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현장의 주체 선 정신지체인들, 노동분과
본문
노동현장 방문팀은 첫날 ‘뿌꾸뿌꾸회’ (회장 무라와끼 - 뇌성마비 1급)를 방문했다. 뿌꾸뿌꾸회는 장애우와 비장애우가 함께 일하는 8개의 연합 공동작업장으로 쿠키, 커피숍, 빵 등을 만들어 판매하고 잇는 모임이다.
뿌꾸뿌꾸회 본부에서는 쿠키를 만들고 있는데 이 곳에서는 뿌꾸뿌꾸회를 전체적으로 총괄하고 정신지체인 15명과 비장애우 5명이 함께 쿠키를 만들어 지역 내 학교와 스포츠센터, 편의점에 쿠키를 내놓고 있었다. 견학에 앞서 한국참가자들은 뿌꾸뿌꾸회를 알리는 다큐멘터리 비디오를 함께 시청했는데 거기에서 보면 뿌꾸뿌꾸 쿠키는 맛있고 값싼 쿠키로 널리 알려져 다양한 형태의 판매점에서 많은 양이 팔리고 있었다. 특히 정신지체인 15명이 쿠키 제조 과정에 다양한 형태로 참여하고 있었는데, 이 중 자폐증을 가진 한 정신지체인이 쿠키 모양을 만들어내는 일을 하다가 노래를 부르고, 그러다가 힘이 나면 다시 일을 하는 행동을 반복해 비디오를 보는 한국 참가자들의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이튿날 우리 노동 현장 방문팀은 뿌꾸뿌꾸회가 운영하고 잇는 스포츠센터 내의 작은 커피숍을 방문했다. 이 곳은 2명의 정신지체인과 1명의 비장애우가 약 15평의 작은 커피숍을 운영하고 있었다. 비장애우는 주로 음식을 만드는 일에 종사하고 있고 2명의 정신지체인은 손님에게 서빙과 탁자 치우기, 설거지 등을 하고 있었다. 그 중에서 관건은 1명의 정신지체인이 계산대에 배치되어 수입 지출을 관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여자친구가 있느냐는 질문에 “그런 질문은 실례예요. 그렇지만 애인이 없어서 약간 외롭습니다”라고 말해 질문한 한국측 참가자가 잠깐 어색해하기도 했다. 말하자면 자신이 동성애자일 수도 있으니 여자 친구가 있느냐는 질문보다는 애인이 있느냐고 질문해야 옳고, 또 사생활에 해당되니 그런 질문은 하지 말라는 뜻인 것이다. 한국과 다른 일본 사회의 문화를 경험한 하나의 에피소드였다.
한편 우리가 점심을 먹기 위해 방문한 곳은 우리 나라의 국립재활원과 같은 의료.직업재활센터로서 그 곳에서도 커피숍, 꽃집, 옷가게, 제과점 등을 정신지체인과 비장애우가 함께 운영하고 있었다. 이어 약 1시간여 거리에 있는 미노시의 장애우고용지원센터를 방문했다. 이 곳은 미노시가 운영하는 장애우 직업 훈련 기관으로 1층짜리 집에 약 20여평 규모였다. 이 안에 사무공간과 직업 훈련 공간이 탁 트여 있었고 약 10여명의 정신지체인이 직업 훈련을 하고 있었다. 직업 훈련 직종은 햄스터 변기통(350ml의 모래 주머니를 저울에 다는 일)을 만들거나 비닐 봉투의 끝을 묶는 작업 등을 훈련하고 있었다. 이런 직업 훈련은 대체적으로 약 1년여 기간을 정하고 있으나 빨리 적응을 하게 되면 관련 직종의 회사에 취직이 되고 취직 된 이후에 사후 관리까지 이어졌다. 3년 전에 설립한 이 센터에는 취업 장애우 수가 십여명이 넘고 이들은 한 달에 1번의 모임을 가지며 자신의 일과 자신의 처지에 대해 동료 상담등을 하고 있었다.
23일 오후에는 미노시가 위탁하여 장애우 단체가 운영하고 있는 재활용센터를 방문했다. 인근 산 중턱에 자리 잡아 더없이 상쾌한 공기를 마실 수 있는 곳에 위치한 재활용센터는 주로 병을 재활용할 수 있도록 분리하는 작업을 하는 공간이었는데, 여기서는 2급의 정신지체인 10여명과 비장애우 9명이 일을 하고 있었다. 일하는 환경이 썩 좋지 않은 관계로 다른 일에 비해 보수(12~15만엔, 한화 120~150만원, 보통 공동작업장에서 일하는 장애우의 월 보수는 7~12만엔, 연금으로 월 8~12만엔이 나오니까 15만엔에서 20만엔의 월 수입인 셈이다. 공동작업장에서 일하는 비장애우의 월 보수는 평균 20만엔)가 상당히 높았다. 그리고 이어 방문한 곳도 역시 장애우와 비장애우가 공동으로 운영하고 작업하는 꽃집과 음식점, 고서점 등이었다.
노동분과는 사회복지를 전공한 사회복지사가 거의 없었지만 있다 하더라도 본인이 전문가로서 장애우에게 어떤 것을 제공하고 조정하고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장애우와 함께 일하는 사람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과 우리 사회에서는 일하는 사람으로서 가치를 인정받지 않는 정신지체인이 노동현장의 주체로서 땀을 흘리고 있다는 현실 자체가 우리에게는 ‘충격’ 그 자체였다. 우리가 받은 이 ‘충격’이 ‘희망’으로 새롭게 태어날 그날을 위해 매진키로 하자.
글/ 박옥순 (장애우권익문제 연구소 정책교육부장) 사진/ 류승남
Copyright by 함께걸음(http://news.cowalk.or.kr)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