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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연재

[사진이 있는 이야기] 우리 함께 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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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우리 나라에서는 소수의 사람들에게만 알려져 있는 ‘근육디스트로피’라는 장애는 심장질환이나 폐질환 등 잘 알려진 다른 질환들보다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생소하게만 들리는 진행성 장애다. 이에 한국근육디스트로피장애인협회(잔디네)에서는 환우들과 그 가족들에게 새롭게 삶의 의미를 부여하고 아직까지는 일반인들에겐 생소한 근육디스트로피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국내 최초로 2명의 장애우가 전동스쿠터를 타고 약 20일간 약 7백킬로미터에 이르는 국토를 종단하는 일정에 나섰다.
이 행사의 주인공인 김진우(25) 한성학(16) 군은 ‘열린의사회’에서 기증한 전동휠체어를 타고 부산 - 대구 - 광주 - 대전을 거쳐 서울에 이르는 대장정에 나선 것이었다.
보도가 아닌 일반 도로를 자동차와 함께 달리는 것이 과연 얼마나 안전할까?
일반 자동차들은 고속도로보다는 국도에서 천천히 달리지만 그래도 시속 100km를 넘게 달린다. 시원하게 뚫린 도로에서는 입고 있던 노란색 조끼 때문에 반대편 차선들의 눈에 쉽게 띄어 괜찮았지만 국도의 경우 커브길이 좁아서 오르막에서 반대편의 차들이 중앙선을 넘어 달리기 일쑤여서 큰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고, 또한 조금이라도 울퉁불퉁한 도로가 나오거나 기울어진 도로에서는 중심을 잡기가 힘들어 좌우로 흔들거리거나 넘어질 수도 있다.
진우 씨는 도로에서 넘어져 얼굴에 작지 않은 흉터가 하나 생겼다. 몸의 중심을 잡기 힘든 근디스트로피 장애우들에겐 휠체어에 앉아 있다가 옆으로 넘어지는 것으로도 치명적인 사고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모든 위험을 감수하고 이들은 세상에 도전장을 내밀었던 것이었다.
비록 힘차게 휠체어의 노를 젓는 역동적인 모습은 아니었지만 이들은 뜨거운 태양빛과 자동차의 매연과 길가에 널려있는 조그마한 자갈들과 싸웠고, 바로 그것은 현 사회 장애차별과의 싸움이었다.
이들의 도착지점은 장애우의 날 행사가 펼쳐질 올림픽공원 역도경기장. 약 1만명의 장애우와 그 가족들 앞에서 중증장애우도 어떤 일이든 할 수 있다는 희망과 용기를 심어주려고 도착지점을 장애우의 날에 맞추어 잡았다.
드디어 장애우의 날 행사가 열리는 올림픽공원에 도착한 주인공들, 그러나 열렬한 응원의 박수소리는 나지 않았다. 행사공연 기획에서 이들의 등장이 계획일정에 잡힌 상태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행사 진행자들의 도움으로 다른 많은 장애우들과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행사장 무대에 서서 소감과 함께 중증장애우의 사회 참여와 일반인들의 근육병 인식개선에 대한 홍보를 했다. 김진우, 한성학 군은 장애우의 날의 주인공이 되어 고된 일정에 대한 고단함을 말끔히 씻긴 듯 했다.
남들보다 건강하지 않은 몸이지만 이들이 그렇게 고단한 일정을 자청하고 나섰던 데에는 이 한 마디를 하고파서 였을 것이다.
“우리 함께 살아요.”
무대를 내려온 이들의 얼굴에는 피곤한 모습이 역력하였지만 연신 흐뭇한 미소가 사라지지 않았다.


글/ 함께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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