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1] 복지비가 예산적자 원인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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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긴급제안, 복지예산을 증액하자
복지비가 예산적자 원인이라니?
어느 대선후보도 "복지비 증액" 공약 없어
"사회복지예산을 증액하라" 해마다 예산심의철이 되면 들리는 복지계와 시민단체들의 하나같은 외침이다. 그러나 이 외침은 과거보다 오히려 더 힘을 잃고 있다.
문민정부 들어 김영삼 대통령이 가장 강조해온 과제는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제 임기 5개월여를 남겨둔 김영삼 정권은 최근 대선 후보들의 각축전과 공황으로까지 운운되는 경제위기 앞에 망연자실해 있다. 복지를 챙길 여유가 없는 것이다.
게다가 가뜩이나 불안한 정국 속에 아시아시장 전체를 뒤흔들고 있는 외환급등과 주식폭락 사태는 국민들의 관심을 복지에서 더욱 멀리 떼어놓고 있다.
"예년의 경우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는 각 후보들의 사회복지에 대한 공약이 터져 나오기 마련이었다. 그러나 올해의 경우는 최근의 경제위기 속에 복지 자체가 국민의 관심에서 밀려나 아무도 복지문제를 언급조차 하지 않고 있다."
복지부 이상용 복지정책 과장의 말이다. 유권자들의 구미가 "우선은 먹고살고 보자"는 것인데 이 시점에 국민의 "삶의 질"이니 "선진복지국가 조성"이니 하는 공약은 먹혀들지 않기 때문에 복지문제를 언급하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경제 어려울수록 복지비 증액 필요
때문에 얼마 전 발표된 정부의 사회복지예산에 이의를 제기하는 시민단체와 사회복지단체는 재경원의 입장에서 보면 "시절 모르고 또 다시 반복되는 사회복지가들의 힘없는 아우성" 정도로밖에 비치지 않는 듯하다.
"더욱이 올해 정부전체예산 증액률 5.8%에 그쳤는데 사회복지부문은 일반회계를 기준으로 할 때 11.2%로 그나마 집중증액한 상황에서 추가적인 증액요구 너무하지 않는가"라며 재정경제원 복지예산담당 서기관은 오히려 불만을 드러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사회복지계는 "그 동안 복지에 대한 투자는 성장우선주의에 의해 밀려왔다. 그런 상황에서 이제 또다시 경제위기를 핑계로 복지예산증액을 미뤄놓으면 도대체 복지예산은 언제 증액할 것인가, 더욱이 경제가 어려우면 서민들의 삶의 질은 더욱 낮아질텐데 이럴 때일수록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예산을 더 책정해야 한다"며 목소리로 재경원을 성토하고 있다.
실제로 정부가 경제위기를 이용해 적정한 복지예산증액 책임을 벗어나려고 하는 상황에서 국민들의 내년 평균 조세부담은 올해 1백95만7천원보다 11.1% 많은 2백17만2천원으로 2백만원선을 넘어서고 있다. 반면 관련단체지원예산은 올해 1백10억원에서 1백60억원으로 무려 64%나 올리는 등 여전히 민생보다는 정치적 목적을 우선하는 관행을 멈추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경로연금이 예산심의 주요 관심분야
이러한 정부와 사회복지계의 입장 차이 속에 현재 국회에서는 내년 예산안심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번 보건복지부 예산심의의 핵심은 단연 내년 7월부터 지급될 경로연금 도입과 내년 4월부터 시행될 장애인편의시설촉진기금의 편성에 쏠려있다. 따라서 대선 한 달 전까지 확정되어야 할 새해 보건복지부예산은 지난해 7월에 개정된 노인복지법에 따라 내년 7월부터 지급될 경로연금을 당초 국회에서 합의한 대로 92만 4천명의 노인에게 월 5만원씩 지급하도록 상향조정하고 장애인편의시설촉진기금 30억원을 편성하는 선에서 결정될 조짐이다.
이는 지난 10월23일 국회보건복지위의 예산심의에 앞서 이루어진 「98년도 보건복지부 세입·세출안의 개요에 대한 설명회」에서 이 두 가지 안건이 집중 논의된 데서도 확인된다.
이날 보건복지부 문창진 기획예산과정은 "당초 경로연금을 도시 4인 가구 기준 월 평균 소득액인 1백92만원의 70% 이하는 가정의 65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매월 5만원씩을 지급하도록 할 수 있도록 예산을 신청했으나 재경원 심의과정에서 1/3수준으로 삭감됐다. 그리고 내년 4월부터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보장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는 데 따른 장애인편의시설촉진기금을 새로 편성해줄 것을 요구했으나 이 역시 반영되지 않아 민간기금에 100% 의존해야할 형편"이라며 문제예산으로 다뤄줄 것을 요청했다.
이밖에도 생계보험수당을 정하면서 최저생계비를 너무 낮게 산정하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장애인 생계 보조수당 지급대상의 범위를 거택 및 자활대상자중 1~3급 장애우로 확대해야 된다는 등의 논의가 이루어졌다.
그러나 이번 국회 심의과정에서 정부예산안이 어떻게 조정될지에 대한 사회복지계의 관심은 냉소적이다.
이는 사회복지재정이 다른 나라와 비교할 수도 없이 취약한 상황에서 진행되는 예산심의는 조삼모사(朝三暮四)의 숫자놀음에 불과하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사실 98년 기준 1인당 GNP가 1만1천3백80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중앙정부 예산에서 사회복지비가 차지하는 비율은 터키를 제외한 모든 국가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다. 또한 대부분의 선진국들의 사회보장과 관련한 지출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를 상회하고 있는데 우리의 경우 3.7%에 그치고 있는 상황이다.
그래서 사회복지단체와 시민단체들은 "획기적인, 그리고 혁명적인 복지예산의 증액이 이루어지지 않는 한 우리나라 국민들의 삶의 질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이를 위한 첫걸음으로 사회복지단체들은 "복지예산을 국내총생산(GDP)대비 5% 수준까지 확보"하기 위해 2008년까지 매년 40% 이상 증액할 것을 요구하는 이른바 GDP 5% 확보운동을 전개해 나가고 있다.
GDP 5% 확보운동은 지난해 8월 사회복지예산증액을 위해 10여 개 주요 사회복지단체와 시민단체가 연대하여 「사회복지예산 GDP 5% 확보운동 공동대책위원회」라는 이름으로 구성하였다가 잠정 해체된 후, 98년 예산 논의가 시작된 올해 7월 「국민복지예산확보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이하 "예산공대위")」로 재구성하여 일관된 논리하에 명맥이 이어지고 있다.
예산공대위는 지난 10월11일 국회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국민복지예산확보방안포럼」을 개최하여 사회복지예산증액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등 예산증액을 위한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그러나 GDP 5% 확보의 향방은 그리 밝지만은 않다. 정부는 최근 스웨덴과 독일 등의 복지선진국들의 재정적자 원인이 과다한 사회보장비를 부담하고 있기 때문에 사회보장지출을 줄여나가는 추세라며 복지비 증액을 고려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문민정부가 들어서면서 사회복지예산을 너무 올려놔 전체 예산이 더욱 어렵게 되었다. 최근 영국이나 스웨덴같은 선진국의 경우 복지예산이 예산 적자의 원인이 되어 예산을 줄이는 추세인데 구태여 우리가 그들의 잘못을 반복할 필요가 어디 있겠는가?" 재경원 관계자의 말에서 이같은 정부의 복지에 대한 인식을 확인해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정부의 입장에 대해 복지계는 "도대체 사회보장체계의 안정에서 오는 수많은 혜택을 고려하지도 않은 채 폐해만을 과장하며 시도도 않겠다니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느냐"는 반응이다.
"사회보장비의 막대한 지출이 복지선진국의 재정적자의원인 중 하나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국가는 파산하지 않고 잘 살고 있다. 또한 유럽의 복지예산지출이 중앙예산지출이 중앙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평균 50%에 가까운데 우리의 경우 10%정도에 불과한 수준이다." 성공회대 정원호 교수는 정부의 이러한 우려를 서로 비교조차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시기상조일 뿐인 기우라고 일축했다.
경제성장 누구를 위한 것인가?
내일의 한 끼를 걱정하느라 증시불안, 대선정국이 무의미하게 들리는 수많은 취약계층이 우리 사회에 엄밀히 존재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사회복지예산에서 이들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이 차지하는 비율은 극히 미약하다. 이점에서 사회복지전문가들은 한결같이 노인, 장애우 등의 취약계층에 대한 우선적인 증액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그러나 한편 이와 같은 논리는 사회복지가 마치 취약계층만을 위한 것으로 잘못 이해되는 결과를 불러와 전 국민적인 사회복지증액 필요성에 대한 공감을 불러일으키지 못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복지예산의 증액이 특별히 어려운 이유는 전 국민적인 공감을 사고 있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교육문제의 경우 모든 국민의 지대한 관심이 쏠려있기 때문에 비약적인 예산 증액이 가능했다." 새정치국민회의의 최민식 보건복지전문위원은 복지비증액이 정책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우선 모든 국민들이 복지가 자신을 위한 것임을 깨달아야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예산증액문제는 정권의 대표주자의 마인드가 어떠냐에 따라서 달라지는 문제인데 현 정권에서 복지문제는 좀 늦춰져도 될 사안정도로 파악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야 모두 일단 복지자체가 국민들의 주요관심사로 자리잡게 되면 자동적으로 정부의 정책방향이 사회복지문제를 우선하는 쪽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이쯤에서 우리는 과연 복지가 누구를 위한 것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모든 국민의 최대 관심사인 경제성장이 궁극적으로 무엇을 위해서 필요한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복지전문가들이 하나 같이 말하는 복지의 궁극적인 목적은 "형평성 있는 소득재분배를 통한 국민의 생활안정과 삶의 질읠 높이자는 것"이다.
경제성장의 궁극적인 목적도 "국민의 생활안정"이다. 결국 복지와 경제성장의 목적은 하나인 것이다.
그런데도 모든 국민이 복지자체를 자신을 위한 것으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현 상황에 대해 우리의 낙후된 복지정책에서 그 원인을 찾아볼 수박에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우리 사회는 그 흔한 노령연금이나 실업연금, 장애연금 등의 무각출연금이 하나도 시행되지 않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는 내년 7월부터 시행될 경로연금을 무각출연금의 도입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사회복지전문가들의 의견은 "무각출연금은 일정한 기준, 예컨대 65세 이상의 노인을 기준으로 한 노령연금의 경우 그의 소득수준과 상관없이 노인이기 때문에 필요한 비용을 국가가 지원하는 제도이다. 그러나 우리의 경로연금은 저소득층 노인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그러므로 이는 엄밀한 의미의 무각출연금으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이 지배적이다.
결국 이들 사회복지전문가들의 의견에 따르면 우리 국민은 과중한 조세부담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정부로부터 아무런 복지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월드컵 최종예서전의 향방에 모든 관심을 쏟고 있는 국민들은 복지계의 외침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도대체 무엇을 위해 경제성장을 해야 한단 말인가."
글/ 박숙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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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31만 4천원으로 네 식구 생활
거택보호 1종 대상자인 소아마비 장애우인 장아무개(37)씨는 서울 강서구에 있는 영구임대아파트 12평에 산다. 역시 장애우인 부인과의 사이에 8살과 6살인 두 딸이 있다. 장 씨는 휠체어를 타야 거동이 가능한 중증장애우인지라 현재 직장이 없다. 아이를 키워야 하고, 역시 장애를 가지고 있어서 부인도 직장에 다니지 못한다.
글/ 이태곤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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