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2] 복지철학, 우리에게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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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긴급제안, 복지예산을 증액하자
복지철학, 우리에게 있는가?
무원칙 복지정책 계속되면 사회 혼란 야기
양도 질도 모두 문제인 한국의 사회복지
정부 주도하의 경제개발정책 즉 성장정책의 한계가 나타나게 되자 정부는 「삶의 질」향상을 새로운 좌표로 선정하고 나섰다. 그러나 우리나라 사회복지재정은 아직도 매우 열악한 상황에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사회보장비 지출규모는 GNP의 약 1.2% 수준에 불과하다. 더구나 정부예산지출 중에서 정부가 사용자로서 부담하는 보험료와 지원금, 보훈 및 근로복지를 제외한 취약계층에 대한 지출은 GDP의 0.3%에 불과하다. 이는 우리와 같은 소득수준이었을 때의 다른 선진국의 20-25%에 불과한 수준이다.
또한 우리나라의 복지재정 지출구조도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일반적으로 복지지출이 높으면 복지수준도 높아진다고 인식하고 있다. 그러나 복지지출의 구조에 있어 지출대상이 일부 계층에 편중되는 경우 특히 취약계층이 아닌 기득권 계층에 집중되면 복지는 오히려 반복지가 되는 모순이 발생하게 된다.
그런데 우리의 복지지출구조는 지출대상이 취약계층이 아니라 일부계층에 편중되어 있다. 예를 들어 군인연금의 경우 국가가 지불하는 보험료 외에 군인연금의 적자로 인하여 국가가 별도로 지출하는 국고보조가 전체 취약 계층에 대한 지출의 90% 수준에 이르고 있다.
그러므로 우리나라는 양적인 면에서 전체 사회보장지출 수준이 절대적으로 낮을 뿐만 아니라 질적인 면에서의 사회보장 지출도 취약계층이 아닌 일부 기득권 계층에 집중되어 있어 소득재분배가 아닌 소득역재분배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오히려 사회복지가 소득불평등을 심화시키는 작용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일관성 없는 취약계층 예산편성
우리나라 사회복지와 관련한 또 하나의 문제는 취약계층예산이 일관성 없게 편성되어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취약계층에 대한 예산자료를 분석하면 각 세부사업별로 장기적인 비전이 없는 상태에서 95년 1.65%였던 것이 98년에는 2.22%로 증가했다. 그러나 각 취약 계층별 증액 추이에 있어서는 일관성이 없다.
일례로 정부가 생활보호대상자에 대한 지원율을 98년에 최저생계비의 100% 수준으로 향상하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예산증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자 정부는 지원율을 높이기 위해 생활보호급여를 지급해야 할 대상자 수를 줄이는 방법을 사용했다. 그래서 우리나라에는 소득 21만원 이하의 생활보호대상자는 28만 5천명(97년의 경우 29만 1천명)인 반면 소득이 21∼22만원 사이의 자활보호대상자는 생활보호대상자의 3배에 달하는 1백10만여 명에 이르는 웃지 못할 결과가 나타나고 있다.
또한 내년 예산안에서 노인복지에 대한 재정을 갑자기 증가한 반면 아동과 여성에 대한 복지서비스 부문은 오히려 감소했다. 이는 정치적인 목적에 의하여 일부 계층의 지원을 갑자기 증액하고 이로 인해 모자라는 예산을 메꾸기 위해 정치적으로 의미가 적은 계층에 대한 복지사업을 축소하거나 포기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이러한 태도는 우리나라 정부의 복지정책의 부재현실과 복지에 대한 몰이해의 정도를 말해준다.
사회복지에 대한 이러한 정책적 의지나 철학의 부재에 따른 무원칙한 정책결정이 지속될 경우 사회복지의 진정한 의미가 퇴색되고 종국에 가서는 복지정책의 혼란을 야기할 것이다.
재정확대와 효율화 복지문화 성숙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먼저 사회복지재정의 증가가 이루어져야 한다. 이를 위하여 첫째, 정부세출예산의 우선순위를 조정하고 복지예산을 확보하여 국제 수준의 절반 이상으로 상향조정하여야 한다. 둘째, 사회복지재정의 증가에 있어서도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소득재분배의 기능이 충분히 발휘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셋째, 취약계층에 대한 재정증가에 있어서도 안정성과 지속성을 유지하여 사회복지사업에 대한 장기적인 계획과 비전이 제시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넷째, 각 사회복지사업에 대한 획기적인 전환을 위한 정책적 선도사업을 마련하고 이에 필요한 예산은 별도로 마련되어야 한다. 예컨대 장애우복지증진을 위해 예방과 재활에 대한 체계를 집중적으로 지원하고 산재장애우와 일반장애우에 대한 기술 연계를 통한 복지정책을 수립할 경우 전체 사회복지예산과는 별도로 재원을 마련하여야 하는 것 등을 의미한다.
한편 사회복지 재원의 확보를 위하여서는 복지관련 세제의 신설보다는 우선 정부재정의 방만성 제거를 통해 예산을 확보하고 점진적으로 현재의 낮은 조세부담률을 증대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세무행정을 개선하여 과세대상의 저변을 확대하고 지하경제를 근절해야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사회복지재정의 확보 및 증대와 관련, 사회복지의 효율성에 대한 논란이 빈번히 제기된다. 따라서 사회복지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정책적 방안이 도입될 필요가 있다. 즉, 사회복지재정을 확보하고 이를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관리운영체계의 효율성 확보와 복지정책의 효율성과 효과성을 높이기 위한 정책적 선도사업의 시행이 병행되어야 한다. 예컨대 같은 목적에 대한 사회복지의 접근이 다른 경우 이를 과감히 연계하고 사회보험의 관리운영체계를 통합함으로써 낭비적 요소를 제거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위정자의 사회복지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또한 이를 보좌하는 행정부도 복지의 진정한 의미를 이해하고 실행하는 자세로 전환해야 한다. 사회복지의 재정확대와 함께 사회복지의 효율화가 동시에 진행될 때 사회복지는 국민적 공감대를 기반으로 제기능을 수행하게 될 것이다. 또한 우리의 복지문화의 성숙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글/ 김진수 (강남대 사회복지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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