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적이고 생애주기적인 종합 대책 필요하다.
본문
IMF 이후 2백만여명에 달할 정도로 늘어나고 있는 실직자들을 위해 정부는 공공근로사업 확대, 대졸(예정)자에 대한 인턴제 지원 확대 등으로 단기적인 타개책을 찾아나가고 있다. 그러나 장애우 실직자들의 현주소는 어디인가. 장애우가 일자리에서 밀려나거나 아예 직업을 갖지 못해 실업의 대열에 서 있는 현실은 IMF 이전부터의 고질적인 문제다. 그렇다면 과연 장애우 실직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은 어디서부터 찾아야 할 것인가. 함께걸음은 실직 장애우 당사자들과 직업재활 일선 담당자들의 직접적인 목소리를 듣고 정책적인 대안을 찾아보고자 좌담을 마련했다.
사회 김정열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소장
토론 박호경 (공공근로 장애우) 이채식 (장애인고용촉진공단 직업재활부) 임용옥 (정신지체인권익실천을 위한 성남부모회 이사) 최흥수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장애인실직자모임터 간사) 허경아 (서부장애인종합복지관 직업재활상담사) 이상 가나다순
사회 : IMF 관리체제가 97년 11월에 이슈로 떠올랐을 때 이것이 사회 전반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가 초미의 관심사였습니다. 실제로 장애우의 경우 작년에 보건사회연구원하고 노동부가 전체 실직 가정을 실태조사한 적이 있는데 가족 가운데 장애우가 포함된 가구가 12.4% 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눈에 띄는 것은 장애 정도가 심할수록 취업이 안될 거라면서 미리 포기하는 "실망실업"상태에 있는 장애우가 많다는 조사결과도 나왔습니다. 그렇다면 결과적으로 국가차원의 장애실업 문제에 대한 대안이 있는냐 하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데요. 함께걸음에서는 그 한 대안으로 직업재활법 제정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여러 각도의 시각들을 다뤄왔고 어느 정도 여론화작업을 하는 데에는 성공을 했다고 평가합니다. 그리고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서 실업문제와 같은 실제적인 문제를 논의하면서 여기서부터 해법을 찾고자 하는 것이 오늘 기획좌담의 의도인 것 같습니다. 이 자리에서 정책적 대안도 자연스럽게 나오겠지만 우선 지금 장애우들이 처해있는 상황을 구체적으로 확인해 봤으면 좋겠는데요. 저희 연구소 실직자모임터를 찾은 장애우실직자들의 사례를 중심으로 최흥수 간사님이 먼저 말씀해 주시죠.
최흥수 : 장애우 실직자 모임터가 98년 10월 문을 연 이후 지금까지 누계만 약 3천명이 넘어섰는데 여기 오신 장애우들의 상담사례에서 확인해봐도 실업상태의 장애우의 문제가 IMF 직후부터 표면화됐겠지만 이것은 우리나라에서 장기적인 전망을 가지고 풀어야 할 문제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모임터를 찾아오는 장애우들의 사례들을 보면 우선 지체장애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 많고 연령층은 30∼40대가 50%가 넘습니다. 일정한 노동력이 대부분이고 전문적인 교육을 받은 사람들도 있는데 최근에 장애로 인한 차별 때문에 나올 수밖에 없는 분위기로 퇴직을 한 경우도 적지 않고, 부부가 다 같이 일자리를 잃게 돼서 함께 모임터를 찾은 장애우 부부도 있었습니다. 물론 극빈층일 수밖에 없는 장애우들이 더 심각하지만 그래도 약간은 안정된 전문직종이라고 생각하는 분야에서 일하는 삶들도 항상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거죠. 사실 몇몇 분들은 직업을 갖고자 하는 의욕들이 부족하기도 하지만, 이것은 어떤 일을 해서 인생을 설계할 것인가가 어렸을 대부터 직업 교육을 통해서 세워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직업교육이란 것도 사회에 나왔을 때 연계되는 교육이 아니고 전반적인 관리가 소홀하다 보니 적지 않은 수가 완전히 실망해서 직업을 찾기도 두려워하는 상태에까지 간 것이 아닌가 합니다. 이건 제가 상담을 하면서 느낀 것인데 이 문제를 장기적이고 구조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회 : 공단을 찾아오는 장애우들의 상황은 어떤가요.
이채식 : 대체적으로 비슷한 경향인 것 같은데요. 공단 경우에는 97년과 98년의 업체에서 구인을 요청한 인원을 비교해 보면, 97년 8천5백67명에 비해 98년에는 6천9백66명으로 18.7%나 감 했습니다. 특히 IMF가 터진 직후인 1/4분기는 38.1%, 2/4분기는 40.8%나 감소했다가 3/4분기와 4/4분기에 조금 회복이 돼서 18.7%가 됐고요. 반면 공단을 처음 찾아오는 장애우 수는 97년 5천3백90명, 98년도는 7천7백71명으로 44.2%가 증가했고, 재상담도 1년 상이에 82%나 증가했습니다. 신규 구직 장애우가 늘어난 이유로는 97년도 장애우 등록자가 37만명 정도였다가 98년d는 약 45만명 정도로 늘어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새로 장애우등록을 하신 분들이 대부분 저희 공단에 오셔서 구직등록을 하셨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됩니다. 또 재상담이 늘어난 이유도 그만큼 실직한 후 다시 공단을 찾은 경우가 많다고 할 수 있겠죠. 이런 공단의 수치를 가지고 전체적인 상황을 판단하기는 미흡하겠지만 IMF로 인해서 장애우 고용에 큰 변화가 있다는 것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사회 : 상당히 중요한 통계가 아닌가 생각되는데요. 신규 상담자와 재상담자가 모두 높은 수치로 늘었다는 것은 취업이 됐다가 실직상태가 됐거나, 주변 사족들이 모두 실직 상태에 놓이게 되면서 주변 가족의 지원으로는 더 이상 살아가기가 어려워서 일자리를 찾아나 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도 그 주요한 이유가 아닐까 싶은데요. 그러면 정신지체 장애우들은 실제로 현장에서 어떻습니까.
허경아 : 정신지체인들이 주로 취업하는 업체들이 워낙 영세 제조업체라 하청을 받아서 가내수공업 차원에서 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IMF로 원청기업 자체가 부도가 나 버리니까 같이 부도를 맞은 업체들이 많아서 일자리를 잃게 되는 경우가 많아요. 그리고 물론 IMF 이전에도 취업을 나갔다가 사회성 문제라든지 업체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지 않아서 복지관으로 되돌아 왔다가 다시 훈련을 받고 재취업을 나간 사례들은 늘 있어 왔어요. 그런데 IMF 이후 약간 달라진 것이 있다면 업체에서 정신지체인은 가정을 책임지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또 어치피 집으로 돌아가도 비장애우들만큼 크게 좌절하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를 대면서 돌려보내는 사례가 눈에 띄게 늘어났어요. 사회 전반적으로 실업문제가 심각하긴 하지만 이건 정신지체인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 자체의 문제겠죠.
박호경 : 저 같은 경우는 주야간으로 일을 하는 사출금형 제조업체에서 6, 7년 동안 근무를 했지만 학창시절부터 건축설계에 관심이 많아서 나름대로 학원에서 건축용 캐드를 배운 다음에 건축설계 사무실로 이직하게 됐습니다. 그런데 IMF 이후에 가장 타격을 본 직종이 바로 건축업이라 실직을 하게 됐죠. 그러다 마침 정부에서 하는 정보화공공근로사업과 연계가 돼서 현재 이 모임터에서 내주신 공간에서 다른 장애우 18명과 함께 참여하고 있습니다. 저도 그렇지만 함께 일하는 사람들도 다 이전부터 컴퓨터를 전문으로 하던 사람들이에요. 프로그래머였던 사람도 있고 중증장애우지만 집에서 출판사일을 대신 했던 사람도 있습니다. 그런 걸 보면 실직이라는 문제가 중증의 단순 기능직 종사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경증이고 전문지식을 가진 장애우들까지 폭넓게 닥친 문제라는 걸 확인할 수 있겠더라고요.
이채식 : IMF 이후 공단에 들어오는 구인업체들의 특징들을 보면 기존에는 대부분 단순제조업이 많았는데 요즘엔 판매직이나 고기능 가진 전산직, CAD같은 전문기능을 갖춘 사람을 원하는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도 공단에는 대부분 기능이 없는 중증 장애들이 많이 오거든요. 그래서 구인구직 연결이 더 어려운 게 사실입니다.
사회 : 어떻습니까. 아까 현장의 이야기를 들어보긴 했습니다만 장애우도 문제지만 부모가 실업상태일 때 적절한 지원을 할 수 없게 되면서 여러 가지 어려움들이 가중되고 그래서 더 고통이 클 것이라는 예상은 쉽게 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임용옥 : 제 경우는 28세의 자폐증을 가진 아들이 있는데요 여기서 장애우 실직자 문제를 논하고 있지만 제 아들은 직업을 한번도 가져보지 못한 상황입니다. 아까 중증장애일수록 실망실업자가 많다고 하셨고 정신지체인한테는 보수가 그렇게 큰 의미가 아닐테니까 업체에서도 쉽게 해고를 하더라는 말씀도 하셨지만 정신지체인도 정말 먹고 살아야 하잖아요. 물론 부모들은 정신지체 자녀가 앞으로 당장 먹고 살 길이 없으니까 지원을 하고 더 열심히 돈을 모아 놓으려고 하죠. 그렇지만 제 아들이 지금 왕성한 취업욕구를 갖고 있는 나이인데 본의 아니게 취업을 포기해야만 하는 것을 지켜보는 것은 정말 부모의 입장에서 고통스러운 일입니다. 이런 상황은 IMF 이전이나 이후에 특별히 달라진 것도 없어요. 이런 상황이기 때문에 영유아 때부터 아이의 장래 문제를 생각하면서 미리 자포자기하는 부모들은 재활원 같은 곳에 보내버리는 거죠. 사실 그런 시설에 입소한 장애우들 가운데 가장 많은 숫자를 차지하는 것이 정신지체인들 아닙니까. 그런데 그 문제는 어느 곳에서도 근본적으로 다뤄지지 않고 있잖아요. 오늘 사실 할 얘기가 너무도 많습니다.(웃음)
사회 : 현재 사회 일각에서 실업문제 해결을 위해서 중소기업 살리기, 해외취업 같은 방안들이 대책으로 나오고 있지만 장애우들 같이 그야말로 실업의 기회조차도 갖지 못했던 사람들에 대한 대책은 거의 없단 말이죠. 그래서 더 가슴이 아프고 원망이나 분도 나오는데 그러면 자유스럽게 주변에서 들었던 사례라든가 각자의 분야에서 느낀 전반적인 장애우 실직 문제에 대해 얘기해 주시죠.
임용욱 저 같은 경우 아들이 취업과 관련해서 부자가 같이 다닌 것이 5년이예요. 그런데 전혀 기회가 없어요. 그래서 취업도 중요하지만 취업을 시켜달라고 해도 안되니까 이제는 아예 발상을 전환해서 창업을 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으로 나름대로 방안을 찾아보고 있습니다. 제가 여기 갖고 있는 예전 기사자료 중에 "장애인고용지원금 대폭 확대"라고 발표된 것이 있는데, 대형화된 곳 외에 단 5명이라도 창업을 하려고 했을 때 지원방안은 없는가 해서 공단이랑 여기저기를 찾아다니고 있습니다, 어차피 부모가 도와주겠지만 정신지체인은 국가에서 지원할 때 자격의 제일 우선 순위에 놓아야 하는 것 아닙니까. 국가가 그런 의지만 있다면 정신지체인 미취업이나 실업문제는 어느 정도 해걸 될 것이라고 보는 겁니다.
박호경 : 저도 창업에 대한 구상을 여러 가지로 하고 있어요. 통신이라든가 맥, 캐드, 출판, 입력같은 일은 정부 및 구청같은 관공서에서 충분히 지원할 수 있는데 나서는 공무원들이 없어요. 상담자체도 형식적일 때가 많고요. 최근에 창업을 지원하는 정책도 좀 나오고 있지만 창업자금을 받으려면 담보를 서라고 하는데 장애우들은 대부분 담보능력이 없잖아요. 그럼 말이 안되는 거죠 그런 규정을 현실에 맞게 실질적으로 장애우들이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겁니다.
최흥수 : 제가 모임터에서 창업을 담당하고 있고, 제 나름대로 창업을 세 번 해봤기 때문에 좀 경험이 있습니다만 접근하는 방법에 있어서 여기서 한 가지 생각해 봤으면 하는 것이 실직 장애우들에게 저희 모임터에 대한 욕구가 굉장히 많은데 이제까지는 이런 완충지대가 없지 않았습니까. 고용촉진공단이라는 기구하고 장애우 실직자들과의 공개적인 관계도 없었고요. 이제부터라도 우리 모임터 회원들의 효용가치를 공단이 인정을 해서 전국적으로 연계를 했으면 좋겠어요. 당장 실질적으로 공단의 각 지소 사무실 공간을 할애해서 이를테면 경증 장애우를 위한 특화된 직업훈련도 해보고 공동이나 개인창업도 할 수 있을 텐데 이렇게 실직자들의 욕구와 공단이 연계할 것은 연계를 하면서 제도적인 보완책도 찾아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이채식 : 그런데 중증 장애우들의 창업은 아주 세부적인 제도적 뒷받침이 된다고 해도 기본적으로 연금문제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성공하기 힘들지 않나 싶은데요. 일본의 경우도 중증장애우들의 창업지원을 위해서 지역에서 공동작업장을 자유롭게 운영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것도 기본적으로 기초연금을 받으면서 운영을 하니까 그나마 생활이 되는 것이거든요. 중증장애우들에게는 창업 자금을 대주고 지원을 하면서 운영을 하라고 해도 생산성의 한계가 있기 때문에 운영은 어려울 겁니다. 그 이전에 공적 부조차원에서 기본적으로 해결이 안 되면 고용안정은 힘들지 않나 싶습니다.
허경아 : 저는 일선에서 정말 발로 뛰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을 해서 참 오년동안 열심히 했다고 생각하지만 뜻대로 성과를 보지 못했던 것이 제도가 안 받쳐줬기 때문이라고 보거든요. 그런데 최근에 한 번은 저희 복지관에도 장애우 구인의뢰가 들어왔어요. 장애우를 대거 다섯 명에서 여섯 명 채용하겠다는 거예요. 나중에 알고 봤더니 텔레비전에 났던 공단 광고를 보고 장애우를 고용하면 지원을 많이 받을 수 있다고 하니까 막연한 생각으로 일단 장애우를 채용하고자 생각한 거죠. 예전에는 그런 지원제도 자체를 몰랐다가 이제 장애우를 고용하면 받을 수 있는 혜택에 대한 홍보가 많이 되고 있다는 긍정적인 효과도 있겠지만 보다 구체적인 홍보가 돼 있지 않기 때문에 대책없이 장애우를 공용해서 지원만 바라는 그런 현상이 나타난다고 봅니다.
사회 : 며칠 전에 저도 전화를 받았는데 정신지체 장애우 열다섯 명 정도를 데리고 사업을 하고 싶은데 복지공장이나 자립작업장, 근로시설 중에 어떤 모델이 좋을지 문의를 하시는 거예요. 그래서 알아봐줬더니 결국 공간 부분이 어느 것에도 규정에 맞지 않아서 어렵다는 답이 나왔는데, 그 외에도 여로 가지 조건이 있어서 사업주로서는 부담스러운 면이 적지 않더라구요. 결과적으로는 정부지원보다 후원에 의존하겠다고 결론을 내리시던 여러분들 말씀이 제만 진지하게 연구되어지고 실제적으로 개선이 되기보다는 외향적으로 나타내기 급급한 면이 있다는 지적이신 것 같은데요.
최흥수 : 장애우 실직문제를 구조적인 문제로만 자꾸 접근하지 말고 실제적으로 지금 현재의 여건 속에서 어떻게 풀 것인가도 먼저 고민해봤으면 좋겠어요. 지금은 각 구청에서 워드작업이나 캐드작업에 대한 수주가 나오고 있지 않습니까. 이런 것을 토대로 앞으로도 계속 각 지방자치단체에 재취업 교육과정에 장애를 일정부분 수용해 달라는 요구나 제안을 할 수가 있는 거죠. 저희가 조사를 해보면 실직 장애우분들이 컴퓨터나 정보화 부분에 가장 많이 취업을 원하기도 하고 스스로 잘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어요. 지금 정부에서 단기적인 실업대책으로 공공근로사업을 내놓고 있다고 하지만 이 사업이 끝나면 어떤 전망을 가질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한 연계성이 없어요. IMF이전에도 그랬던 것처럼 IMF이후 장애우들의 취업문제도 미리 생각해 볼 수 있는 문제 아닙니까. 이런 현실적인 대안을 가지고 공단이나 민간단체들이 연계를 가지고 문제를 풀어나가다 보면 방법은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창업부분도 모범적인 사례를 만들어 놓고 또 이를테면 국회나 구청에서 입력작업 같은 일거리를 자꾸 찾아내면서 긍정적으로 문제를 풀어 나가야죠. 저희 모임터 지하에 따로 컴퓨터실을 만들었던 것도 욕구가 충만하니까 시작했던 건데 충분히 성과를 나타내고 있어요. 그리고 이런 사례를 모범으로 내세워서 일단 공신력이 있는 공단이 나서서 정부기관들과 대화를 해나가면 앞으로도 일이 더 쉽게 풀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 왜 찾지 않는 지 그 점이 참 답답하거든요.
이채식 : 공단이나 노동부에서 지원 받기가 힘들다고 말씀하시는데 저희 입장에서는 이 기금을 장애우들을 이용해서 활용하려는 사업주들이 많기 때문에 까다롭게 심사할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청주의 두레박식품과 같은 사례도 있었지만 장애우 고용하라고 몇십억원을 지원해 줬는데 결과적으로 부도가 나서 장애우 고용도 이뤄지지 못하고 그 자금도 회수하지 못한다고 했을 때 정말 큰 문제예요. 그래서 장애우들을 안정된 사업주에게 안정된 고용을 시키자는 거죠. 그래서 담보물도 필요한거고, 위험한 사업장에는 취업시키지 않으려고 합니다. 그렇지만 공단에서도 참 조율하기 힘든 부분이 있는게 사실입니다.
사회 : 이미 문제제기에서부터 여러 가지 대안이 될만한 방안들이 나왔지만 그럼 이 장애우실직자 문제를 장단기적으로 어떻게 접근해 가야 할 것인가에 대해서 얘기를 좀 더 나눠봤으면 좋겠는데요.
허경아 : 저는 좀 다른 측면에서 보면 IMF 가 터지면서 장애우 실직 문제가 많이 숨겨졌다고 생각해요 왜나면 다른 일반 실직자들도 너무나 많기 때문에요. 대신 실직자를 위한 많은 프로그램이 생겼잖아요. 쉼터도 생겼고 이동상담차량도 생겼는데 저한테 작은 바람이 하나 있다면 실직자 재취업을 위한 상담을 하는 곳에 장애우를 몇 퍼센트는 채용을 시키는 방안이 도입했으면 하는거죠. 작년에 제조업체나 생산업체도 공공근로 사업체에 포함시킬 것이란 얘기가 있었는데 그럴 때 전체 실직자를 위한 프로그램 안에 유보 고용이 우선권 설정처럼 장애우를 위한 작은 공간을 마련해 준다면 장애우도 IMF시대에 더불어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었어요.
박호경 : 그래픽분야나 워드 입력작업의 직업활성화를 하기 위해서는 전문교육기관이 필요하잖아요. 현재 정부에서 지원하는 장애우 교육기관은 일산전문학교나 삼육재활원이나 국립재활원이 있지만 일반 학원에 비해서 강의수준이 떨어질 뿐 아니라 취업의 문도 훨씬 좁거든요. 그리고 장애우들끼리만 모여 교육하니까 경쟁 의식도 없고 자립심이나 창조력도 부족한 것 같고요. 요즘 보면 18세 소년소녀들도 벤처기업으로 창업을 많이 하는데 장애우들도 더 적극적으로 사회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대책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임용옥 : 아까 말씀하신 공단 입장도 충분히 이해는 됩니다만 정신지체인이 안정된 직장에 들어간 경우가 없다고 할 때 점점 공단과 저희의 입장이 멀어지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오늘 주제내용인 장애우 실직 문제를 논의 할 때 당장 급한 것과 장기적으로 검토해야 할 것을 지혜롭게 선별해서 얘기를 해야 할 것 같아요. 제가 바라는 것은 장기적으로 장애우의 일생을 두고 전체적인 계획을 세워놔야 한다는 거죠. 예산이 없어서 못한다면 그것을 당장 시행하라는 것이 아니라 10년 후 15년 후 이렇게 나갈 것이라는 확고한 방향이 있으면 좋겠는데 급하니까 그때 그때 장애우고용지원금 확대라든가 하는 단편적인 대책만 나오고 있거든요. 그리고 정신지체장애우를 창업주로 하다보니까 정신지체인은 재산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금치산자에 해당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국가가 그런 문제점들을 보완하고 시정해준 선진 외국의 좋은 예들이 있을 겁니다. 외국의 그런 예들을 정부 산하기관의 연구자들이 충분히 검토하고 실제 모델도 만들어보면서, 일본처럼 갑자기 연금을 지원하지 못한다면 단 그 1%라도 지원을 시작하라는 그런 정부의 노력으로 선진국의 복지제도에 점점 접근을 해가야 한다는 이거죠. 그런데 IMF 하에서도 장애우에 대한, 특히 정신지체인에 대한 정책은 찾아볼 수 없다 이겁니다.
이채식 : 임 이사님의 말씀에 많은 부분 동감을 하는데요. 장애우복지에 안타까운 점이 장애우의 최종 재활단체가 고용에 있지만 고용이 안되는 이유가 재활의 모든 단계를 아우르는 장기적이고 생애주기적인 마스터플랜이 안 짜여져 있잖아요. 그래서 그 이전단계에서 이뤄지지 않으면 직업재활에서 아무리 세밀하게 작업이 된다고 해도 실제 성과를 가져 올 수 없는 거죠. 예상했던 대로 오늘도 공단이 공격을 적지 않게 받았는데요(웃음). 직업재활 이전단계부터 장애우 실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부의 역할을 생각할 때 공단의 역할만이 전부는 아니지 않습니까. 교육부나 복지부까지 각각의 부처에서 맡은 바 역할을 다해야 풀릴 문제지 노동부나 공단, 특정의 한 부처에서만 나선다고 해결될 일은 아니거든요.
사회 : 대강의 이야기가 마무리되는 것 같은데요. 이제 저무는 이십세기가 경쟁의 시대였다고 한다면 이십일세기는 협력의 세기가 되어야 한다고 얘기들을 합니다. 현재 우리에게 닥쳐오고 있는 장애계의 문제들도 새로운 우리의 노력이 있어야 하리라고 봅니다. 오늘 좌담은 장애우 직업 문제도 생애주기적인 전반자적인 관점에서 바라봐야 하고 각 과정의 모든 기관들의 제대로 된 역할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확인하는 자리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애초의 기대보다 더 많고 풍부한 대안이 나왔는데 이렇게 생산적인 자리를 만들어주신 참석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정리 및 사진/ 한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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