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걸음은 신년호부터 장애우가 사회생활을 하는데 있어서의 불편을 덜고 재활을 돕는 장애우 복지용품을 소개한다.
한국복지산업연구소 박을종소장이 동화와 함께 재미있고 이해하기 쉽게 복지용품의 역사와 현황을 알려주는 이 코너에 많은 관심 바란다.
목욕은 몸을 청결하게 하고, 심신의 피로를 푸는 등 우리들의 일상생활에는 빼놓을 수 없는 즐거운 생활습관의 하나이다. 그러나 병상에 누워 자리보전하고 있는 환자나, 팔ㆍ다리가 부자유스러운 노인, 몸이 불편한 장애우들은 손쉽게 목욕을 하기 어려운 실정으로 순회 이동목욕차량을 이용한 목욕서비스가 필요하다.
이동목욕서비스는 대형트럭에 월풀형 자동욕조를 설치하여 차내에서 목욕하는 방법과 승합차 내부에 급수호스, 보일러, 온도제어장치, 급탕탱크 등 급수에서 배수까지의 전 과정을 작동할 수 있는 특수장치를 설비하고, 이동식 역조를 이용하여 목욕대상 본인의 집을 방문하여 목욕을 실시하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대형트럭을 이용한 목욕서비스는 적은 시간에 많은 인원을 목욕시킬 수 있는 장점이 있는 반면 차량 및 욕조구입비, 연료비 등 유지관리비가 많이 들고, 차량까지의 이동에 따른 피로감, 비ㆍ바람ㆍ눈 등 추위에 대한 대책, 심리적 불안감이 가중되는 단점이 있다. 반면 재택목욕서비스는 대형트럭형 보다 비용이 적게 들고 안전성이 높은 반면 하루에 3∼4명 정도밖에 목욕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일본에서는 1973년부터 이동목욕서비스를 실시했는데 초기에는 대형 트럭형을 선호하였으나 현재 운행중인 3천여대의 이동목욕량의 대부분은 승합형이다. 우리 나라에서는 1994년부터 화순군 청년봉사회, 성내복지관 등에서 이동목욕서비스를 실시한 것을 계기로 현재에는 복지관, 보건소 등 40여개소에서 이동목욕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 이동목욕서비스 실시기관 ◆
평화사회복지관, 가양5사회복지관, 도봉구청보건소, 성동종합사회복지관, 신내사회복지관, 부산장애인재활협회, 학산사회복지관, 경주시보건소, 공릉사회복지관, 강북구청보건소, 풍납사회복지관, 성동구청사회복지관, 연꽃마을, 혜원장애인복지관, 부곡사회복지관, 경남사회복지관, 성내사회복지관, 길음사회복지관, 구로사회복지관, 장안사회복지관, 신목사회복지관, 공주보건소, 안동종합사회복지관, 완주군보건소, 방화6사회복지관, 동작사회복지관, 서부장애인복지관, 중구청보건소, 대청사회복지관, 논산성모회마을, 상주시보건소, 북제주군보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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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엄마는 이동목욕 도우미
“인애야, 엄마 허리 좀 눌러줄래?” 저녁식사 준비가 마무리되면 엄마는 항상 이렇게 말을 겁니다, 나는 엄지손가락이 빨갛게 돼서 아파질 만큼 힘을 주어 엄마의 허리를 누릅니다. "엄마, 그렇게 허리가 아파요? 일을 그만두면 될텐데"하고 말하면 엄마는 엎드려있던 얼굴을 들어 빙긋 웃으시며, "아직 그만 둘 수 없어요" 라는 듯이 얼굴을 가로젓습니다. 우리 엄마는 이동목욕차에서 자원봉사를 하는 간호 도우미입니다. 저녁이 되면 어깨며 허리가 아프다고 하시며 "엄마가 오기를 목을 빼고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는걸. 더 열심히 힘내야 해"하고 밝게 웃습니다. 그런 엄마를 향해 불만스러운 듯 입을 삐쭉거리는 나에게 엄마는 "인애야, 이동목욕차가 뭔지 알고 있니? 오늘은 엄마가 하는 일을 들려줄까?" 하시며 자리를 고쳐 앉으셨습니다. "이동목욕차는 말이지. 병상에 누워 자리보전하고 있는 환자나, 팔ㆍ다리가 부자연스러운 노인, 몸이 불편한 장애우들을 찾아가서 목욕시킬 수 있는 차인데, 안에는 물을 뜨겁게 데울 수 있는 장치가 있고 이동할 수 있는 욕조가 실려있어, 그리고 좁은 길에도 들어갈 수 있게 회전이 잘 되는 소형승합차야." "음, 엄마. 소형승합차라면 많은 사람이 탈수 없겠네요? 몇 명 정도가 일하는데요?" "엄마네는 말야. 3,4명으로 한 팀이 만들어져 있어. 엄마는 탕에 들어가기 전에 건강상태를 조사하는 역할을 맡았는데, 그러니까 맥박이나 혈압측정을 하는 거야." "엄마, 마치 의사선생님 같아. 그럼 다른 사람들은 뭘 해요?" "한사람은 이동목욕차의 운전과 관리, 다른 사람은 헬퍼라고 해서 욕조를 준비하는 거예요. 욕조는 방안에까지 갖고 들어갈 수 있거든. 그리고 차에서 호스로 물을 들여 보내는거야." "누워 지내는 사람을 욕조로 들어가게 하는 일은 힘들겠네요." "모두가 힘을 합해서 그 사람을 안고 욕조에 넣어 서양식 욕조처럼 안에서 비누칠을 하고 나중엔 샤워로 깨끗하게 헹구어내는 거야." 엄마는 눈을 가늘게 뜨고서 재미있는 듯 이야기합니다. 나도 엄마 이야기에 점점 빨려 들어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엄마, 하루에 몇 명 정도 목욕을 해드려요?" 하고 질문하자 "대체로 4명 정도. 오전에 2군데 돌고, 오후에 2군데 해서 말이야. 이동목욕을 원하시는 분이 너무 많아. 매일 돌아도 한 사람당 한 달에 두 번 정도밖에 목욕을 해드릴 수가 없어요."하고 엄마는 안타까운 표정을 지으셨습니다. 엄마의 이야기는 아직 계속됩니다. "목욕하는 사람의 건강상태에 따라 더운물을 조절해야 하고, 시간을 조절해야 하고, 추울때 에는 방의 온도에도 신경을 써야겠지 무사히 목욕이 끝날 때까지는 조금도 긴장을 풀을 수가 없단다." 엄마가 말씀하시는 모습은 마치 의사선생님처럼 보입니다. "엄마가 하는 일이 또 하나 있단다. 목욕을 희망하는 사람의 건강상태와 목욕결과를 담당의사 선생님께 말씀드리면서 여러 가지 지도를 받고 있는 거야." "목욕을 할 수 없는 사람도 있어요?" "그럼, 목욕을 시켜서는 안될 때도 있지. 그럴 때는 몸을 깨끗하게 닦아준단다. 모두가 목욕하는 날을 즐겁게 기다려주고 있으니까." 나는 엄마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엄마가 좀 더 편안한 일을 하기를 바랬습니다. 그런 나의 마음을 읽어들인 듯이 엄마는 "누워서만 지내는 사람들은 우리들이 오기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어요 달력에 표시를 하면서 기다리는 사람도 있는 걸, 무엇보다도 탕에 몸을 담그고 있는 사람들의 기분 좋은 얼굴을 보고 있으면 엄마까지 기분 좋아져서 엉겁결에 "또 올께요" 하고 약속을 해버린단다. 몇 년만에 목욕을 하는 사람들은 눈물을 잔뜩 글썽거리며 울면서 기뻐해 준단다. 노인 분들이나 몸 불편한 사람들의 웃는 얼굴이 엄마가 하는 일을 지탱해주는 큰 힘이야"하고 미소 지으셨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해 주신 엄마의 얼굴에는 커다란 기쁨과 만족감이 흘러 넘쳐 여느 때 엄마에게서 볼 수 없던 아름다움으로 가득 찼습니다.
글/ 박을종 (한국복지산업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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