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끝에서 울려퍼지는 사랑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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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관악구 봉천동에는 손끝에서 울려 퍼지는 아름다운 사랑의 언어와 노래로 하느님을 섬기고 일상에 찌든 마음을 가다듬을 수 있는 작은 천국이 있다.
낙성대를 마주한 채 하늘을 향해 우뚝 솟은 천주교 낙성대성당이 바로 그곳.
이곳에서는 미사를 집전하는 신부의 강론과 교리가 손끝사랑 회원의 손에 의해 청각장애우들에게 전달되며 청각장애우들 역시 경건한 기도문과 신을 찬양하는 노래를 손으로 표현한다. 손끝에서 울려 퍼지는 아름다운 사랑언어를 나눌 수 있는 낙성대성당 수화미사 시간으로 여러분을 초대한다.
가톨릭 농아선교회의 교육지원으로 손끝사랑회 결성, 회원들 통해 수화미사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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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화미사 |
낙성대성당에서는 이렇게 종교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청각장애우들에게 수화미사를 통해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는 사랑을 몸소 실천하고 있다.
낙성대성당이 천주교 서울대교구 산하 가톨릭 농아선교회의 교육 지원을 받아 수화교실을 연 것은 1999년 2월. 이를 통해 손끝사랑회가 구성되고, 6개월이 지난 후부터 수강생을 본격 배출하기 시작해 본격적으로 청각장애우를 대상으로 수화 미사를 시작하게 됐다.
그런 일들을 가능하게 한데 가장 큰 역할을 했던 분은 당시 보좌신부였던 신희준 루도빈 신부였다. 신학교 재학 당시부터 수화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청각장애우들에게 복음을 전파하고자 했던 그의 노력은 낙성대성당에서 최초로 수화미사를 가능하게 만든 것이다.
낙성대성당의 수화미사는 이재을 주임신부와 김정환 보좌신부가 부임한 이후에도 청각장애우의 마음을 이해하고 그들을 품으려는 행동을 통해 성당의 아름다운 전통으로 정착해 나가고 있다. 현재 이재을 주임신부는 수화기초반에서 열심히 수화를 익히고 있고, 수녀들 가운데는 이미 초급반 과정을 마치고 중급반 과정에 있는 분도 있을 정도로 수화미사에 대한 이해는 물론 애정 또한 뜨겁다.
수화로 하느님의 말씀을 전달한다
미사를 집전하는 신부의 강론과 교리는 손끝사랑회 회원의 손을 통해 청각장애우들에게 전달되고 청각장애우들은 다시 손끝으로 하느님에게 마음을 전달한다. 신부가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라고 말하면 회원들이 수화로 통역하고 청각장애우들이 "또한 사제와 함께"라고 손말로 화답한다. 하나님의 말씀이 어느 누구에게나 전달되는 성스럽고 아름다운 순간이다.
기도문이라던가 노래는 항상 몸에 익은 것이라서 그렇다 손치더라도 주일마다 내용이 달라지는 신부의 교리와 강론은 어떻게 동시 통역이 되는지 궁금하여 물었더니 손끝사랑회 회장인 김형선 씨는 "수화가 워낙 간단하게 구성되어 있고 조사 같은 형식이 없는 경우가 많아서 처음에는 어려움이 많았지만 수화 역시 언어이기 때문에 간혹 실수가 있다하더라도 원고를 작성해서 미리 형식에 맞추어 하는 것보다 신부님이 전달하는 말씀의 느낌을 그대로 전달하려고 애쓴다"고 말했다.
이날 미사에 참석한 호주와 미국에서 온 신부는 "수화미사가 진행되는 것을 보면서 하느님 말씀을 어느 누구에나 전달할 수 있다는 점이 너무나 감동적이었다. 마음속에 무언가가 충만하게 전해진 느낌을 받았다"며 만족해했다.
손끝사랑회는 지금까지 초급반 7기, 중급반 4기 60여명을 배출하며 서울 여러 지역과 멀리 경기 안산, 시흥 등지에서 미사전례문, 기도문, 강론, 성가를 들으러 오는 청각 장애우 30여명과 대화를 나눈다. 또 미사 후에는 장애우들과 손끝사랑 회원들이 손수 준비해온 점심을 함께 먹으며 나눔의 정신을 실천하고 있다.
기자가 찾은 날도 손끝사랑회원인 청각장애우가 마련해온 맛있는 스파게티를 나누어먹으며 담소를 나누는 즐거운 시간이 마련되었다.
손끝사랑 1기 수강생이자 수화미사, 수화교실 봉사자로 활동해온 손끝사랑 회장 28세 김형선(여,28) 씨는 "무엇보다 수화를 할 줄 알고 청각장애우의 마음을 이해하는 신부님들이 1999년 이후 낙성대성당에 잇달아 오시면서 수화미사가 본격 진행되는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며 "앞으로도 손끝으로 하느님의 말씀과 사랑을 전할 수 있는 수화미사가 계속 이어졌으면 더없이 기쁘겠다"고 말했다.
전국적으로 청각장애우를 대상으로 수화 미사가 진행되는 천주교회는 낙성대, 경기 일산 백석 등 2, 3곳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낙성대성당은 수화미사를 도우려는 수화교실에는 학생부터 주부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참가해 작은 사랑을 실천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사를 원하는 청각장애우들은 낙성대 성당에서 집전되는 오전 11시 미사에 참석하면 된다. 또한 수화를 배우고 싶은 분들은 낙성대성당 수화반 모임인 "손끝사랑"으로 연락하면 자세한 안내를 받을 수 있다.
천주교 낙성대성당 (전화 : (02)-874-5121)
손끝사랑회 홈페이지 www.sonlove.ce.ro
글/ 이나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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