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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우는 맥주 한 모금 마실 권리조차 없단 말인가!

"손님 나간다"며 호프집마다 장애우 문전박대

본문

호프집에 들어가려던 장애우들이 여러차례 문앞에서 쫒겨나는 황당한 일을 겪었다.

이번 사건을 접수한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인권센터는 업소측에 피해자 본인들에게 직접 전화해 사과하라고 권고하는 것으로 사건을 마무리했으나 장애우에 대한 차별이 만연해 있는 우리 사회의 장벽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건이라 생각된다.

 

호프집마다 문전박대의 모처럼의 만남에서 기분만 망친 채 돌아와 

 

지난 5월 5일 호프집에 들어가려던 장애우 2명이 손님이 나간다는 이유로 여러 차례 문앞에서 쫓겨나는 황당한 일을 겪었다. 사건의 내용을 살펴보면 이러하다. 이들은 몇달 전 모임을 통해 알게 된 사이로 오랜만에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온 정현철 씨(31세, 남, 뇌성마비 장애우)가 비슷한 연배인 김경아 씨(34세, 여, 뇌성마비 장애우)를 만나 수유리 먹자골목에 있는 호프집에 들어가려 했다. 휠체어를 사용하는 두 사람은 우선 턱이 없는 호프집을 찾아 나섰다. 첫 번째 들른 곳은 비잔티움 호프. 그런데 문을 채 다 열기도 전에 종업원이 나오더니 "자리가 없다"며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게 했다. 처음에는 그러려니 하고 돌아서려 했지만 잠시 후에 보니 다른 비장애우들은 계속 그 술집으로 들어가는 것이었다.

 

두번째 업소인 두리호프 역시 자리가 없다고 해 다른 호프집을 찾아 이리저리 돌아다녔지만 휠체어가 들어가기 쉬운 곳을 찾는 일은 만만치 않았다. 그래서 다시 두리호프를 찾아가 빈자리가 없느냐고 묻자 업소에서는 "예전에 한 장애우가 와서 술을 마신 후에 돈도 내지 않고 행패를 부렸다"는 이유로 막무가내로 내쫓다시피했다.

 

많은 시간을 소비한 후에 거의 기진한 상태인 채 세번째로 찾아간 호프매니아라는 곳에서는 처음에는 일하는 사람이 자리까지 안내해주며 친절하게 메뉴판을 가져다주었다. 그런데 다른 종업원이 오더니 메뉴판을 빼앗으면서 "장애우때문에 일반인들이 들어왔다가 그냥 나간다"며 어이없이 쫓아냈다.

이렇듯 여러 업소에서 문전박대를 당한 두 사람은 모처럼의 만남에서 기분만 망친 채 돌아서야 했다.

 

장애우라는 이유로 문전박대 당할 때 업소 차별까지 생각하며

상호적어 왔다 

이번 사건은 장애우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오는 편견들이 우리 앞의 장벽으로 남아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김경아 씨는 이번 일을 당하고 나서 분을 삭이지 못해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인권센터로 연락해 이와 같은 사실을 알렸고, 모 일간지에도 이번 사건에 대해 투고해 억울함을 호소했다.

기자를 만난 자리에서도 격앙된 어조로 "정말 화가 나요. 우리 장애우는 맥주 한 모금 마실 권리조차 없단 말인가요? 편의시설이 안 되어 있는 거리를 다닐 때보다 장애우를 바라보는 편견의 벽을 느낄 때 더 속상해요. 사실 그동안 저에게는 여러번 이런 일들이 있었어요. 그때마다 억울하고 속상해서 며칠씩 가슴앓이를 하곤 했었습니다. 그런데 정현철 씨가 이런 일을 당하고 가만히 있으면 다른 장애우들도 우리와 같은 어이없는 일을 당하게 될 지도 모른다면서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인권센터로 연락해보면 어떻겠냐고 제안했어요" 라며 분을 삭이지 못했다.

정현철씨 역시 "그동안은 한번도 장애우라는 이유로 이런 식의 문전박대를 당해본 적이 없습니다. 장애우라는 이유만으로 테이블까지 앉은 손님에게 나가달라고 말하는 건 절대로 납득하기 어려운 일 아닌가요? 개인적으로는 싸우고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우리로 인해 인식이 더 나빠져서 나중에 그 가게에 장애우들이 왔을 때 피해를 당하게 되지는 않을까 걱정되서 참았어요. 그 당시 심정으로는 그 업소들을 처벌하는 방법을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으로 가게 이름과 전화번호를 적기까지 했으니까요. 비장애우들은 우리 장애우들이 유희문화를 즐기는 일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는 것 같아요. 업소에서도 바쁜 저녁시간이나 주말은 피해달라는 말을 여러 번 들었습니다. 그럼 장애우들은 사람 많은 주말에는 외출도 할 수 없다는 얘기인가요? 그건 말이 안돼잖아요"라며 아직도 억울함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두사람의 이야기를 전해들은 뒤 기자는 이들 업소 사장들에게 전화를 걸어 진상을 확인하였다. 그 결과 두리호프측은 "그분들이 상처를 받았다고 하면 사과를 하겠다. 하지만 고의는 아니었다"고 밝혔고 호프매니아에서는 "휠체어 탄 손님이 있는 것을 보고 비장애우 손님 3~4팀이 그냥 나가자 내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아르바이트생들이 "나가 달라"고 했다. 그렇잖아도 불편하던 차에 연락처를 알게 되어 다행"이라면서 김경아 씨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진심으로 사과하는 마음을 전했다고 했다.

비잔티움 호프측은 그날은 너무 붐벼 비장애우들도 들어왔다가 그냥 나가곤 했다며 휠체어를 탔다고 거절한 것은 아니었다고 항변했다. 그런데 세 업소에서 사과의 뜻을 밝히면서 공통적으로 이야기한 것은 장애우 손님들이 오는 것을 꺼리는 것은 절대로 아니지만 가급적이면 바쁜 저녁시간이나 주말을 피해서 오면 더 친절하게 모실 수 있지 않겠느냐는 점이었다.

 

그런데 한번 생각해 보자. 왠만한 유흥가에 모여있는 호프집에선 너나할 것 없이 호객행위를 하면서 손님 끌어들이기에 혈안되어 있지 않은가. 그렇다면 이들이 장애우 손님에 대해서 이렇듯 함부로 대하는 것은 "장애우들은 자신들의 구미에 맞는 소비계층이 아니다"라는 생각이 저변에 깔려있기 때문일 수도 있는 것이다. 장애우들의 일상생활을 가로막는 이런 높은 벽들이 존재하는 한 장애우들이 일상적인 생활을 누리는 문제는 해결되기 어려울 수 밖에 없다. 이번 사건을 접수한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인권센터측은 업소측에 피해자 본인들에게 직접 전화해 사과를 하라고 권고하는 것으로 사건을 마무리했으나 장애우들에 대한 차별이 만연해 있는 각박한 세상에 대해 씁쓸함을 감출 수 없다.

글/ 이나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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