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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1] 지뢰금지운동의 열풍, 한반도 계속 비껴갈 수 있나?

한국대인지뢰대책회의 발족으로 새로운 전기 맞는 지뢰반대운동

본문

[초점]

 

지뢰금지운동의 열풍, 한반도 계속 비껴갈 수 있나?


한국대인지뢰대책회의 발족으로 새로운 전기 맞는 지뢰반대운동

 

 

 

▲국제지뢰금지운동

  "국제지뢰금지운동"과 조디 윌리암스가 97년도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결정되면서 지뢰금지에 대한 새로운 관심이 높아가고 있다. 특히 국내에서도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를 비롯한 지뢰에 반대하는 시민단체들이 한국대인지뢰대책회의를 발족하고 적극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한반도는 분단상황이라는 예외적 상황에 놓여 있다는 한국과 미국 정부의 주장은 여전하지만 미국 장성 출신들과 국내 외교관계자 중에도 한반도 평화를 위한 4자 회담과 남북군축협상을 통해 추진할 문제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새로운 전기를 맞으며 논의가 가속화되고 있는 지뢰금지운동의 앞날은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 알아본다.

 

 

평화시 야생동물에게도 위협적인 지뢰

 

  분단의 비극적인 현장에 자리잡고 있는 대성동마을. 비무장지대에 자리잡고 있기 때문에 그 동안 한국 언론에도 전혀 노출이 되지 않은 마을이다. 대성동마을은 임진강이 가로놓여 있고 철책선이 겹겹이 둘러쳐져 사람의 통행이 자유롭지 못한 지역이다. 얼마 전 이 마을 주민 2명이 군사분계선을 넘어간 사고로 북한군에 억류되었던 사실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마을 사람들은 분단의 상처를 고스란히 안고 살아가고 있다.
  이 마을에서 새끼를 밴 상태로 외지로 팔려 나간 생후 5개월 된 황구가 8일만에 집으로 되돌아와 화제가 되기도 했다. 마을 주민 정순자(50)씨가 집에서 기르던 황구 "곰"을 판 것은 지난 8월 14일의 일이다. 정 씨는 집에서 기르던 개 한 마리가 야산에서 뛰놀다 지뢰를 밟아 목숨을 잃자 5년째 애지중지 길러온 "곰"을 파주시 문산읍에서 사는 사람에게 팔았다. 그런데 팔려 간 황구 "곰"이 8일만인 지난 8월 22일 되돌아온 것이다.
  이 짤막한 이야기에서 사람들은 진도개 같이 영리한 황구에 탄복하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이 사연의 뒷면에는 비무장지대에 100만 개가 넘게 매설되었다는 대인지뢰가 동물도 위협하고 있다는 사실이 자리잡고 있다. 실제로 비무장지대 내에 자연상태로 살아가고 있는 노루 등 많은 동물들이 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대인지뢰는 이들 동물도 불구로 만들어 버리거나 생명을 앗아간다.
  국제사회에서 대인지뢰반대운동이 활발하게 일어나는 것은 대인지뢰가 전시, 평시를 막론하고 군인이나 민간인을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살상하기 때문이다. 한편으로 대인지뢰는 적은 비용으로 간단하게 묻을 수는 있지만 이를 제거하는 데는 매설비용보다 10배에서 100배 가량의 비용이 필요하고, 또 완전히 제거하는 데는 수많은 세월이 걸린다. 현재 전 세계에 매설되어 있는 대인지뢰를 제거하는 데는 수백만 달러의 비용과 수백 년의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마침내 시민운동으로 확산된 대인지뢰금지운동

 

  국제사회에서 확산되고 있는 민간인 살상 지뢰 금지운동에 발맞춰 국내에서도 대인지뢰 금지를 위한 시민운동이 첫발을 디뎠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참여연대, 경실연, 환경운동연합, 전국연합 등 16개 시민사회단체는 11월 6일 서울 종로 5가 기독교회관에서 한국대인지뢰대책회의(KCBL) 발족식을 갖고 "우리나라가 오는 12월 캐나다 오타와에서 열릴 대인지뢰금지협약에 가입, 한반도 평화와 통일의 중요한 전기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발족선언문을 통해 "전 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대인지뢰반대운동은 평화와 호혜평등의 새로운 세계질서를 수립하기 위한 것으로 한반도가 분단이란 이유만으로 대인지뢰의 예외적 사용 지역으로 남아서는 안 될 것"이라고 밝혔다. 대인지뢰대책회의 발족과 관련하여 국내 언론에서는 "한국과 미국 정부는 그 동안 한반도의 특수한 안보현실을 이유로 지뢰의 예외적 사용을 위한 협약조항 삽입을 주장해 왔으나 시민단체의 이같은 움직임으로 한미 당국의 주장에 어느 정도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11/7 연합통신)고 언급하고 있다.
  이날 발족식에는 올해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조디 윌리암스 국제지뢰금지운동(ICBL)대표와 국제적십자사, 유니세프 등의 연대 메시지도 함께 낭독되었다. 한국대인지뢰대책회의는 앞으로 ICBL과 연대해 캠페인 및 오타와회의 참가, 지뢰피해로 장애우가 된 사람들의 법률상담, 실태조사, 초청강연 등의 활동을 펼칠 계획이다.
  국제지뢰금지운동(ICBL)과 이 조직의 대표인 조디 윌리암스가 97년도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결정된 것은 대인지뢰금지운동에 활력소가 되었다. 이들이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이유는 대인지뢰금지라는 이상을 현실화시켰기 때문이다. 이들의 노력으로 지난 9월 오슬로에서 대인지뢰금지협약 초안에 89개 국이 서명하였다. 오는 12월 초에 카나다에서 이 초안에 40개 국이 서명하면 6개월 후에는 국제협약으로 발효된다. 그렇기 때문에 ICBL과 조디 윌리암스의 노벨평화상 수상은 살상무기에 반대하는 노벨의 뜻에 잘 어울리는 것으로써 노벨평화상을 노벨평화상답게 만든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대인지뢰를 금지하는 국제적인 운동은 지금까지 있었던 강대국 중심의 군축협상과는 달리 강대국의 이해관계를 철저히 배제하고 있다. 민간단체(NGO)들이 선두에 서서 미국이라는 유일 초강대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대인지뢰금지협약을 현실화시켰다. 이는 냉전의 해체 이후 심화되는 미국의 전횡을 막고 호혜평등한 21세기의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 나아가기 위한 사회질서 변화의 모범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지난 9월 오슬로에서 대인지뢰금지협약 초안이 채택되는 과정에서 한반도 비무장지대의 대인지뢰문제가 뜨거운 논란거리였다. 한국과 미국 정부는 한반도 비무장지대에서 대인지뢰를 금지하는 것을 예외로 인정해 줄 것을 주장했다. 한반도 비무장지대의 대인지뢰는 북한의 남침을 지연시키는 효과를 가져오고., 또 비무장지대는 민간인 통제지역이므로 대인지뢰에 의한 민간인 피해가 거의 없다는 것이 한미 양국 정부의 논거였다. 한반도를 예외로 할 경우 예외지역이 확대됨으로써 대인지뢰금지의 실효성이 떨어지게 된다는 반대에 부딪혔고, 결국 한미 양국정부는 이 협약에 참가하지 않았다.
  한미 양국정부의 견해와는 달리 대인지뢰의 군사적 효용성에 의문을 표시하는 군사전문가들도 많이 있다. 한미연합사 야전군 사령관을 지낸 제임스 홀링워스 장군은 "대인지뢰가 실제로 북한군 공격시 오히려 군의 자유스러운 기동을 방해할 것"이라고 밝히고, 오히려 지뢰를 통한 남침지연전략은 나중에 미군과 한국 민간인들을 대규모로 희생시킬 수 있는 재앙을 만드는 전략이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훨씬 정밀한 야포 등을 포함한 다른 무기의 개발과 정보경고체제의 개선도 미군과 한국군에게 전투태세를 갖출 수 있는 시간을 더 많이 줄 수 있을 것이므로 지뢰의 군사적 효용성을 삭감시킨다는 주장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존슨 전 미국 합참의장과 걸프전쟁의 영웅이라 일컬어진 슈와츠코프와 같은 미국 장성 출신들도 대인지뢰반대운동에 참여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한국에서도 해마다 민간인들이 대인지뢰로 피해를 입어 장애우가 되고 있다는 사실은 두말할 나위도 없는 가슴 아픈 현실이다.

 

 

지뢰가 전쟁시 아군의 기동을 방해할 수 있다는 주장도

 

  무엇보다도 한국이 대인지뢰금지조약에 가입하는 것이 남북대치상황에서 한국만의 일방적이고 즉각적인 대인지뢰 제거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정확하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 대인지뢰금지협약에는 현재 지뢰지대에 매설된 지뢰는 "조속한 시일 내에 폐기하되 늦어도 협약 발효 후 10년 이내에 폐기"하도록 되어 있다. 10년은 남북군축협상을 통해서 남북한이 동시에 비무장지대의 대인지뢰를 제거할 수 있는 충분한 기간이다. 더구나 이 협약에는 필요한 경우 10년을 추가로 연장할 수 있게 되어 있으므로 시간에 쫓기는 문제는 아니다.
  최악의 경우 북한이 대인지뢰 제거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서 남한만이 대인지뢰를 제거해야 하는 상황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 경우에는 미국 국방부가 밝힌 바와 같이 대인지뢰를 대체하는 끈끈이 무기를 투입하는 것을 고려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대인지뢰금지협약에 참여해서 평화와 통일의 전기를 마련할 수도 있는 길을 현명하게 모색해야 한다는 주장이 국가안보를 무시한 비현실적인 것만은 아니다. 대인지뢰금지라는 평화를 위한 국제적인 노력에 참여하지 않은 국가라는 불명예만 안겨준다는 점에서 국익에는 오히려 손해다. 대인지뢰가 북한의 침략을 억제한다는 대인지뢰에 대한 맹신은 현명한 태도가 아니다.
  한편 미국정부나 한국정부도 과거에 대인지뢰금지에 대한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96년 5월16일 워런 크리스토퍼 당시 미국 국무장관은 한반도 평화를 위한 4자회담과 관련해서 "4자회담은 한반도의 영구적인 평화와 비무장지대에서의 인명살상용 지뢰 상용을 종식하기 위한 "가장 유망한 방법 중 하나"이다"라고 지적했다. 96년 8월에는 이양호 당시 국방장관도 대인지뢰금지는 남북군축협상을 통해서 추진할 문제라고 언급하였다.
  북한도 대인지뢰금지에 대해서 분명하지는 않지만 입장을 밝혀 왔다. 모스크바 주재 북한대사 손성필은 지난 9월14일 "한반도가 적용대상에서 제외된다면 대인지뢰 금지협정은 포괄적이고 전 세계적인 것이 되지 못한다"면서 우리는 이 협정에서 어떠한 지역도 적용의 예외를 받아서는 안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자신들의 이런 주장이 국제사회에서 신뢰를 가지기 위해서는 대인지뢰금지협약에 북한이 앞장서서 가입해야 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한반도 대인지뢰 금지문제의 직접적인 당사자인 남북한과 미국은 이처럼 대인지뢰 제거의 가능성을 언급해 왔다. 그렇다면 이제 가시권에 들어오고 있는 한반도 평화를 위한 "4자회담"에서 남북한은 대인지뢰금지협약 가입을 통해서 한반도 비무장지대 대인지뢰 제거를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글/김창수 (통일맞이 7천만 겨레모임 자료실장)

작성자김창수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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