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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법 732조, 정신지체인 생명보험 가입 원천봉쇄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상법 732조 개정을 위한 간담회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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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법 732조 "15세 미만자, 심신상실자 또는 심신반약자의 사망을 보험사고로 한 계약은 무효로 한다."

법 앞에 만인은 평등하다고 우리들은 초등학교 시절부터 배워왔다. 그러나 그렇지도 않은 게 법인 모양이다. 현행법상으로 정신지체인은 생명보험에 가입할 수 없다는 사실이 최근 들어 밝혀졌다. 그것도 보험회사가 기피하는 것은 차치하고 법이 그렇게 정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사실은 한 장애우 시설에서 여행을 가기 위해 단체보험을 가입하는 과정에서 정신지체인이 포함되어 있으면 보험을 가입할 수 없다는 사실을 통보받음으로써 밝혀졌다. 그 근거는 바로 상법 732조였다.

 지난 3월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는 한 장애우 복지관(복지관측은 복지관 명칭이나 보험회사 이름을 밝히기를 꺼려했다)으로부터 보험차별에 관한 문의를 받았다. 동복지관은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생명보험 회사에 단체연수건강보험을 가입했다. 그런데 가입한지 얼마 안돼 보험회사측은 정신지체장애우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보험계약을 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이는 상법 732조 "15세 미만자, 심신상실자 또는 심신박약자의 사망을 보험사고로 한 계약은 무효로 한다"는 규정에 의한 것으로 금융감독원은 보험을 빌미로 자기판단 및 자기보호능력이 떨어지는 약자에 대해 저질러질 수 있는 위해를 법률로서 보호하기 위한 취지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국내 생명보험 상품은 약관에 이 규정을 그대로 명기하고 있다.

물론 부모가 자신의 유사시에 정신지체를 가진 자녀가 보험금을 수령할 수 있는 보험에 가입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러나 정신지체인이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는다면 문제가 달라진다. 정신지체인은 자신들의 자녀의 미래에 대비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이고 대한 민국의 법은 그 차별을 앞장서서 조장하고 있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 조항은 보호조항이 아니라 아예 보험가입을 금지함으로써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침해하고 있는 것이다.

▲공청회 당시 모습

이에 따라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는 지난 5월 7일 정신지체장애우 등의 생명보험 가입을 원천봉쇄하고 있는 상법 732조의 차별 여부를 논의하고 그 개정에 관한 합의 도출을 위한 간 담회를 개최했다.

김정열 소장의 사회로 열린 이날 간담회에는 이경재 사이버보험연구소장, 강문대 변호사, 박승룡 한국방송대학 법률학과 교수, 이연규 원광장애인복지관 직업재활센터 소장, 김명실 정신지체장애인부모연합회 사무국장, 임용옥 성남장애인 부모회 회장과 장애우복지관 관계자 다수가 참석한 가운데 열띤 토론을 벌였다.

본격적인 간담회에 앞서 이연규 소장은 정신지체인 보험차별 사례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원광장애인복지관은 장애인고용촉진공단이 보호작업장 등 장애인 직업훈련기관을 대상으로 상해보험을 실시함에 따라 공단의 장애인직업훈련기관으로 지정받았다. 그러나 현대해상에 보험가입을 문의한 결과 정신지체인은 해당이 되지 않았다. 현재 보호작업장 훈련생 중 직업 훈련을 받는 몇 명이 보험가입을 하고 있으나 장애인의 경우 30여만 원이라는 높은 보험료를 부담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97년 원광장애인종합복지관 조기교실 아동을 대상으로 삼성화재 유아교육종합보험에 가입하려 했지만 보험설계사는 장애아동은 위험률이 높아 해당사항이 없다고 했다. 하지만 개별 가입을 하면해 주겠다고 권유하면서 일반 어린이집의 경우 1년에 만원 미만의 보험료만으로도 가입이 가능함에도 7만 원이나 되는 터무니없는 보험료를 제시했다.

 이처럼 현재 정신지체인들이 생명보험에 가입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김명실 사무국장은 실제로는 지점장의 개인적인 친분관계나 묵인 등으로 약관과 무관하게 가입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경재 교수는 보험을 드는 것은 가능할지 몰라도 나중에 사고가 발생하면 보상을 받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보험가입에는 피보험자의 서명이 있어야 하나 관례상 서명 없이 가입을 하므로 정신지체인도 가입할 수 있지만 재판에서는 서명이 없으면 무효가 되기 때문이다.

 

상법 732조는 보호의 취지이지만

정신지체장애우의 권리를 원천봉쇄

 

간담회의 주요 초점이 된 상법 732조의 차별 여부에 대해 박승룡 교수는 상법 732조는 보험을 빌미로 고의로 정신지체인을 위해하려는 시도로부터 보호하려는 목적을 갖고 있다고 밝히고 정신지체인이 실제 계약 내용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모르기 때문에 보호할 필요성이 있다고 했다. 그러나 정신지체인이 결혼을 하고 자녀를 낳는다는 것을 고려하면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상법 732조 개정에 대해서는 보험회사는 수익집단이기 때문에 입증을 하지 못한다면 관행을 바꾸기가 쉽지 않다며 헌법 소원을 제기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만에 하나 패소하게 되면 같은 내용으로 제기하기 어렵게 됨으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했다. 오히려 이 문제를 사회보험쪽으로 접근할 수 있는데 산재보험처럼 상해보상보험 같은 방향으로 모색한다면 정신지체장애우도 가입이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제시했다.

이경재 교수도 상법 732조에 대해서는 보호 조항는 정신지체인의 경우 생명보험은 가입할 수 없지만 상해보험에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했다. 그러나 이 경우도 우리나라 대부분의 상해보험이 사망의 경우까지 포함을 하고 있기 때문에 보험 가입에 있어 장애가 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명실 사무국장은 732조는 겉으로는 정신지체인을 보호하는 조항이라 하지만 사실상 "장애인은 보통 사고가 많을 것이다" 라는 선입견을 바탕으로 한 명백한 차별이라고 주장했다. 성남 장애인 부모회 임용옥 회장도 가족들을 마치 다른 목적으로 보험을 이용하는 사람들처럼 몰아붙이는 것같아 불쾌한 심정을 금할 수 없다며 당장 개정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문대 변호사도 정신지체인 부모 대표의 입장에 동조했다. 즉 상법 732조가 정신지체장애우를 보호하기 위한 취지이지만 보호하는 만큼 정신지체장애우의 권리를 아예 원천봉쇄하는 결과를 빚고 있다며 이는 행복추구권과 평등권을 침해하는 것이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다만 법상 서명동의가 문제가 된다면 공신력을 위해 집단적으로 동의할 수 있는 주체인 친족회에서 대표를 구성해 그 입회 하에 가입하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했다. 그런데 732조를 고치기 위해서는 제731조 1항의 "타인의 사망을 보험사고로 하는 보험계약에는 보험계약 체결 시에 그 타인의 서면에 의한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조항도 함께 개정을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이경재 소장은 타당한 근거없이 장애라는 이유만으로 보험을 가입하지 못하도록 한다면 충분한 고발 사유가 된다고 밝혔다. 현재 정신지체장애우를 비롯한 장애우들의 위험 률에 대한 통계가 없는 상태이어서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설사 장애우가 사고 위험율이 높다고 하더라도 보험이 개인의 안정을 도모하고 상부상조하는 취지를 가지고 있음을 고려하면 장애우 보험을 따로 만들게 아니라 일반 보험 상품을 통해 비장애우와 장애우가 아무 차별 없이 적용되어야 한다고 했다.

비록 이날 간담회를 통해 명쾌한 결론이 도출된 것은 아니지만 상법 732조의 부당성을 재확인하고 개정 방향에 대한 여러 가지 방안들이 제시됨으로써 위헌소송을 포함한 앞으로의 작업을 명쾌하게 제시했다는 성과를 거두었다.

 

선진국은 장애인에 대한 보험 차별을 어떻게 대처하나?

 

선진국에서는 일반 보험 가입이나 혜택에 있어서 장애우에 대한 차별을 용납치 않고 있다. 영국의 경우 1996년 12월 발효된 장애인차별방지법에 의해 장애인이 보험회사로부터 근거없는 차별을 받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전통적으로 장애인의 보험료율을 터무니 없이 높게 책정하거나 아예 보험인수 자체를 거부했던 보험회사들은 더 이상 장애우를 차별하지 않게 되었다.

미국에서는 장애우는 물론이려니와 정신지체인도 보험에서 차별을 할 수 없도록 법으로 보장하고 있다. 미국에서도 정신지체인 보험 인수에 있어서 자주 문제가 발생해 왔고 몇몇 보험회사들은 정신지체인을 대상으로 한 건강보험, 장애보험, 생명보험을 인수하는 것을 꺼려하는 경향이 있었다.

많은 경우 정신지체인에 대해서 높은 공동지불(high copayments), 높은 공제면책(자기부담: high deductibles), 적용에 독단적인 보상범위(coverage) 제한과 기간 제한(time limitations)을 포함한 극단적으로 제한된 적용을 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이들 사례를 차별로 규정하여 철저히 금지하기 시작했다. 미 의회는 99년 처음으로 이 차별적인 관행 금지에 들어갔고 의회는 다른 수명 한도(different lifetime limits)를 적용하는 것과 정신보건과 의료 외과치료의 건강보험 보상 범위에 있어 매년 최고한도액(annuatcaps)을 책정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정신의료 소비자들과 그들의 옹호자들은 ADA가 이들 불공정한 관행들을 고치기 위한 수단을 제공할 수 있기를 희망해왔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고소인이 보험차별을 청원하기 위해 ADA를 활용하는 것은 어려웠다.

글/ 함께걸음


작성자함께걸음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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