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성마비연구회 바롬의 마라톤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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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알고 있듯 마라톤의 역사는 승리를 알리는 인간한계의 도전으로부터 시작되었다.
그리고 그 도전은 결코 끝나지 않을 것이기에 오늘날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그 한계에 도전한다.
지난 3월 19일 동아마라톤대회장에는 다른 사람들에 비해 유난히 힘겨운 발걸음을 떼어놓는 사람들이 눈길을 끌었다. 극도로 강한 정신력과 체력이 요구되는 마라톤이지만 이들의 움직임은 다른 참가자들과는 사뭇 달랐다. 이들은 뇌성마비장애우들이었기 때문이다.
뇌성마비인들의 복지와 권익을 연구하고 되찾는 운동을 펼쳐 나가고 있는, ‘바롬’ 회원들이 바로 그들이다. 이들 가운데 장애우 김종락 회원이 선두에 서서 42.195km인 풀코스를 서민성, 정윤수, 표기돈 씨 등의 장애우와 오영진 씨 등 자원활동자들과 함께 5km씩 나누어 뛴 것이다.
그 가운데 바롬회 대표이사이자 3급 뇌성마비장애우인 배용환 씨는 전코스를 완주해 더욱 눈길을 끌었다. 배용환 씨는 다섯 번의 마라톤 참가경력과 42.195km풀코스 완주를 네 번이나 마친 기록을 소유하고 있다.
이들 뇌성마비인들이 이 마라톤대회에 참가한 것은 조금은 비장한 각오와 의지에서 비롯됐다.
바롬에서 펼치고 있는 자립생활운동의 홍보 및 후원을 위한 절절한 몸부림이었던 것이다. 자립생활이란 장애우들이 가족의 일방적인 보호라는 틀에서 벗어나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설 자리를 찾음과 동시에 독립된 주거공간을 장애우의 필요에 맞게 개선하고 전반적인 생활환경에 적응하여 사회인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이같은 자립생활은 모든 장애우들에게 제일 큰 희망이지만 재정적인 문제해결은 커다란 걸림돌이 되고 있다. 그러나 동정의 의미가 담긴 일방적인 후원은 바라지 않는다. 먼저 장애우들이 할 수 있는 한 열심히 노력하여 그 노력의 대가로 부끄럽지 않은 후원을 받는 것을 바랄 뿐이다. 이러한 자신들의 마음을 알릴 수 있는 기회로 이들은 지난 해에 이어 마라톤대회를 택한 것이다.
흔히 마라톤경주는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라고들 한다. 그리고 이날 바롬회원들이 거둔 승리의 의미는 또 다른 무게로 우리들에게 다가오고 있다.
바롬의 도전
자원활동자들은 훨체어를 밀며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출발하였다. 휠체어에 앉아있는 장애우 선수들은 다른 사람과 부딪히게 되면 중심을 잃어 아스팔트 바닥 위에 넘어질 수도 있었으나 몸을 밀치는 가운데서도 휠체어가 지나갈 길은 훤히 뚫려 있었다.
선수들 물결 위로 휘날리는 바롬의 깃발. 출발은 순조로웠다.
바톤을 넘겨줄 세 번째 코스인 구의역 물보급코스에서는 일반 선수들이 스폰지에 흠뻑 적신 물을 머리에 붓고 마시며 갈증을 해소했다. 선수들의 행렬이 1/4정도 가량 지났을 때 바롬의 깃발이 보였다. 다시 바톤터치. 강동구청, 올림픽공원을 지나 여섯 번째 바톤터치 지점인 복정역에서 다시 선수들을 기다렸다. 중간 선두에서 달리던 선수들의 얼굴은 지친 기색이 역력한 모습이었다. 그 많은 선수들이 하나 둘 드문드문 보이기 시작하였고 차량의 통제를 막던 경찰들도 서서히 통제를 풀기 시작하였다. 신호를 기다리던 차량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도로 위를 꽉 메우기 시작했다. 예정된 시간을 약 한 시간 가량 초과한 시간이었지만 카메라에 달린 망원렌즈로 뚫어져라 보아도 선수들의 보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10분정도 지났을 무렵 누군가 선수들이 온다고 외쳤고 서서히 모습이 보이기 시작하였다. 기뻐할 여유도 없이 다시 바톤터치. “(헉헉)오는 도중에 휠체어가 고장났어요. 그래서 휠체어를 버스에 싣고 뛰어 왔어요.”
1급의 장애가 있지만 다행히 도보가 가능했던 선수는 땅바닥에 털썩 주저 앉아 엄지손가락 하나를 내보였다. 경찰들의 철수로 도로 위는 차량들로 메워져 있었고 도보 위를 달릴 수는 없었다. 울퉁불퉁거리는 보도블럭이 깔린 길을 달리면 중심을 제대로 잡지 못하는 장애우선수들의 척수에 무리가 가기 때문이다. 선택, 아스팔트 위를 선택했다. 쉭쉭 바람소리를 내며 달리는 차량들과 함께 달리기로 했다. 몇 만원의 참가비를 내고 참가한 선수들에게는 마지막까지 보호를 받으며 달릴 권한이 있다. 그런 선수들을 끝까지 지켜주지 못한 운영자 측에 약간의 아쉬움이 남았다.
마침내 종합운동장에 다다랐다. 반겨주는 이가 많지는 않았지만 그들의 박수소리가 경기장안을 휘감으며 가슴 속으로 배가되어 느껴졌다. 배용환 선수는 장애를 가진 몸으로 완주를 했지만 다른 장애우 선수들은 자원활동자들의 도움을 받아 경주를 마칠 수 있었다.
이렇게 뒤에서 밀어주는 이들이 있어 바롬의 마라톤완주는 성공했다 . 아마도 다음 해, 바롬의 도전은 자원활동자와 가족들 또는 이웃들이 함께 하는 도전이 될 것이라 기대한다.
글/ 함께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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