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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연재

일본 장애우운동의 핵심은 반차별

한.일 장애우교류대회 일본 다치가와(立川)시에서 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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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나라 일본에 다녀온 적이 있는 장애우라면 누구나 그곳에 사는 장애우들의 삶의 모습을 부러워한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장애우의 최소한의 소득보장을 가능하게 하는 연금제도이다. 이는 장애우들이 자신의 의사결정에 따라 지역사회 속에서 자립생활을 할 뿐만 아니라 소비의 주체로 서게 해준다는 점에서 가장 크게 부각되고 있다. 그러나 일본 역시 장애우와 비장애우의 통합을 당연하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조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국가에서 장애우의 생활을 사회적인 책임으로 받아들이기까지는 일본 장애우들의 치열한 투쟁이 있었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내놓고 할 이야기는 아니지만 우리 나라 장애복지나 운동의 많은 부분이 일본을 모델로 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일본의 장애우 복지 추세를 살펴본다는 것은 우리 나라의 장애우복지의 과제를 전망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한국의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와 일본의 장애우 차별과 싸우는 전국공동연합의 실무자 교류에서 이루어진 세미나를 중심으로 일본 장애우복지 현실을 살펴보았다.

 

 

일본의 장애연금은 장애우운동을 통해 이룩한 대표적인 산물

일본의 장애우복지를 얘기할 때 항상 최우선의 논의거리가 되는 것이 바로 장애연금제도다. 장애우들이 지역사회에서 생활할 수 있는 최소한의 비용을 국가가 책임진다는 의미에서 우리가 부러워하는 가장 대표적인 장애우 복지제도이기 때문이다.

일본에서 장애우 연금제도가 도입된 것은 국민연금제도가 실시되던 1961년부터다. 국민연금제도가 실시되면서 자영업자와 학생도 연금에 가입하게 되었고, 소득이 없는 장애우도 최소한의 생활을 보장받기 위한 장애복지연금제도가 이 해 처음 도입되었다.

현재 일본의 장애우들은 국민연금 가운데 장애기초연금을 받는데 1급 중증장애우의 경우 84000엔(우리 돈으로 84만원 정도), 2급 장애우의 경우 67000엔을 지급 받고 있고 지방자치제도 받는다. 물론 소득제한이 있어서 개인소득이 300만엔(우리 돈으로 3천만원)을 넘을 경우, 4인가족 기준에는 연금을 받을 수가 없다.

일본의 참의원 호리 의원은 "일본의 연금제도는 국제적으로도 상위권에 드는 편이다. 또한 10년에서 15년동안 연금제도가 충실히 보완되어 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본 4년제 대학 졸업생의 초봉이 20만엔인 것을 감안한다면 장애로 인한 추가비용이 드는 장애우들이 연금으로만 생활한다는 것은 무리다. 따라서 연금으로만 생활할 수 없는 장애우에게는 생활보호라는 제도로 생계를 보장하고 있다.

그렇다면 왜 장애수당이라는 말을 쓰지 않고 연금으로 말하는 것인가.

일본에도 1960년대에는 정부에서 지급하는 장애복지수당이라는 게 있었다. 그 당시에는 월 3천엔 정도 지급되기 시작하다가 1980년대에 연금에 대한 전체적인 구조가 개혁되면서 1980년대는 월 4만엔으로 늘어났다.

그런데 1980년대에 전국민이 연금에 가입하고 받는 구조가 만들어지면서 장애우에게 지급하는 돈을 장애복지연금으로 할 것인지, 장애복지수당으로 할 것인지를 두고 논란이 많았다고 한다. 그러다가 1985년, 국가의 세금과 국민들의 보험료를 함께 활용하여 재원을 늘릴 수 있는 "연금"으로 하자는 결정이 내려졌다. 일본의 장애우 연금지급운동은 마침내 1985년 결실을 맺은 것이다.

 이 해 일본은 여러 가지 연금제도를 통합해서 하나로 묶는 기초연금제도를 도입했다. 그러면서 장애우무기여연금제도를 도입했다. 이 해 도입된 장애연금제도는 예전의 복지연금과는 달리 연금액수가 대폭 상향조정돼, 장애우들은 연금을 낸 국민들이 받는 연금과 거의 동등한 수준의 연금을 지급받을 수 있게 되었다.

그 당시 일본국민들 가운데에는 왜 자신들이 낸 국민연금을 떼어서 장애우를 주느냐는 항의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일본의 연금심의위원회에서는 "담배 한갑 불여서 장애우를 돕자"는 대국민 홍보를 펼쳤고 국민들도 이 정책에 대해 받아들이기 시작한 것이다.

연금과 수당의 차이점에 대해 호리 의원은 "연금은 국민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지만 수당이라는 것은 수입이 있는 사람에게 그 부족한 부분을 보조해준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연금이라는 이름은 권리를 의미하는 것 같지만 수당은 뭐가 부족한 것 때문에 주는 시혜적인 느낌"이라면서 연금과 수당은 권리인지 혹은 시혜인지의 차원이기 때문에 연금이라는 명칭이 정착되었다는 것은 장애연금이 시혜가 아닌 장애우의 권리이고 이것은 사회의 당연한 책임이라는 차원에서 바라보기 시작했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일본에도 중증의 중복장애를 가지고 있는 장애우들에 한해 월 2만엔~3만엔 정도의 수당이 지급된다. 지방자치단체에서 자체적으로 장애우 복지수당을 제공하기도 하는데 동경도의 경우는 1만5천엔 정도 지급되는데 이는 중복장애우의 경우 개호서비스를 받아야 하는 등 추가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 보조해준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결과적으로 일본의 장애우들은 장애연금, 특별장애수당, 지방자치단체장애수당을 받게되는 것이고, 이 세가지로도 살수 없을 경우에는 국가에서 최후의 보호수단으로 중증장애우에게 생활보호제도를 적용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것들은 하루 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닌 모든 장애우 단체들이 힘을 합쳐 싸워 얻어낸 귀한 결실이다. 일본의 장애우들은 장애우들의 사회참여와 평들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소득보장이 절실하다고 생각했고 소득보장을 가능한 연금제도 도입을 위해 전국의 모든 장애우 단체들이 힘을 합쳐 싸울 것을 결의했다.

일본의 장애우들은 장애연금제도 도입을 주장하면서 장애우들이 시설이 아닌 지역사회에서 혼자 살아갈 수 있는 자립생활의 중요성을 강력하게 요구했다. 즉 장애우들의 자립생활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자립생활을 위해서는 일본 정부가 생활이 가능하도록 연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이다.

우리 나라에서도 조속히 무기여장애연금이 도입돼 장애우들의 소득보장을 기반으로 해 장애우들이 지역사회에서 자립생활을 하도록 기반을 만들어 났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봤다.

 

일반고용은 어려워 그 대안으로 장애우작업소 운동 벌여

일본의 장애우 복지실태 중에서 우리의 관심의 안테나를 두고 있는 곳은 아무래도 고용부문이 될 것이다. 하지만 일주일간 일본의 고용부분에 대해 보고들은 것은 대부분 작업소 중심의 고용이었을 뿐 일반고용은 여전히 찾아보기가 힘들었다.

일본정부에서는 장애우가 비장애우와 똑같은 노동능력을 발휘할 때 취업이 가능하다는 생각을 밑바탕에 깔고 매우 소극적인 장애우 고용정책을 펴나가고 있다.

국가에서 분류하는 장애우 노동활동 범위는 세가지로 분류된다. 우선 비장애우와 동등한 노동력을 가진 장애우는 일반 고용, 두 번째는 노동력은 조금 떨어지지만 복지적인 취업이 가능한 사람은 수산시설(우리 나라의 보호작업장과 같은 시설)에 취업, 마지막으로 중증장애우는 시설 입소나 장애연금을 받아 개호인과 함께 지역사회에서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 정부의 일반적인 생각이다.

그렇다면 우선 일본의 장애우 취업률을 살펴보도록 하자.

일본 역시 56명 이상의 노동자를 가지고 있는 기업에서는 장애우를 1.8% 의무고용 하도록 하고 있지만 장애우 한명당 고용 부담금이 5만엔 정도로 작은 금액이기 때문에 절반 이상의 기업들이 고용부담금을 내면서도 장애우를 고용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1998년 통계에 따르면 일반기업체에 취업한 지체장애우는 396,000명, 정신지체장애우는 69,000명인데 이들 역시 대부분이 경증장애우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일반기업의 장애우 취업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 하겠다.

두 번째 수산시설의 취업은 현재 1,975개 소에서 79,523명 정도가 일하고 있다. 수산시설에서 일하는 것은 얼핏보면 취업으로 보여지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일본 노동성의 통계에도 복지적 취업은 취업률에 포함하고 있지 않고 있다. 뿐만 아니라 수산시설은 몇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다. 본래 수산시설은 이곳에서의 직업훈련을 통해 일반기업으로의 취업을 목적으로 삼고 있었지만 실제로 이곳을 거쳐 일반기업으로 취업하는 장애우는 1%도 안될 뿐만 아니라 60%정도가 10년 이상 이곳에 남아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일반취업이라 보기 어렵다. 또 한가지, 수산시설의 임금은 지체장애우가 한달에 받는 평균임금이 2만엔정도, 정신지체장애우나 정신장애우는 1만2천엔정도로 일반기업체와 비교해서 매우 낮은 수준이다. 마지막으로 수산시설에서 일하는 장애우노동자들은 노동재해의 혜택을 받을 수가 없다.

구마모토학원대학 사회복지학과 하나다 미자노리 교수는 "어떻게 보면 수산시설이라는 것은 취업이 목적이라기보다 사회안정과 치안을 위한 수용시설이라는 의미가 크다. 즉 고용이 목적이 아닌 사회안정을 위한 것이다. 명칭에 있어서도 "시설"이라는 이름을 붙여 복지시설과 마찬가지로 같은 부류의 사람들을 모아놓고 사회와 분리시키고 있다. 수산시설은 일할 수 있는 장소가 아니라 사회와 점점 더 멀어지도록 격리시키는 곳이다" 라고 말했다.

이렇게 일반 고용이 어렵게 되자 1970년대 이후 장애우들은 스스로 작업소라는 것을 만들어 지역사회에서 경제활동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작업소 역시 장애우들이 모여 일하는 곳으로 모양새만 갖추었을 뿐 경영에 어려움을 겪어 장애우들에게 제대로 월급을 지급하기 어려운 곳이 속출했다. 작업소 역시 장애우의 노동권을 보장한다기보다는 노동을 통해 사는 보람을 찾으면서 사회참여를 한다는 의미정도 밖에 가질 수 없는 한계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더군다나 장애우들만이 모여 일한다는 것은 사회로부터 또 다른 분리를 의미하는 일이 되는데다가 비장애우가 장애우를 지도하게 되는 시스템은 여러 가지 문제를 야기 시켰다.

 

 

장애우와 비장애우가 함께 일하는 공동사업소

이런 작업소의 모습에 대한 뼈아픈 반성을 통해 새롭게 만들어 진 것이 바로 공동사업소다.

공동사업소라는 것은 장애우와 비장애우가 자주적으로 함께일하는 자리를 만들어내고 같이 일하면서 사회적, 경제적 자립을 도모하는 사업체를 말한다. 작업소가 아닌 사업소라고 부르는 이유는 경영적으로 자립을 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이라고 한다.

공동사업소에서 장애우와 비장애우는 도와주고 도움을 받는, 보호하고 보호를 받는 관계가 아닌 대등한 관계로 일하게 된다. 즉 능력차이에 의한 의사결정관계를 만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한 비장애우와 장애우가 함께 일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장애우가 지역사회에서 생활해나갈 수 있도록 함께 고민하고 그 대안을 만들어가는 이념공동체이기도 하다.

물론 장애가 있는 사람들은 생산성의 문제만 놓고 본다면 낮은 생산성을 가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그 사업체의 존속을 어렵게 한다고 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에 대해 하나다 미자노리 교수는 "그런 문제를 장애우나 공동사업소의 책임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본질적으로 장애우도 함께사는 사회시스템속에 포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공동사업소가 사회적 경제적 자립을 할 수 있도록 떠받치는 제도나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대부분의 공동사업소는 경제적 자립을 위해 고생을 거듭하면서 그 지역 안에서 여러 가지로 공동사업을 지원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운영 노력을 보완하는 여러 가지 조성이나 보조를 받는 것을 전제로 해서 존립하고 있다.

따라서 지역에 사업소를 지원할 수 있는 지원네트워크를 형성하는 일이 중요 관건이 된다고 하겠다. 또 한가지는 공동사업소를 정부 차원에서 장애우 고용제도로서 인정시키는 운동이 필요하다는 것, 마지막으로 하청이나 가공 등의 좁은 범위에서 벗어나 스스로 생산하고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시장확보와 개척에 적극적으로 노력하면서 판로에 있어서도 공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만들어 가는 일이 필요한 상태라고 강조했다.

일본에서는 장애우차별과 싸우는 공동연합이라는 단체를 주축으로 장애우와 비장애우가 함께하는 공동작업소가 점차적으로 늘어가고 있는 추세다.

공동관계, 노동권보장 그리고 경제적 자립이라는 조건을 충적시키고 있는 공동사업소가 적지 않게 존재하고 있다는 것은 이 자체가 장애우의 취로와 고용촉진에 있어서 큰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남은 과제는 공동사업소 내부에서 장애우와 비장애우의 공동관계가 사업소 내에서 그치지 않고 사회적으로 확장되는 일이다.

 

 

자기생활의 선택과 결정을 스스로 하는 자립생활

근간에 우리 나라에서는 자립생활의 패러다임이 장애우들 사이에서 떠오르고 있다. 원래 자립생활은 1960년대 미국에서 시작된 개념이지만 우리는 같은 미국의 것을 직접 받아들이기보다 같은 동양권인 일본의 자립생활 프로그램들을 많이 받아들이고 있는 터라 이 부분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일본의 장애우복지시책의 흐름은 70년대까지 시설수용과 가정에 방치되는 경우가 주를 이루었다. 이에 대해 장애우운동은 본격적으로 시설해체론을 제기했고 그 결과 서서히 장애우들의 자립생활운동이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80년대 들어서 일본 장애우 운동은 완전참여와 평등을 테마로 지역사회에서 더불어 살자는 운동을 추진했으며 이런 움직임이 자립생활의 모태가 되었다. 작년 10월호에서도 일본의 자립생활에 대해 조금 소개한 바가 있기는 하지만 일본에서 실제로 자립생활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고, 이에 대한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들은 어떠한지 함께 들어봤다.

"장애인차별과 싸우는 전국공동연합(이하 공동련)" 도쿄대표인 노구치토시히토 씨는 자립생활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당사자 주체"와 empowerment라고 설명했다.

"당사자주체"라는 것은 그 말에서도 알 수 있듯이 자기생활의 선택과 결정은 자신이 한다는 것으로 자립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다. 또 한가지 empowerment라는 것은 장애우 자신이 스스로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힘을 본래 본인이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까지 장애우들은 이런 것들을 인정받지 못하고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힘을 박탈당했다는 게 노구치 씨의 주장이다.

이런 이유로 자립생활센터의 프로그램들은 장애우들이 지역사회에 나가서 생활할 때 필요한 요리, 행정기관방문, 개호인과 인간관계 유지 등에 역점을 두고 있다. 그런데 주목할만한 것은 가르치는 사람이 전문가들이 아닌 장애우라는 점이다. 이렇게 리더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 장애우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이 참여하는 장애우들에게 자립생활에 대한 확신과 희망을 가지게 한다고 노구치 씨는 덧붙였다. 여기에다가 동료상담을 병행하여 생활적인 지원이 아닌 정신적인 지원까지 가능하게 만든 것이 자립생활센터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가장 기본적인 프로그램이다.

다찌가와 (立川)자립생활센터의 경우에는 개호서비스 담당, 이송서비스, 정보제공서비스, 생활지원사업, 정신장애우 지원사업, 취로지원사업, 연구 사업 등의 일들을 하고 있는데 16명 직원중 50%가 장애우로 구성되었다.

중증장애우들이 자립생활을 하려면 몇가지 조건들이 선행되어야 하는 데 그 중에서 가장 절실한 것이 생활비 마련과 개호인 모집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부분에 있어서도 일본의 장애우들은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끊임없는 요구과 투쟁이 있었다.

일본에서도 중증 장애우의 자립생활이 매우 일반적인 모습이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어찌되었건 중증장애우가 자립생활을 하겠다고 결정하면 정부에서 장애우연금 7만엔을 지급하고 지역에서 제공되는 여러 가지 수당을 합쳐 최저생활비인 15만엔 정도를 보장받을 수 있다.

개호인 역시 현재는 많은 지역에서 개호인제도를 도입해서 중증장애우들이 어려움없이 생활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20년 전만 하더라도 장애우들이 각 대학을 찾아다니면서 무료 자원봉사자를 구하기 위해 발을 동동 구르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개호인을 구하지 못해 혼자서 생활하다가 목숨을 잃은 중증장애우들이 생겼고, 개호인모집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해 사망한 사례가 있었다. 이런 극단적인 사례가 있었기 때문에 행정청에 제도를 마련하기 위한 요구가 이어졌고 이제는 원만한 도시에서는 개호제도가 마련된 것이라 할 것이다.

이렇게 우리가 부러워하고 있는 자립생활에 대해 일본의 장애운동을 하는 한편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 공동련 나고야 대표 사이토 겐조 씨는 "일본의 자립생활은 미국의 자립생활운동의 프로그램을 그대로 본 따와서 도식화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생활프로그램 자체가 사회 속에서 사는 일상생활을 위한 기술은 배우지만 사회적 차별과 맞서 싸우는 부분은 배제되어 있기 때문에 자립생활센터에서 나와 지역사회에서 생활할 때 많은 어려움에 부딪힐 수 있고 정서적인 공황을 느낄 수도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또한 미국에서 지체장애우를 중심으로 시작된 운동이기 때문에 일본에서 역시 지체장애우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물론 사이또 씨 역시 중증장애우들이 지역사회에서 자립생활을 해야한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적극 찬성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일본의 정서와 현실에 맞는 운동방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일본 장애우운동의 핵심은 반차별

일주일간 일본에 머물면서 거리에서, 백화점에서, 관공서에서 장애우들을 만나는 것은 매우 쉬운 일이었다. 여러가지 제도적인 혜택을 받아 많은 장애우들이 지역사회 속에서 함께 생활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곳을 떠나오면서 머리속에서 내내 "우리 나라가 일본의 장애우복지를 긍정적인 모델로 삼아 계속 이를 추종한다면 우리는 10년, 20년 후에도 지금과 똑같이 "장애우 반차별"을 외치면서 거리에서 싸워야 하겠구나"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물론 일본의 장애우들은 그동안 장애운동단체들의 치열한 싸움으로 얻어낸 장애연금제도 정착으로 우리 나라의 장애우들처럼 생계에 위협을 받는 일은 드물다. 물론 장애연금으로 최소한의 생활을 유지하면서 장애우 스스로가 소비의 주체는 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정부에서는 최소한의 생활비인 장애연금을 지급한다는 명목으로 장애우의 고용이나 교육 등에 있어서 반차별을 일삼으면서도 이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일본의 장애운동단체들은 이제 생계보장이 아닌 반차별을 화두로 하여 싸우고 있다.

자기결정권과 선택권을 가지고 지역사횡서 살아간다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그동안 장애우들이 이러한 권리를 박탈당했던 이유가 바로 장애우라는 차별에서 기인된 것이라면 어떤 문제부터 실마리를 풀어야하는지는 너무도 자명한 사실이 아니겠는가.

이번에 일주일간 일본의 장애우 현실을 돌아보면서 얻은 가장 큰 수확은 "왜 일본 장애운동의 핵심이 지난 수십년 동안 반차별에 있었는가" 확인한 것이다.

 

 

 

글/사진 이나라 기자(n2906@hanmail.net)

 

 

 

 장애우가 자기 신뢰를 가질 수 있도록 돕는 동료상담

 

노가미 씨(다치가와센터 생활지원사업담당/동료상담가)

 

  일본에서 동료상담이 확산되기 시작한 것은 15년 전부터이다. 동료상담은 미국에서 온 방법론으로 알콜중독을 벗어나기 위해 쓰이던 방법의 하나다. 일본에서 동료상담을 시작한 결정적인 이유는 자립생활센터 안에서 많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장애우 스스로 자신감을 갖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동료상담에서는 같은 환경, 같은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이야기를 하고 들어주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일반 상담에서는 전문가가 의뢰자의 문제를 듣고 해결방법을 제시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동료상담 안에서는 상하관계가 아닌 대등한 관계 속에서 상담이 이루어지고 있다.

  일례로 동료상담의 대표적인 방법이라 할 수 있는 코어카운셀링(대등한 상담)의 경우 상담자와 의뢰자는 동등한 시간을 가지고 이야기를 하게 되며 지시나 조언 없이 이야기를 계속 들어준다. 물론 그저 의뢰자의 말만 듣는 것은 아니다. 의뢰자가 감정을 충분히 해방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 자기 안에 쌓여있던 것을 밖으로 표출시키게 하는 것이 상담자의 역할이다. 그래서 동료상담 안에서는 감정을 몸을 통해 표현하도록 하는 게 최우선 과제가 된다. 이렇게 감정이 해소되면 비로소 이성적인 판단이나 본래 큰 힘을 가진 멋진 인간으로 돌아간다는 것이 노가미 씨의 생각이다.

일본에는 자립생활센터가 100여 개 있는데 그 안에서 활동하는 동료상담가들은 이러한 원칙을 적용하면서 활동하고 있다.

  여러가지 상담 중에서 왜 동료상담을 실시하냐고 묻자 노가미 씨는 "어릴적부터 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대부분 해보지도 않고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화가날 때도 "나는 장애우이기 때문에 화를 내서는 안된다"고 생각하면서 감추고 살아온 경험들이 많다. 따라서 쌓여있는 감정을 억압하지 말고 표현하는 부분이 장애우에게 가장 필요하기 때문에 이 상담방법을 도입했다"고 말했다.

  정신지체장애우들의 경우 동료상담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느냐고 묻자 "정신지체인으로서 동료상담가로 일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뿐더러 정신지체장애우의 경우 동료상담을 적용한 지 이제 1,2년밖에 지나지 않았다. 대부분은 지체장애우가 상담가가 되고 상담을 의뢰하는 경우도 지체장애우들이 많으며 직업장에서의 인간관계에 관해 가장 많이 상담을 받고 싶어한다."고 전했다.

  현재 일본에서는 동료상담을 확산시키기 위해 많은 강좌를 마련하고 있는데 가장 기본적인 것은 2박3일 과정의 강좌로 동료상담의 의미에 대해 익히는 것이 있고, 이 과정을 마치면 40시간 동안 심화강좌를 듣게 되며 마지막으로 동료상담가로 인정받을 수 있는 전문강좌를 들으면 동료상담가로서 활동할 수 있게 된다. 물론 동료상담가의 가장 큰 자격조건은 장애우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작성자이나라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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