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편의시설 전면적인 개선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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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22일 지하철 4호선 오이도역에서 장애우용수직형 리프트가 7미터 아래 바닥으로 추락해 승강기에 타고 있던 장애우 노부부 중 부인은 사망하고 남편은 중상을 입은 사고가 있었다.
그러나 이번 사고는 이미 예고된 사고나 다름없었다. 그동안 장애우 관련단체들을 비롯하여 많은 장애우들이 지하철 편의시설 안전기준을 시급히 마련할 것을 요구했지만 보건복지부와 산업자원부가 서로 책임을 전가하면서 사고를 재촉하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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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애우 편의시설개선을 위한 집회 |
그러나 장애우들은 언론에 보도된 사건, 사고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장애우들은 지하철 편의시설의 잦은 고장과 사고 때문에 항상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으로 지하철을 이용해야 하니 기가막힌 일이 아닐 수 없다.
지난 99년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99년 1월 1일부터 8월 31일 까지 지하철 1호선~4호선 역에 설치된 휠체어리프트 고장 건수는 총 246건이며 이중 42%에 해당하는 103건이 부품파손과 기계, 전기적인 장애 때문인 것으로 집계됐다.
일부 비장애우들은 우리 사회의 어느 분야이든 사고가 없을 수는 없지 않느냐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장애우들이 분노하는 것은 단순히 이번 사고가 한 장애우의 소중한 생명을 앗아갔기 때문만은 아니다. 단순히 이번 사고의 결과만을 놓고 생각하기보다는 그 동안 수없이 장애우들의 생명을 위협해온 지하철 편의시설의 전면적인 안전기준 마련과 철저한 사후관리가 필요함을 말하고 싶은 것이다.
사고를 없앨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철저한 설치기준과 사후관리가 법제화 된다면 적어도 이번 경우와 같은 어이없는 사고는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장애우들의 생명을 담보로 하는 지하철의 편의시설이 진정한 가치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편의시설을 우리 나라 실정에 맞추어 정확한 설치기준을 정하고 이에 따른 관리와 점검이 필요하다 하겠다.
2백 18억여원이나 들여 전국 240개의 지하철역에 설치한 85대의 휠체어리프트들이 안고 있는 문제들부터 살펴보도록 하자.
설치 및 안전기준 없고, 사후관리 미흡
휠체어리프트에 대해 아직까지 우리나라에는 명확한 설치 및 안전기준이 없다.
"승강기 제조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승강기 범주에는 엘리베이터와 에스컬레이터, 수평보조기 등이 포함되어 있는데 이들 시설은 설치 이후 승강기의 구조와 최대정원, 적재하중, 안전장치 등을 명시해 놓은 승강기검사기준에 의거해 의무적으로 완성검사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휠체어리프트의 경우 승강기의 범주에 포함되어 있지 않을뿐더러 설치기준도 없고 설치 이후 의무적으로 하는 관리나 검사도 없는 상태이다. 물론 장애우 편의증진법의 시행규칙에 구조 및 재질 등에 관한 세부기준이 일부 규정되어 있고 고정형 휠체어리프트에 대한 KS기준도 마련되어 있기는 하지만 이는 권고사항에 불과할 뿐, 이를 어겼을 경우 별다른 처벌규정이 없기 때문에 법적인 효력을 갖지 못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기자는 보건복지부와 산업자원부에 전화를 걸어 장애우 고정형 휠체어리프트의 설치기준과 안전점검에 관한 자료를 요청해보았으나 담당 부서에서 조차 명확히 문건화된 자료는 없고, 현재 관련법률안을 개정 중에 있다는 답변만을 들었을 뿐이다.
정부와 관계부처가 장애우 이동권과 안전을 보장하는 책임 있는 행정은 도외시 한 채, 장애우가 한달에 평균적으로 5번 외출한다는 부끄러운 현실을 버젓이 제시하는 모습에 기가 막힐 따름이었다.
"승강기 제조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이용자의 안전을 침해할 우려가 있는 승강기는 특별관리 대상으로 지정, 관리토록 하고 있다. 또한 관련 전문가로부터 월1회 이상 자체 검사를 받아야 하며 승강기 안전기준을 바탕으로 정기 및 수시 검사도 실시해야 한다.
그러나 휠체어리프트의 사후관리는 미흡한 실정이다.
특히 1월 22일 리프트가 추락해 장애우 1명이 사망한 안산선 오이도역에 대한 철도청의 안전진단 결과 국제표준규격 (ISO)의 적합성항목 14개 가운데 불과 6개 항목만 적합 판정을 받아 안전기준을 절반도 충족하지 못하는 불량시설인 것으로 판명됐다.
사정이 이런데도 감독청인 철도청은 그 동안 시공사나 이를 하청받아 설치한 업체에 대해 아무런 시정명령이 없었으며 감리회사도 이와 관련 전혀 문제제기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장애우 편의시설 유지, 보수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서울시 지하철공사에 담당 부서로 연락을 해보았으나 그곳에서 들은 답변은 자체 내에 전담 보수 부서는 없고 용역 발주 입찰을 통해 태성에스컬레이터에서 1, 2개월에 한번씩 정밀검사를 실시하고 필요에 따라 수시 점검한다는 답변밖에 들을 수 없었다. 그러나 이곳 역시 휠체어리프트 전문 보수업체가 아니기 때문에 체계적인 관리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할 것이다.
역무원들이 매일 외관상태와 작동가능상태를 확인하고 점검하게 되어 있긴 하지만 역 직원이 한역당 3, 4명에 불과한데다가 리프트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없기 때문에 형식적인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승강기의 경우 한국승강기안전관리원에서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으며 법률에도 승강기의 제조 및 관리에 관해 명시해 보수업자의 기술인력과 보수설비에 관한 기준을 규정해 보험에 가입하지 않았거나 기준에 미달할 경우에는 보수업을 하지 못하도록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다. 그러나 휠체어리프트의 경우 전담기관은 물론 전문보수업체도 없어 체계적인 관리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도시철도공사의 경우에도 사정은 별반 다를 바가 없다. 도시철도공사의 경우, 8870만원 (2000년도 기준)을 들여 휠체어리프트 설치 업체에 유지, 보수 계약을 맺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유지, 보수가 정기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도 아니다. 고장이 나거나 문제가 발생을 해야 그제서야 지하철역사에서 설치업체에 연락을 취하여 보수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
5호선 발산역의 경우 1월 30일에 고장난 휠체어 리프트가 2월 20일이 넘도록 고장수리중이라는 푯말을 달고 무기한 방치되어 이용자들에게 불편을 끼쳤다. 발산역에 전화하여 왜 이렇게 조치가 늦어지고 있냐고 묻자 발산역 지하보도의 경우 강서구청 토목과에서 관리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좀 더 세부적인 사항들을 알아보기 위해 강서구청 담당자와 전화를 시도해보았는데 구청측에서는 고장 발생 즉시 보수요청을 하여 점검한 결과 제작사측인 신우프런티어에서 보수에 많은 시일이 소요된다는 통보를 받았고 수차례에 걸쳐 조속한 보수요청을 하여 2월 22일까지 수리해주겠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제작사인 신우프런티어에서는 무상보수 기간이 지났기 때문에 보수용역계약 맺어야 하는데 강서구청 측과는 아직 이러한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이를 협의하느라고 수리가 늦어졌다고 말했다.
휠체어 리프트의 유지, 보수를 담당하는 기관이나 전문업체가 없는 것도 커다란 문제거리지만 이와 더불어 행정기관에서 관리하고 있는 휠체어리프트에 대해서는 그나마 확실한 유지, 보수 계약도 미비된 경우가 많아 이에 대한 조속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하겠다.
정부 부처간의 책임전가로 장애우들은 이동권은 물론
생명권까지 위협받고 있다.
지난 몇 년 동안 휠체어리프트의 점검기준을 마련해 달라는 장애우단체들의 요구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어떤 기준도 마련되지 않은 것은 보건복지부와 산업자원부가 서로에게 책임을 전가했기 때문이다.
정작 휠체어리프트의 기술표준을 정하고 안전기준을 정했어야 할 산업자원부는 "휠체어리프트는 보건복지부 소관의 편의증진법에 명시된 것으로 승강기 종류에는 해당되지 않는다"며 해당업무가 아니라고 발뺌을 했다. 허공을 수직으로 오르내리는 승강기는 보통 와이어로프 (쇠줄)에 모든 무게를 싣고 기능하기에 적재중량 등 안전에 특히 신경을 써야 하는 기계다. 그런데 같은 구조로 기능하는 장애우용 휠체어리프트에 대해서는 이처럼 소홀했다는 것은 도무지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보건복지부 역시 편의증진법이 제정된 지 2년이 지났지만 관련부처와 편의시설의 안전기준에 대한 마무리 작업을 하지 못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산업자원부에 "휠체어리프트를 승강기 범주 안에 포함시켜달라"는 내용의 공문만 세 차례 보낸 것이 전부일 뿐 보다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으며 산업자원부는 공문만 접수하고 관계법 개정작업에는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렇게 부처간에 서로 책임전가를 하는 동안 우리 장애우들은 당연히 누려야 할 이동권과 접근권은 물론 생명권까지 위협받으며 살아온 것이다. 승강기의 경우 손해배상을 위한 보험에 가입되어 있어 사고가 나면 보수업자로부터 보상을 받을 수 있지만 리프트는 보험에도 가입되어 있지 않아 사고가 발생해도 책임소재 불분명으로 이렇다할 만한 보상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이렇듯 안전사고에 대한 책임기관이 명확하지 않아 지하철 역장들은 사고책임에 대한 두려움에 휠체어리프트 등 장애우 편의시설의 설치를 반가워하지 않는 실정이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은 이번 사고와 관련하여 장애우 단체들이 해당 정부부처와 관련기관에 "휠체어리프트 안전점검 실시 의무화를 위한 관련법규"와 "재발방지대책 마련 및 일제 안전점검실시"를 강력하게 요청한 결과 신업자원부와 보건복지부로부터 "승강기제조및관리에관한법령 개정 추진 계획"을 답변 받았고, 행정자치부로부터는 지방자치단체에 설치된 휠체어리프트에 대한 일제 안전점검을 실시하도록 각 지방자치단체에 하달하였다는 내용의 답변을 받아냈다는 것이다.
또한 서울특별시 지하철공사 역시 2월 12일부터 22일까지 9일간 승강기안전센터 (3명), 휠체어리프트제작사 보수팀 (신우, 송산 2명), 승강기 유지보수 업체 (태성에스컬레이터 5명)이 참가하여 승강기 특별안전정밀진단 실시와 그 결과를 토대로 실제 이용자인 장애우들과 2월 26일 지하철공사 회의실에서 간담회를 개최했다.
지하철공사는 이 자리에서 에스컬레이터 156대, 엘리베이터 27대, 휠체어리프트 137대 (총 320대)를 대상으로 안전점검을 실시한 후 유형별로 지적 내용과 조치사항을 발표했는데 대부분의 시설은 설치된지 15년~ 20년이 경과된 노후된 상태로 잡소음 발생, 체인류 이완, 레일, 기어 등 마모, 통신상태 불량, 튜브 흔들림, 안전휀스 미흡, 안전장치 간격조정 등 207건의 지적사항이 발생되었다.
이러한 결과는 앞으로 제2, 제3의 사고를 예견하는 요소들이 아직도 우리 앞에 산재해 있음을 가시적으로 보여주는 결과물이라 하겠다. 따라서 앞으로 설치되는 편의시설이 안전기준에 준해서 설치된다하더라도 이미 설치된 리프트에 대해서는 확실한 안전점검은 물론 설치년도와 검사기준을 세밀하게 특별관리하여 이번과 같이 장애우의 소중한 목숨을 앗아가는 사고를 막아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장애우들이 그들을 위해 설치된 시설의 안전을 요구하는 것은 단순한 요구가 아닌 권리로 해석되어야 한다.
얼마 전 정부는 이한동 국무총리 주재로 장애우복지조정회의를 열고 "2002년에 장애우를 위한 국립특수전문학교를 설치하고 올 4월부터는 장애우편의시설을 설치하지 않은 공공기관은 최고 3,000만원의 이행강제금을 부과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 시대를 살아가는 장애우들은 정부의 화려한 형용사적 구호나 과시형 정책을 바라지 않는다. 최소한 편의시설을 이용하다 되레 낭패를 당하는 일이 생긴다면 이는 어떻게 설명되어져야 할까?
지하철의 휠체어리프트는 장애우를 배려하는 대표적인 시설로 그 동안 흐뭇한 인상을 심어주었다. 그러나 이러한 장애우 편의시설들이 제대로 된 설치기준이나 사후 안전관리도 없이 전면적으로 안전에 구멍이 나 있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충격이자 분노로 다가오지 않을 수 없다.
일본 도쿄의 위성도시 마쯔다 시는 소수를 위한 도시건설에 주력하여 "이사가서 살고 싶은 도시"로 유명해졌다. 이 도시의 건설 당시 구호는 "장애우가 살기 편하면 모든 시민이 살기 좋다"였다. 실제로 소수에 불과한 장애우의 존재는 도시발전의 중요한 지표를 암시하고 있으며 선진국의 도시들은 지금 소수를 위한 도시건설로 재편되고 있다. 이제 우리도 소수를 생각하는 정책을 입안하여 이에 대한 철저한 관리로 소수를 배려하는 정책을 펴야 하는 전환기에 와 있다고 생각된다.
그 동안 이처럼 무관심으로 일관하다가 인명사고가 나니 부랴부랴 기준을 만들기 위해 움직이고있는 정부의 태도가 전에도 늘 그래왔던 것처럼 그저 조삼모사식의 문제해결로 끝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글/ 이나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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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강기제조 및 관리에 관한 법령 주요 개정 내용” 산업자원부는 최근 장애우용 에스컬레이터 및 휠체어리프트를 승강기의 종류에 포함시키는 내용을 골자로 한 ‘승강기제조및관리에관한법률’시행규칙 개정안을 마련하여 관계부처와의 협의를 통해 확정시키기로 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다중이용건축물에 설치되어 있는 장애우용 에스컬레이터와 휠체어리프트를 승강기 종류에 포함하여 설치 이후 법정검사를 받도록 하고 있으며 수직형 휠체어리프트의 설치기준을 4m 이하로 규정하고 있다. 또한 고정형 휠체어리프트를 설치한 이후 관리자가 내야할 수수료는 완성 및 수시검사 8만 4000원, 정기검사 5만3800원이며, 체증요금은 m당 1,050원으로 정하고 있다. 장애우용 에스컬레이터의 경우 완성 및 수시검사 수수료 13만 3200원, 정기검사 수수료 8만5500원, 체증요금 m당1350원 등 일반 에스컬레이터와 동일하게 책정할 계획이며 수직형 휠체어리프트에 대한 수수료 및 체증요금은 추후 산정할 방침이다. 또한 산업자원부는 장애우용 에스컬레이터 및 휠체어리프트에 대한 검사 기준과 항목, 방법 등은 시행규칙이 개정 되는대로 기준표준원에 의뢰, 마련할 계획이다. 승강기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기술표준원측의 장단기 대책안 기술표준원 (원장 주덕영)에서는 승강기 분야의 국제 전문가인 호주의 이안 토드킬 (Ian Todkill : ISO 승강기 전문위원)씨를 초청하여 승강기 제조 업체, 부품 업체, 보수 업체등 기술책임자가 2001년 2월 22일 기술표준원 1층 회의실에 모여 선진 외국의 승강기 안전관리제도와 국제기술 동향을 살펴보고 이를 바탕으로 앞으로의 안전관리 방향 등을 토의하였다. 그 내용을 요약해 보면 다음과 같다. 지금까지 승강기 사고의 많은 부분이 승강기 주요 안전부품에 대한 내구성 등이 확인되지 않아 일어난 것으로 판단되어 승강기의 신뢰성과 안전성 확보를 위해 승강기에 사용되는 권상기, 도어 개폐 장치 등 10개의 안전 관련핵심 부품에 대하여 승강기 설치시 선진 안전 검사 기준에 의거 부품 검사를 실시키로 했다. 또한 장애우의 안전을 위해 승강기 검사 대상에 휠체어리프트를 포함하여 안전 검사를 실시키로 하고 안전검사 기준에 운행 높이, 정격 하중, 정격속도, 비상 정지 장치등의 안전장치를 설치토록 하는 등 국제 기준에 부합한 검사 항목을 정하여 시행할 방침이며, 전국에 산재한 500여 승강기 보수 업체의 보수 상황의 투명성 확보를 위해 자격 있는 자의 보수여부, 보수시기의 적정성, 교체 부품의 신뢰성 등을 아파트 주민 누구나 확인할 수 있도록 승강기 보수 전자동 검침 시스템 기기를 도입 추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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