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의 수상한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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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장애우 고용에 관련된 일을 하겠다는 한 민간단체가 노동부로부터 설립인가를 받았다. 그 동안 노동부가 사단법인 허가를 내준 단체는 2백26개나 된다. 그러나 설립목적이 장애우위 고용촉진과 직업재활인 단체가 설립인가를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래서 노동부로부터 설립인가를 받은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에 장애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공단 노조, 노동부 비난하는 성명서 발표
지난 3월 22일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이사장 이승환. 이하 공단) 노동조합은 눈길을 끄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성명서는 첫머리에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회장 박명호)가 설립되었다는 것을 문서 공람을 통해 알게 되었다. 그러나 협회의 설립을 둘러싸고 노동부와 공단이 장애우 고용촉진사업을 망쳐 놓으려 한다는 판단을 하게 됐다"며 "고용안정협회의 설립이 가지고 있는 엄청난 의미와 설립과정에서의 의혹과 문제점들에 대해서 의문을 제기한다"고 밝혔다.
이어 성명서에는 "공단 사업의 민간위탁이라면 최소한 수탁단체의 사업계획에 대한 업무수행능력, 조직편제 등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반드시 있어야 하는데 설립회원 37명에 법인설립이 채 20일도 안된 단체에 무엇을 근거로 공단의 주요사업을 위탁할 수가 있는지 심히 궁금하다. 원활한 사업수행이라는 미명하에 공단의 업무 관련 직원들을 파견 또는 지원하려고 하는 의도는 가뜩이나 인력이 부족한 현재의 상황에서 장애우고용촉진 본연의 업무에 지장을 초래할 것이고, 이는 곧 수많은 장애우를 우롱하는 결과에 다름 아닐 것"이라며 고용안정협회가 공단의 업무를 위탁받을만한 능력이 있는 단체인지를 의심했다.
고용안정협회가 아직 공식적으로 공단 업무를 위탁받지 않았는데도 공단 노조가 성급하게 이런 내용이 담긴 성명서를 발표한 것은 협회가 설립인가를 받은 직후인 지난 3월 16일, 공단측이 공단 각 부서의 잉여책상과 의자, 그리고 컴퓨터 등 일체의 사무용기 자재를 수리하여 협회에 기증하고 그에 대해 공단 직원마저 파견하여 지원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그 동안 공단이 맡아 주관해오던 "지방기능경기대회를 고용안정협회로 위탁해 달라"는 공단측의 요청이 공단의 상급직원을 통해 노동부로 들어간 것으로 알려지면서 노조의 반발을 산 것이다.
한편, 고용안정협회 설립을 바라보는 장애계의 여론도 공단 노조의 반응과 크게 다르지 않다.
"원칙적으로 공단 업무를 민간이 위탁하는 것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입장이다. 그러나 단체를 설립하는 과정에서 공론화 절차를 생략했을 뿐 아니라 위탁을 전제로 한 사단법인 허가라는 인상마저 주고 있어서 뭔가 다른 의도가 숨어 있을 거라는 의혹을 갖게 된다. 만일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노동부는 같은 태생의 기관을 두 개 이상 만드는 꼴이 되고 업무만 이중으로 분리대 결국 혼선을 빚게 될 것"이라고 한 장애우 단체장은 지적하고 있다.
노동부 장애인 고용과장 문책 요구
장애우 고용에 관련된 일을 하겠다는 한 민간단체가 노동부의 인가를 받은 것이 장애계에 이처럼 큼 파장을 일으키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에 대해 공단 노조는 성명서를 통해 "노동부 장애인고용과 과장과 공단 고용촉진이사, 지체장애인협회의 긴밀한 협조 체제하에 고용안정협회 설립이 준비되고 인가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꼬리를 물고 있다"
이어 "이 단체의 회장이 지체장애인협회 상임이사라는 점이 눈길을 끈다. 작년 공단 복지부 이관문제에 있어 지장협은 공단의 노동부 존속을 주장하며 장애계의 바람을 막아주었다. 이에 대한 반대급부로서 고용안정협회라는 단체 설립이 가능했고, 이를 통해 지방장애인기능경기대회에서 부터 전국대회, 채용박람회, 보호작업장지원, 취업알선 등 대부분의 공단사업을 가져가려고 하는 것은 아니냐"며 의혹에 대한 근거를 제시한다.
덧붙여 공단 노조 관계자는 "협회의 상임이사가 지장협의 중앙회장 장기철 씨라는 점과 협회가 노동부로부터 설립인가를 받을 때 밝힌 소재지가 지장협 중앙회 사무실 주소와 같았다는 것, 또 최근 옮긴 사무실은 지장협 서울시협회와 같은 건물"이라며 "협회와 지장협은 이름만 다르지 내용은 같은 단체"라고 의혹에 신빙성이 있는 주장을 했다.
그런가 하면 장애계 한 관계자는 또 "노동부가 공단 이관을 막기 위해 공단 업무를 민간에게 위탁한다는 미끼를 던진 것이고, 장기철 회장의 도덕성과 비리의혹으로 복지부에서 예산을 받기가 점차 어려워진 지장협이 그 돌파구로 설립한 것이 고용안정협회다. 이렇게 부실하게 탄생한 협회가 공단을 대신해 제대로 일을 할 수 있으리라고는 기대하지 않는다"고 평했다.
이에 대해 노동부 장애인고용과 김동남 과장은 "지난 해 기획예산위에서 공단의 구조조정을 통해 사업을 민간에게 위탁하고 직원을 줄이라는 지시가 있었다. 고용안정협회는 특별한 하자가 없어 법인허가를 한 것이다. 다른 단체에서도 정관을 고쳐 사단법인 신청을 하면 받아줄 것이다. 그러나 노동부는 설립인가만 할 뿐 정작 공단의 사업을 위탁하느냐 마느냐는 공단에서 알아서 할 일"이라고 답변했다.
그리고 공단 노조 성명성에서 거론되고 있는 박승규 고용촉진 이사는 성명서가 나온 후 바로 노조 관련자를 불러 "본인은 이 일과 무관하다"고 해명했다고 한다. 박 이사는 기자와의 전화인터뷰에서도 "나는 분당센터 소장으로 있다가 올 1월말에 본사로 올라와 이 일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 그리고 공단사업 위탁은 최종적으로 노동부에서 결재가 떨어져야 가능한 일"이라고 말해 노동부 김 과장과는 대치되는 발언을 했다. 공단 사업과 관련해서 공단과 노동부 사이에 혼선이 빚어지고 있음을 드러내는 부분이다.
한편 공단 노조측은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가 법인신청을 하면서 제출한 서류 중 정관이 완성되지 않았음에도 조건부 승인을 해준 사실이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노동부 김 과장은 "협회의 정관에 약간의 문제가 있어 시정지시를 한 것은 사실이지만 지금은 보완해서 별 문제가 없다"고 말했는데 이는 "하자가 없어 사단법인 신청을 받아 준 것"이라는 자신의 발언과도 서로 엇갈리는 대답이다.
3월말 현재 공단 노조는 위와 같은 의혹이 계속 불거지고 있는 것과 더불어 장애인고용과장의 지나친 업무간섭 및 지시일변도로 공단을 좌지우지해 온 것에 대해 노동부장관에게 노동부 장애인고용과장을 문책하라는 공개서한을 보냈다.
단체 이익만을 위한 행동이었나?
지장협과의 연관설, 노동부와의 사전 밀약설 등에 대한 협의회의 입장을 듣기 위해 기자는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박명호 회장과의 전화인터뷰를 시도했다.
그러나 박 회장은 "노동부 산하 사단법인체가 하나 더 생기는 게 뭐 그리 대수로운가? 모든 법인이 설립될 때마다 그렇게 떠들썩하게 알리는가?"라고 반문하며 "기자들이 자꾸 같은 질문을 해 오기 때문에 조만간에 기자회견 자리를 마련 할테니 그 때 보자"고 답변했다. 그러나 기자회견을 언제쯤 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아직 일정이 잡혀 있지 않아 말할 수 없다"며 말꼬리를 흐렸다.
이처럼 협회측에서 공식적으로 입장을 밝히는 것을 꺼리고 있어 그 내막을 자세히는 알 수 없으나 지방지능경기대회를 협회로 위탁해 달라는 공문이 공단과 노동부 사이에 오간 것으로 알려지면서 지장협 내의 분위기가 상당히 고무된 것으로 전해진다.
지장협은 이어 사업 위탁이 아니면 예산지원을 요구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노동부는 고용촉진법의 개정안에 장애우단체를 지원하는 항목이 명시돼 있기 때문에 개정안이 통과될 때까지 기다려달라는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때문에 지장협 주도로 설립된 고용안정협회는 노동부에서 올린 장애인고용촉진법 개정안이 하루 빨리 통과되도록 하기 위해 앞으로 더욱 적극적인 활동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신문을 통해 이 같은 사실을 접했다는 장애우 박 아무개 씨는 "4백50만 장애우의 권리회복을 위해 설립된 단체라고 자칭하던 지장협이 지난 해 장애인 직업재활법 제정을 반대하고 고용촉진법 개정을 촉구하는 대규모 시위를 열었던 것도 결국은 자기 단체의 이익을 위한 것이었다니 배신감마저 느낀다"며 "그런 단체가 설립한 장애인고용안정협회에게 어떻게 장애우의 생존권이 달린 직업문제를 맡길 수 있느냐"고 고용안정협회의 설립을 인가한 관계 당국을 강력히 비난했다.
노동부는 지금이라도 장애우가 바라는 고용정책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심사숙고해야 할 것이다.
글/ 노윤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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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장협과 같은 단체라는 의혹 일어
지난 3월 5일 노동부로부터 법인으로 허가를 받은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회장 박명호)에 대해 알려진 사실은 많지 않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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