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장애우 비전 - 의료 · 과학 기술에 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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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세기 아니, 새로운 밀레니엄 시대가 오고 있다는 얘기는 남다른 비장함이나 혹은 약간의 역사적 도취감이 곁들여진 채 99년이 시작됨과 동시에 자주 듣게 된다. 그러면 장애우들에게 새로운 천년의 시대는 어떤 의미로 다가올 것인가. 이제까지 미래에 대한 낙관적인 관측의 주류를 이루는 의료, 과학 테크놀러지 개발에 대한 장애우들의 기대는 누구보다 남다르다. 함께걸음은 창간11주년을 맞아 최근 국내외에 속속 선보이고 있는 의료, 과학기술의 현 단계를 통해 21세기 비전을 찾아보았다.
이제까지 뇌성마비의 주된 원인은 분만중 난산으로 인한 저산소증으로 알려져 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자궁내 양수 또는 태아의 감염으로 인해 뇌성마비에 걸리게 되는 것으로 밝혀져 뇌성마비장애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다.
지난 2월초 서울대 윤보현 교수팀은 올 해 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제19차 미국모체태아학회에서 자궁내 감염이 뇌성마비 발생의 주요 위험 인자라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93년 1월부터 95년 12월까지 서울대병원 산부인과에서 양수검사를 하고 임신 35주 이전에 조산한 1백23명의 신생아를 3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 뇌성마비가 발생한 14명의 경우 자궁내 감염에 의해 증가하는 양수 내 백혈병과 사이토카인 등의 농도가 다른 정상 경우에 비해 현저히 높았다는 것이다. 태아의 염증을 나타내는 탯줄의 염중 빈도도 뇌성마비가 발생하지 않은 경우 보다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뇌성마비 완전 퇴치 가능하다
이렇게 뇌성마비의 발생원인이 감염에 의한 것이라는 사실이 밝혀짐으로써 항생제등을 사용해 뇌성마비를 예방 및 치료 할 수 있는 가능성과 자궁내 감염을 진단해 뇌성마비 발생의 위험이 있는 태아를 조기에 발겨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기게 됐다.
선천적 또는 영유아기에 발생하는 지체장애의 주된 요인이었던 소아마비와 뇌성마비, 이 가운데 소아마비는 의학의 발달로 국내에서 90년대에 발생률 0%에 도달했지만. 매년 60만명이 신생아 중 조산아 가운데 5%인 2천여명과 만삭아 가운데 약 1천명 정도의 뇌성마비아가 태어나 지체장애 특수학교 학생의 대다수 비율을 차지해 가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의료적 발견과 연구작업을 통해 이제 다가올 서기에는 뇌성마비 또한 발생률 0%의 시대가 올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인간복제를 둘러싼 생명공학의 발달은 다른 한편으로 내부장애우들에게 서광을 비춰주고 있다. 지난 1월 동물이 아닌 인간의 체세포를 복제해 자궁에 이식하기 전 단계까지 세계 최초로 배양했다고 알려져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경희대의 인간복제는 결국 실패한 것으로 대한의사협회가 결론내렸지만 곧 이어 의미있는 실험이 성공했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서울대 황우석 교수팀이 체세포복제의 방법으로 복제 암송아지인 "영롱이"를 탄생시키는데 성공한 것이다. 황 교수의 이번 복제기술은 복제양 둘리를 탄생시킨 것과 똑같은 것인데 여기에 난자에 체세포핵을 결합시키기 전에 6가지 전염성 질병을 검사하고 염색체 검사로 유산과 유전성 기형 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세포를 미리 제거하는 새로운 기술도 개발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황 교수팀은 이미 97년부터 심장이식용 돼지도 개발중인데 현재와 같은 수준이라면 향후 4, 5년 후에는 신체적인 거부반응이 없는 이식용 장기도 복제가 가능하다는 관측이다. 그렇게 되면 현재 만성신부전증, 만성심부전증 등으로 고통을 받고 있으나 다른 사람의 기증을 통해서만 이식이 가능했던 많은 환자들에게 새로운 삶을 가져다 줄 수 있을 것임은 분명하다.
손상된 신경 살려 다시 글을 읽게 된 시각장애우도
"신경을 다시 살릴 수 있다면..." 이것은 모든 감각장애우들이 한 번쯤은 꿈꿔보는 소망이다.
이미 금속 전극을 내어 달팽이관 내에 이식을 하고 적절한 자극을 통해 다른 청각기관이 손상된 환자의 청각을 회복시키는 기술은 선진국에서 보편화된 추세다.
지난 해 서울대학교 전기공학부 생체전자연구실(전기공학부 김성준 교수·한림의대 신형철 교수팀)에서 개발된 "미세반도체 신경전극"은 그 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간 전망을 가능하게 한다. 국내에서 최초로, 세계적으로는 미시간대, 스텐포드대에 이어 세 번째로 신경을 자극하고 신경신호를 기록할 수 있는 미세한 반도체 소자를 개발한 것이다.
"SNU Probe"로 이름 붙여진 이 반도체 소자는 신경을 미세하게 자극할 수 있어 앞으로 재활의학에 활발하게 사용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전극을 인간 두뇌에 적용한 분야의 연구로는 97년 미국 에모리 대학과 미네소타 대학 병원에서 파킨스병 치료를 위한 전극 이식수술을 실시한 바 있다. 각각의 경우 시상하부에 금속전극을 이식하고, 여기에 적합한 자극을 가함으로써 자극이 가해지는 동안은 파킨스병의 증상을 없앨 수 있는 것이다.
또한 98년에는 벨기에 브뤼셀의 한 대학에서 시각장애우에 대해 전극이식실험을 실시하기도 했다. 이 실험에서 40세에 시력을 잃은 60세의 여성은 시신경에 이식된 전극을 가한 자극을 통해 글자를 인식해 관심을 모았었다.
이를 두뇌에 이식된 전극을 통해 컴퓨터에 두뇌를 직접 연결하여 제어할 수 있는 능력이 가능하기도 한데 이러한 일련의 실험들은 신경재활의학분야의 새로운 장르 열고 있다. 물론 신경 자체가 완전히 파손된 경우에는 다른 기술을 이용해야 하나 손상된 감각의 경우 신경의 직접자극을 통해 그 감각을 되찾을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보다 완전한 기능의 회복을 위해서는 반도체 전극이 유리하지만 이를 인체 내에서 사용하기 위해서는 공학자. 의학자. 신경생리학장의 연합적인 연구가 더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서울대 생체전자연구실측은 "현재로서는 반도체 전극을 사용하여 생쥐의 두뇌 피질로부터 다채널 신경신호를 기록하는데 성공한 생태지만 국내의 의학자와 신경생리학자에게 개발된 반도체 전극을 무상으로 공급하려는 계획도 갖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형 모델 개발 활발한 재활공학 분야
장애우들의 생활에 직접적인 변화를 가져오는 재활공학의 개발도 활발하다. 비록 열악한 국내 환경 속에서 그 개발속도가 더디고 다른 선진국의 발전단계를 뒤따라가는 것이 사실이지만 "한국형" 모델을 새롭게 시도하는 움직임은 일정한 성과에 도달하고 있다.
94년 설립된 산재의료원 부설 재활공학연구센터는 한국인 표준 운동양식을 토대로 한국형 대퇴의지를 개발했고, 한국과학기술원도 올해가지 대퇴의족의 성능평가를 위한 시뮬레이터와 지능형 의족을 개발하는 프로젝트를 수행할 예정이다.
또한 건대 의대 재활공학연구실(강곤 교수팀)은 전기자극에 의한 마비환자의 관절각도 변화등을 연구하여 기동성 회복이나 한국형 인공 고관절의 개발을 목표로 현재 연구작업을 진행중이다.
이러한 연구작업이 보다 활발하게 진행 될 새로운 밀레니엄 시대에는 "장애"라고 일컬어지는, 신체기능의 손상이라는 개념은 아예 사라질 지도 모를 일이다.
글/ 한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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