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지체 자녀를 위한 부모의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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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지체인 복지를 위해 부모들이 할 수 있는 역할은 너무도 많다. 부모는 직접 고통당하고 있는 제1차적인
정보소유자이고 교육자다. 모든 문제에 맞서 대책을 고심하고 있는 해결자다.
그러나 일부 부모님들은 어찌할 바를 모르는 당혹의 단계가 너무 길거나 체념 혹은 자녀를 유기하고 있다. 일차적으로 부모님이 정신지체자녀를 수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 다음 해결에 있어 혼자 힘으로는 안되므로 공동의 문제를 가지신 부모님들이 힘을 합쳐 시정을 요구하고 새로운 대안을 촉구해야 한다.
최근에 지방의 한 비인가정신지체인생활시설을 둘러보고 돌아온 분과 얘기를 나눈 후 그가 쓴 관련 르포(월간 <함께 걸음> 8월호) 기사를 읽었다. 그 내용을 보니 입소자들의 대부분은 서울, 경기지역의 부모가 살아 있는 정신지체인들이라고 했다.
열악한 시설에 형편없는 식사를 제공받으며 과도한 일에 시달리고 있는 그 곳에 수용된 정신지체인들을 보고 그 기자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는 대목을 읽으며 마음이 답답해졌다. 사실상 이러한 곳이 한 두 곳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이 한적한 외지에 한 달에 30-40만원 혹은 수천만 원의 일시불을 지급하고 자녀를 보낸 “부모님도 문제”라는 지적에 부모님들과 마음을 터놓고 얘기를 나누고 싶어 이 글을 쓰기로 했다.
그 곳에 자녀를 보낸 부모들이 이미 시설의 열악함을 눈으로 확인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비인가시설에 적지 않은 돈을 내가면서 자녀를 맡겼어야 하는가 안타까운 마음이 한없이 든다. 물론 맡겨 놓고 나몰라라 하는 부모들도 많아 시설이 열악하다고 원장은 설명했다지만, 열악한 환경에서 사랑과 헌신으로 노력하시는 많은 시설장들에게 누를 끼치는, 법망은 피하면서 후원금을 더 많이 받기 위해 불쌍해 보이는 환경이 필요한 악덕 기관장의 수법은 너무도 많이 보아 왔다.
복지의 사각지대에 살고 있는 정신지체 장애우들
정신지체여성에 대한 성폭력사건이 있을 때도 정신지체청소년이 폭행으로 죽어갔을 때도 그리고 정신지체인들이 기초임금도 안되는 낮은 임금으로 혹사당하고 있을 때도 우리 부모들은 왜 그들의 지킴이가 되어주지 못하고 우리의 자녀가 제2등급 시민이 되도록 방관하시는 지 아쉽다.
“우리 부모들이 무슨 힘이 있는가?”하고 눈물을 글썽이며 되물으신 부모들의 목소리를 못 듣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부도덕하고 부패한 학교와 지역의 대표들을 맞서 싸우는 등 수많은 비리와 불이익이 있는 곳에서 많은 부모들을 우리 자녀들을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고 분연히 일어나신다. 그러나 부모의 이러한 비호가 가장 필요한 정신지체인 부모들은 피해의식과 분노를 혼자 지긋이 참아내시면서 체념으로 치닫고 있다.
아직도 많은 정신지체인들은 복지의 사각지대에 살고 있다. 그들의 권리와 역할은 모든 것이 세계수준이라고 떠드는 우리 시회에서 희미하게 구색맞추기에 불과하다. 장애우들과 그들의 부모들만의 모임에서조차 정신지체인들과 그들의 가족은 또 다른 하위부류로 내몰리고 있다.
장애우을 위해 노력으로 얻어진 혜택을 정신지체인들에게는 나누어주려고 하지 않는다. 전문가들도 예외는 아니다. 정신지체인을 위한 기관의 사회복지사들은 과도한 업무와는 비교도 안 되는 낮은 임금을 받고 있지만 볼멘 소리는 도덕적 의무에 눌려 버리고 만다. 정신지체인 부모와 종사자들은 왜 그렇게도 인내심이 많고 화를 낼 줄을 모르는지?
이용자의 욕구를 파악하는 것이 우리의 업무지만 우리의 욕구는 어느 누구도 대변해 주지 않아도 우리의 주말과 늦은 업무는 아무 보상 없이 항상 내어줄 준비가 되어져야 하는지? 잠시 자녀를 맡기고 부모 자신의 복지를 생각하면 당장 천벌을 받을 듯이 안절부절 못하는지?
정신지체자녀를 수용하는 것이 가장 중요
정신지체인 복지를 위해 부모들이 할 수 있는 역할은 너무도 많다. 부모는 직접 고통당하고 있는 제1차적인 정보소유자이고 교육자다. 모든 문제에 맞서 대책을 고심하고 있는 해결자다. 그러나 일부 부모님들은 어찌할 바를 모르는 당혹의 단계가 너무 길거나 체념 혹은 자녀를 유기하고 있다. 일차적으로 부모님이 정신지체자녀를 수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 다음 해결에 있어 혼자 힘으로는 안되므로 공동의 문제를 가지신 부모님들이 힘을 합쳐 시정을 요구하고 새로운 대안을 촉구해야 한다. 정부의 까다롭고 엄격한 생활시설 입소자격조건의 완화와 더불어 장애우시설 운영이 투명하고 전문적인 서비스가 이루어지도록 구체적으로 제시하실 수 있는 감시자로서의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그 밖에 스스로 상담자로서 같은 문제를 가진 사람들을 돕는 상담자와 우리 자녀를 위해 지역사회에서 시민의식을 개선시키는 일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이 모든 것들은 내 아이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공동체 의식에서 발로된 것이어야 한다. 내 아이를 위한 혜택만을 요구하다 안되면 “절이 싫으면 중이 나가야지!”하는 소극적이고 이기적인 생각은 우리 아이는 물론 내 아이를 위한 복지에도 해가 된다.
장애는 사회적 산물이라는 이론이 사회복지를 배우는 학생 강의실에서만이 아니라이젠 비전공자, 비장애우들에게도 인식이 되어야 한다. 정신지체인의 문제를 인권을 다루기 위해 사회-정치적 면에서의 문제해결이 시급하다.
그들이 보호받을 권리 그리고 교육받을 권리는 정치적으로 보장되어야 한다. 생산적 복지 개념이 우리와 다른 미국의 통합정책으로 일괄되는 것을 비판적으로 대처해 나가야 한다. 통합 이전에 먼저 시민의식의 변화를, 장애중심이 아닌 인간중심의 복지정책을 그리고 복지수혜대상자가 아닌 주체적인 참여자로서의 정치적이며 사회적인 위치를 보장해 주어야 한다. 이것을 부모들이 도와야 한다.
정신지체인 부모들 공동체의식 가지고 모여야
우리 정신지체인부모들에게 공동체의식을 갖고 함께 모일 것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우리 정신지체인 자녀를 위해 “영원한 투쟁자”가 되기를 우리 종사자들과 힘을 합하자고 전하고 싶다. 정부가 절약과 축소가 필요할 때 항상 장애우복지분야, 정신지체인들이 희생되어서는 안된다. 통합학교도 특수학교도 더 많이 필요하다.
지원고용도 필요하고 장애인 작업장도 필요하다. 지역사회통합주거시설인 그룹홈도 필요하고 중증장애인을 위한 소규모 생활시설도 필요하다. 재가 정신지체인들 가족들의 부담을 덜어줄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 더 많은 전문인력과 그들에게 다른 전문가에 상응하는 대우도 필요하다. 정신지체인들에 대한 차별을 막고 그들을 보호해 줄 관련법이 제정되어야 한다. 이것을 부모들이 요구해야 한다.
“이젠 쉬고 싶다.” “손을 놓고 싶다.” 조기교육부터 뒷바라지에 지친 부모님이 자주 하시는 말씀에 안타까우면서 조금 더 용기를 가지시기를 바라는 마음에 지난 6월 두 주간의 연수기간동안 직접 만났던 독일의 정신지체인부모들의 얘기를 들려드리고 싶다.
연수기간 동안 우리는 독일 연방정신지체인부모회(Lebenshilfe)에서 조직과 운영이 잘 되고 있다고 추천해 준 3개의 지역연합 Lebenshilfe (Hanau, Ulm 그리고 Goeppingen)와 뮨헨에 있는 특수치료(교육)센타 HPCA의 아동과 성인시설들을 둘러보았다. 연수 첫 날 우리를 반겨주던 하나우 부모회 Peter회장님은 정신지체인의 어머니로 그들의 눈물겨운 투쟁을 들려주었다.
독일정신지체인부모회인 Lebenshilfe는 1958년 15명의 부모들이 전문인력과 함께 스스로 그들의 자녀를 돕기 위해 설립되었다. 현재 125,000명의 회원(대다수가 정신지체인의 부모들, 가족 그리고 정신지체인 당사자들)은 542개 지역연합에서는 3000여 개의 시설들을 운영하고 있다. 독일의 420,000명 정신지체인중 150,000명의 아동, 청소년 그리고 성인들이 Lebenshilfe에서 20,000여명의 무보수 명예직인 부모들과 25,000명의 전문 종사자들에 의해 직접적으로 전문적인 서비스와 인간적인 대우를 받고 있다.
부모회의 역할은 재단으로서 전 시설운영비의 10∼20%를 지원하기 위해 홍보, 후원사업에 전신의 노력을 기울이는 동시에 정신지체인들의 사회적 역할을 위해 사회계몽과 차별금지를 위한 관계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이 부모회는 사실상 1960년의 연방사회원조법, 1969년 직업촉진법 그리고 1975년 중증장애인법 제정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으며 1990년대에는 장애우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해 서명운동을 벌이는 등의 장애우복지에서 전문가들과의 적극적인 협력을 유도하고 있다. 이러한 과업을 이루기까지 부모님들은 자신들을 “희망 없는 영원한 투쟁자”를 자처하면서 공동의 목표인 그들의 자녀를 위해 끊임없이 싸울 것이라고 얘기하며 우리의 부모들도 용기를 가지시라는 당부를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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