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유전공학 분야에서 일해요”
본문
유전공학은 비장애우들에게도 진출이 쉽지 않은 분야다. 그럼에도 30%의 장애우 고용율을 보이고 있는 회사가 있어 찾아갔다.
대전 유성구 대덕단지 안에 자리잡은 (주)넥스젠(대표 이선교, 44)이 바로 그 곳이다. 소장 유재근 씨와 수화통역연구원 임해란(24)씨를 통해 이 회사의 장애우 고용 계기와 성과, 앞으로의 계획 등을 들어보았다.
택시를 타고 한산한 도로를 한참 달려 대덕연구단지 안에 위치한 (주)넥스젠에 도착했다. 연구단지의 규모가 워낙 큰 탓에 그곳으로 직접 연결되는 대중교통수단은 없었다. 4층 건물의 3개 층을 사용하고 있는 이 회사는 겉으로 보기에 여느 회사와 별반 달라 보이지 않았다.
장애우들의 첨단산업 진출 가능성
(주)넥스젠은 지난 1999년에 설립된 국내 최초의 제 2세대 식물유전공학기술을 바탕으로 한 생명공학벤처회사다. 이 기업은 독보적인 유전공학 기술을 가지고 있는 사업체로 이전까지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던 GMO(유전자변형작물)키트를 자체 기술력으로 개발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들의 제품개발이 획기적인 만큼, 기업 이념 또한 획기적이다. 창업자인 이선교 사장은 창업 이전부터 장애우 고용에 대한 계획을 세우고 있었고, 그 계획을 실행에 옮겨 현재 27명의 직원 중에서 연구소장을 포함한 7명의 청각장애우가 비장애우들과 함께 일하고 있다. 첨단생명공학 분야에 장애우가 고용된 예는 세계적으로도 드물다. 무엇보다도 어려운 용어사용에서 오는 의사소통의 불편함이 청각장애우의 채용을 꺼리게 하는 가장 큰 이유다. 그러나 이들의 생각은 다르다. 유재근 연구소장은 “장애우들이 취업하는 분야가 대부분 단순한 업무에 치우치는 경향이 많습니다. 그러나 그 장애우들에겐 실제로 먹고 살 수 있는 기술을 습득하는 일이 중요하고, 그 일은 가능합니다. 유전공학 분야의 경우 조직배양이나 형질전환, 또 이들을 관리하는 일의 경우 한번 기술을 배우고 나면 계속 반복되는 작업인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처음에는 의사소통이 쉽지는 않았지만 여러 직원들의 노력으로 청각장애우들도 비장애우와 다름없이 업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이 분야에는 굉장히 다양한 종류의 업무가 있기 때문에 회사의 규모가 커짐에 따라 다양한 장애를 가진 직원을 더 채용하여 자신이 할 수 있는 분야에서 기술을 익히도록 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최초 2명이던 청각장애우에 4명을 더 채용하여 6명으로 늘어났는데 최초에 입사했던 청각장애우 직원들은 수화통역연구원 임해란 씨와 함께 이후에 들어온 청각장애우 후배들을 교육했다고 한다.
전문 수화통역연구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임해란 씨는 고용된 장애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청각장애우들과의 원활한 의사소통과 연구를 위하여 배치된 경우다. 청각장애우를 고용하고 있는 다른 기업들이 필요할 때만 일시적으로 수화통역을 의뢰하는 것에 비해 상주하는 전문 수화통역사를 배치한 이 기업의 경우는 매우 이례적인 예다. 임해란 씨가 이곳과 인연을 맺게 된 사연 또한 독특하다.
임해란 씨는 대학시절 사회복지를 전공하면서 수화동아리에서 활동을 하고 있었는데 4학년 2학기 때 후배가 어떤 사장님이 수화를 가르쳐 줄 만한 사람을 찾고 있다고 해서 인연을 맺게 되었다고 한다. 이 때 만난 사람이 바로 이선교 사장이었다. 이선교 사장은 창업 이전부터 장애우고용을 위한 준비를 스스로 진행해 왔던 셈이다. 이사장은 임해란 씨에게 수화를 배웠고, 임해란 씨는 전혀 모르던 분야인 식물유전 업무에 관련한 훈련을 해야 했다.
장애우와 비장애우가 더불어 일하기
그들이 함께 일하는 광경은, 그저 지켜보기만 해서는 장애우와 비장애우를 구별해 낼 수 없을 만큼 자연스러웠다. 비장애우 직원 대부분이 웬만한 일상적인 수화는 구사할 줄 알았고, 청각장애우들 또한 입 모양을 보고 비장애우들과 간단한 의사소통을 할 수 있었다. 대부분의 직원들은 청각장애우와 함께 근무하는 것에 대해 별 불편을 느끼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한편, 이 회사에서는 1년에 한 번씩 전 직원이 투표를 통하여 모범사원 표창을 하는데 2년 연속 모범사원이 된 사람은 다름 아닌 지난 해 4월 입사한 청각장애우 나기탁(33) 씨 였다. 그는 취업을 준비하는 후배 장애우들에게 “무엇보다도 자신이 원하는 목표를 확실히 정하고 철저히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이에 관하여 임해란 씨는 “나기탁 씨는 장애우 비장애우를 통틀어 가장 열심히 일하는 사원으로 손꼽히며 그 결과 생명공학 분야에서 준전문가가 되었다”고 귀뜸했다.
이처럼 일반기업에서 장애우와 비장애우가 함께 일하게 될 경우에 어떤 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까?
우선 이 경우, 장애우에게는 자신감을 심어주고, 비장애우에게는 장애우와 가까이에서 생활함으로써 장애에 대한 이해를 높여주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을 넥스젠의 예에서 확인할 수 있다. 즉, 비장애우가 장애우에게 무엇을 해 준다는 식의 관점이 아니라 서로를 알아가며 함께 더불어 살아간다는 측면에서 매우 긍정적이라 하겠다.
흔히 이윤을 추구하는 것과 사회적 약자를 고려하는 일은 정반대의 일이라고 생각하고, 사회적 약자를 고려하는 것은 복지관에서 전담하는 일쯤으로 치부해버린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넥스젠이 영리 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기업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보통의 기업인들이 장애우라는 이유로 기피한 인재를 발굴해 내는 일은 국가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엄청난 ‘이윤’을 발생시킬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더구나 그 분야가 이와 같은 첨단산업일 때 파급효과는 더욱 커질 것이다.
그만큼 (주)넥스젠의 어깨는 무겁다. 장애우와 비장애우가 함께 살아가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측면에서, 장애를 가진 인재들을 유전공학의 전문가로 육성한다는 측면에서 좋은 선례를 남겨야할 입장이다. 장애우의 채용을 꺼려하는 기업문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 유재근 소장은 단호하게 “성공사례가 되겠다”고 단호하게 답한다. (주)넥스젠의 지속적인 성공사례가 뿌듯한 해답이 되어줄 것을 기대해 본다.
글·사진/ 박채란 객원기자 (rhanair@hanmail.net)
Copyright by 함께걸음(http://news.cowalk.or.kr)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