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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연재

"시설의 수준이 바로 공무원들의 수준이다"

동암재활원 직원의 원생 성폭행 사건 이후
전주시의원의 전주시 사회복지수용시설 조사 보고문

본문

  작년 11월초 동암 재활원 직원의 원생 성폭행 사건이 보도되면서 전주시 사회복지 수용시설운영에 대한 특별조사위원회가 구성됐다. 지난 1월 11일부터 3월 11일까지 전주시내 15개 시설의 운영 실태를 조사한 이재천 특위위원장의 조사보고를 들어본다.

   동암재활원 직원의 원생 성폭행 사건이 보도된 것은 작년 11월 초였다. 동암재활원은 전주시가 국ㆍ도비보조를 신청. 연간 3억 8천만원 가량의 지원을 해주고 있는 지체장애우 근로수용시설이다. 나는 성폭행 피해자와 그 가족들을 만났고 재활원을 수 차례 다니면서 성폭행뿐만 아니라 원생 구타와 관리 운영에서 시설 생활자들이 극심한 불편과 억압을 받고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행정사무감사에서 그 동안 파악한 문제점들을 제기했고 방송과 언론을 통해 재활원의 문제들이 알려지게 되었다.

  의회에서는 집행부에 부시장을 단장으로 하는 동암재활원 특별조사반을 구성할 것을 요구하면서 집행부의 성실한 조사로 재활원의 문제들이 바로잡혀지기를 바랐다. 그러나 시에서 만들어온 보고서는 전적으로 재활원 종사자들의 시각과 그들의 말만을 근거로 작성되었다.

  예를 들면 또 다른 성폭행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여성에 "성적으로 문란..." 운운하는 식으로 보고서였다. 의회는 마침내 동암재활원을 비롯한 전주시 사회복지수용시설 운영에 대한 특별조사위원회를 구성할 것을 결의했다.

  그러자 동암재단 이사장은 시설 폐원신청을 냈고 시설 관리직과 종사자들은 60여명의 장애우와 가족들을 의회로 거리로 그리고 내가 사는 집으로 몰고 다녔다. 피켓과 현수막, 장구와 꽹과리도 동원되었다. 이전에는 재활원 문제에 대해서 냉담했던 몇몇 방송과 언론들은 그때부터 재단 이사장의 인터뷰와 장애우들의 농성장면을 집중 보도했다. "무심한 돌팔매", "과대포장된 폭로", "법인의 명예와 숭고한 봉사정신이 훼손", 이런 표현들이 연일 방송과 지면에 올랐다. 특위는 시작도 하기 전에 여론 심판에 몰리게 되었다.

  특위에서는 심사숙고 끝에 나를 위원장으로 선출했다. 이 일의 발단이기도 했지만 시민사회단체와의 관계, "집요하다"는 평을 듣는 나의 성향이 의회가 여론에서 처한 어려움을 풀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에서였다.
  그와 때를 같이 하여 전북지역의 거의 모든 시민사회단체들과 서울의 인권운동 사랑방, 천주교인권위원회등의 기구들이 연대하여, "사회복지법인 동암사태 진상 규명과 정상화를 위한 시민사회단체 공동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 

타시설 비교시찰에서 공청회까지

  특위는 작년 12월 정기회의가 끝나면서 구성되어 1월 11일부터 3월 11일까지 두 달을 활동 기간으로 결정했다. 시설장들과 장애우 단체들의 긴장과 부정적 시각. 공무원들의 방관과 조소, 언론사들의 극단적인 편파보도 등 그러한 주변의 분위기가 한편으로 특위를 더욱 결속시키고 이 일에 대한 책임을 공고히했다.

  수용시설에 대한 불신과 의혹이 우리 사회의 하나의 상식이 된 지 이미 오래다. 그러한 내용들을 책임과 권한이 있는 의회에서 제대로 조사를 하겠다고 처음으로 나서니까 "희생정신", "봉사정신" 운운하면서 "흠집내기"라고 반응을 보인 사회 일각의 시각들도 나에게 많은 것을 깨닫게 해주었다. 그것은 더 이상 사회복지수용시설과 시설생활자들의 관계를 "시혜자"와 "수혜자"의 틀 속에서만 인식해서는 안 된다고 하는 것이었다.

그들의 노고는 마땅히 존중되어야 하지만 시설 속에서 드러난 문제점조차 눈감아 버리는 사회의 풍토가 시설의 문제를 악성으로까지 몰고 갔고, 결국 생활자들의 여건을 더욱 어렵게 했다.

  특위위원은 전체 15명, 전주시의 수영시설은 15개였다. 위원들은 부랑인과 장애우시설, 아동보육시설, 노인시설로 구분하여 3개 소위원회로 나누었다. 본격적인 조사활동에 들어가기 전에 가장 우선 하여야 할 것은 위원들의 자체교육이다. 시설과 의회 특위에 대한 여론이 분분한 속에서 조사 주체들이 문제의 인식과 조사방법, 그리고 소신과 입장들을 정립하지 않고서는 특위가 난항을 겪을 것이었다.

  특위는 서울ㆍ경기지역의 시설들을 분야별로 선정, 시찰하였다. 다방면에서 모범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평가에 의해 추천을 받은 곳이기도 했지만 우리는 그 안에서 너무도 많은 것을 느끼고 깨달을 수 있었다.
  시설에 지원되는 정부 예산은 생활자들의 수를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전국적으로 시설들은 거의 비슷한 재정여건이다. 이 속에서 운영자의 철학이나 소신, 희생정신, 지역사회와 를 연계하여 후원을 유도하고 자원봉사자를 활용해낼 줄 아는 관리능력 등의 차이에 의해 생활자들의 삶이 크게 달라진다. 이것이 여러 시설들을 돌아보면서 얻은 큰 결실이었다.

  그리고 또 하나 우리에게 큰 도움이 되었던 것은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김정열 소장을 강사로 한 워크숍이었다. "수용시설들의 부조리의 양상과 개선책"이라는 주제였는데, 이미 동암재활원을 통해 얻은 경험으로 김 소장의 강의와 위원들의 심도있는 토론에서 특위의 활동의 목표와 방향을 더욱 체화시킬 수 있었다. 동암재활원은 수용시설이 갖는 비리와 문제의 총체적 표본이라는 것도 그 때 확실해졌다.

  그 이후 특위는 정말 산더미같은 자료의 분석, 수 차례의 현장 조사, 보통 밤까지 계속되었던 본 위원회 개최, 그리고 뒤이은 2차 조사 등으로 단 하루도 여유없이 두 달을 보냈다.

  회의시에는 시설장들과 실무종사자, 법인의 대표 등을 증인과 참고인으로 출석시켜 답변을 들었다. 주변에서는 국회 청문회를 방불케 했다고 하지만, 그보다는 훨씬 더 인격적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그러나 그들에게는 말할 수 없이 고통스러운 자리였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하리라. 그들은 그 동안 너무도 쉽게 시설을 운영해왔다. 그들의 무능과 무책임, 편법ㆍ불법 회계관리와 주먹구구식운영은 끝없이 밝혀졌다. 3억5천만원이 넘는 건물 증축 공사를 법인이 자영으로 처리하지를 않나, 6천만원을 들여 지어준 물리치료실이 예배실로 둔갑하지를 않나, 종사자들의 퇴직급여통장의 적립금을 운영비로 빼쓰지 않나, 그들은 정작 뭐가 잘못되었는지 제대로 인식도 못하는 것 같았다. 

시설 대변인이냐고 호통받았던 공무원들

  조사과정에서 가장 어려운 대상은 공무원이었다. 자신들의 길고 짧은 경험으로 시설의 현실에 같이 매몰되어 문제를 제대로 보지 못했다. "당신 지금 여기에 시설 대변인으로 와 있느냐." 위원들은 회의 때마다 이렇게 분통을 터뜨리곤 했다. 그런데다 전라북도와 전주시의 사회복지분야의 공무원들은 "너희들이 하면 무엇을 하겠냐. 현실은 그게 아니다"라고 공공연히 말하고 다녔다.

  심지어는 작년 동암재활원의 문제가 전국적으로 보도되고 의회에서 행정사무감사를 하는 중에 그 곳을 정부에 추천하여 재활원은 "우수보호작업장"으로까지 선정되었다. 그러나 재활원은 근로시설이 아니면서 근로시설의 인건비 보조를 규정에 따라 근 10년 가까이 지원 받아온 것으로 이번 조사에서 드러났고, 특위의 조사를 계기로 보건복지부에서는 근로시설의 조건을 더욱 강화하는 새로운 지침을 만들었다.

  "시설의 수준이 바로 공무원들의 수준이다." 우리가 조사를 다 끝내고 다시 시설별로 시설장들과 간담회를 가지면서 시설의 요구사항, 그리고 제도적 보완점들에 대해 토론하는 자리에서 공무원들이 결론처럼 내린 말이다.

  특위는 이렇듯 조사활동을 마치고 마지막으로 공청회를 개최했다. 우리는 애초 우리가 조사하려는 문제가 전주시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대전제에서 출발했다. 그이고 이러한 조사특위는 그 동안 어느 의회에서도 시도가 없었던 것으로 우리의 활동은 그만큼 책임이 컸다.

  특위가 문제규명 보다 제도의 개선에 목표를 두고 있는 만큼 공청회를 통해 입법부와 정부와 함께 문제점을 공유하고 개혁의지를 확인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공청회는 특위의 조사내용을 주발제로 학계와 연구소, 국회 보건복지분과 입법조사관이 참여하여 시설의 전반적인 문제와 개혁방안에 대해 토론했다.

  이제 특위는 결과보고서를 작성 중이다. 타 지역의 시설 종사자들. 학계와 공무원들. 그리고 누구에게라도 참고가 될 수 있는 객관적이고 표본적인 백서형식의 보고서이다. 그 일로 특위는 한 달 동안 전문가들의 협조와 자문에 크게 힘입었는데 이제 그 분들이 다시 보고서의 자문위원으로 그 동안의 온갖 자료들을 검토해가며 의원들과 함께 원고를 집필 중이다.

  전주시 복지정책에 관한 큰 모토가 "더불어 사는 복지공동체 구현"이다. 우리 특위 위원들은 여러 경험을 겪으면서 진정 전주시가 복지의 천국이 되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들을 토로했다. 장애우와 어린이와 노약자가 그 어디에서도 보다 편안하고 쾌적하게 살 수 있는 도시.

  그러면 일반인들은 더 편리해지는 것은 말할 것도 없으리라. 우리는 여러 복지시설 중 수용시설을 대상으로 하였지만 이일을 통해 소위 복지정책의 여러 단면들을 파악할 수 있었고 장애우와 어린이, 노약자들의 인권과 생존이 어떻게 쉽게 무시되는가 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특위는 시설과 공무원들, 그리고 지역의 여러 계층의 인식을 바꾸어 놓은 듯하다. 이 모든 일을 가능하게 했던 것은 말할 것도 없이 일체의 보상이 없는 속에서 특위를 함께 이끌었던 열 다섯 명의 의원들의 열정과 노력이었다. 그리고 시설의 부조리가 밝혀지고 생활자들이 제대로 대우받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특위의 활동을 조용히 지켜봐 주었던 건실한 시민들의 힘이라고 나는 믿는다.

작성자이재천 (전주시의회 의원)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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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s2504님의 댓글

das2504 작성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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