐 이루어졌다. 복지관의 지원고용담당자가 한국산업인력공단 중앙고용정보원에서 운영하는 워크넷(work-net)에 있던 일자리 정보를 확인해 연결이 된 것이다.

함께 일하는 송웅 과장은 "주유소에 특성상 일하는 사람이 자주 바뀝니다. 사람이 바뀔 때마다 일을 가르치는 것도 참 힘들지요. 그런데 복지관과 연결이 되어 있으니까 일하던 사람에게 무슨 일이 생겨 나오지 못할 경우, 복지관에서 다른 사람을 연결시켜 주고 일하는 것도 지켜봐 줘서 저희가 일하는데 많은 도움이 됩니다. 처음에는 무엇을 물어봐도 이 친구들이 대답을 하지 않아 어떻게 된 일인지 낯설어 하는 고객들이 많았는데, 이제 단골고객들은 세차도 깨끗이 마무리되고 정신지체장애우들이 일하는 것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되었다고 말씀하십니다."

이 지원고용프로그램을 담당하는 사회복지사 최지헌 씨는 "정신지체장애우의 취업은 보호자와 업체와 복지기관이 장애우와 함께 노력할 때 가능하다"며 "정신지체장애우들의 직업영역을 넓히기 위한 다양한 노력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작든 크든 함께 나누려는 마음이 중요합니다.                  

 

시각장애우 개안수술을 돕는 김영백 씨

새벽 3시. 김영백 씨가 일을 시작하는 시간이다. 환경미화원인 김영백 씨는 새벽 3시부터 오후 3시까지 자신의 구역인 남산일대를 청소한다. 김 씨는 일을 마치고 바쁜 점심을 먹고 나면 자신의 동력리어커를 끌고 인쇄소 골목을 다니며 박스며 종이를 모은다.

젊은 시절 중동에서 건설 노동자로 일한 후 귀국하여 허리디스크로 움직일 수조차 없었던 김영백 씨가 완쾌해 환경미화원으로 일을 시작한 것이 90년. 박스며 종이를 모아 마련한 돈으로 처음에는 혼자 사는 어르신들에게 내복이며 반찬을 마련해 드렸다고 한다.

"그 때는 무료급식이 많지 않을 때였거든요. 구청이나 동사무소에서 호의적이지도 않았고요. 그래서 혼자 힘으로 하는 것보다 교회에서 이 일을 맡으면 어떨까 생각했어요. 교회가 사회에 봉사해야 하는 책임도 있으니까요." 5월부터 10월까지 장충단공원에서 진행되는 무료급식을 제안하고 함께 하는 김 씨의 말이다.

어떻게 시각장애우의 개안수술을 돕는 것을 시작하시게 되었냐는 기자의 질문에 "한번은 다니는 교회에서 후원을 위해 실로암병원이라는 곳을 간다고 해서 따라갔다가 그곳과 인연을 맺게 되었어요."

이렇게 알게 된 실로암안과병원을 지난 8년 동안 석 달에 한번 꼴로 적게는 50만원에서 많게는 100만원까지 가지고 찾아 시각장애우들의 개안수술을 도왔다.

"갈 때는 꼭 새 돈으로 바꿔서 갑니다. 하얀 봉투를 품고 지하철을 타고 병원에 가는 일이 기도하는 일 다음으로 행복하지요."

이 일을 시작하고 나서부터 가족들과 놀러 갈 시간이 없을 정도라는 김영백 씨는 그래서 가끔 부인의 싫지 않은 잔소리도 듣는다고 했다.

"올해 12월이면 정년입니다. 그 동안 마음은 있었지만 열심히 하지 못했던 무료급식에 힘을 쏟고 싶어요. 이 일을 계속 할 수 있도록 건강하다면 더 바랄 것이 없습니다."

김영백 씨는 종이며 박스를 가지런히 모아 둔 어느 주택가 앞에서 각각의 종이의 쓰임새를 차근차근 설명하다가 이제 종이박사가 다 되었다며 사람 좋은 웃음을 짓는다.

박스며 종이를 모은 돈으로 나누는 또 하나의 자리 - ­1년에 한번씩 생활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지급하는 장학금 전달식을 마치고 해가 뉘엿뉘엿 기울 무렵, 오늘 일을 하지 못한 동력리어커에 바람이라도 쐬어 준다며 시동을 걸었다.

"작든 크든 같이 나누려는 마음을 먹은 그 때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지요. 나중에 해야지 하는 마음은 잊어버리기 쉽잖아요."

 

 

청각장애우도 ARS 쓸 수 있다                                   

 

컴퓨터가 ARS를 간편하게 제어할 수 있는 e-ARS솔루션 개발

마일리지통합사이트를 운영하는 블루칩인터넷이 전화서비스인 자동응답서비스(ARS)를 컴퓨터가 간편하게 제어할 수 있도록 한 e-ARS솔루션을 처음으로 개발했다.

이에 따라 ARS서비스를 사용할 수 없었던 청각장애우는 물론 비장애우들도 컴퓨터를 통해 보다 쉽게 ARS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되었다.

이 서비스는 기존의 ARS와 CTI(computer and telephony interation)기술을 응용한 것인데, 기존에 사용자가 전화를 걸고 안내방송에 따라 버튼을 눌러 이용하던 ARS시스템 전반을 컴퓨터가 대신하는 것이다.

블루칩인터넷은 지난 99년부터 장애우 IT화를 위한 컨설팅과 개발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오고 있고, 현재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홈페이지와 웹서버를 무료로 관리해주고 있다.

임흥진 블루칩인터넷 대표는 "장애우 관련 복지사업을 하는 과정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며 "e-ARS분야에서만 올 상반기 10억원 정도의 매출을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e-ARS솔루션은 일반이용자들 뿐만 아니라 ARS서비스 제공업체들 또한 기존 시스템을 그대로 활용해 웹상에서 ARS를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병행할 수 있어 온라인 시스템 변경에 사용되는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블루칩인터넷 : www.blue-chip.co.kr

 

 

학사모 영광, 어머니께 바칩니다                                

 

단국대 특수교육과 졸업한 시각장애우 이승권씨

지난 2월 22일 단국대 졸업식장. 유난히 환하게 웃고 있는 모자가 눈에 들어왔다.

주인공은 22일 단국대 특수교육과를 졸업한 이승권 씨. 이씨가 학업을 마칠 수 있었던 것은 4년을 하루같이 자식의 "눈"이 되어준 그의 어머니 주영숙 씨가 있었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6학년 때 녹내장에 걸려 시력을 잃은 그는 서울 맹학교를 졸업한 뒤 6년간 안마사로 일하다가 1998년 스물여섯의 늦은 나이에 단국대 특수교육과에 입학했다.

어렵게 다시 공부를 시작하기로 결심했던 아들이 모습이 기특하기만 했던 승권씨의 어머니는 눈이 오나 비가 오나 경기도 하남시 집에서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있는 단국대까지 대중교통을 여섯 번이나 갈아타며 그의 통학을 도왔다.

승권 씨는 대학생활 4년 동안 수업 내용을 일일이 녹음하고 대학 동기들이나 시각장애우 복지관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을 받아 교재를 점자책으로 만들어 공부했다. 그가 만든 녹음 테이프만도 수천개에 달한다.

그는 주위의 도움과 격려에 힘입어 전공인 특수교육학 외에도 역사학을 부전공으로 이수해 두개의 졸업장을 받았다.

이씨는 주위로부터 받은 사랑을 장애를 겪는 후배들에게 돌려주기 위해서 맹학교 교사 임용을 준비 중이다. 기회가 닿는다면 대학원에도 진학할 계획이다.

그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눈"이 돼주신 어머니가 아니었다면 졸업은 꿈도 꾸지 못했을 것"이라며 "도움을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하고 앞으로 시각장애우가 가보지 못한 새로운 분야를 개척해 장애우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작성자함께걸음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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