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로봇과 시스템 개발로 멋진 신세계가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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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예(Cye), 아이보(AIBO), 센토(CENTAUR), 코그(COG), 키스멧(Kismet) 무엇을 말하는 이름들일까?
정답은 바로 현재 개발되어 있는 인간친화형 로봇들의 이름이다. 이중에서도 작년 말 일본에서 개발돼 외신에 소개된 강아지 로봇 아이보를 기억하는 장애우들이 많을 것이다. 감정표현을 하고, 걷고 앉는 기본 동작은 물론 짖기도 하는 아이보는 사람들의 로봇에 대한 관심을 크게 증대시키는데 기여했다.
대부분의 장애우들은 누구나 한 번쯤 아이보처럼 첨단 로봇의 도움으로 장애가 무장애가 되는 새로운 세상에 대한 상상을 해봤을 것이다. 특히 시청각장애우나 전신마비 등 중증장애우들에게는 첨단과학, 그 중에서도 로봇과 시스템의 도움으로 장애로 인한 불편을 더는 게 무척 절실하다.
그러면 가까운 미래에 과학의 발전으로 장애가 더 이상 장애가 되지 않는 멋진 신세계가 열리는 것은 과연 꿈일까? 그렇지 않다. 외신을 주의 깊게 살펴본 장애우들은 외국에서 복지 로봇과 시스템이 속속 개발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할 수 있었을 것이다. 우리 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언론의 관심을 끌고 있지는 못하지만 현재 많은 과학자들이 장애우들에게 도움을 줄 로봇과 시스템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중증장애우들에게 지금과는 전혀 다른 삶을 가능하게 해줄 국내외 복지 로봇과 첨단 시스템 개발의 현주소를 알아보았다.
사람의 곁에 있는 로봇 개발 시작
로봇의 역사는 알려진 것처럼 산업용 로봇 개발에서 시작됐다. 사람이 하기 힘든 노동을 대신하고 사람이 접근하기에는 위험한 환경에서 대신 일을 처리해 주는 데 로봇의 쓰임새가 있었다. 그 동안 로봇이 이처럼 사람과 떨어져 자동차를 만들고 반도체를 만드는 등 주로 중공업에서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개발되고 사용되어져 왔다면 지금 로봇 개발은 사람의 곁에서 사람에게 직접 도움을 주는 인간친화형 로봇 개발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일명 서비스 로봇의 개발이 전세계적으로 활기를 띠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인간친화형 로봇 개발은 사람을 상대로 하는 로봇이기 때문에 무엇보다 안전해야 하고 사람들이 부담 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가격도 저렴해야 한다. 이 두 가지 조건을 충족시키려면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인간친화형, 나아가 복지 로봇 개발은 그 동안의 로봇 개발 기술의 결정체라고 서슴없이 강조한다.
국내에서 복지 로봇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곳은 대전에 있는 한국과학기술원이다. 과학기술원내에 인간친화복지로봇시스템연구센터(소장 변증남, 전기전자공학과 교수)가 있다.
명칭처럼 이 센터에서는 복지 로봇 개발과 함께 장애우들에게 도움이 되는 첨단시스템 개발도 병행하고 있는데 현재 19명의 교수 및 연구원이 몸담고 있다. 이 센터의 그 동안의 개발 성과를 살펴보면 5년 전 국내 최초로 수화인식장치 개발을 시작했고, 3년 전 척추장애우를 위한 휠체어베이스 로봇팔을 개발했으며, 작년에는 시각장애우용 안내 로봇을 개발하고, 현재는 마비 장애우를 위한 보행보조시스템과 눈 마우스 시스템 개발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런데 이 센터가 생기게 된 계기가 재미있다.
센터 설립을 주도했고, 현재 소장으로 있는 변증남 교수가 지금으로부터 7년 전 처음 개발을 생각한 로봇은 사람을 대신해 오케스트라를 지휘할 수 있는 로봇을 만드는 것이었다.
평소 음악을 즐겨 듣던 변 교수는 사람이 지휘하면 로봇이 연주를 하고, 반대로 로봇이 지휘하면 사람이 연주를 하는 음악 로봇을 개발해야 되겠다는 생각을 했고, 실제로 카메라 비전 인식 기술을 활용해 로봇 개발에 몰두했다. 그러던 중 우연히 방문한 미국 존스 홉킨스대에서 한 교수가 변 교수의 로봇 개발 얘기를 듣더니 “참 좋은 아이디어다. 그런데 내가 보기에는 그 기술을 활용해 청각장애우를 위한 수화인식 시스템을 만드는 게 더 의미가 있을 것 같다”는 조언을 해줬다. 이 조언으로 장애우를 돕는 휴먼 로봇과 시스템 개발에 눈을 뜬 변 교수는 그 후 음악 로봇 개발 대신 수화인식 시스템을 개발하는 쪽으로 연구 방향을 틀었다.
말하자면 변 교수의 음악 로봇 개발 계획이 센터 설립의 기반이 된 셈이다.
관심 모으고 있는 과학기술원내 복지로봇시스템연구센터
아직 상용화되지는 않았지만 과학기술원내 인간친화복지로봇시스템연구센터가 개발하고 있는 장애우를 위한 휴먼 로봇과 시스템의 구체적인 면면은 다음과 같다.
먼저 센터가 가장 앞선 기술로 내세우고 있는 시스템은 앞에서 언급한 수화인식 시스템이다. 5백여 단어를 인식하고, 특히 복합어를 92% 인식하는 한글표준수화통역시스템은 우리 나라 뿐만 아니라 세계에서도 가장 우수한 수화인식 시스템으로 평가받고 있다.
책임 연구원인 김정배 씨에 따르면 수화인식 시스템 개발의 최종 목표는 청각장애우가 이 시스템을 갖춘 기계의 도움으로 비장애우와 어려움 없이 대화를 나눌 수 있게 해주는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양방향 통신이 필수인데, 쉽게 말하면 비장애우가 타자를 치면 화면에 수화가 나타나고 반대로 청각장애우가 화면에 수화를 인식시키면 수화가 글이나 말로 변환 되어 나오도록 하는 것이 이 시스템 개발 목표다.
현재 센터가 개발한 시스템은 청각장애우가 센서가 달린 특수 장갑을 낀 상태에서 화면에 수화를 인식시켜야 하는 불편이 있다. 하지만 조만간 장갑이 없는 상태에서 수화인식이 가능하게끔 시스템 개발이 이루어지고 있다. 센터측에 따르면 이 시스템은 약 5년 후에 상용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며, 완성되면 초기 가격은 대략 2~3천만원대가 될 전망이고, 관공서에서 먼저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고 한다. 수화인식 시스템 개발과 연관돼 현재 센터에서 개발이 이루어지고 있는, 주목되는 또다른 시스템은 바로 텔레비전의 자막 방송 대신 수화 방송이 가능하도록 하는 수화방송 시스템의 개발이다. 이 시스템이 개발되면 텔레비전에 뜨는 자막을 수화로 자동 변환시켜주기 때문에 청각장애우의 방송 접근이 무척 쉬워질 전망이다.
센터에서 개발이 이루어지고 있는 또 다른 시스템은 장애우를 위한 재활공학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은 궁극적으로는 로봇과 첨단 시스템의 도움으로 전신마비 장애우가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혼자 생활이 가능하도록 해주는 것을 목표로 개발되고 있다.
먼저 현재 센터에서 개발을 마친 시스템은, 척수장애우가 볼마우스를 움직여 휠체어 전진 후진을 가능하게 하고, 또 전동휠체어에 장착된 로봇팔을 움직여서 바닥과 탁자위에 놓여 있는 물건을 집어 이동시킬 수 있다. 센터에서는 볼마우스를 움직이는 수동모드외에도 척수장애우가 간단하게 버튼을 눌러 로봇팔을 움직일 수 있는 자동모드 시스템도 이미 개발을 마친 상태이다.
현재 개발된 시스템이 척수장애우 중 손을 사용할 수 있는 장애우를 위한 시스템이라면 손을 사용할 수 없는 장애우를 위해 센터에서는 근전도 신호, 즉 장애우가 팔을 움직이려고 애쓰는 과정에서 생기는 신호를 잡아서 로봇팔을 움직일 수 있게끔 하는 시스템 개발도 95% 완성시켰다고 밝혔다.
그러면 만약 척수장애우가 근육마저 사용하지 못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센터에서는 말 그대로 전신이 마비된 장애우를 위해 눈 마우스 시스템 개발도 병행하고 있다. 개발 1년째인 이 시스템을 쉽게 설명하면, 전신마비 장애우가 휠체어에 앉은 상태에서 눈빛만으로 컴퓨터를 움직여 로봇의 도움으로 일상 생활을 불편없이 영위할 수 있게 해주는 시스템이다.
책임 연구원인 김도형 씨에 따르면 이 시스템이 개발되면 다른 부가장치 없이 특수 프로그램이 내장된 컴퓨터 위에 카메라를 설치한 다음 전신마비 장애우가 눈으로 지시하는 이미지를 카메라가 받아들여 컴퓨터를 작동시키고, 나아가 컴퓨터와 연결된 휠체어와 로봇을 움직이게 할 수 있다고 한다. 한마디로 로봇이 전신마비 장애우의 간병인 역할을 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시스템을 5년 안에 개발하는 것이 센터가 세운 목표라고 김도형 연구원은 말했다. 참고로 이 시스템의 최종 개발 목표는 눈빛도 필요없이 생각만으로, 즉 뇌파를 이용해서 로봇을 움직이게 만드는 것이라고 한다.
이처럼 다른 시스템은 한창 개발중인데 비해 센터에서 개발이 거의 이루어진 시스템이 하나 있다. 바로 사고로 누워 있거나 병을 오래 앓아 걷기 힘든 사람들의 보행을 돕기 위해 개발된 지능보행훈련사 로봇이 바로 그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은 로봇팔 조작기 부분에 붙어 있는 센서를 이용해 아래 이동부를 움직여서 환자가 직립상태에서 걷는 연습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시스템인데 개발이 거의 완료 됐다. 그래서 내년에 정상테크노라는 중소기업에 의해 상용화 돼서 병원에 보급될 예정이라고 한다.
시각장애우들을 위해서는 이동을 돕는 로봇 시스템이 개발되고 있다. 일명 가이드 케인(Guide Cane)이라고 불리는 이 로봇은 딱정벌레처럼 생긴 로봇에 무선 초음파 센서를 장착해서 시각장애우가 외출할 때 주변의 물체를 감지해 말로 알려주는 로봇이다. 맹도견 대용으로 개발이 이루어지고 있고, 현재 개발이 거의 완료됐다고 한다.
대학과 민간기업도 복지 시스템 개발 참여
과학기술원 외에도 장애우가 사용하기 편리한 복지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는 대학과 민간기업이 있다. 그 중에서 포항공대 기계공학과 염영일 박사는 현재 장애우 자가운전 특수차량을 개발중이다. 이 차량은 개발되면 먼저 중증장애우가 다른 사람의 도움을 전혀 받지 않고 자동차에 장착된 휠체어 리프트만을 이용해서 자동 승하차가 가능할 수 있게 된다고 한다.
그리고 차에 장착된 자동운전시스템으로 가속페달, 브레이크 페달, 핸들이 한 손만으로 모두 조작이 가능해 진다고 하는데, 이 조이스틱이 원격조종 리모콘과 다른 점은 접촉력이 전달됨으로써 운전자인 장애우가 실제 발로 페달을 밟고 핸들을 돌리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자동차에는 또 터치스크린과 음성인식장치 등이 탑재될 예정이다. 음성인식장치의 경우 가령 운전자가 “와이퍼 작동”이라고 말하면 실제로 와이퍼가 작동된다.
이 모든 장치가 장착된 자동차가 개발되면 장애우 운전자는 더 이상 장애로 인한 불편을 느끼지 않고 자동차를 운전할 수 있게 된다. 말하자면 꿈의 자동차가 개발되는 셈이다.
민간기업에서 개발된 복지 시스템은 최근 언론에도 소개된 바 있는 (주)다일정보통신이 개발한 안경형 무선 마우스가 있다. 전신마비 장애우가 안구의 움직임만으로 컴퓨터를 작동시켜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이 시스템은 현재 개발이 완료돼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이 시스템의 작동원리는 안경의 코받침과 다리 부위에 전극을 매입해서 장애우 눈에서 나오는 파장을 체크한 다음 컴퓨터에 그 신호를 보내 게임을 즐길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그러나 이 시스템은 현재 커서를 이동하고 마우스를 클릭하는 정도의 기능밖에 없어서 겨우 테트리스 게임만을 할 수 있을 정도밖에 실용성이 없다. 그래서 다일정보통신은 올해부터 장애우를 위한 스크린키보드도 개발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스크린키보드가 개발되면 왠만한 컴퓨터 작업은 모두 다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는 게 다일정보통신측 관계자의 말이다.
10년 후면 새로운 세상 펼쳐져
살펴본 것처럼 우리 나라에서도 장애우를 위한 로봇과 첨단 시스템이 속속 개발되고 상용화 되면 중증장애우들이 장애로 겪는 불편은 상당 부분 해소될 전망이다. 그러나 장애우들에게 새로운 세상을 가능하게 해줄 로봇과 첨단 시스템 개발에 걸림돌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우선 복지 로봇과 시스템 개발에 민간기업의 참여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위에서 소개한 로봇과 시스템은 모두 국가 프로젝트에 기대어 개발되고 있다. 실제로 과학기술원내 복지로봇시스템연구센터의 연구 작업은 거의 다 정부 프로젝트로 진행되고 있으며, 포항공대 특수차량 개발도 마찬가지다. 다일정보통신의 안경 마우스도 정보통신부의 지원을 받아 개발이 완료된 사업이다.
단적으로 말해 현재 민간 대기업은 돈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복지 로봇과 시스템 개발을 외면하고 있고, 정부 지원은 적다보니 결과적으로 복지 로봇과 시스템 개발에 충분한 연구비가 지원되지 않아 개발이 늦어지고 있어 향후 상용화에도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는 상태이다.
과학자들에 따르면 복지 로봇과 시스템 개발이 이루어지려면 기술자와 소비자 그리고 자본이라는 세 가지 요소가 맞물려 지원돼야지만 성과물이 나올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런데 우리 나라 실정은 현재 기술자만 있는 있는 상태라는 것이다.
그러면 소비자는 어떨까. 복지 로봇과 시스템이 개발되면 당연히 소비자는 장애우가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과연 장애우가 소비자 역할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다. 복지 로봇과 시스템을 개발하는 과학자들이 가장 염려하는 것도 바로 이 부분이다.
변증남 교수는 “산업용 로봇은 대량 생산에 기여하기 때문에 가격대가 높아도 큰 부담이 없다. 그러나 장애우는 대부분 경제적인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복지 로봇은 작동이 간단하고 가격이 저렴해야 한다. 이 부분을 충족시켜야 하기 때문에 개발에 어려움이 많다”고 털어 놓는다.
실제로 민간 회사인 다일정보통신의 경우 안경 마우스 개발을 완료했지만 과연 시장이 형성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
안경 마우스는 생산수량에 따라 변동이 있겠지만 약 10만원에서 20만원 사이에서 가격이 매겨질 것으로 보이는데 이 정도 가격도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장애우들이 구입하기에는 비싼 가격이기 때문에 팔릴 수 있다고 자신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다일정보통신측은 장애우단체나 정부가 대신 구매해서 장애우들에게 보급하는 것을 내심 바라고 있는데 이렇게 해서라도 판로가 확보되지 않으면 앞으로 더 나은 버전의 안경 마우스 개발은 사실상 힘들다는 게 이 업체 관계자의 말이다.
과학자들은 복지 로봇과 시스템 개발이 당면한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는 길은 결국 산업화밖에 없다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장애우를 위해 만든 로봇이 비장애우에게도 이롭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예를 들어 자가운전자들이 사용하고 있는 오토매틱 장치도 애초 개발은 팔 사용이 불편한 장애우를 위해 개발됐지만 지금은 비장애우들이 편리하게 사용하고 있는 것을 들어, 장애우를 위한 로봇도 개발되고 그 기술을 응용하면 비장애우들도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어쨌든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지만 장애우를 위한 복지 로봇과 시스템은 멈추지 않고 개발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리고 이 분야에 몸 담고 있는 국내 과학자들이 희망을 갖는 건 이 분야 연구가 다른 분야 연구에 비해 협조체계가 잘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장애우를 위한 로봇과 시스템 개발은 큰 이윤을 남기기 위한 개발이 아니라 인간을 위한 개발이기 때문에 다른 분야의 과학자들도 사심없이 복지 로봇 개발에 협조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복지 로봇과 시스템 개발의 미래는 밝다고 변증남 교수는 말했다.
그러면 과연 언제쯤 장애우들은 멋진 신세계에서 살 수 있게 될까? 과학자들의 말을 종합해 보면 앞으로 10년 정도 지나면 장애우들은 로봇과 시스템의 도움으로 상상하지 못한 새로운 세상에서 살 수 있게 될 전망이다.
로봇이 장애우에게 밥을 먹여주고 집안의 스위치를 켜고 꺼주며, 청각장애우들은 비장애우들과 불편없이 대화하고, 시각장애우들은 로봇의 도움으로 외출에서 불편을 전혀 느끼지 않는 그런 멋진 세상이 우리앞에 놓여 있다.
그래서 걸림돌이 전혀 없는 건 아니지만 과학기술의 발전은 누구보다 장애우들에게 큰 혜택을 줄 것이라는 결론에 자연스럽게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장애우 독립생활의 첨병 복지 로봇
산업혁명 이후 기계 문명의 발전은 날로 가속도를 붙여왔다. 그런데 21세기의 속도는 이에 비할 바가 아니다. 당장 향후 20년을 두고 보아도 상상할 수 없는 속도로 모든 것이 뒤바뀌리라는 예상이다.
첨단공학의 발전은 인간을 보다 편하게 할 것이고 더군다나 장애우의 생활에는 일대 혁명을 가져올 것이다. 물론 아직까지는 장애우와 로봇이라는 개념은 현실로 다가와 있지는 않다. 그러나 이제 선진국에서는 서서히 식사보조로봇 같은 간단한 로봇들이 병원에서 가정에서 장애우를 돕기 시작했다. 사실상 장애우을 돕는 로봇 개발은 30년 로봇의 역사와 같이 오래 전부터 시도되어 왔다. 현재 개발중인 로봇은 SF영화에서 볼 수 있는 로봇의 개념이라기보다는 로봇팔, 로봇보철, 휠체어 같은 간단한 장치에 불과하다. 이들 로봇들을 복지로봇(Rehabilitation Robot)이라고 부른다. 다시 말해 복지로봇은 메카트로닉스와 보장구가 결합된 성격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사실 이들 복지로봇들의 개발 배경은 단순히 장애우를 돕는 의미가 아니었다. 선진국은 이미 오래 전부터 장애우의 삶의 목표를 독립생활(Independent Living)의 실현에 두고 있다. 바로 복지로봇들을 독립생활 보장을 실현하는 첨병으로 개발되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 92년 일본의 한 장애우단체는 장애우들을 대상으로 로봇에 관한 앙케이트를 했는데 응답자 중 55%가 로봇에 의한 도움을 희망했다. 로봇에게 가장 기대하는 것은 ‘높은 곳과 낮은 곳에 있는 물건, 무거운 물건을 가져오는 것’이었고 다음으로 ‘계단 오르기의 도움’이었다. 반면 배뇨·배변의 도움은 자존심 때문인지 가장 바라지 않는 희망이었다.
한편, 치료전문가(병자 등의 재활치료전문가)에 대한 앙케이트에서는 60% 이상이 ‘훈련작업의 간소화’, ‘훈련성과의 수치화’, ‘중노동의 경감’의 세 가지 측면에서 로봇이 도움이 될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또한 로봇이 도와주기에 적격인 도움은 ‘휠체어-침대간의 이승’을 가장 많이 들었고, 재택에 있어서 로봇의 보조·개호를 기대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일본은 21세기 초고령화시대에 대비해 의료·복지 체제를 충실하게 다질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에 따라 의료·복지 분야에 로봇을 결합하는 것을 기대하고 있다.
또한 21세기에는 20세기에 다져온 과학기술이 꽃을 피워 정보, 통신, 의료, 복지, 바이오, 생명분야에 있어서 대폭적인 진보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이에 대한 국제 경쟁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미국에서는 벌써부터 2020년의 제조업에 대한 전망이 논의되었고 그에 대한 보고서에서 항공기, 바이오테크놀러지, 신소재, 마이크로 전자 공학, 컴퓨터 및 소프트웨어, 전기 통신, 로봇과 공작기계 등 7개 주요 분야가 거론되고 있다. 이에 뒤쳐질새라 일본정부도 바이오테크놀러지, 정보통신, 기계, 화학, 에너지, 의료.복지, 재료, 환경 등을 중심으로 과학기술의 강화를 진행시키고 있다. 일본은 이들 분야 중 대부분 미국보다 우위에 서있는 것으로 자신감을 갖고 있다. 다만 로봇과 공작기계에 대해서는 아슬아슬한 우위를 점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해 로봇분야에서의 미국의 부활 조짐을 경계하고 있다.
현재의 복지공학은 아직은 ‘학문’으로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체계적이지는 않고 개별 케이스에 대해 복지기기를 개발하고 있는 정도이다. 복지공학은 공학 기술뿐만 아니라 의학, 이학, 사회학, 심리학, 교육학, 경제학 등 다양한 분야가 복합된 첨단공학이다. 더 나아가 장애우와 고령자의 생활과 관련된 모든 것이 복지공학의 대상이다. 반면 비록 기계지만 재활로봇은 직접 인간과 접촉하기 때문에 산업용 로봇에는 없는 특별한 기능을 요구한다. 즉 인간과 좀더 친근하고 장애우와 고령자가 사용하기에 편리해야 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복지로봇이란 무엇인가?
복지로봇의 종류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일본 하마하츠 공업기술센터의 분류 기준에 따르면 아래와 같이 다섯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복지로봇 : 기능회복을 목적으로 한 로봇이다. 생활지원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고 주로 병원과 훈련센터등에서 치료사들의 지도 아래 이용된다.
●개조로봇 : 고령자·장애우가 직접 조작하는 로봇이다. 자기 생활에 필요한 기능 동작을 실현하고 개조자의 수고를 경감 또는 불필요하게 한다.
●개호로봇 : 고령자·장애우가 직접 조작하지 않고 개호인이 조작을 한다. 생활의 일부를 원조하고, 개호자의 부담을 경감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간호보조기기 : 로봇으로서의 기능은 아니지만 고령자·장애우의 잔존 기능을 살려준다. 또는 부족한 기능을 보충하기 위한 기구이다.
●사회참가 지원 로봇 : 기본적으로는 개조로봇과 같은 기능을 가진다. 장애우의 직업활동을 돕는 등 특정의 작업에 종사시켜 장애우의 활동을 지원하는 로봇이다.
구체적으로는 영국의 핸디(HANDY) 1이나 일본의 마이스푼(MYSPOON)같은 식사보조 로봇, 휠체어 로봇, 애완용 로봇, 수화통역 로봇, 몸을 일으켜 주는 로봇, 재활운동을 보조하는 로봇, 로봇 의지, 안내견 로봇, 절개를 가능한 한 적게 하고 효율적으로 수술을 돕는 로봇, 생산작업 보조로봇(탁상작업 등), 배설, 입욕, 옥내 이승 등 생활을 돕는 로봇 등이 현재 개발 중에 있다.
복지로봇은 아직은 생경하고 차갑게 다가오는 존재이다. 복지로봇의 탄생배경이 장애우의 독립생활을 보장하고 개호인의 힘을 덜어주는 것이라지만 사람이 도와도 충분한 일을 로봇이 해결해 준다는 사실이 신기한 한편 비인간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이러한 면을 고려하여 로봇개발자들은 좀더 인간다운, 장애우의 심리를 알아내는 방식으로 개발하려 하고 있다. 혹시 또 모르겠다. 미래의 언제인가 정말 인간같은 로봇이 개발되어 내 마음을 잘 알아 준다면 로봇하고 결혼하고 싶을지도.
중증장애우 도우미 로봇 HANDY 1
핸디 1은 현재 가장 보편적인 로봇으로 영국에서 개발되었는데 현재 병원이나, 가정, 장애우 시설 등 현장에 많이 투여되어 장애우의 삶을 활발히 돕고 있다. 가격이 아직은 비싸 대여형태로 이용되고 있다.
핸디 1은 1987년 마이크 토핑에 의해 개발된 로봇으로 11세 뇌성마비 소년이 남의 도움없이 식사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기 위해 개발되었다. 이는 몇 가지 일상 기능상에 가장 심한 장애를 갖고 있는 사람을 돕도록 만들어진, 현재까지 가장 성공적이며 저비용의 상업용 로봇 시스템으로 평가받고 있다.
오늘날 유럽공동체 전체를 통해 연령구성이 변화(노령화)하고 있기 때문에 핸디 1 같은 서비스 로봇의 수요가 증대되고 있다. 현재 인구의 약 10-14% 정도가 조금 더 건강한 사람들에게 도움을 받고 있는 장애우들로 이루어져 있다.
첫번째 기본타입은 3개월 이내에 완성되어 재가장애아들을 대상으로 시험되었다. 시스템은 성공적으로 작동해 사용자에게 인기가 있었으나 디자인에 다소 결함이 있었다. 당시 시스템은 아동이 가족들과 한 장소에서 함께 식사하는 것이 불가능할 정도로 부피가 지나치게 컸으며 조작하기 쉽다고는 해도 숙련된 간호인이 셋업해야만 했다.
다양한 장애우 집단의 요구에 맞추는 것이 가능한 사용자 인터페이스 선택을 위해 하나의 스위치 입력으로 간단하게 실행하는 방식을 도입했다. 이 방식은 지난 10년 이상에 걸쳐 많은 장애우 그룹들이 핸디 1을 성공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가능함을 성공적으로 입증했다. 핸디 1 같은 시스템의 필요성은 나날이 증대하고 있다. 핸디 1의 간단하고 다양한 기능은 모든 장애우 집단과 간병인들에게 있어서 매력이 높아져가고 있다. 그 시스템은 장애우들에게 더욱 커다란 자율성과 독립성을 제공하고 그리하여 자신감을 높여 주고 의욕을 부추기고 ‘정상’적인 환경으로 통합되는 기회를 강화시키는 것을 가능하게 한다.
핸디 1의 작동 방식은 다음과 같다.
식사 모드
그릇섹션에 디자인되어 있는 광선 주사 시스템은 사용자가 접시의 어떤 부분에서도 음식을 고를 수 있도록 되어 있다. 간단히 말해 시스템이 켜지고 칸이 나누어져 있는 음식 접시에 음식이 가지런하게 정돈되면 일련의 7개의 광선들이 음식접시 뒤에서 왼쪽부터 오른쪽으로 탐색을 시작한다. 사용자는 단지 먹고 싶은 음식 칸의 뒷부분에 광선이 주사하도록 기다렸다가 바로 핸디 1을 작동하는 한 개의 스위치를 누른다.
로봇은 그 때 선택된 접시의 칸으로 진행해 선택된 한 스푼의 음식을 떠내고, 그것을 사용자의 입 위치로 향하게 한다. 사용자는 그 때 자신에 맞는 속도로 음식을 옮겨오고 다시 스위치를 눌러 접시가 빌 때까지 과정을 되풀이한다. 탑재된 컴퓨터는 접시에서 음식이 선택된 곳의 자취를 기억하고 자동적으로 비어있는 지역들을 우회해 시스템을 조사하도록 제어한다. 쟁반에 디자인되어 있는 제8의 빛을 사용하면 사용자들은 식사하는 동안 어떤 지점에서라도 음료수에 접근할 수 있다.
씻기/면도/양치질 모드
핸디 1은 스펀지를 집어들고, 물그릇을 향해 움직여 배어있는 액체를 짜내고, 비누를 스펀지에 문지르고 얼굴 부분으로 가져가게 한다. 사용자는 얼굴을 씻고 난 후에 물로 헹구고 따뜻한 공기로 말리는 옵션들을 이용해 세수를 마칠 수 있다. 또한 전기면도기는 그릇 섹션 위에 완전하게 맞추어지고 칫솔과 물컵은 입을 헹궈내도록 맞추어진다. 이 모든 아이템들은 골라낼 수 있고 어떤 명령이라도 사용할 수 있다. 면도기와 칫솔은 단순하게 제어할 수 있고, 얼굴 또는 입의 다양한 부위에 위치를 옮겨 면도 또는 치아 위생이 효율적으로 유지될 수 있게 한다.
화장하기 옵션
핸디 1이 각 화장품들 근처에 일련의 빛을 가동하여 조사를 시작해 빛이 차례차례 원하는 화장품 근처에서 불을 비출 때 사용자가 단지 한 개의 스위치를 작동시키면 이 지점에서 핸디 1은 정확한 솔 또는 화장품을 바르는 주걱과 브러셔, 파운데이션, 립스틱, 아이섀도우 등을 정확하게 합해 발라준다. 화장품이 주걱에 발라지면 사용자가 화장을 할 수 있도록 적당한 얼굴 지점에 위치하도록 한다.
시각장애우 안내 로봇 Guide Cane
로봇 흰지팡이는 지능형 지팡이로서 시각장애우를 어떤 장애물이 있어도 안전하게 길을 안내하는 로봇이다. 로봇 지팡이의 외관은 약간 직립한 청소기를 닮아있다. 전방을 조사하는 초음파 감지 장치들이 초승달 형태로 배열되어 있고 내장한 컴퓨터가 감지장치로부터 자료를 해석해 50 밀리초(1천분의 1초)마다 최상의 길을 계산하고, 일정한 방향으로 이끈다. 시각장애우는 몇분이면 조작법을 익숙하게 익혀 지팡이가 이끄는 대로 따라갈 수 있다. 시각장애우 중 맹인안내견을 돌볼 수 없는 이들에게는 유용한 동반자이다. 그러나 현재로는 장애물이 돌출하는 것을 감지할 수 없고 평탄한 표면에서만 사용할 수 있고 또한 계단들에 대해서도 대처할 수 없는 단점이 있다. 앞으로 이 로봇은 광역 위성수신기를 결합해 최적의 코스를 따라 이끌도록 개발될 예정이다.
애완동물 로봇
제25회 일본의학회 주최 ‘생명의 박람회’에 출품된 이 로봇은 고령자의 쾌적한 생활에 도움을 주는 고령자용 커뮤니케이션 애완동물 로봇으로 장애우나 노인의 의논상대가 되어 주는 역할을 함으로써 정신적인 보호를 해준다. 또한 프라이버시를 침해하지 않고 독거생활의 안전성도 확인할 수 있다.
이 로봇은 사용자의 음성과 내장된 센서를 이용해 사람과 접촉하여 응답하는 신기술로 표정, 몸짓, 동작, 음성 인식 등이 가능하고 사용자에게 말을 걸기도 한다. 즉 간단한 일상회화를 나누고, 애완동물처럼 애교스런 행동으로 응답해 이용자에게 말을 할 기회와 자주적 행동을 재촉하고 정보를 제공한다. 또 다른 역활은 원격지에서 사용자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하지 않고 안전하게 생활하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도 있다.
글/ 함께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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