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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무너진 장애우 1종 면허 취득 제한의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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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은 지난 6월 10일 1종 운전면허 취득제한에 대한 장애계의 결집된 요구사항이 담긴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의 요구서에 정식으로 도로교통법을 개정하여 2001년 1월부터 양다리의 고관절 이하가 없는 장애우에게 제1종 보통면허 시험 응시를 허용한다는 방침을 밝혀왔다. 이로써 장애우 취업영역 확대에 큰 변화가 올 것으로 예상되는데, 1종 면허 허용의 의미와 앞으로 남아있는 과제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문명의 발달이란 장애우에게 많은 변화를 가져다주었다. 특히  ‘자동차’라는 것은 장애우에게 제한적이기는 하지만 어느 정도 이동에 있어 편리함과 피로감을 경감시켜 장애우의 발과 같은 역할을 해주고 있으며, 이제는 필수적인 생활이동도구로 자리잡은 지 오래이다.
이런 이유로 장애우들은 아주 오래 전부터 운전이라는 것에 익숙해져 있고, 운전에 익숙해진 장애우들이 구직이나 취업에 있어 한 번쯤 “나도 영업용 택시를 한번 해볼까?” 혹은 적은 밑천을 갖고 작은 승합차라도 구입해서 흔히 말하는 “학원이나 기관에 소속해서 지입차량운행이라도 해보면 어떨까?”하고 생각하게 된다. 장애우들의 이와 같은 생각은 밑천없이도 성실성과 인내력만 있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리고는 ‘차는 어떻게 구입하고, 어떻게 일을 진행하면 되겠구나’하고 나름대로 생계를 꾸려나갈 소박한 꿈을 품어본다.
하지만 이내 이 소박한 꿈은 물거품이 되고 만다. 그것은 다름 아닌 자신의 운전 능력과는 무관한 ‘1종 운전면허 취득 제한’이라는 것에 발목이 묶여버리기 때문이다.
현행 도로교통법시행규칙 「신체상태에 따라 받을 수 있는 운전면허의 범위 및 조건부과 기준」에 의하면 “양쪽 손가락이 모두 없거나 아래 부분이 없거나 이와 동등한 기능장애, 양쪽 팔꿈치관절부터 아래 부분이 없거나 이와 동등한 기능장애, 양쪽 팔꿈치 관절이상을 잃은 사람 또는 양팔을 전혀 쓸 수 없는 사람, 고관절부터 아래 부분이 없거나 이와 동등한 기능장애, 전혀 듣지 못하거나 보청기를 사용하고도 40데시벨(dB)의 소리를 듣지 못하고 언어분별력 80%미만에 해당하는 사람이나 자동변속기를 장치한 자동차로 운전면허시험에 합격한 사람들은 제2종 운전면허까지만 범위를 제한한다”라고 규정되어 있다.
이 규정에 의하면 제 아무리 운전을 잘해서 무사고 10년이라도 핸드컨트롤 등의 보조수단이나 장치를 활용하여 운전하는 장애우들은 현행법으로는 결코 1종 운전면허를 손에 쥘 수 없게 되고, 결국 1종 운전면허를 갖추지 못한 영업용 운전이나 지입차량 운전은 모두 불법이 돼버려 성실하게 먹고 살겠다는 장애우들의 소박한 꿈은 원천적으로 봉쇄당하게 된다. 그러나 우리 나라 헌법에는 엄연히 ‘직업선택의 자유’가 보장되어 있고, 면허라는 것이 일정 자격과 기능을 가진 사람들에게 ‘새로운 자격을 부여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그 금지의 제한선을 풀어주는 것’에 불과한 당연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우리 나라 도로교통법은 유독 장애우들에게는 단지 신체적 장애를 빌미로 그 금지의 선에 근접조차 할 수 없게 하고 있다. 자동차면허시험을 주관하고 발급해주고 있는 경찰청에 의하면 장애우에게 불합리한 기준을 제시하는 이유를 첫째, 사업용 자동차의 기사는 승객을 보호할 의무가 있는데 교통사고시 장애우가 승객을 보호할 수 있는가, 둘째, 노약자 짐 들어주기, 출산보조 등 승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가, 하는 건설교통부 관련 법조항을 들고 있다. 또한 세 번째로 의료계나 언론, 국민들의 여론이 부정적이라는 것을 그 근거로 들고 있다.

네티즌 78.6%, “장애우 1종 면허 허용해야”

이러한 경찰청의 근거는 굉장히 합리적인 것처럼 보인다. 왜냐하면 영업용 차량은 철처하게 서비스직종이고 서비스직종에 요구되는 직업적 특성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나하나 꼼꼼히 들여다보면 그것이 비장애중심의 발상임을 여실히 들어내고 있다.
먼저 경찰청이 근거로 제시하고 있는 ‘승객의 안전을 보호할 의무’에 대해 생각해보면 승객을 보호할 정도의 사고라면 분명히 운전자는 그보다 더 긴급한 상황이 대부분이라는 점이다. 또한 사고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얼마만큼 사고 상황을 긴급하게 처리하느냐가 관건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최근과 같이 통신시설이 발달한 대한민국에서는 핸드폰 버튼 하나면 모든 상황이 해결 가능한 시대 아닌가? 문제는 ‘사고 상황에서는 얼마만큼 신체가 건강하느냐’에 달려있는 것이 아니라 ‘얼마만큼 지혜롭게 그 상황에 대처하느냐’에 달려있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위험상황에 대처하는 능력은 어쩌면 비장애우들보다 더 기민하고 지혜롭게 대처할 수 있는 사람들이 바로 장애우들이다.
두 번째, 경찰청이 제시하는 근거인 서비스 가능성에 대해서는 이렇게 답변할 수 있다. 사실 우리가 택시라는 영업용 차량을 타면서 짐을 들어주고, 출산보조에 대한 서비스를 기대하면서 택시를 타는 일은 극히 드물다는 것이다. 단순히 편리하고 빠른 이동을 위해 택시를 이용하지 별도의 서비스를 바라는 일은 거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차량에 ‘장애우 택시운전자’라는 표식을 붙인다면 별도의 서비스를 위해 차량을 이용하는 사람은 승객이 스스로 승차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세 번째 국민, 의료진, 언론의 여론이 부정적이라는 근거 또한 핑계를 위한 핑계일 수밖에 없다. 물론 장애우들의 신체 결함이 일부 승객들에게는 그리 유쾌하고, 보기 좋은 외형일 수만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때론 ‘과연 안전하게 운전할 수 있을까’ 혹은 ‘저 보조장치가 혹시 기계적인 결함을 일으키진 않을까’ 하는 걱정 많은 승객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최근 한겨레 라이브폴(Live poll, 2000. 4. 20 인터넷 투표 실시)에서의 투표결과는 이런 의혹을 깔끔하게 씻어주고 있다. ‘장애우에게 1종 보통(사업용) 운전면허를 허용할 수 있다고 보십니까?’라는 질문에 응답자 2천73명 중 78.6%인 1천6백30명이 ‘그렇다’는 응답을 했기 때문이다. 덧붙여 말한다면 조금 비과학적이긴 하지만 우리 나라 국민들 심성은 열심히 살겠다고 운전대를 잡은 장애우를 보면 오히려 “열심히 사는 모습이 정말 아름답습니다”라고 생각하지 그것에 대해 불만을 가질 사람은 극히 드물 것이라는 점이다. 또한 관계 전문가인 의료인이나 언론의 부정적인 시각을 반대이유로 들지만 한번도 의료인들이나 언론이 그에 대해 공식적으로 반대를 표명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그렇다면 경찰청의 이러한 근거에 의한 답변은 정말 궁색한 논리가 아닐 수 없다.
장애우 1종면허와 관련 제도적 차별의 벽을 허물려는 노력은 벌써 10년의 세월을 훨씬 거슬러 올라간다. 10여 년 전 1982년 자가용 영업차량을 운전하던 장애우 최창욱 씨가 불법영업으로 입건되면서부터 시작되었다. 최창욱 씨는 이미 81년부터 ‘왼쪽 다리에 약간의 장애는 있으나 운전은 가능함’이라는 의사의 소견서를 받고 1종보통 면허를 소지하고 있었으나 1983년 ‘운전면허 결격사유에 해당하지 않는 자가 보조수단을 사용하여 운전할 수 있다고 인정되는 사람이 제2종 운전면허를 취득하고자 하는 경우’로 장애우 운전면허를 사실상 제2종 면허로 국한하는 도로교통법 규정의 개정으로 인해1종 면허자격을 박탈당해 하루 아침에 합법 면허가 불법이 되어 버리는 날벼락을 맞게 되었다.
그런데 이러한 어처구니없는 일은 최씨에게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 운전을 하다가 경미한 장애를 입은 기존 택시운전자들까지도 운전과는 하등 관계없음에도 불구하고 단지 ‘장애’라는 것 때문에 생업을 놓아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기 시작하였다.
이러한 사례들이 속속들이 밝혀지자 부산장애인연합회에서 1992년 「장애우교통대책위원회」를 구성하여 각종 탄원서, 진정서를 제출하였고, 각 정당 항의 방문, 기자회견, 간담회 등 차별의 벽을 허무는 끊임없는 노력을 10여년이 넘도록 전개해왔다. 그러나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하고, 최근에는 자고 일어나면 세상이 변하건만 1종면허와 관련된 제도적 차별은 철갑 성역처럼 두텁기만 했었다.
그런데, 그렇게 10년 동안의 장애계의 땀과 눈물이 드디어 1종면허의 두터운 장벽을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최근 경찰청이 이런 불합리한 도로교통법 규정을 개정할 것임을 통보해왔기 때문이다. 경찰청은 지난 6월 10일 1종 운전면허 취득제한에 대한 장애계의 결집된 요구사항이 담긴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의 요구서에 정식으로 “양다리의 고관절 이하가 없는 장애우에게 제1종 보통면허 시험 응시 허용-도로교통법시행규칙(이하 도교법) 개정 후 2001년 1월을 예정으로 시험용 1.5톤 화물자동차에는 수제동·수가속기 및 자동변속기 장치를 부착하여 시험응시를 허용한다”라고 취득 허용을 통보해왔다.
이로써 장애우에게 단지 장애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합리적 근거나 검증없이 차별화하는 운전면허취득제한 제도는 그 장벽을 허물게 되었다. 물론 경찰청이 관련 법조항을 2001년쯤 개정하여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기에 아직 기뻐하기에는 이른 것이 아닐까하는 두려움도 있지만 장애우들의 염원을 경찰청이 결코 번복하는 일은 없으리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경찰청의 당연한 제도 개선과는 다르게 우리에게 남겨진 또 다른 과제가 남아있다. 그것은 이제 불합리한 제도의 두터운 벽은 허물어내었지만 장애우들이 어렵게 따낸 1종 면허를 손에 쥐고 들어갈 직업 현장에서의 편견의 벽을 허물어내는 것이 바로 남아있는 우리의 숙제인 것이다.

 

■ 참고자료 : ‘장애우 1종 운전면허 취득제한의 개선을 위한 공청회’ 자료집 중 「장애우 운전직종 종사를 위한 1종 면허 제한 철폐의 필요성」 오길승, 1999

 

글/ 오도영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기획과)

 

작성자오도영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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