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정신지체인을 위한 공동생활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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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우 공동생활가정(그룹홈)은 정신지체인들의 장래문제를 해결하는, 현재의 단계에서 최상의 대안으로 평가되고 있다. 가정과 유사한 소규모의 형태와 정부의 지원은 많은 부모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한 종합적인 복지서비스이다.
모든 사람에게 있어 가정보다 더 좋은 곳은 없다. 부모님이 계시고 형제자매와 어울려 성장하면서 성인이 되면 결혼과 더불어 새로운 가정을 꾸미고 사는 것이 보통 사람의 삶의 과정이다.
이처럼 가정은 먹고 자는 거주공간일 뿐만이 아니라 가족에게 사랑과 안정을 주는 공간으로 한 개인의 사생활과 사회생활을 가능하게 해준다.
정신지체인이 한 가정에 태어나면 그 가정은 긴장과 갈등을 겪게 된다. 다행히 온 가족이 이를 빠르게 수용한다면 사랑과 안정이라는 가정의 기능은 다시 시작되지만 아직도 적지 않은 가정에서는 가정해체의 위기까지 경험하기도 한다.
가족들의 수용으로 초기의 위기는 잘 극복하였으나 정신지체자녀로 인한 문제들은 계속 부모와 형제자매의 심리적, 물질적 부담이 된다. 이러한 부담은 그 자녀가 성장하여 성인이 되면 새로운 국면에 이르게 된다. “내가 늙으면 누가 돌볼 것인가?”, “내가 죽으면 형제들이 맡아줄 것인가?”, “내가 이 아이를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등 부모는 수 없는 질문을 던지며 해결을 위해 전전긍긍하게 된다.
이러한 부모의 고민들을 생각할 때 장애우공동생활가정(그룹홈)은 현재의 단계에서 정신지체인들의 장래문제를 해결하는 최상의 대안으로 평가되고 있다. 가정과 유사한 소규모 형태와 정부의 지원(임대료, 교사인건비, 운영비)은 많은 부모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한 종합적인 복지서비스이다.
그룹홈이란 소규모의 지역사회에 통합된 주거형태를 말한다. 장애우들이 지역사회내의 일반주택(아파트, 빌라, 개인주택)에서 사회재활교사와 함께 공동생활을 하면서 독립된 생활을 위해 필요한 각종 서비스와 지원을 받으며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존엄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자립과 사회통합에 목적을 두고 있다. 그룹홈은 1960년대 북유럽의 대규모 시설에서 생활하고 있는 정신지체인들을 위한 탈시설화 운동에서 시작하여 전 세계로 급속하게 확산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1981년 광주 엠마우스 복지관의 천노엘신부가 운영한 공동생활가정서비스를 최초로 하여 명도복지관(목포, 1986)에도 그룹홈이 만들어 졌다. 1992년 서울시립정신지체인복지관에서는 시범사업으로 서울시의 지원을 받아 장애인공동생활가정이라는 명칭으로 4곳을 운영하였으며 현재는 6곳의 그룹홈을 운영하며 다양한 유형변화와 종사자 연수회 개최 등으로 선두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90년대 후반부터 그룹홈의 수는 급격히 증가하여 현재 서울시에는 시로부터 지원받고 있는 그룹홈의 수가 67개이다. 전국적으로는 200여 곳의 그룹홈이 있으며 이 중 42곳은 보건복지부로부터 국비 40%, 지방비 60% 비율로 지원받아 운영되고 있다 (21곳은 2001년도 신규지원으로 운영). 공동생활가정지원서비스인 그룹홈은 다음의 세 가지 원칙에 근간을 두고 있다:
1) 정신지체인은 1971년 UN이 정한 정신지체인권리선언에 따라 모든 일반적인 인권에 대한 인정을 요구하고 있다. 따라서 정신지체인의 인간으로서의 가치가 존중되어야 하며 개인의 권리가 보장되고 자유결정권이 강조되고 있다.
2) 정상화 원칙에 따라 정신지체인은 ‘정상적인’ 혹은 ‘정상화되고 있는’ 시민이다. 이때 ‘정상화’란 장애를 부인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가능한 한 많은 정상적인 환경과 활동에 주안점을 둔 것이다. 따라서 그룹홈은 비장애인의 주거와 생활여건에 상응하는 것이어야 한다.
3) 정신지체인은 학습과 발전이 가능한 사람이다. 따라서 그룹홈은 그들이 갖고 있는 잠재성을 최대한 열어주는데 기여하여야 한다. 나이와 문화에 알맞은 적응기술과 사회행동을 높이기 위해 자립훈련과 주거생활훈련을 실시해야 하며 이를 위해 그룹홈의 다양한 유형(영주형)과 훈련홈이 필요하다.
그룹홈의 입주대상은 장애의 정도와 종류에 관계없이 모든 정신지체인들에게 해당된다. 즉,
1) 원가정(부모 집)을 떠나 독립을 희망하는 정신지체인,
2) 성인의 나이에 도달한 정신지체인,
3) 부모가 병중이거나 연로 또는 사망한 정신지체인,
4) 교육이나 정신적인 문제가 있는 정신지체인,
5) 가족의 과부담으로 거주지가 필요한 정신지체인 그리고
6) 현재 대규모 시설에 살고 있는 정신지체인을 들 수 있다.
그룹홈에 관한 국내외의 연구결과를 살펴보면 그룹홈은 대규모 시설과 비교해 그 효과성과 효율성이 높다고 평가받고 있다. 그룹홈의 설치와 운영비는 대규모 시설보다 적게 드는 반면에 일상생활과 공동생활에 필요한 적응기술을 배우는데 더 빠른 효과를 보여주었다.
뿐만이 아니라 자신감과 자기표현, 의사소통의 기술에 많은 발전을 가져왔으며 직업재활의 기회도 더 많음이 밝혀졌다. 관심은 많이 보고 접촉하는데서 생기는 것이므로 이러한 지역사회에 통합된 주거형태를 통해서 비장애우와의 잦은 접촉은 사회의 인식을 변화시키는데 기여할 수 있으며 특히 부모와 형제들의 심적,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어 가족관계에도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그룹홈은 정신지체인을 위한 완벽한 주거서비스가 되기에는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너무 많다. 먼저 그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수요가 증가됨을 정부에서도 인식하고 있으나 그 비용마련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당초 서울시만 하더라도 200여 개로 그 수를 늘릴 계획이었으나 외환위기로 주춤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룹홈 1개당 7,000-8,000만원의 임대비, 2,700만원의 관리운영비 지원이 200여 개로 늘어날 경우 그 비용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부에서 이미 실시되고 있지만 부모 등 민간차원에서의 그룹홈 운영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현재 서울시의 운영방침은 부모들이 그룹홈을 마련할 경우 부모에게 직접 운영을 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법인을 만들거나 복지관에 위임시켜 운영하도록 하는 것이다.
또한 입주기간에 대해서도 6개월을 원칙으로 하여 연장하도록 하고 있는데 5년 이상의 입주자들에게는 강제적인 퇴소조치를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비용이 많이 드는 그룹홈 서비스를 가능하면 더 많은 사람들에게 혜택을 주어야 한다는 형평성의 원칙은 이해할 수 있지만 입주기한을 두어 그룹홈이 가정의 기능보다 교육이나 훈련의 기능을 더 강조하는 현실은 안타깝기만 하다.
위에 제시한 대로 정신지체인의 복지서비스로서 최상의 대안이 되고 있는 그룹홈의 활성화를 위한 몇 가지 제안으로 이 글을 마치고자 한다.
첫째, 그룹홈 유형을 다양화시켜 노인, 심한 문제 행동을 가진 사람 그리고 중증장애인들도 입주대상이 되도록 해야 한다.
둘째, 그룹홈 내에 입주자 자치위원회와 부모자문위원회를 두고 입주자들의 자기결정권과 부모의 객관적인 감독권을 주어 투명하고 민주적인 그룹홈 운영이 되도록 한다.
셋째, 그룹홈의 수를 증가시키기 위해 부모 등 민간의 참여를 권장하여 공적자금의 과부담을 줄이되 그룹홈이 난무해져 본 목적과는 다른 고급 소규모 수용시설로 전락될 위험을 배제해야 한다. 따라서 종사자의 교육을 강화하고 정보를 공유할 수 있도록 교육 및 정보 지원센타가 설립되어야 한다.
그룹홈 종사자 교육에는 그룹홈 업무에 맞는 내용(의학, 영양관리, 장애우복지 등)을 중심으로 교과과정을 만들어 자격증을 부여함으로써 종사자의 전문화를 꾀하고 종사자 협의체를 두어 종사자들의 욕구와 문제를 충분히 반영하도록 한다.
넷째, 지원센타의 업무는 그룹홈에 관한 개념정의, 매뉴얼 작성, 조사연구사업 등으로 그룹홈의 이론적 정립은 물론 그룹홈의 활성화를 위해 지역사회간의 긴밀한 정보교환으로 지역적 격차와 소외를 최소화하는데 역점을 두어야 한다.
다섯째, 부모가 그룹홈 마련에 기여했을 경우 부모들은 ‘내 자녀’만을 위한 이기적인 생각을 버리고 ‘우리 자녀’라는 공동체 의식으로 의식변화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부모교육을 통해 객관적인 감독권을 담당하도록 자신감과 능력을 높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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