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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리포트] 한국인이 마음놓고 갈 수 있는 병원

언어 문제나 불법체류의 이유로 병원에 갈 수 없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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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지금 오봉이라는 명절이다. 우리의 추석과 같은 명절로 많은 사람들이 고향으로 향하거나 해외여행을 떠나고 있다. 이런 명절 때가 되면 평소보다 고향이 그리워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명절 때보다더욱 고향이 그리워지는 때는 바로 타지에서 몸이 아플 때다.

그런데 이렇게 몸이 아플 때 병원마저 갈 수 없다면 어떨까?

 

일본에 온 한국 사람이 병원에 가기 꺼려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언어의 문제이다. 일상적인 의사소통에는 문제가 없다고 하더라도 역시 아픈 곳에 대한 설명 등 병원에서 필요한 단어는 구사하는데 어느 정도의 어려움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두 번째는 불법체류(오버 스테이)의 경우이다. ‘병원비는 어느 정도 나올까? 병원에 가면 출입국관리사무소에 통보되지는 않을까?’ 등의 걱정이 병원과의 거리를 멀어지게 하고 있다.

 

사실 불법체류를 하고 있는 사람이 병원을 찾는다고 해도 출입국관리사무소에 통보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렇지만, 의료보험이 없기 때문에 비싼 병원비를 전부 지불해야 한다는 점과 의사소통이 문제인 것이다. 한국인을 포함한 불법체류외국인의 의료권의 문제는 결국 언어와 병원비의 문제로 귀결되어진다.

물론 일본의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은 있다. 가와사키(요코하마 옆의 외국인 항만노동자가 많은 지역)등 일부 지자체에서는 불법체류의 외국인에게도 보험증을 발급하고 있다. 보험증은 지역주민의 건강을 위한 것이기 때문에 그 사람이 비록 불법으로 체류하고 있다고 하여도 그것은 국가의 문제이지 지역의 문제는 아니기 때문에 보험증을 발급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것이다. (이럴 때 가끔 일본이 선진국이라고 느낀다)

 

하지만 이것은 극히 일부의 이야기로 일반적으로 그렇지 못하다. 내가 살고 있는 마에바시에도 약 200명의 한국사람이 불법체류를 하고 있지만, 그들 대부분은 비교적 간단히 이용할 수 있는 보건소를 이용하거나 가명의 일본이름을 사용하여 비싼 병원비를 치르고 일반병원을 이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보험증이 있으면 약 30%만 본인이 지불하면 되지만 의료보험증이 없는 경우는 전액을 지불해야 한다. 또한 병원비도 의료수가의 적용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병원측에서 일방적으로 정해 불이익을 당하는 경우도 있다.

 

 


외국인이 마음놓고 갈 수 있는 이마이 클리닉


얼마 전 내가 살고 있는 군마현의 한글애호회에서 강연회가 열렸다. 강사는 가와사키에서 ‘한국어 장터나그네’라는 한글교실을 운영하고 있는 내과 개업의 이마이 구미오(50)이다. 강연의 내용은 이마이 씨가 한국과 인연을 가지게 된 계기, 한글교실의 이런저런 이야기, 병원에 찾아오는 한국사람에 관련된 애피소드 등이였다.

놀라웠던 것은 그가 일본유학을 생각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권쯤은 가지고 있을 ‘일본유학생활 가이드’라는 책의 저자라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이마이 씨가 내가 7년 전에 두어 번 뵌 적이 있고 요쿄하마에서 한국인노동자들을 돌보고 있는 ‘마리아상’이라는 분과 알고 지내는 사이라는 사실이 무엇보다 기뻤다.

 

그것이 인연이 되어 얼마후 나는 직접 이마이 클리닉을 찾아가게 되었다.

이마이 클리닉에는 다른 병원에서는 볼 수 없는 특별한 기계가 놓여있다. 이 기계는 화면의 지시대로 따라가면 어디가 어떻게 아파서 병원을 찾았는지를 자동으로 출력해 주는 기계이다. 한국어를 비롯해 6개 국어가 가능하기 때문에 일본어를 하지 못해도 자신의 증상을 이야기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 기계는 약 3백만 엔(3천만 원 정도)으로 개인병원 중 이 곳에만 설치되어 있다고 한다. 그렇지만 한국 환자들이 이 병원을 찾는 이유는 비싼 기계보다는 이마이 원장의 한국어 솜씨때문일 것이다. 그는 전화로 통화한다면 한국사람이라고 착각할 정도의 유창한 한국어솜씨를 가지고 있다. 만약 한국인 환자가 내과가 아닌 다른 과의 치료를 필요로 한다면 이마이 원장이 만든 가와사키 일대의  의료네트워크를 통해 전문의의 진료를 받을 수 있다.

‘이마이 클리닉’ 그리고 이마이 원장이 개원하기 전 1년 동안 있었던 요코하마의 ‘미나토마찌진료소’에는 조금 독특한 의료제도가 있다. 건강상조회라는 것으로 일본에서 건강보험에 가입할 수 없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일종의 공제조합이다. 그곳에서는 매달 일정액을 지불하면 국민건강보험과 같은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물론 출입국관리사무소에 통보되지 않으며, 산업재해 등에 대해서도 상담할 수 있다. 이마이 원장은 이곳 미나토마찌진료소에 있었던 92년에서 93년까지의 만 1년 동안 약 5천 명의 한국인 환자를 진료했으며 지금도 많은 한국인들이 병원을 찾는다고 말했다. 이마이 원장이 한국에 처음 왔던 것은 일본으로 유학을 왔던 한 한국인 의사의 초청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때 거제도에서 알게 되었던 보육원을 운영하는 한국인 원장선생이 “의사가 되고자 한다면 한국과 일본을 연결하는 다리가 될 수 있는 의사가 되어주세요”라는 말은 그의 가슴속에 깊이 각인되었다. 이마이 원장은 그 때 그 말이 자기 인생의 전환점이었다고 말했다.

한국인에게 마음놓고 갈수 있다는 병원이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중심에 서 있는 것이 한국을 사랑하는 한 일본인이라는 점이 무엇보다도 기쁘다.


글/ 이범석(일본 군마대학 의학부 보건학과 작업치료 전공)

 

작성자이범석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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