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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급과 선정기준 논란등으로 실효성 의심돼

[기고]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어디로 가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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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외환위기 2년만에 우리 나라가 IMF 위기를 완전히 벗어났다고 하고 있다.
하지만 그 이면에 외환위기 이전과 비교하여 빈민의 수가 두 배 이상 증가하였고, 결식아동이 15만 명, 결식노인이 20만 명으로 늘어났으며, 이혼율·자살률은 두 배나 증가했다는 것 또한 엄연한 사실이다. 혹자는 우리 사회를 약육강식이 판치는 ‘동물의 왕국’이라고 평하기도 한다. 경쟁에서 낙오된 사람들은 자살을 하거나 굶어야 되는 형국이니 동물의 세계와 무엇이 다르냐는 것이다. 무너진 경제를 되살려야 하고, 세계화를 맞아 국가의 경쟁력을 키워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하기에는, 그리고 이전 정부에서 ‘사회적 안전망’을 제대로 갖추어 놓지 않았기 때문에 생긴 일이라고 하기에는 우리 주변에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 너무나 참혹하다. 경쟁력이 없는 부모를 둔 아이들은 굶어야 하고, 부모들로부터 버림받아야 할 어떠한 이유도 없다.
우리가 사는 곳은 ‘동물의 세계’가 아닌 ‘인간의 세계’이고, 사람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누구나 그 존엄성이 평등하며, 빈곤의 책임이 사회에도 있기에 사람들은 누구나 국가로부터 최저 생활은 보장받아야 한다. 아이들과 어르신을 굶지 않게 하려면 그 가족 전부를 굶지 않게 해야만 한다. 그런데 현행 생활보호제도는 노부모를 모시고 사는 64세인 분에게 노동 능력이 있다는 이유로 생계비를 한푼도 지급하지 않고 있으며,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힘겹게 살아가는 실직 모자가구에게도 생계비를 거의 지급하지 않는 제도이다. 이러한  전근대적인 제도를 개선하지 않고서는 심각한 빈곤문제를 줄일 수 없다고 많은 사람들이 믿었기에 지난 해에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제정운동이 시민단체에 의해 전개되었고, 그 법이 통과될 수 있었다. 
국민의 정부에서는 ‘생산적 복지’를 국정 이념의 한 가지로 정해두었다. 생산적 복지는 비생산적 복지(복지병)를 예방하는 것 보다 복지가 생산적일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복지의 목적은 경제성장이 아니라 사회성장일 것이다. 즉,  진정한 생산적 복지는 절망에 빠져 있는 국민들에게 삶의 의욕, 삶의 희망을 찾을 수 있게 해 주는 것이다. 먹는 것이 해결되지 못한 상황에서 무슨 희망을 찾을 수 있겠는가. 가족과 함께 살 수 없는 상황에서 무슨 희망이 있겠는가. 올 10월부터 시행예정인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다름 아닌 최저생활을 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가족과 함께 최소한도로 먹고 살 수 있게 하고, 몸이 아플 때 치료해 주고, 고등학교 교육까지를 정부가 책임지는 제도이다. 그 뿐만이 아니라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기술, 자본, 지식, 정보가 없어 절망에 빠져 있는 사람들에게 자활을 할 수 있도록 직업훈련, 창업(자금, 기술)지원, 공공근로 등 다방면으로 지원해 주자는 제도이다. 이 법이 제정되었을 때 많은 사람들은 우리 나라도 이제 ‘더불어 사는 사회’가 되었다고 평가했었다.
그런데 현재 일각에서는 이 법의 제정을 ‘제2의 6.29’라고 까지 비하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것은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시행준비과정에서 보여지는 상황 때문이다. 지난 2월 27일 입법 예고된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둘러싼 정부 부처간 논의 상황과 새롭게 마련된 수급자 선정 기준을 볼 때 우리는 분노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예전처럼 또 다시 예산에 맞추어 대상자를 선정하고, 예산에 맞추어 급여를 제공하려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으며 일부 조항과 지침은 오히려 생활보호제도 보다도 후퇴하였다. 신청과 조사에 앞서 발표된 지침의 수급자 선정기준은 가혹하리만큼 제한적이어서 보호가 필요한 새로운 가구가 수급자로 선정되기는커녕 기존 생활보호대상자의 다수가 탈락될 위험에 처해 있다. 예전에는 생활보호대상자 되기 위해서 세 가지 관문을 통과하면 되었으나 이제는 6가지 관문을 모두 통과하여야만 수급자가 될 수 있게 되었다. 특히 문제가 되는 기준은 다음과 같다.
첫째, 재산기준은 생활보호제도 보다 대폭 강화되었다. 예를 들어 소득이 전혀 없고, 중증 장애우인 아들과 같이 살고 있는 노부부가 3천5백만원 짜리 반 지하 주택을 소유하고 있다고 한다면, 이 가구는 재산기준을 초과한다는 이유 때문에 수급자로 선정될 수 없게 되었다. 그 노부부가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그 집을 처분하기 위해 복덕방에 내놓았다고 하더라도 마찬가지이다.
둘째, 부양의무자의 부양능력 판별기준이 너무나 가혹하다. 어떤 노부부에게 부양의무자인 아들이 한 명 있는데, 그 아들 가구(4인 가구)가 소득이 전혀 없어도 재산만 7천3백만원이 넘으면 부양능력이 있는 것으로 인정되어 그 부모님은 수급자가 될 수 없게 되었다. 그 아들이 그 재산을 처분하려고 하는 중이라고 하더라도 그러하다.
셋째, 전세계에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주거면적 기준이 마련되었다. 소득이 전혀 없고, 노동능력이 전혀 없는 가구라고 하더라도 15평이 넘는 자기집에서 살고 있으면 수급자로 선정될 수 없게 되었다. 그 집에 식구가 많고, 주택의 가격이 1천만원도 안 된다고 하더라도 마찬가지이다.
강화된 선정기준을 놓고 정부에서는 “소득 파악이 제대로 되지 않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 그 얘기는 부정한 방법으로 수급자가 되려는 극소수의 사람들을 방지하기 위해서 많은 요보호자를 방치하겠다는 것과 다름 아닐 것이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은 말 그대로 국민의 기초생활을 보장하고자 제정된 법이지 부정수급자를 방지하기 위해서 마련된 법은 아니다. 설령 선정기준이 아주 세밀하게 짜여지지 못해서 일부 부정수급자가 발생한다고 하더라도 국가로부터 보호받지 못하여 굶게 될 많은 아이들과 어르신들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그리고 진정 국가 재정을 생각한다면 부정 수급과 같은 생계형 범죄를 예방하기보다는 탈세와 같은 중범죄를 예방하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일 것이다.
정부에서 ‘소득 파악이 어렵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최소한의 복지도 낭비라고 생각하는 일부 정부 관료들 때문에 이러한 결과가 나타났다고 알고 있다. 현재 짜여진 예산에 맞추기 위해서 기초생활보장을 제한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기초생활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필요하다면 탈세자들에 대한 세금 징수 등을 통해 새로이 재원을 마련하거나 또는 낭비되고 있는 다른 예산을 줄이는 것이 옳을 것이다. 그 어떤 예산이 국민의 생존권 보다 우선하겠는가. 지난 총선 전에 약속한 ‘1백만원의 소득보장’에 빈곤층은 많은 희망을 걸고 있다. 그러나 정작 신청에서 탈락되거나, 급여수준이 낮아지게  되면 그 희망은 절망과 분노로 이어질 것이다. 따라서 다음과 같은 개선책이 요구된다.

 

기초생활법이 제대로 시행되려면…

 

수급신청 관련 사항
 1. 복지부 생활보호과를 포함하여 전문인력을 시급히 확충하고, 그들의 떨어진 사기를 올리고, 시군구 공무원을 파견하여 전문요원의 업무를 지원해야 한다.
2. 전문요원에게 신청기간 동안에 주민등록 발급 등의 다른 일을 시키지 말고 신청 업무에 전념하도록 해야 한다.(시군구청장 및 읍면동장이 매우 비협조적임.)
3. 신청에 대한 홍보를 더 적극적으로 하여야 한다.
4. 수급 신청을 하러 온 사람들에게 신청을 못하게 막지 말고 친절하게 대하도록 하여야 한다. 자격이 안되더라도 다른 지원을 위해서 신청서는 받아 두어야 한다.

 

선정기준 관련 사항
1. 재산기준을 대폭 상향조정해야 한다.
2. 면적기준을 철폐해야 한다.
3. 부양의무자의 재산기준을 대폭 상향조정하거나 철폐해야 한다.
4. 자동차소유기준을 철폐해야 한다.
5. 주민등록지와 실제 거주지가 다른 분들(노숙자, 쪽방거주자, 비닐하우스촌 거주자, 이혼절차가 진행 중인 별거자, 폭력을 휘두르는 전 남편에게 들키지 않기 위하여 숨어사는  여성 등)을 보호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급여 관련 사항

1. 근로의욕 유지를 위해 마련된 근로소득공제제도를 즉각 도입하고, 소득공제율을 인상해야 한다.
2. 생계급여액이 가구소득과 합산하여 실질적으로 최저생계비 이상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3. 실질적인 주거급여를 즉각 실시해야 한다.
4. 의료급여에서 본인 부담금을 철폐해야 한다.
5. 수급자수와 급여수준에 맞추어 예산을 자동적으로 조절할 수 있도록 하여 예산상의 이유로 수급권자를 탈락시키거나 급여수준을 낮출 수 없도록 제도적으로 보장해야 한다.
6. 차상위 계층에게 의료급여, 교육급여 등 부분급여를 즉각 실시해야 한다.
 
자활사업 관련 사항

1. 자활사업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기초 인프라를 조속히 구축해야 한다.

 

작성자함께걸음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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