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중증 장애우 치과진료, 이곳으로 오세요"
본문
보통 감기나 위장병 등 몸에 생기는 이상은 금방 느끼고 병원에 가서 치료를 하지만 당장 눈에 보이지 않는 잇병은 신경을 못쓰게 마련이다. 더군다나 장애우들은 치아에까지 신경을 쓰는 것이 호강이라고 느껴질 만큼 치과진료에 대해 무관심해왔다.
그래서인지 비장애우들에 비해 충치도 2-3배 정도 많고, 잇몸질환도 더 많이 나타나는 등 구강보건 상태가 좋지 않다고 한다.
이렇게 치과에 가는 것이 힘들었던 중증장애우만을 위한 치과진료실이 생겼다. 서울대 장애우치과진료실이 바로 그곳.
장애우들의 구강보건을 위해 어떤 치료가 이루어지고 있는지 서울대병원 장애우치과진료실을 찾았다.
원스톱 치과진료 서비스
장애우들이 치료를 받는다는 화요일, 목요일은 치과 병원 1층에 있는 장애우진료실이 활짝 문을 연다. 장애우들이 이용하기 편리하게 1층에 있는 것은 물론이고 들어서면 금방 위치를 찾을 수 있도록 안내판도 잘 설치되어 있다. 먼저 한 눈에 들어오는 것은 다른 치과 진료실과는 달리 전신마취 상태로 누워 있는 장애우이다. 그리고 각종 치료장비들이 한데 다 모여있고, 여러 명의 의사들이 같이 분주하게 움직인다.
장애우치과진료실의 전체 총괄을 담당하고 있는 백승호 교수(44세)는 “장애우진료실이라고 하니까 장애우이면 다 해당되는 줄 알고 많은 장애우들이 문의를 해 오셨습니다. 그런데 저희는 어딜 가도 치과진료가 어려운 중증장애우를 대상으로 하고 있어요. 예를 들자면 정신지체장애우처럼 치료에 대한 인지의식이 거의 없는 분들이나 설사 장애우가 아니라도 이를 벌리고 치료하는 것에 대한 심한 공포감으로 인해 치과 진료를 할 수 없을만한 사람들 말이죠. 말하자면 치료를 하는 사실에 대해 정신적으로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들입니다. 또한 몸이 심하게 뒤틀려서 일반치료를 제대로 하기 힘든 뇌성마비장애우도 여기에 포함될 수 있습니다. 이런 분들은 전신마취가 필요하기 때문에 따로 공간을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을 했죠" 라고 그 취지를 설명했다.
보통의 경우는 이를 치료하는 부분만 통증이 가지 않게 부분마취를 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한다. 그러나 언급했듯이 정신지체장애우의 경우는 전신마취를 하게 되기 때문에 따로 마취과 의사가 와서 직접 마취를 하고 케어를 하는 것이다.
사실 전신마취와 치료를 동시에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춘 병원이 많진 않고, 여러 과가 있는 대학병원을 비롯해 종합병원에서나 가능하다. 이런 이유로 주로 종합병원의 소아치과에서 장애우의 진료가 이루어져 왔다. 이 장애우진료실도 새롭게 신설된 것인가 했더니 기존에 소아치과에서 전신마취를 해 진료하던 것을 성인과 아이를 구분해서 치료할 필요성을 느껴 따로 분리한 것이라고 한다. 치료방법도 다르고 쓸 수 있는 장비나 약도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공간만 별도로 새로 만들어진 것이라 이곳에서는 사실 새로울 것이 없단다. 하지만 다른 점도 있다. 장애우전용치과진료실이 되면서 모든 과정이 장애우에 한해서는 원스톱으로 이루어지게 되어 장애우들이나 의사들에게 더 편리하게 되었다고 한다.
장애우가 치료를 받을 수 있는 날은 일주일 중 화요일과 목요일, 이틀이다. 중증장애우들은 전신마취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수시로 치료하기는 어려운 까닭이다. 그러나 접수나 상담은 언제든지 가능하며 중증장애우가 아니더라도 진단을 받을 수는 있다. 접수해서 상담을 한 후, 엑스레이를 찍는 등 자세한 진단을 해 자신의 구강상태를 점검하는 것이다.
환자상태가 어떤지를 상담하는 것은 담당의사의 몫이다. 환자나 보호자의 이야기를 직접 듣고 자세한 상담을 통해 정확한 정보와 조언을 주게 되며 스케줄까지 관리를 해 되도록 빨리 치료를 받을 수 있게 하는 효과가 있다. 백승호 교수는 “치료원칙은 담당의사가 환자의 전체 스케줄을 관리하는 1대1 대칭치료입니다. 하지만 치료는 전체 과에서 다 함께 내려와 치료에 들어갑니다. 마취과, 보존과 등 여러 과에서 선생님들이 와서 각 전문담당 분야를 맡아서 하는 것이죠. 보통 4-5명의 의사가 동원이 됩니다. 치료에 필요한 인원이 한꺼번에 모여야 하는 인력관리 면에서나 시간, 예산면에서 어려움을 겪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라고 얘기해 장애우들을 치료하는데는 시간과 노력이 필수적이라는 생각이 들게 했다.
중증장애우 치과진료의 핵심은
전신마취
앞서 얘기했듯이 중증정신지체장애우는 비록 부분치료를 하더라고 전신마취가 필요하다. 그래서 장애우치과진료실은 무엇보다 전신마취에 큰 비중을 두고 있다고 했다. 맨 처음 장애우치과진료실을 마련할 때부터 관심을 가지고 각종 아이디어로 누구보다 앞장서 온 마취과의 김현정 교수(34세)는 그래도 일반 치과병원보다는 많은 과들이 모여 있는 대학치과병원이 나서서 장애우들을 치료해주는 것이 훨씬 더 쉽다고 생각한단다. 불편한 몸을 이끌고 치료절차에 따라서 움직이지 않아도 되고, 또 전문적인 치료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마침 세미나나 토론을 거쳐 대학병원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고민하던 중 전신마취를 이용해 치료할 수 있는 장애우치과진료실을 개설하게 되었고, 자신도 참여를 하게 되었다고 한다.
“저같은 경우는 5촌 조카가 정신지체장애우입니다. 그래서 그 조카를 케어해보면서 그런 불편한 점에 대해 많이 생각하고 있었죠. 정신지체장애우들은 보통 환자들하고는 달라서 진정법이나 전신마취가 필요한 경우가 굉장이 많더라구요. 그런데 일반 치과병원에서는 많이 불편해 합니다. 접수받아놓고, 내일 오세요, 또 그 다음 날 오세요, 이렇게 미뤄지기가 일쑤이고, 가급적 정신지체장애우 환자는 받지 않으려 하는 경우도 있거든요. 그러다보니 치료해야 할 이가 이미 썩을 대로 썩어서 충치가 기본적으로 7-8개씩이나 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좀 더 주의하고 보호했으면 좋았을 것을… 하는 안쓰러움마저 들 정도이죠" 하고 안타까움을 피력했다.
어쨌건 장애인진료실을 따로 마련하면서 그런 걱정은 이제 차츰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물론 장애우에만 주는 할인혜택 등은 아직 없다고 한다. 하지만 중증장애우의 경우에 경제사정이 어려운 사람들이 대부분이라는 사실을 병원에서도 인식하고 논의를 거치는 중이므로 앞으로 기대를 해봐도 될 것 같다.
그러나 단순히 금전적인 할인이 아니라 할지라도 장애우들의 치료에 사용하는 장비나 약물 등이 많이 지원되고 있고, 또 기본적으로 모든 절차가 장애우진료실에서 다 이루어지므로 절차에 들어가는 번거로움을 덜 수 있다. 게다가 전화로 상담한 후 치료날짜가 잡히면 이미 세팅이 끝난 상태의 치료실이 있으므로 바로 치료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그렇게 되면 1박2일코스의 전신마취 치료를 하려고 입원을 해야하는 수고와 입원에 들어가는 비용을 절감할 수가 있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당사자는 물론 보호자의 반응도 매우 호의적이다. 사실 어딜 가나 치료를 거부당하거나 치료를 제대로 받기 힘든 경우였으므로 치료를 해준다는 사실만으로도 고마워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치료하는 쪽에서는 어려운 점도 많다고 한다. 전체적으로 병원과 다른 시스템을 가지고 있는데다, 또 장애우의 경우는 몸 컨디션에 따라 갑자기 치료가 취소가 되기도 하고, 마취를 할 때도 정맥주사만 놓으려 해도 발버둥을 친다든가 마취한 후에도 워낙 덩치들이 커서 이동시키는 것도 상당히 힘든 점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본격적인 진료는 비록 한 달 정도밖에 되진 않았지만 되도록 장애우들에게 편리를 주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해결해줄 수 있는 부분이 한계가 있는데 그것을 다 해결해주려고 하다보니 힘들고 지치는 경우도 많다는 것이 장애우 치료를 담당하고 있는 의사들의 말이다. 이렇게 어려운 점이 많지만 장애우들의 구강보건을 위해서 어려운 점도 다 참아낸다고 한다. 또한 가끔은 의사를 표현하는 것이 불가능한 정신지체장애우가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해 치료결정이 내려지고, 또 그것에 의해 고통 받는 모습을 보면서 보면 가슴이 아프기도 하단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장애우치료를 하는데 있어 중요한 키포인트는 내가 환자, 혹은 보호자라고 느끼는 것이라고 한다. 그들의 입장에서 어떤 점이 편리하고 어떤 것이 불편할까, 고민하는 것. 그들이 치료를 받는데 있어서 최소한의 동선을 줄이는 것. 그것이야말로 장애우를 효과적으로 치료하는 것이고, 또 그렇게 하기 위해 직접 발로 뛰는 것이라고 한다.
이 장애우진료실은 서울대학병원이 존재하는 한 계속될 것이라고 하니 후에도 계속 어떤 모습으로 발전할 지 기대해 봄직하다.
글·사진 김경희 기자
Copyright by 함께걸음(http://news.cowalk.or.kr)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